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지에 월경혈…"뭐 어때" 女의원, 반전 이유 있었다
홍효진 기자입력 2023. 3. 10. 13:29수정 2023. 3. 10. 13:32
여성 '월경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는 케냐의 한 상원의원이 흰색 바지에 월경혈로 추정되는 붉은 자국을 묻힌 채 의회에 등장했다.
'여성 월경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는 케냐의 한 정치인이 월경혈로 추정되는 붉은 자국이 옷에 묻은 모습으로 활동해 화제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은 케냐의 글로리아 오워바 상원의원이 지난달 월경혈로 보이는 붉은 자국이 묻은 흰색 정장 바지 차림으로 의회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그는 "의회에 들어가기를 잠시 고민했다"면서도 "월경의 인식과 관련해 (내 행동이) 케냐 여성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생각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워바 의원을 본 동료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다른 여성 의원은 "의회 밖으로 나가 옷을 갈아입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남성 의원들 역시 "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나섰다. 결국 오워바 의원은 퇴장했다.
여성 '월경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는 케냐의 한 상원의원이 흰색 바지에 월경혈로 추정되는 붉은 자국을 묻힌 채 의회에 등장했다. 글로리아 오워바 의원 트위터.
그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의회 관련 사건은 내가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해 정부가 더욱 주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지지와 동시에 소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들은 수도 나이로비에서 "나는 피를 흘릴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AP통신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여성들의 월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워바 의원 행보의 배경엔 2019년 한 14세 여학생의 극단적 선택 사건이 있다. 당시 이 여학생은 학교에서 첫 월경을 경험했고 이후 교복에 묻은 핏자국을 본 교사는 여학생을 향해 "더럽다"며 교실에서 쫓아냈다. 수치심을 느낀 여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0년 케냐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케냐 내 도시 지역 여성의 65%, 농촌 지역 여성의 46%만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여학생 10명 중 1명은 월경 기간마다 학교에 가지 못한다. 생리대 구하기가 어려운데, 겉옷에 피가 묻을 경우 비난받을 것을 우려해 아예 결석을 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오워바 의원은 여학생 생리대 무상제공 등 정부의 지원을 늘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월경권을 위한 최전선에 선 내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며 "10대 아들에게도 월경 중인 여학생에게 수치심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여성들은 과감하고 뻔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