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며 읊다[登山吟] / 손기양(孫起陽 1559~1617)
登山莫厭上山勞 등산하면서 산에 오르는 수고를 싫어 마시게
一步高於一步高 한 걸음에 높아지고 한 걸음에 또 높아지네.
終到最高峯上望 마침내 최고 높이에 이른 봉우리에서 바라보면
豁然無復礙秋毫 확 트인 광경이 추호도 더할 거리낌이 없다네.
* 칠언절구 <등산음(登山吟)>은 조선중기 문신 오한(聱漢) 손기양(孫起陽 1559~1617)의 작품이다. 그는 밀양시 용평리 출신으로, 한강(寒岡) 정구(鄭逑)의 제자이다.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을 일으켜 여러 전장에서 전공을 거두었다. 이후 울주판관, 영천군수, 1610년 창원부사, 사헌부와 사간원의 벼슬을 거쳐, 상주목사에 임명되었으나 사퇴하고 여생을 학문에 전념하였다. 이 시(詩)는 첫구부터 옛 시에 이른바 “등산하면서 산에 오르는 수고 싫어 말게. 오르고 오를수록 시야는 더욱 높아질 테니.[登山莫厭上山勞 登去登登眼益高]”라는 싯구를 차용해 지었다. 산 정상에 서서 바라보면, 확 트인 시야가 펼쳐진 천지 공간이 추호의 거리낌이 없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고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