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고의 명절 설 다음날인 1월 23일 월요일,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한강변 따라 걷다가 도심 속 4개의 산을 넘어 버티고개까지 걷는 길을 18분의 단원들과 함께 즐겁게 걸었습니다.
설 전날 토요일에는 종묘사직과 5대궁궐걷기, 설 다음날에는 명절기간 동안 늘어난 뱃살에 속상하신(?) 분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인데 5대궁궐걷기에도 18분, 뱃살빼기에도 18분이 모여 엄청 놀랐습니다. 설 전후 가장 바쁜 날들, 설 연휴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모인 것은 흔히 말하는 그동안 코로나로 걷기를 못한 ‘보복걷기’ 차원이 아니고 좋은 길을 즐기는 분들이 많아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만, 뱃살 늘어난 분은 한분도 없이 모두 늘씬 날씬한 분들만 오셔서 낙화가 많이 당황했습니다.
서울숲둘레길은 성동구 중구 용산구 3개구에 걸쳐 응봉산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 등 어쩌면 동네 뒷산 같은 숲길을 이어가다가 버티고개에서 남산으로 연결되는 길입니다. 북한산이나 서울둘레길 처럼 웅장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소박한 길입니다. 봄의 전령사 개나리가 피는 시절, 벚꽃이 화사할 무렵 낙화가 자주 찾아간 곳이지만 이제는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길이 끊어지고 숲이 사라지는 이 지역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이유가 더 크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명절이 지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기에 좋은 길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서울숲공원, 예전 뚝섬경마장이었던 서울숲은 동부지역에 공원이 부족하자 서울시가 뚝섬체육공원(경마장이 과천 이전 후 체육공원으로 개명)을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대규모 도시 숲으로 만들기 위해 뚝섬유원지와 뚝도정수장을 개조 전체 면적은 35만 평이며 2004년 4월 공사, 1년만에 개장한 곳이죠. 1천만 시민의 휴식공간, 35만평 규모의 공원을 공사 1년만에 개장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입니다. 역시 ‘빠름 빠름’입니다. 그러다보니 센트럴파크 같은 공원이라면서 도로로 공원이 끊어지고, 시멘트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공원 한복판에 난데없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 것이죠. 그런데 반전이 있더군요. 이번에 보니 서울숲의 흉물같은 레미콘 공장이 철거됐습니다. 내년에는 더 넓고 쾌적한 서울숲공원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울숲은 아기자기한 시설이 많았습니다. 과거 경마장은 잔디와 조각공원으로, 뚝도정수장 지역은 곤충식물원, 나비정원, 갤러리 등으로 바꿨지만 고만고만한 시설이고 외국인에게 내놓을만한 규모는 아닙니다. 사실 뉴욕 센트럴파크는 공원 규모도 크지만 공원과 연결돼 있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있어 서로 호응하고 빛납니다. 서울숲이 휴식공간인 숲을 넘어 더 큰 역할을 하려면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같은 문화시설과의 연계시설이 되어야 할텐데, 이런 점이 참 아쉬운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숲 갤러리아포레를 배경으로... 뱃살 없으신 분들만 나오셔서 당황했습니다.
서울숲을 통해 한강변으로 나와서 용비교 밑으로 옥수역 방향으로 가서 토끼굴을 지나 응봉산 팔각정으로 향합니다. 응봉산을 시작해서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차례로 걷습니다. 걸으면서 자그마한, 참 소담스러운 숲길임을 다시 느낍니다. 다만 이 지역이 예전부터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금호동 약수동 옥수동지역이었지만 이제는 강북에서 강남가는 길목에 위치, 강북 압구정으로 불리며 재개발로 동네 자체가 없어지고 길도 끊기고 숲길도 사라지는 것을 같이 봐야 했습니다.
금호산을 넘어 매봉산 가는 길, 안나님이 외국여행에서 사온 신상 선그라스가 없어져서 찾는다고 오던 길을 되돌아 가십니다. 이 지역을 잘 아시는 니키타님이 도와주신다고 해서 낙화는 일행과 함께 금호산에서 매봉산 가는 길, 보통의 산책로 대신 마을주민들이 다니는 ‘비밀의 정원’ 같은 곳에서 쉬었다가 매봉산으로 가려는데, 일부 분들이 가파른 계단보다는 숲길에서 매봉산으로 가자고 해서 덜컥 그 방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매봉산 정상가는 길은 없고 철책으로 막아놨더군요. 고지가 바로 저긴데... 내친 김에 잡초를 헤치고 올라가서 새로운 길, ‘오케스트라 루트’를 만들었습니다. 매봉산 정상에서 니키타님에게 좋은 소식 있냐고 하니,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니키타님은 뒷풀이 장소로 바로 오시라고 했습니다.
매봉산에서 남산타운 아파트를 따라 버티고개 생태다리를 내려오니 시간이 남아, 피피사랑님이 골목길투어로 발견한 약간 이국적인 한남동 빌라촌을 구경하고 버티고개역으로 내려가 작년 6월 넷째주 오케스트라 총회를 한 봉평메밀막국수 식당으로 갔습니다. 명절 이후 걷기 타이틀이 뱃살빼기인데 참가자 18분 중 한분도 먼저 안가고 전원 참석, 또 놀랐습니다.
서울숲에서 버티고개까지 잘 걷고, 중간에 오지 임도 탐험도 하면서 새로운 길도 개척하고, 좋은 음식과 즐거운 대화로 흥겨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지만 안나님 쪽을 힐끔 보면서 약간 무거운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참 흥겨울 때, 괴성이 들리더니 안나님이 손에 선그라스를 들고 흥분된 모습을 보이더군요. 사실 선그라스는 금호산 화장실이나 어느 길에서 떨어진 것이 아닌 안나님과 내내 같이 있었는데... 선그라스를 찾아서 기분이 좋아진 안나님이 메밀전 5판을 쏘셨습니다. 조용히 걸으시는 가야산님은 백세주로 분위기를 더 띄워 주셨습니다.
명절 연휴기간, 흐트러진 마음도 잡고 건강걷기를 위해 나오신 분들, 잘 걷고 뒷풀이까지 너무 흥겨웠습니다. 안나님의 착각(?) 덕분에 모두들 가벼운 마음으로 뒷풀이를 풍성하게 즐겼습니다. 낙화가 여러번 진행해서 익숙한 길이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기운으로 매봉산 정상가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쾌거(?)도 이루었습니다.
지난 23일 월요일 걷고 많은 시간이 흘렀고, 바위님 푸른돛님 짱가님 또다기님 니키타님까지 무려 5분이나 후기를 올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낙화는 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날의 흥겹고 행복한 순간이 자주 떠오르더군요. 안나님에게는 약간 악몽이었겠지만, 낙화는 잘 걷고 잘 먹고 즐겁고 모처럼 행복충만한 날, 간략하게나마 기록으로 남깁니다.
뱃살빼기걷기에 함께 걷고 즐거움을 나눠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메밀전을 쏘신 안나님, 백세주를 제공해주신 가야산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너무 많이 웃어서 뱃살이 조금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떤가요? 좋은 분들 덕분에 행복하면 그만 아닌가요~~
낙화는 유수처럼
서울숲-남산길은 한강변도 걷고, 도심 속 4개의 산을 넘나드는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길입니다.
다솜이님
2023년 오케스트라에서 큰 역할을 다짐하는 푸른돛님의 신발
니키타님과 안나님... 안나님 덕분에 엄청 유쾌한 뱃살빼기걷기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카메라 렌즈 왼쪽에 뭐가 끼었나 봅니다. 나중에 확인... 지나로님 네오님 반야님의 미소 활짝~~
한겨울 응봉산 방향인데...
3월말 4월초가 되면 이런 모습으로... 니키타님 사진입니다.
한강변 나가는 구름다리에서... 렌즈에 뭐가 묻어서...
옥수역 가는 길, 길을 정비했는데 흙길도 아닌 콘크리트길... 개념없는 사람들이 자연을 망칩니다.
힐스테이트 서울숲리버... 우리말 파괴의 현장... 고운 우리말을 제대로 써야 하는데...
봄이면 개나리로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곳에서... 다솜이님 지나로님 단소님 반야님
이번 길에 아주 반가운 모습. 레미콘 공장이 철거됐더군요.
2021년 1월 13일 강력한 거리두기로 낙화 포함 4명이 걸었을 때 찍은 사진. 그러고 보니 2년만에 찾은 길이네요. 감개무량하네요.
렌즈 이상으로... 응봉산 정상인데 이곳은 강남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 밤에는 진사들이 많습니다.
또다기님과 안나님... 안나님 선그라스 덕분에 메밀전 5판을 쾌척~~
가야산님이 최근 구하기 어렵다는 붕어빵을 전원 두마리씩 기부
금호산공원 입구에 있는 커다란 발 조형물. 발바닥은 인체의 축소판, 각자 가장 좋아하는 곳을 짚으라고 하니...
또다기님과 짱가님. 이때까지 렌즈 이상...
니키타님과 푸른돛님... 이때부터 렌즈가 정상으로
동아방송고등학교 옆길, 마을주민들이 다니는 곳으로 가는 길에...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사진을 거부(?)하는 겨울바다님
항상 화사한 모습으로... 반야님
수시아님도 거칠고 험한 곳으로 거침없이 하이킥~~
버티고개로 내려오는 길에... 다솜이님
버티고개 한남동 빌라촌에서... 또다기님 에스더님 반야님
종교적인 문구는 좋아하지 않지만... 오케스트라는 동행입니다. 약수역 가는 길 어느 교회의 안내문.
* 카메란 렌즈에 뭐가 묻어서 일부 사진이 뿌옇게 나왔네요. 뽀삽이나 특수효과 아닙니다. 너그러운 이해를 바랍니다.
첫댓글 몽키스 노래를~ㅎ
낙화님 멋져요.
아침부터 흥겨운 올드팝송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져요.
언제나 정성스럽게 자세한 설명을 올려주시니 복습도.되고 참 감사합니다.
걷기 끝날 무렵 교회간판에 적혀있는
문구가 마음에 쏙 드네요.
오래 오래 함께 동행하기를 바랍니다.
낙화님 애쓰셨습니다.^^
반야님이 몽키스의 '데이드림 빌리버'를 좋아하셨네요.
낙화는 2012년 2월에 방영된 김희애, 이성재 주연의 JTBC 수목극 '아내의 자격'(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을 재미있게 봤고, 정성주 작가의 '장미와 콩나물', '밀애' 등 광팬입니다.
드라마 중 김희애와 이성재의 감정의 변화가 몽키스의 노래하고 아주 잘 어울렸죠~~
뱃살빼기걷기, 그날 분위기가 너무 흥겨워서.... 반야님이 반가워 하셔서 선곡한 보람이 큽니다~~
톤다운 필터효과 같은 뿌연 사진이 더 좋은걸요~ ㅎㅎ
하필 제가 찍힐 때부터 렌즈가 정상이라니...@@
선그라스 분실 사건은
오케스트라 시트콤 소재 1위인데,
이번 '응봉산 선그라스 분실사건'은
극적 요소가 대단했어요~ㅋㅋ
생업도 정신없이 바쁜 시기에
밤낮없이 오케스트라를 풍요롭게 해주시느라
애쓰시는 낙화님... 고맙습니다!
오케스트라 여성단원들은 톤다운 필터효과 같은 뿌연사진이 아니더라도
아우라가 엄청 뿜어져 나오시는 분들이라~~
응봉산 선그라스 분실될 뻔한 사건들이 많아야 우리들 이야기꺼리가 많아지죠~~
그런데 니키타님도 만만치 않은 분인데..
ㅎㅎ
안나님 선글라스 에피소드에 빵~!
친구는 닮는다더니?^^
모두의 환한 모습 참 좋군요..
서울 구경 놓치지 않을거예요~ ^^
낙화는 지난 여름 이프님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알고 있는데~~
워낙 명총무님에 손이 크신 분이라 다물고 있습니다~~ ㅋㅋ
늦게라도 올려주셔서ᆢ
잘 읽고 ᆢ잘 웃고ᆢㅎㅎ
동행길 즐거웠고ᆢ
낙화님~수고하셨어요~^^
잘 읽는 것보다 잘 웃는 것이 훨씬 중요하죠~
또다기님도 오케스트라에 웃음 많이 주실 분이라는 것, 기대합니다^^
낙화님 후기는 꼭 있어야 해요~~
훗날 이날의 에피소드와 즐거움을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수고 하셨어요^^
푸른돛님 말이 맞아요. 다음에 서울숲 남산길 걸을때면 이번 일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 걷는 길이 덜 힘들고 더 재미나겠죠~~
후기를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추억의 저장고를 만드는 것, 푸른돛님의 멋진 영상후기는 오케스트라의 보물입니다~~
서울숲~한강~작은 산들~남산밑까지
앞으로 뱃살빼기를 넘어 복근단련을 목표로 하죠^^
처음 지나는 숲길들과 동네들, 딱 제 취향이었습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서울숲-남산길을 복근단련 코스로 재구성해 볼게요~~
그런데 오케스트라에는 뱃살 빼실 분들이 많지 않아서 나올 분들이 계실지~~~
서울에는 이번 길과 비슷한 길들이 제법 있어요~~ 그런 길들을 함께 찾아 걸어요~~
낙화님의 후기를 보면서
또 한번 그날의 길을 걸어보는듯 합니다
몇번을 걸어본 길이였지만
낙화님의 셈세한 설명을 들으며 걸으니 더 새롭고 좋았습니다~
좋은길 열어주신 낙화님께 감사의 인사 올리며
좋은 길벗님들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길에서 반갑게 뵈어요~^^
다솜이님과 첫걸음 즐거웠습니다. 사연없는 길은 없어요.
길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더듬으면 더 많이 보이고, 그만큼 애정하게 되는거죠~~
다음 좋은 길에서 만나요~~
썬그리 스토리는 요기서 이젠 뚝!! ㅋ
오랫만의 걷기에 넝 좋아
살짝 흥분되서 더 정신 뿅.
즐거웠습니다.
낙화님 길은 저의 최고의 길^^
썬그리 스토리는 여기서 뚝이지만,
안나님의 다음 버전을 기대합니다~~ 안나님은 언제나 오케스트라를 실망시키지 않으셨으니
다음 작품도 기대가 큽니다~~ 화이팅^^
함께해서 많이 좋았습니다
좋은길 감사합니다^^
짱가님이 계셔서 더 유쾌했던 길,
언제나 함께 하는 길, 든든합니다~~
요래 보이끼네 푸른돛님의 손길을 야멸차게
내치는 모습으로 나왔네요
결국 매봉산정자 앞에서
푸른돛님에게 찍혔다는..요ㅎㅎ
서울의 결과 켜 사이를 거닌,
오붓조붓한 산책길이었습니다
서울의 길과 길 사이에 무수히 많은 결과 켜 사이..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오케스트라 단원들 같은 사람들...
서울숲 남산길을 채워주셔서 감사~~ 다음 멋진 길에서는 겨울바다님의 진면목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