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맹주 검성 독고진천은 일단 회의 결론은 그렇게 내렸 지만 그것만으로 안심하고 노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 녀석이 주장한 일이라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 마 교의 간자들을 잡아낸 놈이니까.' 그는 자기가 휴식을 취하는 작은 숲으로 갔다. 그러면서 숲 을 지키는 매복조의 조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유성이를 알 게다. 그 녀석을 좀 데려오너라. 가급적이면 조용히." 주유성은 처음으로 숲 속으로 들어왔다. 바깥에서 돗자리 펴고 논 적은 많아도 안에까지 온 것은 처음이다. "이야, 숲에 진이 설치돼 있네요?" 안내를 하던 매복조 조장이 자부심을 가지고 말했다. "역시 구명대협은 훌륭한 진법가이십니다. 이 숲 자체가 진법에 의해서 만들어져 있습니다. 무림맹주님을 보호하기 위해서지요." "숲을 통째로? 우와, 돈 많이 들었겠다." "상당한 비용을 투입했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이 정도 진으로 침입자가 막아져요? 그 할아버지를 상대할 사람이라면 이 정도 진에 현혹되지는 않을 텐데. 현혹 될 정도의 하수는 들어와 봤자 위협이 되지 못하잖아요. 이거 완전히 돈지랄이네." 주유성의 냉정한 평가에 조장은 할 말이 없어졌다. "그, 그것이." "하여간 어디서 서류만 가지고 탁상공론으로 결정했나 보 네요. 조경공사를 하려면 현실도 좀 생각하고 하지." 투덜대던 주유성의 앞에 환한 공간이 나타났다. 숲의 한가 운데는 넓은 공터였다. 그곳에는 정자와 작은 집 한 채가 있 었다. 조그마한 텃밭도 하나 있었지만 거기에는 잡초만 무성 했다. 조장이 숲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이 앞은 맹주님의 공간. 저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럼." 독고진천은 정자에 앉아 있었다. 주유성이 독고진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우와, 밭은 잡초를 키우고, 저 집은 청소는 고사하고 거미 줄이 가득이네. 할아버지, 쓰지도 않을 밭이나 집은 왜 만들 었어요?" 독고진천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여기서 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 집이 왜 필요하며, 먹 을 것을 키워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밭이 왜 필요하겠냐?" "비 오면요? 집에 안 들어가세요?" "비가 오시는데 청승맞게 여기를 왜 와?" "이것도 돈지랄이네. 하여간 저는 왜 부르셨어요?" "네 이야기는 취걸개 장로로부터 전해 들었다. 사황성이 이번 일을 우리 짓으로 생각한다고?"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못해서 넘치니까 대비를 하라는 거죠. 마교에 바보만 있을 리는 없잖아요." "그런데 그 대비를 하기가 마땅치 않구나. 우리 무림맹은 이번 사황성의 움직임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잘못 움직이면 사황성이 정말로 우리를 의심할 수 있 다는 것이 내부적인 결론이다." "에? 아니, 그럼 다른 대책을 세워야지 손 놓고 있겠다는 거예요." "손놓고 있으면 안 되지. 그래서 내가 직접 손을 좀 쓰기 로 했다." 주유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잘 생각하셨어요. 철저히 해야 할 거예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수고를 아끼지 않겠다니 내 마음이 다 뿌듯하구나." "네? 수고를 아끼지 않다니요? 누가요?" "너지 누구겠냐?" 주유성이 펄쩍 뛰었다. "무림맹의 일을 무림맹이 해야지, 왜 상인인 제가 수고를 해요?" 필요할 때는 단골로 팔아먹는 것이 상인이라는 소리다. 하 지만 무림맹주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았다. 독고진천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너에게까지 공개되지 않은 기밀 정보들을 가지고 분석한 결론에 의하면, 우리 무림맹이 직접 움직이면 사황성을 자극 한다고 결론이 났다." "그 이야기는 했잖아요." "우리 무림맹의 인물들이 움직여도 마찬가지다." "그, 그렇다고 나를..." "마침 무림맹에 소속되지 않았으면서 무공이 뛰어나고 지략이 높은 사람이 몇이 있지. 그들의 나이가 모두 젊고 세 상 경험이 없으니 이참에 중원의 경치를 구경하고 싶지 않 겠냐?" 주유성이 독고진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비열해요!" "네 녀석은 서현에 처박혀 있던 게으름뱅이지. 외가가 당 가라고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너는 상인 집안의 아들이다. 그 리고 마침 검각, 독곡, 남해검문에서 한 명씩의 후기지수들이 와 있구나. 북해빙궁은 고맙게도 두 명이나 와 있지. 무공이 약한 녀석은 하나도 없어. 그들은 모두 우리 무림맹과는 친분 을 유지하고 있을 뿐 직접적인 소속 관계가 아니다." "다들 무공이 세면 나 하나쯤 빠져도 되잖아요." "그런데 그중에 머리를 제일 잘 쓰는 놈은 너지. 흐흐흐. 넌 빠져나갈 수 없다." 주유성의 얼굴이 노래졌다. "도대체 뭘 시키려고요?" "별것 아니다. 사황성이 소집한 부대를 쫓아다니면서 그들 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목표를 알아내면 즉시 보고하기. 정보 수집은 다른 녀석들이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모아 목표를 짐작해 내려면 너처럼 머리 좋은 놈이 반드시 끼어 있어야 해." "그럼 무공이 강할 필요가 뭐예요? 머리 좋은 사람만 있으 면 되잖아요?" "위험하니까. 일이 잘못돼서 사황성의 공격을 받게 되면 강한 무공이 있어야 빠져나올 수 있으니까." "무림맹에서도 무슨 비밀 첩보 부대나 정보 조직 그런 거 있 을 거 아녜요? 그 사람들은 뭐 하고 봉급받는대요?" "말했잖느냐? 우리가 직접 움직이다간 곤란하다고." "그거야 당연한 첩보 수집 활동 같은데요?" 독고진천은 주유성이 잘 안 넘어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래서 일부러 한숨을 쉬었다. "휴우. 우리 무림맹에 사황성의 첩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 는 건 아니겠지. 혹여 내부자를 풀었는데 그 소식이 사황성 으로 넘어가면 곤란해진다. 그래서 내가 직접 너에게 이야기 하는 거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요?" 독고진천이 정색을 했다. "만약 일이 잘못돼서 마교와 싸우러 가던 사황성이 칼을 우리에게 돌리면 정말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거야. 잘못해서 사황성과 우리가 전면전이라도 벌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까? 차마 상상하기도 끔찍하구나." 지금까지 한 말은 태반이 공갈이고 거짓말이다. 첩보 부대 는 원래 그런 일 하라고 있는 것이다. 주유성이 투입되든 말 든 무림맹의 첩보 부대는 사황성의 부대 이동을 감시하러 움 직이게 되어 있다. 사안이 중요하니 여러 부대를 동원하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주유성은 무림 돌아가는 세부 구조를 모른다. 그걸 알 만큼 무림 경험도 없고 무림 이야기를 듣지도 않았다. 주 워들은 몇 마디를 가지고 짐작해 보면 이상함이 잔뜩 느껴진 다. 하지만 무림의 생리를 정확히 모르니 자기 고집만 피울 수는 없다. 더구나 사람들이 많이 죽을 거라는 협박을 들으니 마음이 약해졌다. 주유성이 대답을 못하고 있자 독고진천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너와 다른 아이들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 다. 너희들은 무림맹과 공식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지. 가장 안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라 경솔히 일을 처리할 수 없다. 부탁한다." 주유성의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하기 싫어 죽을 일이다. 하지만 그는 애꿎은 사람 목숨에 약하다. "아, 알았어요." 마침내 주유성이 항복했다. "고맙구나. 네 신세는 잊지 않으마. 대가로 내 무공이라도 전수하마. 삼음용조수가 어떠냐?" "필요없거든요?" 주유성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숲을 나섰다. 주유성이 완 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검성 독고진천이 소리 내서 웃었다. "으하하하! 요 녀석, 아수라환상대진의 사건을 듣고 너를 부려먹을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제대로 먹히는구 나. 이제 넌 내 손 안에 있다. 이렇게 무림맹의 일을 하다가 아주 내 제자라도 되려무나. 으흐흐흐." 독고진천은 유쾌했다. 주유성과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즐거웠다. 일행은 무림맹주의 직접 섭외에 의해서 꾸며졌다. 주유성 은 시건방진 구석이 있어 바락바락 대들었지만 다른 사람들 은 검성이 부탁하는데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 검옥월은 일행을 주유성이 이끈다는 소리를 듣고 임무를 즉시 받아들였다. "부탁이라니요. 중원무림의 평화를 위해서 제 미력한 힘이 나마 도움이 된다면 영광입니다." 그녀의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에 검성은 마음이 흡족했다. "고맙군. 이화월백검이 제자를 제대로 키웠어." 검옥월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 북해빙궁의 냉소천과 냉소미 남매도 즉시 허락했다. "검성께서 하신 부탁을 거절함은 예의가 아닙니다." 냉소천은 부탁을 들어주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 혹시나 써 먹을 기회가 있으까 해서다. 그는 주유성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정확히 말하면 북해빙 궁이 주유성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주유성이 그냥 가자고 해 서 갈 놈은 절대로 아님도 잘 안다. 할 수 없이 어떻게든 자기 동생과 깊은 관계로 만든 후 꼬 드겨서 데려가기로 북해에서부터 합의했다. 하지만 일이 잘 되지 않아서 그의 속이 다 탔다. 그런 때에 이런 기회는 돈을 주고라도 사들일 만한 것이다. 남만 독곡의 독원동은 얼굴이 시커메졌다. "주유성과 함께 가야 한다고요?" 무림맹에서는 곁을 맴돌아도 후환이 별로 없다. 하지만 함 께 다니라는 소리를 듣자 본능적으로 두려웠다. 그 표정에서 거절의 눈치를 챈 검성이 먼저 슬쩍 찔렀다. "무림맹주인 내가 부탁하는데 싫다는 건가? 할 수 없지." 독원동은 그 은근한 협박에 갈등했다. 검성이 기회를 놓치 지 않고 급소를 찔렀다. "하긴. 독곡 정도 되면 무림맹주 따위는 우습게볼 만도 하 지. 이거 내가 공연히 검성이라는 무림명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는군. 나 같은 실력도 없는 늙은이에게 는 과분해. 이참에 독곡에 연락해서 사과라도 해야겠어." 그게 진심일 리가 없다는 것은 독원동도 잘 안다. 독곡은 중원무림의 분위기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더구나 독원동은 독공을 잃어 이제 독곡에서 눈칫밥 먹는 상태다. 검성이 독곡 에 사과는 고사하고 불평 한마디만 넣어도 독원동은 박살이 난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는 하도 기뻐서 미처 말을 못했던 겁니다. 가겠습니다. 당연히 가야지요. 검성께서 하신 말씀 인데 지옥의 불구덩이라도 못 들어가겠습니까?" 마지막 대상자는 파무준이다. 파무준 역시 독원동처럼 얼 굴이 질렸다. 그러나 독원동의 표정이 공포에 가깝다면 파무 준은 싫은 것의 소리를 들은 표정이다. "주유성 그자와 함께 말입니까?" "왜? 싫어?" 파무준은 싫다. 주유성과 함께 가기 싫다. 그런데 눈앞의 사람은 검성이다. 검왕도 아니고 검성이다. 남해검문처럼 검을 다루는 문파에서 최고로 우러르는 사람이 고 극복의 최종 목표로 삼는 사람이다. 당연히 검성이 남해검문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파 무준이 뒷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아닙니다. 가야지요. 가시라면 가야지요." 주유성 일행은 총 여섯 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검성의 독단에 의해서 주유성이 일행의 조장이 되었다. 그들은 말을 타고 움직였다. 원래 주유성의 성격이라면 말 등에 반쯤 누워 천천히 타박거리며 가야 한다. 하지만 아차 하면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갈 일이라 그러지 못했다. 주유성은 가는 내내 투덜댔다. "힘들어. 목말라. 배고파." 그는 입을 쓰는 데는 조금도 게으르지 않았다. * * * 혈마가 이천여 명의 무사들을 모아놓고 일장연설을 했다. 그 내용은 복수를 확실히 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목표가 어디인지까지 밝히지는 않았다. 그런 것은 수 뇌부의 몇 명만 아는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선언했다. "이제 너희들을 응징 부대라고 명명한다." 혈마는 응징 부대의 대장으로 혈혼수라 종소두를 삼았다. 응징 부대를 만들기 위해서 동원한 사십 개의 전투 부대 중 가장 강한 부대의 대장이 종소두다. 그의 수라삼천도법은 무 림의 절기로 알려져 있다. 그가 사황성에 투신하기 전에 그의 수라삼천도법에 죽은 무림인의 수는 다 세기도 힘들다. 사황성 응징 부대에는 종소두 말고도 무림명을 가진 유명 고수들이 잔뜩 포진해 있었다. 일단 사십 개의 전투 부대 대장 전원이 무림명이 있었고, 그 외에도 수많은 고수들이 득실거 렸다. 대장들을 포함한 고수 숫자를 다 세면 이백여 명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일류와 이류고수였다. 삼류무사는 통틀어도 한 줌밖에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정예 중의 정예 부대였다. 혈마가 이동하기 시작하는 응징 부대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총관, 보고만 있어도 든든하지?" "오랜 세월 성주님께서 사황성의 힘을 키워온 결과입니다." "나보다 자네가 수고했지. 그리고 저 강력한 부대가 단지 우리가 모은 힘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면 난 행복하다네." "각 사파의 무사들까지 모두 동원한다면 우리를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설사 황제라도 우리를 무시하지는 못합 니다." "크흐흐. 그래. 그리고 이건 그 시작이야. 무림맹 놈들, 감 히 우리를 건드려?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지." "철저히 부숴야 감히 도발하지 못합니다. 그놈들은 마교와 싸우다가 같이 망해야지요. 우리가 아니라." "걱정 마. 종소두한테 무림맹에서 보낸 부대를 만나면 아 예 몰살시켜 버리라고 해뒀어." * * * 이천여 명의 사황성 무사로 구성된 응징 부대가 움직였다 는 소식이 무림 전체에 빠르게 퍼졌다. 천마는 그 소리를 듣고 즐겁게 웃었다. "크하하하! 모든 것은 마뇌 자네의 생각대로군." "모든 것은 교주님 덕분입니다." "멋지게 뒤통수를 쳤어. 사황성 놈들, 감히 우리와 무림맹 을 싸움 붙이려고 해? 건방지고 또 건방지군." "교주님의 무림제패가 머지않았습니다." "그래. 마뇌 자네의 공이 커. 이번 일이 잘 처리되면 내 크 게 포상하지." "영광 또 영광입니다." * * * 응징 부대를 보내고 며칠이 지나자 혈마의 안색이 상당히 나빠졌다. "왜 무림맹 놈들이 대응하지 않는 거지? 비각주, 뭔가 알아 낸 것은 없냐?" 정보의 수집은 원래 사황성 비각의 임무다. 그러나 비각이 라고 해서 무림맹 수뇌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림맹은 현재 경계 상태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계 등급이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우리 응징 부대가 자기들을 치러 가면 당연히 대응 부대가 나와야 하잖아." 총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성주님, 아무래도 무림맹은 잡아떼려는 것 같습니다." "잡아떼?" "우리는 응징 부대의 목표가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림맹이 들고일어나면 자기네가 범인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놈들이 범인인데 인정 안 하면 어쩌겠다는 거야? 설사 범인이 아니더라도 이게 가만있으면 해결되는 일인가?" "끝까지 모르쇠로 나가겠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범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총관, 내가 말했잖아. 무림맹은 범인이어야 해." 총관도 그건 안다. '우리는 외통수에 걸려 있으니까.' "그럼 어쩌실 생각이신지요? 그 전력으로 무림맹을 직접 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입니다." 혈마가 잠시 생각하더니 눈을 빛내며 말했다. "무림맹이 대응 부대를 내놓지 않아도 상관없어. 인원수 많은 적당한 정파를 친다." 총관의 안색이 변했다. "성주님, 만약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중 하나에 공개적으 로 쳐들어가면 전면전을 감수해야 합니다." "총관, 나는 바보가 아니다. 숫자만 많고 손쉬운 문파를 골 라야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응징이다. 우리를 건드리면 그 이상의 응징을 한다는 것을 우리가 끌어들인 수많은 문파들 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바보짓은 하지 않아." * * * 사황성 응징 부대는 야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임무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멀쩡한 도시나 마을 에 들어가 약탈을 하다가 일이 꼬이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사파의 무사들이 이만큼이나 모였는데 사고 를 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일을 너무 크게 벌이면 황제의 군 대를 상대해야 한다. 그들의 힘이 강력하고 수가 많지만 황제 의 군대는 그 끝이 얼마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래서 종소두는 야영을 택했다. 그래도 술과 고기를 쌓아 놓고 부어라 마셔라 하며 편하게 야영했다. 그러면서도 경계 무사를 잔뜩 깔아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이 한참 멀리 보이는 곳에 주유성 일행이 숨어 있었다. 요리를 조리해 먹으려면 불을 피워야 하고 그러면 들킬 위험 이 그만큼 증가한다. 그래서 그들은 벌써 며칠째 마른 음식을 씹었다. 주유성은 함부로 몸을 굴려 때가 꼬질꼬질하게 끼어 있고 옷은 더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상황이 좀 나았지만 주유성은 빠른 속도로 거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주유성이 불평했다. "아무리 내 혀가 궁극의 경지에 도달했다고는 하지만 매일 말린 고기와 말린 과일만 먹다니. 아,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 다." 검옥월에게는 이런 음식이 익숙하다. 오히려 폐관 수련을 할 때 먹은 것에 비하면 이건 진수성찬이다. 그녀는 주유성의 바로 옆에 앉아서 말했다. "주 공자, 임무가 끝나면 제대로 먹기로 해요." 그때, 정찰을 나갔던 냉소천이 돌아왔다. "놈들이 움직인다." 늘어져 있던 주유성이 발딱 일어섰다. "이 시간에?" "그렇다. 순식간에 정리를 끝내고 이동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주유성을 쳐다보았다. 정보 분석 및 판단이 주유 성의 임무다. 그것이 주유성을 조장으로 삼은 명분이기도 하 다. 그리고 주유성은 답을 알고 있다. "아이고, 큰일났네. 이놈들이 목표를 찾았나 보다." "주 공자, 목표라니요?" "생각해 봐요. 야영지까지 차려놓고 밤에 갑자기 이동이라 니요. 그건 어딘가 습격할 곳을 찾았다는 소리지요. 그리고 밤에 움직이기 시작하면 목표가 아침이 되기 전에 도착할 만 한 거리에 있다는 뜻이잖아요." 사람들의 얼굴이 굳었다. 주유성은 독고진천에게서 받아 온 무림문파 세력 배치 지도를 꺼내서 펼쳤다. "어디 보자. 이 근처에 무슨 문파들이 있나. 여긴가? 문도 수가 백 명? 너무 작아. 한입거리를 처리하려고 저 짓을 할 리 가 없지. 그럼 여긴가? 아냐, 여긴 거리가 너무 멀어. 그럼... 으악! 큰일났다!" "왜요? 어디인데요?" "여기요. 오협련. 문도 수 이천. 누구 오협련이 어디인지 알아요?" 독곡은 중원무림에 관심이 많다. 그곳에서 온 독원동이 즉 시 대답했다. "예. 정파 다섯 고이 연합하여 만든 문파입니다. 다섯 명이 공동으로 문주를 맡고 있는 특이한 곳입니다." 독원동이 뭔가 알자 주유성의 어투가 즉시 반말로 바뀌었다. "여기 강하냐?" "연합하기 전 원래 문파들도 그리 강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적당히 힘을 쓰는 문파들이 하나로 합쳐 새로운 강자가 된 지 십 년 정도 된 곳입니다. 전통있는 명문대파에 비하면 한 수 처지는 곳입니다." 주유성이 지도를 탁 짚었다. "여기예요. 그동안 본 저놈들의 이동속도라면 여기에 동트 기 전에 도착할 수 있어요. 이 새끼들. 다 같이 힘 모아 살아 보겠다는 문파를 골라서 밟으려고 하네." 파무준이 반발했다. "그 생각이 잘못됐다면? 이 근처에 마교의 비밀 분타라도 하나 있으면 어쩌려고? 우리는 함부로 대응할 수 없다." "닥쳐." "그러지." 파무준은 즉시 찌그러들었다. 주유성에게 수작을 걸었다가 얻어맞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유성이 사람들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일단 즉시 전서구 날려요. 무림맹에 소식을 전해야지요." 검옥월이 즉시 대답했다. "하지만 주 공자, 무림맹이 지금 알아서는 늦어요. 습격은 동이 트기 전에 이뤄질 거라면서요?" "그게 문제예요. 시간을 끌어야지요. 우리가 가서 그 다섯 문파 사람들을 도망치게 해야 해요." "그들이 우리 말을 믿을까요?" "안 믿으면 다 죽어요. 저놈들, 자신있으니까 공격하러 가 는 거예요." 전서구를 날린 직후에 그들은 말을 타고 달렸다. 응징 부대보다 유리한 점은 있었다. 응징 부대는 대부분 걸 어다녔다. 경공으로 미리 공력을 소모하면 싸움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이동 속도는 빠른 걸음 정도였다. 반면에 주유성 일행은 말을 타고 달렸다. 마음이 초조하니 말을 더 열심히 달렸다. 그들이 마침내 오협련의 정문에 도착하자 말들은 입에서 거품을 물고 있었다. 조금만 더 달렸으면 모든 말이 쓰러져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오협련은 거대문파다. 그 지역에 있던 다섯 개의 중견 규모 문파가 힘 좀 써보겠다고 햡쳐져서 만든 곳이다. 그러다 보니 정문이 특히나 으리으리했다. 그리고 그 정문에는 두 명의 무 사가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었다. "누군지 신분을 밝히시오!" 무사로서는 마땅히 해야 하는 행동이다. 더구나 그들이 보 는 상대는 다섯 명 모두 새파랗게 젊다. 오랫동안 응징 부대 를 감시하느라 꼴도 말이 아니다. 특히 게으른 주유성은 개방 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더러웠다. 도저히 허리부터 굽힐 상 대로 보이지 않았다. 주유성이 앞으로 나서며 급히 말했다. "비상사태입니다. 문주님들을 지금 당장 봐야겠어요." 무사가 배짱을 튕겼다. "문주님은 아무나 뵐 수 있는 분이 아니오. 적당한 신분을 밝히지 못한다면 아침에 오시오.그때 근무자에게 이야기하면 소식을 넣어줄 것이오. 운이 좋으면 만나겠지." 파무준이 튀어 나왔다. "네 이놈들! 우리는 무림맹에서 나왔다. 어서 문을 열지 못 하겠느냐?" 두 무사는 찔끔했다. 무림맹에서 보낸 손님이라면 문전박 대하기 곤란하다. "죄송합니다." 고개부터 꾸벅 숙였다. 파무준의 얼굴에 어떠냐는 기색이 만연했다. 무사 하나가 곧바로 고개를 들고 질문했다. "그럼 무림맹에서 오셨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신지요? 예를 들면 신분패라던가 하는." 파무준은 당황했다.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그들은 공 식적으로 무림맹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조직이다. 만약 사황 성에 붙잡혀도 무림맹은 부인하기로 되어 있었다. 파무준이 화를 냈다.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놈들이구나. 단칼에 죽고 싶으냐?" 그 정도 협박에 엎드린다면 이런 큰 문파의 문을 지킬 수 없다. 더구나 지금은 정파들에게 경계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 다. 젊은 놈 몇이 와서 무림맹에서 왔다고 설쳐 대도 그대로 믿어줄 수는 없다. 파무준의 협박에 두 무사가 바짝 긴장하며 한 걸음 물러섰 다. 주유성이 파무준을 말렸다. "넌 빠져." "그러지." 날뛰던 파무준이 즉시 물러섰다. 무사 두 명은 이제 주유성 일행을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쳐 다보고 있었다. 주유성의 상태는 특히 심해서 정말 거지꼴이 나 다름없었다. 주유성이 다가가며 말했다. "우리는 무림맹에서 왔어요. 그건 틀림없어요." "신분을 증명할 수 없으면 아침에 오시오." "아침이면 늦어요. 지금 좀 봐야겠어요." 무사 중 한 명이 손을 품속으로 재빨리 집어넣었다. 주유성이 벼락같이 들이닥쳤다. 막 꺼내 드는 호각을 잡아 챘다. 두 손을 뻗어 무사들의 어깨를 잡더니 휙 끌어당겼다. 두 무사가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자빠졌다. "미안해요." 짧게 사과하며 대문을 힘차게 열었다. 오협련도 바지저고리는 아니다. 이천여 명의 문도가 있고 경계령도 내려져 있다. 곳곳에 매복자들이 숨어 있다. 비상대 기 무사들도 여럿 있다. 그들이 주유성 일행을 발견하고 후다 닥 튀어나왔다. 덩치가 건장한 중년인 하나가 걸어나오며 소리쳤다. "어떤 놈들이 감히 오협련에 와서 행패냐!" 주유성 일행 여섯 명은 커다란 마당에 들어섰다. 냉소미가 불만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밀어닥칠 거면 문을 지키는 사람들을 자빠뜨린 보 람도 없네." 주유성도 생각이 있어서 한 짓이다. "그래도 여기 들어와서 저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됐 잖아. 호각 불게 봐뒀으면 바깥에서 이 일을 치러야 해. 그럼 사람들에게 소무나. 지금은 그래도 되는 때가 아니야." 주유성이 포권을 했다. "우리는 무림맹에서 왔습니다. 시급한 사건이 생겨 문주님 들을 뵙고 싶습니다." 중년인은 삼환벽력도 팽고의였다. 패도적인 도법을 쓰는 자로 하북팽가와 연이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가 오늘 밤 오협련의 야간 당직 책임자였다. "야밤에 쳐들어와서는 무림맹이라고? 증명은 할 수 있나?" "못하는데요." 팽고의가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들! 감히 우리를 놀려? 뭣들 하느냐? 저놈들을 당 장 잡아라!" 무사들이 즉시 병장기를 뽑고 몰려들었다. 주유성이 재빨리 동료들에게 말했다. "칼 쓰지 마요. 다치게 하지 마요. 적당히 물리쳐요. 독원 동, 독 쓰면 죽을 줄 알아. 파무준, 내가 그 칼 잡은 손모가지 분질러 버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주유성이 앞으로 몸을 날리며 외쳤다. "사람 말 좀 믿어요!" 주유성의 앞을 무사들이 우르르 막아섰다. 검과 창, 도와 주먹, 화살 등이 요란하게 날아왔다. 주유성의 몸이 빠르게 흔들거렸다. 검을 피하면 창이 기다 린다. 창을 피해 몸을 비틀면 도가 공간을 가른다. 몸을 뒤로 바짝 뉘면서도 발은 전진한다. 낮아진 머리를 향해 주먹이 날 아온다. 그 상태에서 몸을 빙글 회전시키며 뒤튼다. 그가 있 는 곳으로 화살이 날아온다. 화살이 도착할 때 그 공간은 이 미 비어 있다. 주유성이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사람들이 벽처럼 늘어서 며 병장기를 휘둘렀다. 그의 몸은 이리저리 심하게 흔들리며 그 사이를 빠져나갔다. 팽고의는 바짝 긴장하며 외쳤다. "대단한 고수구나!" 다른 다섯 명은 다가오는 사람들을 다치지 않게 밀어내느 라 여념이 없다. 그들의 실력이 높고 상대는 일반 무사들이라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힐끗거리며 주유성의 동작을 훔쳐봤다. 검옥월은 이미 주유성이 보통 실력이 아님을 안다. "역시 주 공자는 다르네요." 독원동은 주유성이 미래의 독성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역시 형님은 대단하시네." 파무준은 주유성과 검을 겨뤄 완벽하게 깨진 경험이 있다. "무서운 놈." 냉소천은 주유성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비무대회 때 보 고 깨달았다. "생각보다 대단하군." 냉소미만 주유성의 실력을 처음 봤다. "어머나. 오빠, 멋쟁이. 달려!" 팽고의는 주유성이 창칼의 파도를 빠져나오며 자신을 향 해 다가오자 검을 들며 소리쳤다. "오호대, 놈을 쳐라. 죽여도 상관없다!" 오호대는 오협련의 다섯 문파에서 한 명씩 뽑아 편성한 고 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오협련에는 오호대나 오룡대, 오랑대 등등의 정예 부대가 있었고 오늘 밤 대기조가 오호대였다. 고 르고 골라 뽑은 인재들이라 상당한 고수들이었다. 팽고의의 옆에서 긴장한 눈으로 보고 있던 다섯 명의 고수 가 즉시 몸을 날렸다. 그들의 손에는 다양한 무기가 들려 있 었다. 제일 먼저 오호 중 궁호가 주유성에게 활을 겨눴다. 그는 활 하나에 세 대의 화살을 동시에 걸어놓고 날렸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화살을 날리고는 즉시 세 발의 화살을 새로 뽑아 들었다. 엄청난 속사였다. 주유성이 손을 휘휘 흔들었다. 날아온 세 대의 화살이 즉시 그의 손에 빨려들었다. 그걸로 상대를 찌를 수는 없으니 곧바 로 땅에 던져 버렸다. 오호대의 다른 네 명이 주유성에게 달려들었다. 제일 먼저 창이 날아왔다. 창날 끝에 시퍼런 기가 감돌았 다. 사람 몸쯤은 몇 개라도 동시에 뚫어버릴 수 있는 관통력 을 가진 창기였다. 그 끝이 주유성의 심장을 노렸다. 주유성이 허리를 흔들었다. 창날이 간발의 차이로 몸을 스 쳐 겨드랑이 사이로 지나갔다. 주유성은 팔을 몸통에 콱 붙여 겨드랑이로 창대를 잡았다. 창호가 경악성을 질렀다. "헛!" 창이 마치 바위에라고 박힌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창을 잡기 위해서 주유성의 걸음도 정지했다. 그런 그를 노 리고 도호가 달려들었다. 그의 도가 도기를 뿌리며 수평으로 그어졌다. 주유성의 몸통을 위아래고 두 토막 낼 것 같은 기 세였다. 주유성이 손바닥을 아래로 내려쳤다. 날아들던 도의 옆면 을 후려쳤다. 도호가 충격에 비명을 질렀다. "크악!" 도를 따라 강력한 충격이 타고 넘어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 니 그의 도는 땅에 처박혀 있었다. 주유성이 발로 도를 밟았 다. 도호는 눌리지 않기 위해서 내공을 끌어올려 도를 들어올 리려고 했다. 그러나 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주유성의 겨드랑이는 창에, 그리고 한 발은 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틈을 보고 검호가 달려들었다. 검이 요란한 잔상을 만들며 날카롭게 날아왔다. 주유성이 발로 밟고 있던 도를 툭 걷어찼다. 도호가 위로 들 어올리려고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도는 빠르게 솟구쳤다. 주유성이 손을 뻗어 그 도의 뒤쪽을 수평으로 탁 쳤다. 도 가 옆으로 튕겨 나갔다. 도와 검이 정통으로 충돌했다. "커윽!" 그 두 개의 무기는 순간적으로 서로 날을 밀며 경쟁하는 상 태가 되었다. 주유성은 들리는 신음 소리를 무시하고 발을 높이 들어 도 와 검이 닿은 열십 자의 중심 부분을 콱 밟았다. 도와 검이 즉시 바닥으로 처박혔다. 흙바닥에 깊숙이 꽂혔 고 그 위를 주유성이 바로 밟고 있었다. 기회를 보던 권호가 달려들었다. 그는 자신의 두 주먹을 믿 었다. 그의 주먹에는 바위라도 때려 부술 힘이 있었다. 움직 임이 많이 제한된 주유성을 노리고 주먹을 날렸다. 검호와 도 호도 조금 전처럼 주유성이 발을 떼면 그 즉시 반격하려고 기 회를 잔뜩 보고 있었다. 주유성이 빈손을 뻗어 권호의 주먹을 잡았다. 권호는 자기 주먹이 마치 솜뭉치에라도 빨려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 주유성의 손은 권호의 주먹을 타고 넘더니 완맥을 잡았다. 권호가 작은 신음 소리를 냈다. "억!" 어느새 완맥을 제대로 제압당했다. 자기보다 고수에게 완맥 을 잡히면 팔이라도 잘라 버리기 전에는 빠져나오기 어렵다. 오호대 중 네 명이 주유성에게 붙잡혔다. 모두 자기 무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궁호가 세 발의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주유성이 궁호를 보고 땅에 버려둔 세 대의 화살에 눈짓을 했다. 궁호는 시위를 한껏 당기고 있었다. 하지만 발사할 수 없었 다. 조금 전에 얼마나 손쉽게 화살이 잡혔는지 눈으로 봤는데 같은 수를 쓸 수는 없었다. 주유성이 날아가는 화살에 조금만 수작을 부리면 동료들을 맞힐 위험도 있다. 싸움은 이미 중단되었다. 백여 명이 넘는 무사들이 주유성 을 보며 움직임을 멈췄다. 나머지 일행도 주유성의 무공이 자기들이 생각하던 것보 다 더 뛰어나자 말을 못하고 있었다. 주유성이 오호대를 제압한 상태에서 팽고의를 돌아보고 말했다. "문주님들 좀 뵙죠?" 팽고의가 자기 도를 신중히 뽑아 꽉 움켜진 채 말했다. "나를 꺾어라. 그러면 네가 싫어도 그분들을 보게 될 것이 다." 주유성이 깡총 뛰었다. '깡총'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동작이었다. 도검을 밟고 있던 발의 기운을 상당히 풀었다. 도와 검이 즉시 위로 솟아올랐다. 그걸 밟고 있던 주유성의 몸도 마찬가 지로 솟아올랐다. 거기에 더해서 몸을 가볍게 하고 발을 슬쩍 튕겼다. 창은 바짝 당겨지고 있었다. 공중에 뜬 주유성의 몸도 앞으 로 당겨졌다. 완맥을 쥐고 있던 손은 이미 풀어버린 후다. 주유성의 몸이 가만있던 상태에서 위로 솟아올랐다. 마땅 히 준비 동작 없이 솟아올랐고 앞으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 아갔다. 팽고의는 바짝 긴장했다. '이만큼을 뛰어오르는데 준비 동작이 없었다.' 자기보고 하라고 하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폭 급하기로 이름난 팽가의 도를 받았다. 기죽지 않고 내력을 끌 어올렸다. 주유성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공중을 유영하듯 나풀거리 는 모습이었다. '공중에서는 움직임에 제한이 크지. 그 자만심에 대한 대 가를 치르게 하겠다.' 팽고의의 입에서 한줄기 기합이 터져 나왔다. "타핫!" 그의 도가 떨어지는 주유성을 노리고 거칠게 공간을 갈랐 다. 실력 차이를 절감하고 있으니 손속에 사정을 두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최선을 다한 공격이었다. 날아오던 주유성의 몸이 공중에서 회까닥 뒤집혔다. 그의 뒤집힌 등을 타고 팽고의의 도가 스쳐 지나갔다. 팽고의의 눈에 경악이 비쳤다. '공중에서 몸을 움직여?' 엄밀히 말하면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자세를 바꾼 것뿐이 다. 능공허도나 허공답보 같은 절정의 경공술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적절한 순간에 움직인 자세는 팽고의를 놀라게 하기 에는 충분했다. 주유성이 팽고의의 앞에 툭 떨어졌다. 팽고의의 눈앞에 바 짝 다가서며 말했다. "계속할 거예요?" 팽고의가 뒤로 후다닥 물러섰다. 그리고 도를 들어 주유성 을 겨누며 소리쳤다. "정체가 뭐냐!" "무림맹에서 왔다니까요." 팽고의의 도끝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증거를 대지 못하는 자의 말을 믿으라는 말이냐!" 그때, 팽고의의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고의야, 물러서라." 다섯 명의 남자가 걸어왔다. 그들의 뒤를 따라 수백 명의 무사들이 몰려나오고 있었다. 팽고의가 즉시 몸을 돌려 포권하며 말했다. "문주님들을 뵙습니다." 오협련을 구성하고 있는 다섯 문파의 문주들이 주유성에 게 다가왔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그중 하나가 말 을 걸었다. "소협이 무림맹에서 왔다? 하지만 우리가 믿을 만한 근거 는 없다는 거지?" 주유성은 난처했다. 정말로 무림맹 소속임을 증명할 것은 없다. 그들의 신분은 확실하다다. 그러나 모두 세외 문파 출 신이고 주유성은 상가 출신이다. 무림맹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원래부터 관계없는 사람만 골라서 모았으니 당연한 일 이다. "이거 미치겠네. 무림비무대회 본 사람들 있을 거잖아요. 저 아가씨가 올해 비무대회 우승자인 검각의 검옥월 소저거 든요?" 그것만 해도 손님으로서는 충분한 신분이다. 하지만 그뿐 이다. 어떠한 강제력도 없다. 문주 하나가 불편한 얼굴로 말했다. "귀한 분이 오셨군. 예의를 차려 왔다면 좋은 거처를 마련 해 줬겠지. 하지만 우리도 그리 좋은 대접을 받은 것 같지는 않군." 다른 문주도 맞장구를 쳤다. "뭐, 그래도 특별히 다친 녀석은 없어 보이니 다행이외다. 남의 집에 와서 칼을 함부로 놀렸다면 아무리 비무대회 우승 자라도 좋은 대접을 할 수는 없으니까." 주유성은 정말로 난처해졌다. 그때, 다섯 문주의 뒤에 있던 사람들 중 하나가 문주에게 다가가서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그뿐이 아니라 다른 무사들 중 일부가 주유성을 보며 쑥덕거렸다. 다섯 문주의 얼굴이 일순 크게 변했다. 귓속말을 들은 문주 가 주유성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대가 정말 구명대협 주유성이시오?" 주유성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게 왜 여기서 나와?' 그는 그렇게 불리는 것이 정말 싫다. 낯이 뜨겁기도 하고, 관심이 대상이 되는 것도 싫다. 하지만 지금 그걸 부정해서는 안 된다. 어쨌든 돌파구가 열렸다. "맞아요. 제가 주유성이에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이제는 모두에게 들릴 만큼 이다. "정말 구명대협이었어." "세상에. 완전히 거지꼴이어서 못 알아봤는데." "우리 이거 실수한 거 아냐?" 문주들이 기쁜 얼굴로 다가오며 포권을 했다. "하하하! 이거 구명대협을 직접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우리 아이들 중에도 지난번 그 진법에서 구명대협의 신세 를 진 녀석들이 제법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처음부터 신분을 밝히셨으면 이런 번거로운 일은 없 었을 텐데요." 주유성은 자신이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은 몰랐다. "환, 환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을. 어서 들어갑시다. 뭣들 하느냐. 구명대협께 서 동료 분들과 오셨다. 접객당을 비우고 자리를 마련해라. 일단 오시지요. 우선 차라도 한잔합시다." 조용한 이야기는 주유성도 기대하는 바다. "차 좀 빨리 마시죠? 급한 일이 있어서." |
첫댓글 즐독합니다
ㅎ늘 감사 히 잘읽고 갑니다
즐감 하고 갑니다
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