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 일기, 마지막 딱 한 권
내 인생에 특별히 자랑스러운 성취가 하나 있다.
책을 펴낸 성취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내 그동안 4권의 책을 펴냈다.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조무래기 검찰수사관 시절에 펴낸 ‘범죄사실 기재례’라는 책과,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근무하던 시절에 동료 수사관들과 같이 펴낸 ‘금융수사기법’이라는 책과, 맏이 결혼하던 해인 2007년 6월에 펴낸 ‘지영이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책과, 15년 전으로 거슬러 2009년 2월 15일에 펴낸 ‘집행관 일기’라는 책해서, 모두 4권이다.
맨 처음의 ‘범죄사실 기재례’는 곧 수사실무를 맡게 될 국가공무원 7급인 검찰주사보 승진을 앞두고 수사업무에 도움이 될까 해서, 나 혼자서만 볼 요량으로 딱 한 권 펴낸 것이고, 두 번째의 ‘금융수사기법’은 그동안 익힌 자금 추적기법을 동료수사관들과 힘을 모아 펴낸 것으로, 그 공을 후배수사관들에게 모아줄 요량에서 내 이름 석 자를 저자 명단에서 빼게 했었고, 세 번째의 ‘지영이에게 띄우는 편지’는 당시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한 맏이가 사귀고 있던 ‘지영’이라는 같은 대학교 여학생을 맏며느리 깜으로 생각하고 그 인연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넉 달 나흘에 걸쳐 쓴 287쪽짜리의 한 통 편지를 엮어 100권 한정으로 펴낸 것이고, 마지막 네 번째의 ‘집행관 일기’는 31년 9개월의 검찰수사관 생활을 ‘명예’라는 이름으로 퇴직한 이후에 새롭게 터 잡게 된 서울남부지방법원 집행관사무소에서 ‘집행관’이라는 신분으로 3년 세월 너머 일하면서 겪은 경험담을 담아서 펴낸 것이었다.
하나 같이 소중한 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내 특별한 애착을 가졌던 책은 바로 ‘집행관 일기’ 그 책이다.
비매품이었던 앞의 세 권 책들과는 달리, 그 책은 시중 판매를 전제로 해서 ‘오푸스 출판사’에서 정가 12,000원에 펴낸 것으로 대중의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1판 1쇄에서 4쇄까지 10,000여권을 발행해서, 한 때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었다.
라디오 방송과 TV 인터뷰도 했었고, 경향신문의 유인경 대기자는 나를 취재해서 전면 기사를 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15년 세월이 지난 지금은 절판이 되어, 중고서점에서나 구할 수 있을 뿐, 시중에서는 새 책을 구할 수 없다.
그 새 책이 내게 한 권 남아 있었다.
마지막 딱 한 권이다.
살아생전 그냥 갖고 있기로 작정하고 소장하고 있던 책이었다.
그러나 그 작정을 깨뜨려야 할 일이 생겼다.
내가 우리 고향땅 문경의 홍보에 애쓴 바가 크다고 신현국 문경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것이 그랬다.
지난 월요일인 2024년 6월 3일로 우리들 마흔여섯 번째 결혼기념일이기도 한 이날에, 문경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월례 조례에서 그 패를 받았다.
크리스탈 패에 이렇게 새겨놓고 있었다.
‘귀하께서는 평소 남다른 애향심과 긍정마인드로 지역사회 발전과 홍보에 헌신해 왔으며, 특히 「긍정의 힘! Yes 문경」 실현에 기여하신 공이 크므로 그 고마운 뜻을 이 패에 담아 드립니다. 2024년 6월 3일 문경시장 신현국’
참으로 고마운 감사패였다.
그 패를 받게 되다 보니, 나도 신 시장에게 뭔가 선물을 하나 하고 싶어졌었다.
몇날 며칠을 두고 고심을 했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집행관 일기’ 그 책이었다.
마지막 딱 한 권 남은 책이었으니, 나로서도 쭉 소장하고픈 마음이 없지 않았다.
적잖은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은 신 시장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신 시장의 그 감사패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귀향한 내 인생을 완성시켜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그 뜻을, 선물하는 책갈피에 적었다.
곧 이랬다.
‘마지막 딱 한 권 남은 이 책, 내 마흔여섯 번째 결혼기념일인 오늘, 따뜻한 마음을 담은 ’감사패‘로 내 인생을 완성시켜주신 우리 문경의 진정한 살림꾼 신현국 시장님께 드립니다. 2024년 6월 3일 기원섭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