골산과 육산의 매력 모두 갖춘 양산의 명산
경남 양산 천성산千聖山(920.2m)은 화엄늪 부근 억새가 아름답다. 800m가 넘는 산의 등성마루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시원한 평원이 정상 부근의 능선에 펼쳐진다. 초원 중 일부는 습지이기도 하여 이곳을 화엄늪이라 부른다. 화엄벌은 25만 평 정도이며 이 초원 가운데에 약 3만7,000평이 늪이다. 초원에는 억새가 많지만 화엄늪 일대는 습지식물인 진퍼리새가 많다. 이 밖에도 화엄늪에는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등 235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멸종위기 동물인 삵과 참매, 수리부엉이, 항조롱이 등이 사는 동식물의 보고다.
천성산은 과거에는 원적산圓寂山·元寂山이라 불렸다. 위험에 놓인 1천 대중을 밥상을 던져 살려 냈다는 원효의 척반구중擲盤求衆 설화가 전하는 신라 고찰 내연사를 품고 있다. 산 이름도 원효대사가 당나라 1,000여 명의 신도를 산사태 위험에서 구해, 이를 인연으로 중국 승려 1,000여 명이 원효대사의 제자가 되어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하여 유래한다. 정상이 원효봉인 것도 원효대사와 연이 깊기 때문이다.
천성산은 골산의 험준함과 육산의 부드러움을 함께 지녔다는 평을 받는다. 일명 천성공룡능선으로 대표되는 바위산 줄기가 겹겹이 늘어서 있고, 능선 사이로는 암반 깔린 계곡에 옥구슬처럼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그래서 예로부터 ‘소금강산小金剛山’이라 불렀으며 ‘산세가 높고 험준하며 맑고 빼어나게 아름다워 천 가지 연꽃 같다山卒率靑秀 千朶芙蓉’는 찬사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정상 부근 팔부능선에는 천성산의 명소인 원효암이 있다. 646년(선덕여왕 15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원효암은 전국에 산재한 10여 개의 원효암이라는 이름의 암자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원효를 비롯한 많은 고승이 머물면서 수행했던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산행은 한때 정상인 원효봉과 ‘천성산 2봉(811.5m)’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천성산 2봉은 과거 정상에 군부대가 있어 오를 수 없을 때, 실질적인 정상 역할을 한 암봉이다. 바위 꼭대기답게 경치가 장쾌해, 정상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천성산은 큰 도시인 양산시에 있어 사방에서 오르는 등산로가 얽혀 있다.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화엄벌과 정상은 홍룡사虹龍寺에서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다. 신라 문무왕(661~681) 때 원효가 창건했다 전하는 홍룡사 일주문을 지나 원효가 1천 대중에게 화엄경을 설법했다는 화엄벌에 올라선다. 화엄벌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르면 예전 군시설물이 들어서 있던 천성산 정상 원효봉에 올라선다. 정상 아래의 원효암까지 차도가 나 있으며 신도들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북으로 가면 천성산 제2봉에 닿는다. 하산은 집북재를 지나 성불암계곡이나 산하동계곡을 따라 호젓한 계곡산행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다. 두 계곡 사이의 천성공룡릉은 아기자기한 바위능선으로 암릉산행의 짜릿함과 조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하산 코스보다는 성불암계곡 초입에서 천성공룡릉을 타고 올라오는 코스로 알맞다.
부산이나 울산 방면으로 하산할 경우에는 제2봉에서 혈수폭포 골짜기를 따르다 법수원과 천성산에서 조망이 가장 뛰어난 암자인 미타암을 둘러본 후 웅상읍으로 하산하는 것도 괜찮다. 미타암에도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발이 빠른 편이라면 제2봉과 정족산을 거쳐 하북면 답곡리로 내려서는 낙동정맥 구간종주 산행도 시도해 볼 만하다. 정족산에서 북서릉을 따르다 능선 갈림목에서 남서쪽 능선을 타고 내원사 들머리인 용연사거리로 내려서는 코스도 양산 등산인들 사이에서는 인기 높은 코스다.
![[억새 명산 5선 가이드 ② | 천성산]](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10%2F11%2F2018101102985_1.jpg)
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양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하루 7회(07:50~23:30) 운행한다. 요금은 2만9,500원. 양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장흥저수지는 52, 56, 57번 버스가 06시부터 20시까지 수시로 다닌다. 터미널에서 400m 떨어진 지하철 양산역 앞에서 홍룡사 입구 대석마을까지 113번 버스가 운행한다. 양산역에서 06:40, 10:40, 17:40, 19:40 출발하며, 대석에서 07:30, 11:20, 15:20, 18:20, 20:20 양산역으로 출발한다. 덕계상설시장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마을버스 8번을 타면 무지개폭포 입구까지 올라갈 수 있다.
숙식(지역번호 055)
양산 덕계동 맛집으로 동인동찜갈비왕갈비탕(367-4420)이 있다. 매운 양푼이 찜갈비(小 2만8,000원)와 갈비탕(9,000원) 전문이다.
양산 북정동의 맛집으로 가마골(362-2020)이 있다. 소갈비찜(小 2만5,000원)과 갈비탕(8,000원)이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