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쇼, 이것은 모르니까요
숲이 긴 줄로 들떠있다
동굴같이 벌린 입에는 어린나무들이 쏟아지고,
기름진 입김으로 뿌리가 뻗어 자란다
숲이 인자해
손바닥에 붙은 불이 활활 타 올라
열매가 맺혀 떨어져요
땅속에서 언제든 무리 지어 올라와요
숲이 들썩일 때마다 춤이 계속 익어가고
새 노래가 자꾸 열려요
계절을 차별하지 않아요
식은 목소리도 키우지 않아요
숲이 빽빽하고 가지가 굵어 믿음이 가
숲에 가시나무가 있어도 우린 상관 안 해
숲을 떠나는 생각은 머릿속에 일도 없어요
거위는
물에 걸린 달을 보다가
목울대를 가다듬어 웃어요
밤마다 날개 펴는 연습을 하다가
어느 날 줄행랑으로 무대에 올라갔어요.
쭉쭉 뻗어요 그대,
우리는 숙련된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니까요
오남희. <모든포엠> 발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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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 이것은 모르니까요 (영웅님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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