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허츠펠드
출연 로버트 드 니로 , 에드워드 번즈 , 켈시 그래머 , 에버리 브룩스 ,
멜리나 카나카레데스 , 카렐 로덴 ,
개봉 2001/06/09
등급 18세 이상
시간 121 분
장르 스릴러,액션,범죄
감옥에서 출소하자마자 예전 동료에게 분담금을 받으러 유럽에서 미국으로 날아온 범죄자
, 에밀과 올렉. 특히 올렉은 영화감독이 오랜 꿈.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캠코더 한 대를
훔친다. 곧이어 둘은 동료를 찾아가지만 그에겐 에밀과 올렉에게 줄 돈이 바닥이 난 상태.
성난 두 사람은 동료를 처참이 살해하고 그가 사는 집에 불을 지른다.
올렉이 캠코더엔 이 모든 상황이 숨가쁘게 담겨지는데...
'피플'지를 장식했던 뉴욕의 저명한 형사, 에디와 내성적이면서 소심한 방화전문 수사관,
죠디는 계속되는 연쇄방화사건과 살인사건을 공조수사하기 위해 한 조를 이루게 된다.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불안정한 파트너쉽을 이루는 가운데 유럽에서 날라온 두 범죄자는
가장 쉽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낸다. 그것은 더 악랄하게 범행을 질러 미국인
을 경악하게 하는 것. 그래야 유명해지고 갑부가 될 수 있으니까!
에밀과 에디는 미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리얼리트 뉴스쇼, '탑 스토리'를 시청하면서
'바로 이거!'라며 땅을 친다. 그리고 곧 그들이 벌여놓은 연쇄살인사건을 맡은 에디라는
형사에 대해 세밀히 뒷조사한다. 그리고 에디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잡아 곧 그를 딜레
마에 빠뜨린다. 이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형사, 에디를 잡은 두 범죄자의 행동 하나하
나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잡는 특종감이 되는데....
<15분>은 영화를 보기 전엔 꽤 기분이 나쁜 작품이다.
선댄스 그랑프리를 타면서 인디계의 총아로 떠올랐었던 에드워드 번즈 감독(겸 배우)가
대형 블록버스터에 출연했다는 것은 아무리 예측불허의 할리우드 영화계라지만 배신감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액션 영화에선 액션씬 만큼이나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중요하기 때문
이기도 한데, 에드워드 번즈에게서 당췌 그런 걸 찾아볼 수가 없는 것도 <15분>을 기분
나쁜 영화로 인식시키는 이유이다. 물론 그래서 로버트 드 니로급 배우가 반드시 필요했
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에게만 잔뜩 집중하며 보기 시작한 영화는 뜻밖의 탄탄한 구성과
강도 높은 폭력/액션씬이 적절히 들어간 기대 이상의 액션물이다.
감독은 <48시간의 킬링게임>을 만든 존 허츠펠드인데, 그 영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제작환경으로 만들어진 <15분>으로 액션 영화계의 기대주가 될 것이 틀림없을 거라고 본
다. 하지만 사실 <15분>은 감독도, 잘나가는 두 주연배우들의 것도 아닌 악당들, 즉 에
밀과 올렉을 맡은 카렐 로덴과 올렉 탁타로프의 것이다. 에밀을 연기한 카렐 로덴의 연기
는 너무 직접적이어서 보는 사람으로 인해 살인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을 저절로 유발시키
는데, 그의 연기는 뒤로 갈수록 로버트 칼라일과 비교가 된다.
그 깡마른 몸과 이를 가는 듯한 얼굴 표정, 그리고 자신의 광기를 참지 못하고 매번 살인
을 저지르는 것 등이 로버트 칼라일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체코의 로버트 칼라일이라고나 할까. 또한 나름의 고명한 감독 정신을 가지고 에밀의 모
든 사건을 캠코더에 담는 올렉을 연기한 올렉 탁타로프 역시 독특한 캐릭터로서 영화를
한층 흥미롭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렉이 찍은 장면들은 영화 속에서 미디어에 노출되고 좌우되는 미국의 현실을
- 날카롭게까지는 아니더라도 - 보여주는데 확실한 도구가 되어 마치 스너프 필름과 같은
영화 속 영화로서 <15분>이란 영화 전체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부여한다.
결국 존 허츠펠드 감독은 <15분>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틀은 그대로 지키면서 동시에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될 만큼의 가벼운 사회성까지 내포한 작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후자는 관객들의 지적 충족감을 채워주기 위한 서비스 정도로 비춰질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그걸 제외하고 순수한 액션 영화로만 봐도 <15분>은 돈이나 시간이 결
코 아깝지 않은 영화다. - 여전히 에드워드 번즈가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인 것은 눈쌀이
찌푸려지지만 말이다. 아, 인상적인 설정 한 가지.
로버트 드 니로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프로포즈를 감동적일 정도로 열심히 준비하지만 결
국 하지 못하고 마는데 (좀 뻔히 드러나 보이는 설정이긴 하지만 드 니로의 이런 모습은
영화의 흐름에 꽤 크게 작용한다), 자신이 하는 일 때문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놓
친다는 설정은 마이클 만의 <히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