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우정의 발걸음, Release me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이맘때쯤의 일이다.
아내가 내게 특별한 문자메시지 한 통을 띄워 보냈었다.
‘햇비’에 한 번 들어가 보세요.‘
‘햇비’란 바로 아내가 카페지기인 Daum카페 ‘햇비 산악회’를 뜻하는 것이어서, 도대체 무슨 소식을 전하려고 그러는가 싶어, 지체 없이 들어가 봤다.
카페 글쓰기 공간인 ‘우리들의 이야기’에, 아내가 ‘배경음악 설치’라는 제목의 게시물 하나를 올려놓고 있었다.
그 게시물은, 팝송 ‘Release me’의 가사와 그 노래를 부른 영국 가수 잉글버트 험퍼딩크를 소개하는 글을 다른 곳에서 퍼 와서 올린 것이었다.
그리고 아내는 그 게시물에 이렇게 스스로 댓글까지 달았다.
‘울 남편은 여러 장르의 노래를 즐기고 잘 부르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이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멋있어서, 가끔 노래방 가면 신청해서 불러 달라고 하는 이 곡을, 배경음악으로 설정해 봤습니다.’
그 정성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렇게 게시물을 올리고, 자신의 게시물에 스스로 댓글을 달고, 이어서 내게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알려준 그 일련의 과정은, 마음이 동하지 않고서는 그리 못할 일들이었다.
그때는 내가 서울 서초동에서 ‘작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법무사사무소를 개업하고 있을 때였다.
아내의 그 메시지는 일상의 업무로 지쳐가기 시작하는 바로 그 낮 시간에, 남편인 내게 안겨준 귀한 선물이었다.
오후 2시쯤에 장승배기 마을에 다다랐다.
이날의 목적지인 문경시 전경이 저만치 내다보이고 있는 지점이었다.
큰 길을 따라 바로 가면, 한 시간 이내로 도착할 거리였지만, 내 갈 길은 그 길이 아니었다.
오른쪽 농로로 따라 들어가 야트막한 야산 하나를 넘어야 했다.
그 길로 들어서기 전에 잠시 쉬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이 내 쉼터가 됐다.
거기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어디 먼 길을 여행할 때마다 들고 다니는 책으로, 36년 전으로 거슬러 1988년 2월에 출판된 ‘팝송대전집’ 1권이었다.
그 중에 한 곡을 골라 노래를 부를 참이었다.
생각을 오래 할 필요도 없었다.
딱 짚이는 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곡, 바로 잉글버트 험프딩크의 ‘Release me’ 그 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