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우정의 발걸음, 큰 선물
2024년 5월 14일 화요일의 일이다.
낮 12시에 내 고향땅 문경시내 능이전골 전문의 ‘호미식당’에서 초등학교 동기동창 친구들과 점심을 같이 했다.
내 나이 일흔일곱으로 희수(喜壽) 생일을 맞아, 아내가 특별한 마음씀씀이로 챙긴 잔치판 오찬이었다.
점심 뒤에는, 이날 자리에 함께 한 같은 초등학교 동기동창인 황선용 친구가 인근 카페에서 뒤풀이 자리를 마련했다.
내 마음에 흡족하게 담긴 우정의 선물이었다.
케이크에 촛불을 켰고, 생일 노래까지 합창으로 불러줬다.
케이크를 자르고, 자른 케이크 한 조각을 서둘러 먹었다.
다 먹기도 전에, 그 자리를 떴다.
서울로 올라갈 일정이 급해서였다.
이날은 내가 소속된 서울중앙법무사회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날로, 내가 달려가서 꼭 한 표를 보태줘야 할 검찰수사관 후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풍경을 즐겼다.
그 풍경 속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서울에서 터 잡아 살고 있는 친구들 얼굴이었다.
어차피 서울 가는 길이니, 그 친구들도 좀 만나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하룻밤 머물 것도 아니고, 다시 내 사는 문경으로 되돌아와야 할 것이어서, 만날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다.
고민해봤자 도리 없었다.
일단 떠오른 얼굴들이었으니, 만나는 쪽으로 이미 생각이 기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김점숙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야 말았다.
서울에서도 살다가 고향땅 문경으로 내려와서도 살다가, 오며가며 유유자적하는 일상이어서, 적어도 그 친구는 나오겠다 싶어서였다.
“오늘 오후 5시쯤에 동서울터미널 부근에서 만나 이른 저녁을 좀 하세. 두루두루 연락 좀 해주시게. 억지로 모일 것은 아니고, 시간적 여유 있는 친구들만 해서 번개팅으로 만나세. 내가 일흔일곱 나이의 생일이 되어서 오늘 점심은 점촌에서 했으니, 저녁은 서울 친구들과 좀 하고 싶어서 그래.”
그렇게 번개팅 제안을 했고, 흔쾌한 승낙을 받았다.
그렇게 모인 친구들, 최규환이고 황대식이고 박낙현이고 백수향이고 홍도화이고 김점숙이고 해서, 모두 여섯이었다.
빈손으로 오지도 않았다.
최규환이는 고향으로 내려갈 티켓에 아내를 위한 양산을 선물했고, 백수향이는 설거지용 수세미에 칫솔 한 보따리를 선물했고, 다른 친구들은 뜬금없는 연락에도 득달같이 달려 나온 우정의 발걸음들을 선물했다.
그 모든 선물보다도 나를 더 없이 감동케 한 선물이 있었다.
백수향이의 칭찬 한 마디, 바로 그 선물이었다.
내가 그동안 20여 년 세월을 온라인에서 써온 그 모든 글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는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
곧 이 한 마디였다.
“나 오늘, 먼 길을 마다않고 여기 나온 이유가 있어. 원섭이 야 칭찬해주려고 나온 거야. 우리들 단톡방에 좋은 글을 써줘서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리고 원섭이 아내도 칭찬해줘야 해. 그렇게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내의 역할도 칭찬 받아 마땅해. 선물도 그 아내를 위해서 준비해 온 거야.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언제 어디서 만나도 단박에 알아 볼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