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7시 45분 필리핀 마닐라행 아시아나 항공기를 탑승하기 위해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4시 조금 넘은 시간에 안양 공항버스 탑승장으로. 몇 명이 일행이 되어 공항까지 택시로 이동하니 아침 5시 30분. 수속을 하고 항공기에 탑승하여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45분(물론, 현지 시간이라 우리나라 시간은 11시 45분).
악몽이 시작되었다. 바기오까지 거리는 마닐라에서 260km 정보 북쪽으로 이동하기에 픽업을 요청하였는데 착오였다. 바기오에 있는 어학연수원에서 공동으로 운행하고 있는 버스는 주말에 하루 3번 출발하고 있다. 항공기 도착 시간이 오전 10시 45분인데 픽업 차량의 출발 시간은 오후 7시. 8시간을 공항에서 배회하였다. 마닐라에서 버스로 이동해도 충분한 시간을 하릴없이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렵고도 힘든 일이었다.
오후 4시부터 픽업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5시가 되어도 사람이 없다. 부랴부랴 유심을 사서 휴대폰을 개통하고 연락을 하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는 말뿐. 5시 30분이 되어 픽업 담당을 만나 버스로 이동하였고 저녁 7시 30분이 되어 출발한 버스는 터미널 2,3을 거치니 8시가 되어서 바기오로 출발하였다. 바기오 어학원에 도착하니 자정이 지난 시간. 안양에서 바기오까지 무려 20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배는 고프고, 짜증은 나고 더구나 춥기까지.
어학연수를 위한 힘들고 어려운 일정이 시작된 것이다.
에피소드 1) 안양에서 인천공항 가는 도중 71세 기사님의 명언. "60이 넘으면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의 차이가 없고, 70이 넘으면 잘 사는 사감과 못 사는 사람의 차이가 없으며 80이 넘으면 집 밖에서 자는 사람과 안에서 자는 사람의 차이가 없다." 삶에서 우러나온 말씀이겠지.
에피소드 2) 픽업 시간에 대한 생각 없이 픽업 장소에 나가니 연수생도 픽업 관계자도 보이지 않았다. 픽업 확인서를 보니 07시 PM. 8시간의 공백이 생겼고 멍하니 벤치에 앉아 있으니 덥고 짜증이 나서 환장할 지경이었다. 공항 경찰에게 이야기하자 출국장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공항 식당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찾으니 보이지 않았다. 보안검색대에 짐과 소지품을 검색할 때 빠트린 것 같다. 순간 멘붕에 빠졌다. 그저께, 친구가 선물한 고가의 이어폰이데. 며칠 사이에 두 개의 이어폰을 분실하였다. 한참을 고민하다 검색대 근무자에게 문의하니 보지 못했다고 한다. 혹시 몰라, 공항 경찰에게 이야기하니 웃으면서 이어폰을 건넨다. 벤치에서 발견하였다고 한다. 오랜 기다림으로 짜증이 났었는데 순간 하늘이 맑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