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정말 많은 꽃모종을 나눔 했습니다.
나눔을 한다는 거 ....참으로 즐거운 일이더군요.
저는 씨앗을 그냥 노지에 휘리릭 뿌립니다.
그러면 오로로록 싹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또 작년에 꽃이 진 후 그 자리에서 올라오는 싹 들..... 어휴!
그냥 뽑아버리기가 아까워 인근 마을 싸이트에 수시로 올렸습니다.
꽃 모종 가져가라고.
메리골드, 과꽃, 기생초, 수레국화, 끈끈이대나물, 댑싸리, 봉숭아, 채송화, 분꽃, 자금성, 털여뀌, 백일홍, 맨드라미, 금영화 등등
근교에서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습니다.
오시면 꽃모종 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인동초, 구기자, 영춘화, 참나리, 층층이꽃, 샤스타데이지, 황금낮달맞이, 애플민트 등등
뿌리로 번식되는 꽃과 나무들을 뽑아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하는 부탁.
"가을에 꼭 오세요. 많은 꽃들이 피니까 꽃씨 받아가세요" 라고 말했습니다만 아무도 안 오셨습니다.
꽃씨를 나눔 받는 것은 참으로 간단합니다만 내가 꽃씨를 나눔할 땐 정말 힘이 듭니다.
나눔 해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지요?
구부려 꽃씨를 받아 그늘에서 말린 후 가라지와 알곡을 선별합니다.
씨앗이 작은 것은 체로 치고 굵은 것은 키로 까불러 티검불을 날려보냅니다.
그리고 서울 나가는 길에 이마트나 다이소에 들려 편지봉투와 씨앗 담을 작은 비닐봉투를 사옵니다.
올해엔 편지봉투 100장짜리 두 묶음과 작은 지퍼백 1200장을 사왔습니다.
이 밖에 꽃 이름 쓸 네임펜, 셀로판테이프, 칼, 가위, 풀 등이 필요합니다.
두부 사다 먹고 남은 작은 플라스틱통에 담아놨던 씨앗들을 반 티스픈씩 비닐봉투에 담고,
하나하나 꽃 이름 쓰고,
편지봉투 속에서 한 자리에 몰려있으면 편지봉투가 뿔룩해 찢어질 염려가 있어
작은 씨앗봉투들을 줄줄이 사탕처럼 셀로판테이프로 붙여 편지봉투 속에 딱 붙입니다.
그리고 주소 인쇄해놨던 것을 일일이 칼로 잘라내어 붙입니다.
때로는 나의 졸필로 직접 쓰기도 합니다.
씨앗들이 한군데 모여있지 않고 되도록 얇게 펼치려고 애를 쓰며 우체국으로 갑니다.
씨앗이 하나 들어갈 땐 420원짜리 붙였는데 씨앗이 두개 세개 들어가면 100원이 올라갑니다.
"이거 규격 외라서 520원짜리 우표 붙여야 합니다."
오백원이든 육백원이든 보내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우표를 받아 쫘아아악 20통 30통을 부치고
우체국을 나설 땐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그래, 우리나라가 꽃으로 뒤덮일 때까지 씨앗 나눔을 해보자' 함시롱 돌아와 또 꽃씨를 봉투에 담습니다.
밤늦도록 씨앗을 담고 이름을 쓰고 하느라 뒷 목덜미가 아픕니다.
목을 뒤로 재끼고 아아악! 하고 신음소리를 내면 우리집 양반 왈
" 거 뭐하는 짓이고? "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입을 꾹 다물고 또 씨앗을 담습니다.
신바람이 나서 꽃모종을 캐어 나눔할 땐 암소리 안 하던 양반이 내가 아프다니까 못 하게 합니다.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시간은 좀 많이 들어?
그러면서 아프다고까지 하니 한심해 보이나 봅니다.
"내가 조금 힘들면 많은 사람들이 즐겁잖아."
그렇게 말하는 나도 내가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돋을 때의 그 기쁨, 그리고 꽃이 피었을 때의 환희....
이 보다 더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요?
그 기대감에 난 또 꽃씨를 받고,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누고자 꽃씨를 갈무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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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단해님 정말 큰일 하시네요.
꽃씨가 싹 틔어 꽃 피는 과정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면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겠지요.
심을곳이 없어 꽃씨는 필요치 않지만 꽃씨만 보면 주머니에 넣어 오게 돼요.
수고 많이 하셨어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저도 어디서나 꽃씨를 받아 주머니에 넣어 옵니다 ^^
에구 큰일이라니요.....걍 내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고맙습니다
단해님?
제가 볼 땐
너무 수고스러운 일
같습니다만
그렇게 기분좋아
나눔의 즐거움이
배가 되신다면야
얼마나 보람되고
뿌듯한 일입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전 땅뙤기 손바닥 만한 것도 없으니까요
꽃을 가꾸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하이구.... 존경이라니요 ... 당치 않습니다.
다만 좋아해서 하는 일, 워쩌겠습니까 ㅎㅎㅎ
고맙습니다.
즈응말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거 아마도 안 해보신 분은 모르실 거예요.
저도 그냥 딱 몇 가지 몇 번 해보곤 이건 할 일이 아니다 싶어 씨앗 나눔 거의 못 해요.
그러면서 나눠 주신다 하면 얻기는 잘 하죠..ㅎ
엄청 엄청 어려운 일을 해내시는 대장부 단해님입니다.
제가 대장부입니까?
얼마나 밴댕이 속알딱지인데요 ㅎㅎㅎ
소심하고 여리고 게으르고 ...하하하
하이고...
꽃씨를 받는 즐거움은 혼자서 누리는 특별한 즐거움이지요.
나누는 것도 엄청 큰 즐거움이지만 사실 제법 번거로운 일이구요.
그러나 받는 사람들의 기쁨을 생각하면 감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단해 님,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좀 번거롭기는 합니다....ㅎ
그리고 좀 더 나이 들어서, 정말 할 일 없을 때 하면 딱 좋을 일인 듯 합니다.
단해님~건강과 행복의 축복을 받으시길 기도드립니다.
정성으로 보내주신 씨앗,내년 봄에 잘 뿌릴게요.
넘 감사합니다 ^^
아름다우신 마음 덕분에 잊어버렸던 어렸을 적 순수한 감동이 일어나는군요.
따스한 겨울 되시기 바랄게요♡~♡
에고, 제가 고맙습니다.
꽃씨를 보내며 입 속으로 웅얼거리는 외침 : 대한민국이 꽃으로 뒤덮일 때까지 !
ㅎㅎㅎ 너무 거창했나요?
나눔은 어떤 것이던 힘과 정성과 금전이 들지요
해 본 사람만 아는 일이지요
그래도 그 꽃씨가 다른 집에가서
꽃이 핀다는 것이 너무 기쁘지요
수고하셨습니다
예.... 그 누군가가 피어난 꽃을 들여다보며 좋아할 거라는 상상을 하면 즐겁습니다.
그래서 그 어려운 일을 제가 또 하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
올해도 어김없이 하셨네요.
염치없어도 저도 받고 싶었는데,..
여러가지 바쁜 일로 댓글도 못달고
우체국 가기도 힘들었어요.
오늘 낼 하다가 까먹고
우체국 앞을 지날때는 꼭 할일이 있었는데
뭐였지? 그런식요.
꽃욕심은 많은데 몸이 게으른 탓에
후회막급입니다.
꽃씨 나눔으로 행복 배달 충분히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받는 분도 충분한 사랑을 느꼈을테고요.
존경합니다!
엥? 지금이라도 필요한 씨앗 있으면 말씀하세요.
남아있는 것 중에 조금씩 나눠드릴께요....
꽃시를나눔
한다는게참
쉬운일이아닙니다~
복된하루되세요^^
고맙습니다.^^
그정성 감사히 받았습니다
받았을때의 기쁨은 더할나위없는 기쁨이었구요
단지 그 노고는 생각치 못했었네요 고생많이 하셨어요 ^^
예쁜 꽃피워 보답할께요^^
에고... 고생을 알아달라고 올린 글은 아닌데.....
그래도 이처럼 모두 좋아하시니 저도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이구,~
언감생심, 전 흉내도 못냅니다.
무엇을 나누고 봉사한다는 것은 자신의 몸과 영혼까지 바쳐야할 때도 있지요.
몸은 정직해서 작용에 대해서 반작용으로 돌아오지만,
그 기쁨은 아무도 모르는 천상의 기쁨이지요.
박수를 힘껏 칩니다.
우리나라가 예뿐 꽃으로 뒤덮일 그날을 위하여.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하하하 제가 좀 그렇게 오지랖이 넓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올해는 꽃씨도, 모종도, 삽목도 많이 나눔 받았는데
이토록 세심하게 작업하는것까지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모종이랑 씨앗이랑 아낌없이 나눔하셨네요.
대단한 일 하신겁니다.
어쩜 생각도 그리 깊으신지요.
저같으면 몰라서도 못할듯요.^^*
저도
좁은 공간이 있어 큰화분 몇개 들여서
고맙게, 감사하게 잘 받아 심었는데
성공한 아이도 있고 흔적도 없는 아이도 있고요.
꽃이 피는 걸 보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수가 없지요.
온식구들에게 꽃피었다고 한번씩 보고 나가라고 가요까지 하고 있네요.^^*
화분에라도 꽃을 피우고자 하시는 나영님이 대단하신 거지요.
저도 내 뜰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늘 그렇게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씨앗을 넣고, 들여다보고 그랬었습니다.
그 때의 기쁨은 지금 뜰을 갖게되는 초석이 되었구요.
나영님의 서글서글한 눈매가 늘 눈에 선합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
지금 남아 있는 씨앗이 있을까요??
남아있는 씨앗 구입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