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바람새친구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일반 & 자유게시판 스크랩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일
배꽃(유혜경) 추천 0 조회 45 09.04.10 21:16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새로 온 요양보호사 희*씨는

손에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몇년전부터 고장이 나서

점화기를 이용해서 불을 켜는

우리집 가스레인지를 그녀는 그냥 켠다.

 

고쳤다고 희*씨는 말했지만

우리집 식구들은 지금도 점화기를 이용해서 켜야하니

그녀에게 특별한 힘이 있는 것이다.

 

내 어깨도 그녀가 만져주면 시원하다.

작은 손으로 나까지 신경쓰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그만두라고 하지만...

 

틈이 나면 엄니 침대에 올라 앉아

엄니의 손과 발을 마사지해주는데

그게 참 시원하신가 보았다.

 

그 마사지 덕분인지는 몰라도

계속 항문에 대변을 달고 있던 엄니가

지난 주 금요일에 세 번이나 숙변을 보시더니

대변이 멈추었다.

 

편찮으신 엄니를 걱정해주고

나에게도 마음을 써주니

고맙고도 미안하다.

 

엄니도 요즘 부실한 나보단

그녀가 더 좋다고 하고

그녀가 와 있는 시간은

나도 맘편히 내 볼일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녀의 남편과 아들은 지방에 있고

직장다니는 딸과 같이 있다기에

아침겸 점심으로 대충 먹는다기에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지 하고

점심을 우리집에서 같이 먹자고 했다.

 

작년에 내가 아파서  줄곧 집에 있었을 때도

도우미 아주머니가 같이 식사를 했기에

별 생각없이 그랬는데

요즘엔 작은아버지 계신 병원에 가느라

종종 집을 비우니 그때마다 문제다.

 

내가 집에 없으면 딸이 신경이 쓰이는가 보았다.

 

일하러 왔는데 가만있으면 뭐하느냐고

그녀가 점심 설거지는 도맡아서 해주지만

도우미아주머니와는 달리

부엌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니

조금 더 신경이 쓰인다.

 

그녀가 냉장고를 여닫으면 반찬이 없어도 그런가보다 할텐데

혹시 식구들끼리만 맛난 것 해먹나 할까 싶기도 하고 ㅎㅎ 

 

밥을 먹기 싫으면 안먹고 대충 때워도 되고

식구끼리야 김치만 놓고 밥을 먹은 들 어떨까만은

남이라는 부담이

숟가락 하나만 더 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찬밥이 있으면 찬밥을 먹고

밥없으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자고 했지만

막상 찬밥을 먹을라치면 미안하다.

 

식사 때마다 찌개라도 끓여놓고

반찬이라도 한가지 준비해야하니

그 일도 스트레스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희*씨는

아무거나 잘먹어주고 좋아해줘서 고맙다.

 

나는 좋아하는데 남편이 좋아하지않아서

잘 하지않게 되는 것들이

점심 메뉴가 된다.

 

꽁치쌈장을 만들어서

입이 미어지게 상추쌈을 싸서 먹기도하고

봄나물들을 데쳐서 된장에 조물조물 무치기도하고

청국장을 끓이기도하고

때론 남편 준다고 깊이 넣어 두었던 굴비를 굽기도 한다.

 

그녀가 잡곡밥을 좋아한다기에

나도 점심엔 잡곡밥을 먹을 수있어서

그것도 좋다.

 

오래전 울엄니는 누구나 밥을 먹여 보내야

마음편하다고 하셨다.

수없이 차려대던 남을 위한 밥상들...

된장찌개 하나라도 정성껏 보글보글 끓여 올리던

그 밥상이 나를 이만큼 여유롭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보면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일이

꼭 힘들거나 부담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음검색
댓글
  • 09.04.11 10:12

    첫댓글 꽃님의 글을 읽자니 마치 제가 배꽃님 집에 가서 일상을 지켜 보는 것처럼 눈에 선하네요.^.^아마도 배꽃님의 글이 진솔하기 때문인 듯.사진 속의 밥상에 제 숟가락도 하나 더 놔주심 고맙지용.^.^

  • 09.04.12 22:10

    전 젓가락까지 얹습니당^^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