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란인들 사이에서 흔히 통용되는 말 중 '물 주기 삼년'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난을 재배함에 있어 물주기 즉, 관수가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단정적 표현이 아닌가 한다.
본 고에서는 난을 기르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관수에 대해,
본 카페의 초보 애란인들을 대상으로 잠시 언급해 보고자 한다.
이미 난력이 오래된 분들이나, 장문의 글에 두통이 계신 분, 난에 대한
취미가 전무하신 분 등은, 굳이 장황하고 두서없는 이 글을 읽지 않으셔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관수에 대해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난의 특성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동양란이나 서양란 모두 먼 옛날에는 풍란이나 석곡과 같이 나무에 붙어
살던 착생종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뿌리가 대기 중에 노출되어 있엇던
관계로 수분의 섭취는 오로지 비나 이슬 등에 의존 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뿌리의 특성은 지상에 내려와서도 그대로 남아 있어, 필요 이상의
과습을 싫어하게 된다. 자생지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뿌리의 형태가 직근이 아닌, 표토(부엽토) 바로 아래서 방사형으로 퍼져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또한, 난의 잎과 뿌리는 생육조건이 서로 정반대의 성질을 갖고 있는데,
잎은 햇빛을 싫어하고 수분을 좋아하며, 뿌리는 이와 반대로 햇빛을
좋아하고 필요 이상의 수분을 싫어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난 전용 화분의 경우, 초벌구이만 한 낙소분을 주로 사용하여
수분의 흡수성과 통기성을 좋게하고, 검은색을 칠해 햇빛의 흡수를 극대
화함으로써 뿌리의 발육을 돕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잎의 성질이 햇빛을 싫어 하기는 하나, 오전의 열을 수반하
지 않는 산란광은 난에게 매우 이롭다. 이는 난 또한 녹색식물로서 광합성
작용에 의한 영양분을 공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후의 직사광선은 난에게 아주 치명적으로 해롭다 할 것이다.
오후의 직사광선은 잎 표면의 온도 상승을 가져와, 화상의 염려와 연부병의
주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뿌리의 형태 구조 역시 여타 식물과는 다르게 특이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
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뿌리의 구조가 이중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단면을 잘라보면, 속의 원뿌리를 마치 스폰지 형태의 물질이 감싸고
있는데, 이 것이 바로 물 저장탱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난에게
물이 필요한 시점은 이 저장탱크의 물이 떨어져 갈 때 쯤이라 보면 되겠다.
즉, 육안으로 보기에 난의 겉뿌리가 어느 정도 마를 때 주는 것이 관수의
시점으로, 이 전에 물을 주게 되면 과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분내를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이는 전적으로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경험적 능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분 표면의 화장토는 말라보이나 실제 분속은 습기가 많을 수도 있슴.
관수 전후 분의 무게 차이를 가늠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슴)
관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관수가 난에게 미치는 영향이
가장 원천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을 너무 적게 주면 발육
상태가 저하되거나 탈수가 오게되며, 반대로 지나친 과습은 연부병을
비롯 각 종 세균 질환을 유발시키고 뿌리의 호흡장애를 일으켜, 결국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난력이 오래된 분들도 가끔은 이 관수에 실패하여, 하루 아침에 수십,
수백 분의 난들과 생이별을 겪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여, 과습의 폐해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애란인들의 우스개 말 중에 이러
한 문구까지도 등장한 것이 아닐까.
'난을 말려 죽이는데는 3년이 걸리나, 물에 빠뜨려 죽이는데는 3일이면
족하다'라는.....
햇빛과 물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에게 없어서는 안될 가장 기초적이고
소중한 절대 무상의 가치이다.
난을 잘 기른다 함은 난의 이러한 기본적 성질을 파악한 후 , 우선적으로
햇빛과 물, 바로 이 둘과 난과의 상관관계를 적절히 조화하여 주는 것이
그 첫번째 과제라 하겠다.
아울러 최적의 자연상태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어야, 졸지에 고향을 잃고 인간세상에 포로로 잡혀온 난들이,
그나마 정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관수에 대해 알아보자.
(이제 겨우 서론이라니 황당하시죠? 어쩌다 글 좀 올린다 싶으면, 횡설
수설 장문 뿐이니, 귀중하고 바쁘신 시간 빼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관수는 난을 기르면서 기본적으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통풍,시비,살균,
살충 중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항목일 것이다.
정확한 관수 시기의 파악은 여러가지 주변사항에 따라 극히 유동적이라,
며칠에 한번씩 물을 정기적으로 주라는 원칙은 있을 수 없다 하겠다.
난분의 재질이나 크기, 식재의 종류, 분내 식재의 구성(소립,중립,대립의
비율),통풍의 정도, 계절, 난실의 일조량, 날씨 상태 등등등, 수 많은
상황과 변수에 따라, 관수의 시점은 언제나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분의 재질이 애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낙소분(초벌구이만 하고 유약
처리를 안한 분)일 경우에는 여타 다른 분(청자분,황토분,오지분, 플라스틱
분 등)에 비해 분내의 건조가 빨리 이루어지며,
비록, 난을 심은 식재가 수분의 조절능력이 매우 뛰어난 난전용 식재라
하더라도, 분내 입자의 구성비율에 따라 건조상태가 크게 차이가 나며,
또한, 난분이 놓여 있는 장소가 통풍이 원활하고, 일조량이 많을 수록
분내의 건조상태가 빠를 것이며,
장마철과 이와 반대인 건조주의보가 오래 발효될 때 등은 상대적으로
서로 큰차이가 있을 것이다.
계절에 따라서도 관수의 시기는 매우 차이가 난다 하겠다.
봄과 여름(장마철 제외)에는 식물의 생육활동이 가장 왕성하기 때문에
수분의 요구량이 크게 증가되고, 겨울에는 저온다습한 기후의 특성과
난의 휴면 등으로 관수의 시기가 매우 늦춰진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분내 난의 포기수가 많을 경우(대주)에는 뿌리 또한 많은 관계
로 수분의 소비량이 증가되며, 산채품이나 특히 유묘(뿌리 발육이 덜 되었음)
의 경우에는, 조속한 안정과 뿌리의 활착을 위해 당분간 관수의 양을 늘려주
어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같이 관수의 시기는 제반 상황에 따라 매우 유동적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찌 생각해보면 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반면에 너무 어렵게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다. 물 한번 주는
것이 뭐가 이리 복잡한가라는 생각도 드실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난을 전문적인 취미생활로 갖고자 하는 분에게는 극히
초보적인 입문의 과정이라 할 것이다.
원활한 통풍을 위해 타이머가 부착된 선풍기를 설치하는가 하면, 겨울에는
열센서 감지에 의한 자동 온열장치를 설치하는 분도 있다. 더하여 시시때때
로 건강에 좋다는 보약(영양제 시비)도 진상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건강
상태를 체크하여 살균제와 살충제도 뿌려주어야 한다.
나아가 본격적인 애란생활로 접어들면 더욱 신경을 쓰고, 하나하나 배워
나가야 할, 수 많은 일들이 산재해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끝을 보려
면, 아마 평생을 거쳐도 모자랄 것 같다.
가히 난에 광적으로 미치지 않고서는, 애란생활을 전문적인 취미생활로
발전시키기에는 여타의 취미활동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겠다. 난을 제대로
키운다는 것은, 거의 신생아를 돌보는 수준의 인내와 각고의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너무 과장된 표현이니 기죽지 마시기를... 시작이 반이랍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 아니, 또 어딜 돌아간다는 건지.... 슬슬 짜증 나시죠? 담배 한 대 태우
시고 커피라도 한잔 하십시요. 쓸 말은 너무 많지만 빨리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관수의 시점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 많은 변수에 의해 매우 유동적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사족은 떼 버리고 막 바로 결론으로 뛰어 가보자.
글의 진도를 빨리하기 위해 문맥의 이어짐은 무시하고, 결론적 문구만을
그저 나열하겠다.
1. 변수의 수를 줄이기 위해, 난실 내의 모든 분들과 식재는, 가능한 같은
재질의 종류를 사용하는 것이 관수 시점을 정하는데 편리하다.
(낙소분과 난 전용 식재의 사용)
2. 관수 시는 충분히 샤워하듯이 흠뻑 주어야 한다. 이는 분내의 노폐물
이나 가스 등을 제거해 주는 한편, 역삼투압 현상(물을 너무 적게 주면
식재가 오히려 뿌리의 수분을 흡수하여 탈수현상이 생길 수 있슴)도 방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여름철의 관수는 연부병의 예방을 위해 저녁에, 겨울철에는 야간 기온의
강하에 의한 냉해 예방을 위해 오전 중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4. 관수 후에는 선풍기나 면봉(화장지) 등으로 기부의 물기를 제거해 주는
것도 연부병 예방의 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연부병은 주로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발생함. 관수 후 기부에 고여있던
물이 햇빛과 고온에 의해 물크러지면서 세균에 감염. 난에게는 거의 치명적
임.)
5. 연부병이나 탄저병,뿌리썩음(근부병) 등의 예방을 위해 관수 시 월 1회
정도 살균제를 방제한다.
(살균제로는 벤레이트,다이센,톱신 등을 주로 사용함. 기타 가나마이신,
바이브라마이신,스트렙토마이신 등 인체에 사용하는 마이신계열의 약도
사용할 수 있슴. 균의 약제에 대한 내성을 고려, 교대로 사용. 고추나,
배추,사과 등 사람이 식용하는 채소나 과일류에 사용하는 살균제도 무난함.)
참고로, 살균제는 관수 시 물에 타서 주면 되나, 살충제(주로 스프라사이드)
는 해충의 박멸이 목적인 만큼, 난에게 약해를 입혀서는 안됨. 살충제의
사용은 관수 후 30분 정도 경과 후(난뿌리와 식재가 물을 잔뜩 먹은 후)
살포, 5분 후 다시 물로 약재의 성분을 말끔히 씻어낸다.
6. 낙소분을 사용하고, 난전용 식재를 구성비율에 의거 사용하였으며, 적절
한 채광과 원활한 통풍이 이루어 지고 있을 경우, 이외에 커다란 변수가
없다면 대개의 관수 시점은 다음과 같다.
3월 - 7월 : 2 - 3일에 한번 (장마철 과습시는 4-5일도 무방)
8월 - 11월 : 3 - 4일에 한번
11월 - 2월 : 10 일에 한번 정도로 실시 하되, 실온과 같은 미지근한
온도의 물로 주도록한다. (갑자기 너무 차가운 물을 주면 경기를 일으킴)
며칠에 한 번 물을 주라는 말은, 정말 너무 쓰기 어려운 글이나, 왕초보님
들의 처지를 감안하여 적어보았다. 참고로 삼으시기 바라며, 자신의 난실
환경, 날씨상태(습도,온도), 통풍 등을 고려하여, 그 일 수를 가감하기를
바란다.
(이젠 저도 지쳤슴. 이상 끝 ! 만세 !!!)
본 카페 회원님들의 경우 이제 막 애란생활을 시작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우선 가장 기본적인 물주기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첫댓글 곡란재님의 너무나 자세한 설명 저같은 초보자에게 너무나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끔 가게에 들르셔서 해주시는 말씀들도 세기고 있습니다. 언제나 배움이 있는 글 감사하게 보고갑니다.
자세한 설명 감사 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엄청 복잡하네요~ 암튼 감사하게 보구갑니다. ^^*
정말 힘들어요 물주기가 ............ 사랑이 부족해서 이겠지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자주 아주 연제 소설 같이 자주자주 올려 주세요 . 감솨 합니다.
물주기 힘들어서 난 ... 난 안키울래유...........ㅎㅎㅎ
긴 글 쓰니라 고생하셨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궁금한 부분이 많았는데 항상 좋은 글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개화시기에 한번 함께 땀흘리며 산행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년에 곡란재님과 함께 만난 소심은 올해도 예쁘게 꽃을 피웠습니다.
저와 같은 초보에겐 더할 수 없이 귀중한 자료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글 감사 합니다... 흠~ 그동안 작별한 란은 물주기 잘못...ㅜ_ㅜ 퍼 갈께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