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겨울나무는
산천의 나무는
겨울에도
잠들지 않는다
다가올 봄
준비를 한다
꽃을 피울 가지
잎을 피울 가지
가지마다
봄에 피울
봉우리를 만든다
우리 집 나무에도
둘째 가지엔
중학생 봉우리
셋째 가지에는
꽃을 피웠다
‘은서’가 태어나서
한겨울이 봄날이다//
우리 고향땅 문경의 중심을 흐르는 영강 그 강변의 맛집인 ‘순희네 꿈’ 그 집에 걸려 있는 한 수 시 그 전문이다.
그 시의 위쪽에는 ‘겨울나무는/채희경’이라고 적혀있고, 아래쪽에는 ‘*은서:손녀’라는 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봐서, 그 집의 주인인 채희경이라는 이가 한겨울에 태어난 손녀 은서를 반겨서 지은 것 같았다.
내가 그 시를 접한 것은 딱 일주일 전인 2024년 6월 1일 토요일의 일로, 내 국민학교 동기동창인 백성구 친구가 일흔여덟 돌 생일을 맞아 자축하겠다면서 그 집으로 오찬 초대를 했고, 그 초대에 아내와 같이 발걸음 하면서였다.
가서 봤더니, 딸과 아들이 아버지에게 효도하듯 그 귀하고 넉넉한 상차림을 준비한 것이었다.
‘진주’라는 이름의 딸이 대표로 나서서, 이날 그 자리에 함께 한 우리들에게 감사 인사까지 했다.
바로 그 뒤쪽에 그 시를 새긴 액자가 걸려 있었다.
인생의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싶어서 새겨 읽었다.
한겨울을 견뎌내는 나무처럼, 유독 우여곡절의 사연이 많았던 백성구 내 친구의 삶이 딱 그 시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