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만나고 매일 만나지 않는다
우리는 문이다.
문밖에 세워 놓은 문이다.
눈을, 얼굴을, 입술을 마주 대고서
당신과 나는 깜빡깜빡하는 별이고 깜빡하지 않는 문이며, 자주 고개를 숙이는 별 볼일 없는 별이고 고개를 들어 올리는 문이며, 여기저기서 터지는 별이고 터질 때마다 눈이 번쩍 뜨이는 문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라고 믿지만 빛을 내지 않는 문이다. 일정한 보폭을 가진 서로의 위성이다.
문, 블루문, 슈퍼 블루문 같은
기껏해야 문이지만
문은 블루블루하고 무한일 것만 같아서
하나하나 열어보면
무한궤도이다. 깍지를 끼듯 껴안고 떨어지는 문이다. 문을 열면서 잠깐 잊게 되는 둘레다. 아직도 이렇게 돌고 있어서,. 서로의 얼굴을 으깨고, 입술을 깨물고, 눈 속에 열려 있는 문을 얼려버리고야 마는
문의 배후인 문이다.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거리다. 진심을 변명하는 손잡이이고, 변명이 변심임을 들키지 않으려는 밤의 불빛이다.
그 사이에 우리는
문 워킹, 블루 블루스, 킥킥 스텝
도도새의 방식
너는 걱정이 없어서 좋겠다
걱정 없는 사람이 있다니
걱정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이라니
이제 좀 살아볼만하겠다
싶을 때는 늘 순간이고
싶지 않을 때는 매 순간이더라
걱정은 크레바스다 딸기 속에 소소하게 박힌 점이고 깨지지 않는 망고의 씨앗이다
친한 척하지 말아라
돕겠다는 듯 들어주겠다는 듯
걱정하는 사람이 뒷목 잡게 하더라
먹어주겠다는 사람이 뒷골 때리더라
층층이 쌓인 과일들 한 겹 들어 올릴 때마다
무르고 물러서 핀 하얀 곰팡이들
썩은 건 버려야 하고
필요 없는 건 정리해야 하고
짐을 줄여야 좁은 집을 넓게 살 수 있더라
한참 줄여도 살 수 있다면
버릴 건 버려야 하더라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사람이 좋더라
그렇게 살도록 건들지 않는 사람이 좋더라
최지온. 2019 시로여는세상 등단. 시집 『양은 매일 시작한다』
《2024 모던포엠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