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재벌개혁 목소리에 '쇄신' 이미지 부각 의도
인적분할 추진시 신 회장 지분 늘어,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 변수
최근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새 정부 출범 전, 쇄신 이미지를 부각해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새 정부에서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부진한 지배구조 개선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3일 재계와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그룹은 새 정부 출범 전에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회사가 기업 분할을 결정하고 지주회사 전환의 큰 틀을 제시할 계획이다. 4개 회사는 오는 26일께 이사회를 열어 향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투자회사를 묶어 중간지주사(롯데홀딩스)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한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위기 때마다 지주회사 전환을 공언했다. 201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 때와 지난해 10월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뒤에도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 등을 약속했다. 롯데는 재벌 가운데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탓에 불투명하고 전근대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가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롯데는 그동안 호텔롯데 상장을 중심에 두고 지배구조 개선을 해왔다. 상장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자금을 확보하고, 일본 롯데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지난해 오너 일가의 경영 비리 혐의,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뇌물공여 문제로 검찰 수사가 이뤄졌고,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주력 사업인 면세점이 타격을 받으면서 호텔롯데 상장은 멀어져갔다. 신 회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호텔롯데 상장은 2019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뼈를 깎는 쇄신을 하겠다던 롯데의 약속이 ‘공수표’가 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하고 신동빈 회장이 법정에 설 처지에 놓인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결국 호텔롯데 상장 대신 4개 계열사 분할·합병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계열사 분할·합병이 성사될 경우 롯데의 핵심 문제인 67개 순환출자 고리의 상당 부분이 해소된다.
그러나 롯데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롯데쇼핑 등 4개 계열사는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로 회사를 쪼갠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 마법’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자사주는 상법상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을 할 경우 지주사는 자사주 비율대로 자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4개 계열사 가운데 롯데쇼핑의 자사주 비율은 6.16%다. 인적분할시 지주회사가 자회사 롯데쇼핑 주식의 6.16%를 확보하고, 자회사의 의결권을 사실상 신 회장이 행사하게 된다. 돈을 더 들이지 않고도 자사주를 손에 쥐게 된다. 롯데쇼핑은 신 회장의 지분이 이미 13.5%나 된다. ‘자사주의 마법’을 막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다 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롯데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경영권 분쟁도 여전히 불씨다. 신동빈 회장이 출국금지 등으로 발이 묶이자,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다시 경영권 분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1일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월 하순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나의 이사 복귀 안건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우호지분 구도에 변화가 없는 한, 신 전 부회장의 역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첫댓글 어떻게든 꼼수로 위기전환?
과연... 삼성을 흔들었다는건 누구든 흔들수 있단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