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우정의 발걸음, 잊혀 진 인연
내가 귀향하기 전이었으니, 거슬러 15년 전쯤의 사연이다.
대구 서울 부산해서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던 고등학교 동기동창 친구들이 하루 소풍이랍시고 내 고향땅 문경으로 몰려든 적이 있었다.
나는 서울에서 ‘작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법무사를 개업하고 있던 중에 그 행사에 발걸음을 했었다.
대형버스 1대를 타고 다녔으니 40여 명은 족히 되지 않았나 싶다.
그때 우리가 타고 다닌 버스는 같은 동기동창인 김예한이라는 친구가 관광사업을 하면서 손수 운전하는 버스였다.
지금은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지만, 그 친구 고향이 문경읍이었고 다닌 학교가 읍내의 문경국민학교에 문경서중학교여서, 그 고향땅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고등학교 동기동창 친구들을 초대했지 않았나 싶다.
소풍의 전 과정에 대해서는 뚜렷한 기억이 없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나는 추억이 있다.
두 개다.
하나는 누구나 문경을 찾으면 당연히 그러듯 문경새재 옛 과것길을 같이 걸은 추억이고, 또 하나는 뒤풀이로 찾은 집에서 어울린 추억이다.
그 중에서도 뒤의 추억은 특별한 것이었다.
그것은 상차림의 추억이었다.
김예한 친구의 국민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읍내에서 좀 떨어진 남호라는 곳에 사는 어느 친구네 집에서 닭백숙으로 마련된 상차림이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차려진 상차림이 아니었다.
그 집 주인 부부의 헌신적 손길로 차려진 것이었다.
하도 감사해서 그 부부의 사진까지 찍어뒀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언제나 전해줄까 하던 중에, 그 부부와 인연을 엮었던 주인공인 김예한 그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바람에, 여태 전해주지 못하고 사진첩에서 바래가고 있는 중이다.
굳이 찾으려고 하면 못 찾을 것도 아니지만,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때를 놓치고 말았다.
그 잊혀 진 인연이 참 아쉽다.
추억의 남호 그 마을을 또 지나쳤다.
2024년 5월 13일 월요일 오전 8시 반쯤의 일이다.
이날은 중학교 동기동창 월례회 모임이 있는 날로, 내 사는 문경에서 모임이 있는 문경시내까지 80리 길을 걸어서 가기로 작정했던 날이었다.
일찌감치 읍내 사무실에서 나서서 한 시간 남짓 걸어갔을 때, 바로 그 마을을 지나가게 됐다.
그 길을 지나칠 때마다 늘 그랬듯, 이날도 그 길을 걸으며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혹시나 그 집이 어딘지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랬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못 찾고 그냥 지나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