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관 탁구장에서 황혼에 만난 세 친구와 여행을 했다. 우리들 만남은 견우와 직녀의 슬픈 이별이 아니라 관포지교로 기쁨의 만남이다. 복지관 탁구장은 은하수 오작교가 되어 매일 매일이 기다려진다. 평일은 탁구를 치고 휴일에는 산에 가고 수시로 여행을 한다. 때론 셋이서 맛집을 찾고 카페를 즐긴다. 오늘은 셋이 시티투어를 했다. 오전 10시 반 여수엑스포역에서 출발하여 오후 4시에 오는 관광이다.
소호동 동동다리에서 무려 2시간 가까이 다리를 걸으며 한려수도 푸른물결에 취하였다.
'여붕이 몸을 희롱하니 여신이 여기로다 아으 동동다리' 동동은 민요로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진경(僻邪進慶)의 제의가로, 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가로 부른 노래다.
북서에 안심산이 동남에 가막만이 펼쳐진 소호동 동동다리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으며 식도락을 즐겼다. 친구 K는 대봉(大枾)을, Y는 온갖 생선회 김밥을 가져왔다.대봉이 어찌나 맛이 있던지 어렸을 적 겨울 날 장독대에 할머니가 감춰 논 감을 몰래 먹었던 맛이다.
동동다리는 740m 데크다리다. 2시간 동안 실컷 '아으 동동 다리'를 상기하며 친구들과 함께 즐겼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여수 고흥간 다리를 보는 순간 온통 설렘이다. 지금까지 몇 차례 왔지만 올 때 마다 새로운 기분이다. 인간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희로애락의 존재다. 아름다운 자연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 가짐은 언제나 젊었을 때와 같다. 도시를 나와서 밖의 공기를 마시니 절로 흥이 난다.
다리가 생겨 여수 고흥간 2시간 30분에 가던 길이 30분 만에 갈 수 있다. 섬에 사는 도서민들은 그간 섬에서 뭍에 나오려면 배를 타고 험난한 여정이었을 터인데 다리가 놔 졌으니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하는 생각에 내 마음까지 울렁댄다. 현직에 있을 때 섬에서 5년을 살아 봤다. 어느 해 추석이 내일인데 해상 주의보고가 내렸다. 정기 여객선이 끊겨 사선(私船)을 타게 되었다. 평소 여객선으로는 2시간 거리가 7시간 만에 왔다. 그런데 불법으로 일엽편주와 다를 바 없는 배를 타고 7시간 동안 넘실 대는 파도와 사투(死鬪)를 벌였다. 이제는 다리가 놓여 육지와 같이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제 훌륭한 다리를 보고 감탄이 절로 났다. 수조원의 경비와 놀라운 기술력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기술에 자부심이 생겼다.
다리와 다리 사이에 있는 휴게소의 화장실은 또 얼마나 좋은지 호텔급이다. 나이가 들 수록 화장실을 자주 찾는데 세계 최고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에 가 봐도 꾀죄죄한 화장실에 돈 까지 받는다.
둔병대교는 V각 원형 일주탑 비대칭 사장교로 990m, 조발도와 둔병도를 잇는다.
여자만의 섬과 떠오르는 조발도의 태양형상을 담은 지역의 상징적 교량이다. 독창적이고 조화로운 조형미와 함께 급경사형의 주탑은 역대 최고의 시공난이도로 만들어졌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해양명품'의 다리다.
조발도(早發島)란 이름의 유래는 말등과 같이 평지가 없이 모두 경사지로 되어 있고 해가 일찍 떠서 '밝게 비춘다'고 하여 조발도라 부른다.
둔병도는 썰물이 되면 마을 앞 해안에 두개의 둔벙이 생겨 옛날에는 용굴이라하여 명주실 한 꾸러미가 다 들어가고도 남았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낭도대교 PSC막스거더교(콘트리트부재) 둔병도와 낭도를 잇는 640m의 연도교이다. 운전자시점의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도록 개방감을 확보한 다리. 타임머신타고 가는 '공룡의 다리'이다.
낭도는 섬 형세가 이리를 닮았다 하여 낭도(狼島)이다. 마을의 중심 여산마을은 산이 수려하여 아름다울려(麗)에 뫼산(山)으로 여산이다.
적금대교는 중로아치교 낭도와 적금도를 잇는 470m의 연도교이다. 주변경관과 여도해 섬들과 조화성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이다. 미관이 수려하여 예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교량형식이다. 적금(積金)의 보물섬을 찾아가는 '황금의 다리'이다.
적금도는 금이 많이 있을 거라는 전설에서 불러졌다. '작기미섬'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러지는데 이는 자갈밭이 발달된 후미진 곳을 이르는 해안지명이다.
팔영대교는 단경간타정식 현수교이다.적금도와 고흥 영남면을 잇는 1,350m의 연륙교이다.여수 고흥간 마지막 다리이며 고흥에 진입하는 첫번째 다리로서 관문성과 상징성을 고려하여 국내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현수교(懸垂橋). 다리의 주탑은 고흥지역 전통유산인 당간지주(幢竿支柱)를 디자인 모티브하여 설계하였고, 여자만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백리섬길' 다리이다.
적금휴게실에서 주변 경관을 실컷 구경했다. 그 다음 버스를 타고 가사리 생태공원을 찾았다. 일제 시대 왜(倭)가 우리 민족 노동력을 착취하여 바다를 매립한 곳이다. 넓은 평야에 갈대밭도 있고 데크길도 놓여있다. 관기 뜰 갈대숲길을 걸으며 여자만(汝自灣)도 보고 산책했다.
씨티투어 관광 비용은 단돈 오천원이다. 오전 10시 부터 오후 4시까지다. 알차고 기분좋은 날이었다.
여행은 가슴 떨릴때 해야지 다리가 떨릴때 할 수 없지 않은가! 누구나 갈 때는 빈손으로 무심(無心)으로 간다. 험한 인생길 비단길 만들고 한사코 항상 밝고 미소빛 피우는 인생길을 만들어야 한다.
첫댓글 선생님의 활기찬 일상에 저마저 기운이 나는 듯합니다 날마다 탁구로 단련하시고
주말 산행에 틈틈이 여행도 즐기시니 청청백세입니다 선생님 만큼이나 활기차게 생활하는 이가 별로 없을 것같습니다
덕분에 소호 동동공원과 가사리 갈대밭과 여수~고흥간 다리와 섬 구경 잘 했습니다
이선생님 고맙습니다. 매사에 조금도 흩트러짐이 없으시고 진실하고 성실한 이선생님은 뭇 사람(人)들의 높은 산(山)이 분명합니다.
열심히 글 쓰시고, 가르치시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천성문을 두드리시고, 땅에서는 생명의 양식을 위하여 쉼없이 농사하는 그 모습은 존경의 표상이 아니지 싶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저도 서서이 시내버스타기와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볼까 합니다.
엊그제는 여서동에서 2000번 버스를 탔는데 그곳은 여서동에서 웅천 이순신공원 입구를 지나 신월동 계류장으로 가더니 잠시 쉬었다가 다시 웅천지월아파트 돌아서 생태터널 지나 여천전남병원, 부영여고 돌아서 다시 여서동으로 돌아오더군요. 야구 2시간이 걸렸습니다.
시티투어 버스 5천원인데 한 번 쯤은 구경할 만 했습니다.
여서동에서 출발하는 2000번도 탈 만 하겠습니다. 2시간도 적당하고 심심할 때 타 볼만 하겠습니다.
이제는 가 볼만한 곳이 있다면 가 보는 것도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댓글을 쓰는 이 순간도 서울에 사는 여동생 초대를 받아 KTX 기차 안에서 글을 보내고 있답니다. 그 동안도 잘 계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