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우정의 발걸음, 잘못된 선택
“점심 먹으러 가자.”
유곡고개 초입에서 내 국민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인 황학현 친구를 만났을 때, 그 친구가 내게 그렇게 말을 건넸었다.
내 그때 그 말대로 따라야 했었다.
“아니야, 지금 점심을 먹으면 이 고개를 넘어가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 고개 넘어가서 먹을 거야.”
내 그렇게 손사래 쳐 거절했었다.
30분 정도해서 낮 12시쯤이면 그 고개를 넘어 유곡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마을에 가면 뭐든 먹을 것이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우선 그 고개를 넘어가는데 어림짐작으로 잡은 30분이라는 시간부터가 잘못 짚은 시간이었다.
끊임없이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그 고개가 나를 지치게 했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해서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려서 그 고개를 너어설 수가 있었다.
고개 넘어 곧바로 마을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잘못이었다.
초입에 한 채 두 채 허름한 집들이 있었지만, 식당이 있는 마을 중심까지는 한참을 더 가야 했다.
몸도 지쳤지만, 마음까지도 지쳤다.
그러니 더 힘이 들었고, 허기까지 몰려왔다.
두어 곳 식당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문을 닫고 있었다.
구멍가게 같은 슈퍼도 있었으나, 그 역시 불이 꺼져 있었다.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어기적어기적 발걸음이 한없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하도 배가 고파서 가까운 곳에 있는 LPG충전소에서 일하는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김익진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빵과 우유라도 좀 사가지고 오게 부탁할 생각까지 했다.
허튼 짓이었다.
물론 차를 몰아 달려오긴 하겠지만, 일터를 비우게 한다는 것은 친구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싶어 포기하고 말았다.
이젠 콜택시라도 불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왼쪽 길가로 중국집 간판 하나가 시선에 잡혀들고 있었다.
눈이 번쩍 띄었다.
7,000원짜리 짜장면 곱빼기 한 그릇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