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감사하며, 5월의 일기, 서울나들이/喜壽의 생일선물
나이 일흔일곱의 희수(喜壽)생일을 맞았다.
지난 일요일인 2024년 5월 19일의 일이다.
“그래도 희수의 생일인데, 그냥 넘길 순 없지요.”
일찌감치 아내가 그렇게 챙기고 나섰다.
“하지 마세요. 그저 밥 먹는 것이라면 아무런 의미 없어요. 괜히 안 내키는 밥 먹다가 얹힐 것 같아요.”
내 반응이 그랬다.
단호한 내 의지였다.
그러나 아내의 이 한마디에 내 그 의지는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아들 며느리야 같이 밥 안 먹어도 괜찮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손자 손녀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할아버지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밥도 같이 먹고, 케이크에 촛불도 켜고 끄는 재미로요. 더군다나 이번에는 생일이 비슷한 서현이 생일파티도 겸할 생각인데요.”
열세 살로 중학교 1학년생인 손녀 서현이와 다섯 살배기 손자 서율이의 얼굴이 눈앞에 그려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었다.
대중음식점에서 간소하게 상차림을 하는 조건으로, 내 희수 생일에 온 가족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그것도 두 아들 며느리에게는 부담을 주지 말고, 아내가 그 비용을 감당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생일 당일의 점심때에 서울 강남의 냉면 전문집인 ‘반룡산’으로 우리 온 가족이 모였다.
나를 위한 생일 파티라고는 했지만, 실상 차려진 상에는 냉면이니 빈대떡이니 만두니 가자미식혜니 해서,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천지였다.
덕담을 빼놓을 수 없었다.
“서현아, 할아버지 덕담 좀 하자.”
서현이를 지목해서 덕담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은 우리 가족 모두가 들어주기를 바라면서 한 덕담이었다.
곧 이랬다.
“서현아, 인생은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치열함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즐겨지지 않으면 치열할 필요가 없다. 치열했으면서도 이루어낸 것이 없어서, 세월을 낭비해버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사는 것도 때가 있는 법이다. 젊은 시절에 치열하게 살아야 훗날 여유로운 삶은 즐기게 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치열하게 살지 않는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산다. 그 어울림에서 나 역시 행복을 찾아내고 있는 지금의 내 삶이다.”
점심 끝에 그 음식점 로비에서 또 다시 작은 잔치를 했다.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생일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선물도 받았다.
큰며느리 지영이로부터는 매우 품격 있는 티셔츠를 선물로 받았고, 작은며느리 은영이로부터는 금일봉을 선물로 받았다.
참으로 고마운 마음들이 담겨있는 선물이었다.
그러나 그 선물들보다도 더 나를 기쁘게 한 선물이 있었다.
“우리 사진 좀 찍자.”
내 그렇게 제안을 했을 때, 선뜻 나서서 모델이 되어준 그 모습, 바로 그 참여의 마음이 더 나를 기쁘게 했다.
특히 지영이와 은영이 두 며느리와, 손녀 서현이 손자 서율이 해서, 넷이 어울려 찍은 사진은 나를 더 기쁘게 했다.
喜壽의 생일 선물, 그 중 으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