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감사하며, 6월의 일기, 산에서 만난 인연
이게 얼마만인가 기억도 가물가물 기억을 더듬어 손꼽아 헤어보니 근 8개월 만에 나서는 산행길이다.
지난 주 체력 테스트 겸 새재마루를 다녀오고 벼르고 별러 주흘산으로 들어선다. 빵 하나 물 한 병 오늘 식량이다.
하늘은 맑고 싱그런 공기가 온 몸을 감싸고 발걸음은 설레임으로 가볍다.
눈에 익은 돌과 나무들이 왜 이제서야 오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다.
혜국사를 지나자 아름드리 소나무가 뿌리째 넘어져 길을 막고 그 나무를 파서 길을 낸 게 인상적이다. 지난 초봄에 내렸던 눈을 이기지 못하고 바람에 넘어졌던 것이다.
군데군데 넘어지고 부러진 아름드리 소나무가 길을 막고 우회로가 생기고 이것 또한 자연의 이치이리라.
대궐샘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옛날 일들을 되새김질 해본다.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던 물이 나오지 않아 山들모임 회원들과 보수를 할려고 팠더니 머리카락 같은 나무뿌리가 파이프관을 꽉 틀어막고 있어 참으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상수도사업소에 근무하던 회원이 있어 간이 상수도 시설로 보수를 했었는데 20여 년 동안 아직 한 번도 막힌 적이 없이 지나는 산꾼들의 반가운 오아시스가 아닐 수 없어 그져 고마울 뿐이다.
주흘산 주봉(1,075m) 전설과 애환을 담은 문경의 진산이라 불리는 산, 남쪽을 바라보는 유일한 산으로 사계절 많은 산꾼들의 사랑을 받는 산이다. 언제나 망설이면서도 몸이 먼저 습관처럼 영봉을 향해 가고 있다.
오늘은 영봉(1,106m)에서 2관문으로 하산하자고 마음을 먹고 영봉에 올라서니 좀 전에 지나쳐 갔던 젊은 산꾼이 식사를 하고 있다가 인사를 건네고 이것저것 산을 매개로 대화를 하다 보니 특전사 군인이라고 한다. 우리 큰아들도 군인이라고 하자 동질감을 느끼는지 얘기도 하면서 산행 같이 하면서 동화원으로 하산하기를 원하니 기꺼이 동행을 한다.
동화원에서 막걸리로 목을 달래고 하산길을 잡는다. 특전사 군인은 숙박을 하고 내일 조령산을 갔다 대야산과 희양산까지 오른다고 하니 역시 특전사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에서 만난 인연으로 약돌 삼겹살에 만복이 막걸리로 산꾼의 정을 나누며 주흘산 산행을 내려놓는다.//
참 글이 좋다.
고향 후배로서 문경산악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이상만 후배가 지난 2024년 6월 5일 수요일에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이 그랬다.
그 제목을 이렇게 붙이고 있었다.
‘산에서 만난 인연’
우리 고향땅 문경의 진산(鎭山)인 해발 1,076m 주흘산과 해발 1,106m의 주흘영봉을 오른 산행 길목의 풍경이 눈에 선하고, 산에서 만난 사람과의 오순도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 또한 눈에 선하다.
내 사는 읍내 아파트에서 북으로 내다보면 주흘산의 암봉들이 줄을 이어 우뚝 우뚝 솟아 있는 장관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후배는 그 암봉의 뒤쪽 능선을 타고 올라 주흘산 주봉에서 영봉으로 넘어가 동화원으로 하산했던 것이다.
그 글에는 8장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나는 그 중 딱 한 장에 시선이 쏠려갔다.
지난 초봄의 폭설과 바람에 쓰러져서 산길을 막고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길 폭만큼만 톱질로 반쯤 수직으로 자르고, 다시 수평으로 잘라서 쉽게 타넘어갈 수 있도록 길을 내준 사진이었다.
다른 일곱 장의 사진들은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담긴 것이지만, 그 사진은 사람의 마음이 담긴 것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옮기기 어려운 나무여서 그냥 잘라버리기 십상이었을 텐데, 그러지를 않고 그 나무에 예술적 가치를 더한 것은 누군가 고심과 고심을 거듭했다는 증표였던 것이다.
그 사진을 접하는 순간, 내 두 가지 결정을 했다.
하나는 머잖아서 나도 이 후배가 걸어갔던 그 길을 따라 걸어 주흘산에 영봉을 거쳐 동화원으로 내려오는 그 산행을 한 번 하겠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그렇게 소나무에 길을 낼 생각을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찾아서 밥 한 그릇 대접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줄 만한 사람을 찾아서, 그에게 그 사진을 첨부해서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을 띄워 보냈다.
다음은 그 메시지 전문이다.
‘문경새재 옛 과것길 초입의 ‘새재산장 설악가든’ 이상만 사장이 오늘 이른 아침에 페이스북에 글과 사진을 게시했어요. 주흘산 산행을 기록한 것인데, 그 중 사진 한 장이 감동이었어요. 쓰러져서 길을 막고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길 넓이만큼 만 잘라내서 길로 만들어 놓은 사진이었어요. 그 풍경에는 누군가의 정성이 담겨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곧장 이렇게 댓글을 붙였어요. ‘누군가 놀라운 발상을 했네요. 쓰러진 소나무를 그냥 잘라버려도 그만일 텐데, 거기에 길을 냈다? 정말 놀라운 발상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고향땅 문경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그 땅을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한 선물인 겁니다. 그렇게 발상한 그를 찾아 내 꼭 밥 한 번 살 작정입니다. 이 또한 고향 사랑하는 내 마음입니다.’ 이제 내 뜻을 알게 되었을 것 같네요. 그 발상을 한 사람에게 밥 한 그릇 대접하고 싶어요. 좀 알아봐주세요. 시장님께 감사패도 받았으니 나도 그 몫을 해야겠다 생각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