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기덕 (1)
출연 장동건 , 김정학 , 박지아 , 유해진
개봉 2002/11/22
등급 18세 이상
시간 94 분
장르 드라마
평온해 보이는 동해안의 바닷가.
"경고! 밤 7시 이후 이곳을 접근하는 자는 간첩으로 오인되어 사살될 수도 있습니
다" 라는 경고판이 서 있다. 남들 노는 시간에 홀로 훈련에 열중하며 간첩을 잡겠
다는 각오에 찬 강상병. 어느 날 밤, 군사경계지역 안에서 술이 취한 채 위험한 정
사를 벌이던 두 남녀(영길과 미영)가 강상병의 야시경에 잡힌다. 푸르스름한 남자
의 등짝을 본 강상병은 두려움에 휩싸인 채 총을 쏘아대고, 남자의 몸은 탄발과 수
류탄에 찢겨 흩어진다.
시체를 본 강상병은 하얗게 질리지만 간첩 잡은 해병으로 표창을 받고 휴가를 나온
다. 그는 애인 선화에게 민간인을 죽였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강상병은 점점 난폭한 행동을 하다가 마침내 정신적인 장애로 의병 제대를 하지만
그 후에도 박쥐 부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한편, 애인을 잃은 미영은 철책선 주위를
맴돌며 야릇한 미소를 흘리고, 돌아온 강상병과 미영으로 인해 해안선은 불안한 기
운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전쟁 없는 전쟁 영화 : 김기덕 감독의 본격 심리 드라마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모두 그의 삶으로부터 온다.
그의 영화 안에 있는 고통과 폭력, 슬픔과 아름다움이 그토록 솔직하고 생생한 이
유가 바로 이것이다. 인물들의 상처 받은 눈빛을 직시하거나 피빛이 남아있는 그들
의 손을 맞잡기는 차마 버겁다. 그래도 우리들은 외면하지 못한다.
설혹 그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나쁜 남자일지라도. 김기덕 감독은 그 이름도
유명한 해병대에서 5년간 복무했다.
영화 <해안선>에는 이 시절에 얻은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과 추상적인 문제의식이
흥미롭게 뒤섞여 있다. 아무런 자의식 없이 집단적인 광기의 희생양이 된 강상병
캐릭터를 통해 감독은 우리를 전쟁 없는 전쟁 영화라는 진기한 경험으로 데려간다.
해안선, 그곳은 한반도 전체의 알레고리이자 김기덕 감독의 본격 심리드라마가 펼
쳐지는 공간이다.
김기덕과 장동건의 이중주
장동건이 김기덕의 영화에, 그것도 새 발의 피 같은 출연료를 받으며 나오겠다고
했을 때 다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은 마이너리그의 작가주의 감독과 메이
저리그의 톱스타가 만났다는 말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두 사람은 이미 각자의 위치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다만 두 개의 봉우리가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다들 너무나 궁금해 했다. 둘이 만나서 도대체 어떤 영화가 나올까.
김기덕은 장동건의 눈부신 우아함 속에서 자신의 색깔을 잃고 헤매는 것은 아닐까.
장동건은 자신의 팔레트에 한번도 짜낸 적이 없는 어두운 빛의 파노라마를 화면 위
에 불러낼 수 있을까. <해안선>은 이런 두 사람이 하모니를 펼치는 독특한 콘체르
토로 마무리 되었다. 이것은 두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 전체에 새로운 경험
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