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고 계획했던 사람은 여느 때보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됐다. 지난 1년 새 미국 달러 가격(달러대비 원화 환율)은 10%, 유럽 유로화는 22%, 일본 엔화는 24%, 중국 위안화는 28%나 올랐기 때문이다.
이럴 때 환전이라도 좀 더 싸게 해야 덜 억울하지 않을까. 터무니없이 비싼 환전 수수료를 물지 않고 저렴하게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공항 환전은 금물
공항은 환전의 '함정'이다. 같은 은행도 공항 환전소의 환율은 시내 지점보다 1~2% 비싸다. 미화 1000달러를 환전할 경우(지난 9일 기준), 시내에선 104만6890원을 내면 되지만 공항에선 106만390원을 내야 한다. 1만3500원 손해다. A은행 환전담당자는 "공항환전소는 휴일과 야간에도 문을 열므로 운영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환전은 출국 1~2일 전에 거래은행 지점을 통해 하는 게 좋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단골 고객들에겐 환전 수수료를 할인해 준다. 하나은행의 경우 'VIP' 등급 고객은 33%, '패밀리' 등급 고객은 약 16.7%의 수수료를 깎아준다.
인터넷을 통하면 더 싸다. 외환은행의 '사이버환전'은 24시간 아무 때나 환전 신청을 받고, 나중에 가까운 지점(공항 지점 포함)에 찾아가 환전된 외화를 받을 수 있다. 달러·유로·엔화는 환전 수수료도 50%가량 할인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인터넷 뱅킹으로 환전을 하고, 주요 지점(공항 지점 포함)에서 외화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환전이 필요 없는 글로벌 선불카드
이달부터 글로벌 기프트카드가 새로운 해외 결제수단으로 등장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마스터카드 가맹점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지난 9일 삼성카드가 처음 내놨다.
현금과 비교하면 환전 수수료를 내지 않아 좋고, 또 분실할 경우 남은 한도 내에서 재발급이 가능해 더 안전하다. 또 돈이 남아도 재(再)환전할 필요가 없다.
신용카드와 비교하면 딱 정해진 만큼만 쓸 수 있어 과소비를 자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50만원·100만원·200만원권의 3종류가 있고, 삼성카드 지점과 홈페이지에서 살 수 있다. 결제 시점의 환율에 맞춰 돈(원화)이 빠져나가는 방식이고, 사용액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붙는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그래도 국제 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은행보다 환율이 대체로 유리하고, 또 환전 수수료가 아예 안 드는 만큼 외화 현금을 쓰는 것보다는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능의 '우리 트레블러스 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환전 이벤트 잘 챙기자
국민은행은 11일부터 8월 말까지 최대 80%의 환전 수수료를 깎아주는 행사를 연다. 단, 환전 금액과 고객 등급이 높아야 하므로, 평소 거래가 적은 고객은 할인 폭이 크지 않다.
수수료 할인 대신 해외여행자보험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은행은 미화 500달러 이상 환전 고객을 대상으로 삼성전자 벽걸이 TV와 게임기, 백화점 상품권을 주는 경품 제공 이벤트도 선보인다.
신한은행은 6~8월 동안 신한카드 회원의 환전 수수료를 60%나 깎아준다. 또 미화 1000달러 이상을 환전하면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나 OK캐쉬백으로 적립해 준다. 5달러당 1마일, 1달러당 3포인트다.
현대카드는 8월 31일까지 해외 전 가맹점에서 이용한 금액(원화 환산액 5만원 이상)에 대해 2~3개월 무이자 할부를 해준다. 귀국 후 결제일로부터 14일 전까지 현대카드 고객센터(1577-6000)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