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 일본도 장애인들의 생활 장소는 입소시설이나 자택, 병원이었다.
점차 부모 사후에 시설에서 격리된 생활보다 보통의 사람처럼 지역사회에서 삶을 영위하자는 노멀라이제이션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이에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갈 수 있는 방안으로 1989년에 '그룹홈' 이 제정되었다. 그룹홈은 2-7명(최대 10명) 소인수로 장애인이 필요에 따라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일상생활을 지원받는 제도이다.
조사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전국에서 약 135,816명(시설입소 약 12만7천) 그중에서 아이치현은 전국 5번째로 약 6,484명(시설입소 약 4천명) 으로 2019년 11월에는 그룹홈 입주자가 시설 입주자 수를 넘어서게 되었다.
2004년도에 현장 실습한 '' 베니시다의 집''은
처음부터 입소 목적의 시설이 아니라 시설에서 지역 이행 그리고 그룹홈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설치, 운영된 시설이다.
먼저 입소 생활을 체험하고 여러 경험을 쌓은 후
서서히 그룹홈으로 이행 지역에서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게 최종 목표였던 거다..
1995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28명이 그룹홈이나 자택으로 돌아갔다고 보고된다.
실습 당시 나는 복잡한 구조에 정신 없었는데
그건 입소시설+그룹홈+작업실 3개 축이 맞물려 탈시설의 과도기를 거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2019년 마침내 베니시다의 집은 시설입소를 폐지하고 그룹홈으로의 전환을 모두 마쳤다. 아직 전국에서도 몇 안되는 케이스다.''
결국 베니시다의 집은 애초 설립 취지가 달성되었으니 시설 폐지 수순을 밟고 ''공동생활원조사업소''를 설립 지역사회로 나간 장애인들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일종의 그룹홈 관리 서비스 사업으로 전환된 것 같다.
1989년 그룹홈 제정 이후 근 30년이 지나고서야 그룹홈 입소자가 시설 입소자보다 많아진 지역도 있고 전체적으로 보면 그룹홈 입소자가 더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시설을 완전히 폐쇄한 케이스는 또 몇 안된다. .(검색에 의하면)
일본의 탈시설은 시설 폐지로 중증 장애인들을 집으로 복귀시키는 게 아니라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지역에서 자립하고 일자리를 지원하는 그룹홈 제도의 정착인 것 같다.
시설 폐지 후 베니시다의 집은 현재 5개의 작업실과 7개(실습당시 3개) 그룹홈을 운영, 관리하고 있다. 7개의 그룹홈 중 아라쿠사 그룹홈은 제빵 작업실(분장)이 있어 제조, 판매도 한다.
(구글 자동 번역) 5개 작업실 (일자리)
* 제5 작업실
* 아라쿠사 작업실(분장) 제빵 작업실.
아라쿠사 그룹홈 이용자 모집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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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20년 전인 2004년도 실습 당시로 거슬러 시설과 그룹홈 입주자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 지 살펴보자..
(실습일지)
* 6월 28일 월요일 날씨 맑음
*부서명..지적장애자갱생시설 베니시다의 집
제2A 작업실
*오늘 목표..배속된 작업실에서 직원, 이용자와 함께 작업하며 업무 내용을 파악할 것.
8시 50분 조회 직원간 아침 연락사항 듣기
직원들은 (8시 30분부터 시작)
9시 작업 1주일간은 제2A작업실 배치.
자동차 부품 조립
12시 점심 3층 식당 빈 자리에 가서 식사
13시 작업 자동차부품 조립
14시 30분 휴식 차 마시러 감
14시 35분 작업
15시 30분 숙사 체험 2층 숙사에서 휴식
또는 이용자(입소자)와 어울리기
입소자 생활체험
17시 끝
일은 작업실마다 다르지만 이게 하루 일과다..
8시 30분부터 직원들 조회가 시작되는데 각 그룹홈이나 입소시설에서 팩스로 보내온 연락사항으로 회의를 한다..
예를 들면 밤사이 누가 아팠다던지..싸웠다든지.. 밥을 안먹었다든지.. 사소한 것부터 시설장에게 보고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한다..
이때 놀란 건 직원들이 시설장 앞에서 맞담배를 피면서 격의없이 말했다는 거...
9시부터 작업이 시작되는데 작업실 이용자는 그룹홈, 자택, 바로 2층 시설에서 온다..입소자, 입주자, 이용자 용어에 의미두지 말고 같은 의미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9시~12시까지 작업하고 점심먹고
13시~15시 30분까지 작업하니 하루 총 5시간 30분 일을 한다. 50분 일하고 10분 휴식. 중간중간 춤도 추고 허리도 피고 이용자 잡으러도 다니고 산책도 하고 차도 마신다.
15시 30분에 퇴근..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 자유롭게 쉰다. 시설 입소자들은 각자 개인방이 있다. 2인 1실 절대 없다.
이 시설은 가운데 커다란 공용거실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여자생활동 왼쪽은 남자 생활동으로 나뉜다.
퇴근하면 저녁 먹을 때까지 방에만 있는 사람, 공용거실에서 TV보는 사람, 거실을 배회하는 사람, 신문지를 열심히 찢는 사람, 차나 간식을 맛보는 사람 등 각자의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직원들은 세탁물 정리, 청소, 돌봄, 저녁, 입욕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나는 직원과 입소자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필요한 걸 지원했다..
5시에 끝나 집으로 오면 하루를 회상하며 그날의 소감, 느낌, 문제점, 자기반성, 질문등을 포함한 실습기록을 써야하는데 이게 참 힘들고 곤혹스러웠다....고생 포함 정성스럽게 빼곡하게 일지를 써 제출하면 다음날 지도 담당자가 코멘트를 붙여준다.
첫날 일지를 보면 이용자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 내용이 담겨 있고 그에 대한 담당자의 코멘트도 있다.
''A씨가 9시 작업이 시작되었는데도 40분간
안절부절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고 콧물을 흘리기도 한다. 직원이 몸으로 말리면서 지금은 일하는 시간! 커피는 나중에..지금은 일..
라며 자리에 앉혔다. 나는 내 탓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나타나 불안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까..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애써 보지 않으려 했다. ...
철판에 20개의 작은 부품을 끼우는 이용자들을 보니 일종의 의식 같은 게 관찰되었다..
B씨는 부품을 상자에서 꺼내 왼 손바닥에 올려 놓고 그걸 오른손으로 집어 철판에 끼운다.
C씨는 상자에서 꺼낸 부품을 먼저 입으로 가져가 맛본 다음 반은 다시 상자에 넣고 반은 책상 위에 펼친 후 양손을 이용해 끼워 나간다. 마치 어떤 의식 같다.. A씨는 상자와 철판을 먼저 부딪혀 소리를 낸 후 부품 하나하나를 상자에서 꺼내 직접 철판에 끼운다. 3명 모두 다름이 있어 개성있고 재미있다. ''
이에 지도 담당자의 코멘트는
'' A씨 건인데 일지 내용처럼 사람의 들고남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불안해 할 수는 있다. 허나 오늘 A씨의 행동은 당신을 의식해서라 아니라 다른 이유라고 생각한다..A씨는 매일 점심 후 커피에 신경을 쓰는 데 오늘 커피 타 주는 당번을 보고 마실 수 있을까 없을까를 확인하려고 한다.
이게 오전중 계속 이어지는 거다..''
며칠 지내다보니 A씨는 커피에 무척 신경쓰는 사람이었다. 티타임 때마다 번개같이 뛰쳐나가 직원이 타 주는 커피를 원샷하고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더라...
첫날 이용자들을 봤을 때 느낀 건 보기에도 심한
중증발달장애인(지적, 자폐, 뇌전증, 다운증후군, 뇌성마비) 들이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름 질서있게 익숙하듯 일하는 모습에서 그동안 얼마나 훈련을 해 왔을지가 짐작되었다..
베니시다의 집 입소자 대부분은 심한 중증으로 정신발달연령으로 말하면 0-2세정도이다..
이는 실습 1주째 금요일 사건에서 알 수 있다.
7월 2일 금요일 실습일지인데
'' 중략...아침 작업중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A군이 나에게 키스했다. 실습 2번째 날 직원이 A군은 악의는 없으나 화장한 여자에게 키스하는 걸 좋아한다.가급적 주의하고 만약 싫으면 키스하지 말라고 말해라~~ 라고 말해줬다..
근데 오늘 아침 마음의 준비도 안된 채 키스 당했다. ..중략....
점심 후 쉬고 있는데 B군이
내가 자기를 의식하는 줄 알았는지 주위를 살피더니 갑자기 바지를 내려 꺼내 화단 앞에 서서 방뇨했다..솔직히 이런 행동에 나를 놀리는 건가? 기분이 너무 나빴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됐다..장애인들의 성에 대해 이 시설은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 걸까? ... 중략...
오늘은 금요일 이용자들 기분이 좋다..
집에 돌아가는 날이라서...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집과 가족에 비할수 있을까? 나도 한국에 가고파.. ''
이에 다음날 담당자가..
''화단에 방뇨한 B군은 당신을 골탕먹이는 것보다 오줌이 마려운데 여기서 오줌싸면 당신에게 주의 받을까 어떨까 눈치를 본 거고 당신이 별다른 주의를 안주니 방뇨를 해도 된다고 생각해 오줌을 싼 것 같다. 베니시다의 집 대다수가 정신발달연령으로 말하면 0~2세정도다. 신체발달이나 생활연령적으로는 20세를 넘어 이해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판단하기엔 성적의도는 없다고 본다..성적충동은 있으나 성적상대를 원하는 행동은 지금껏 베니시다의 집에서는 없었다.''
이날 금요일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보호자가 없거나 있어도 못 온 사람은 시설에서 주말을 지낸다.. 한 엄마가 저녁쯤 데리러 왔는데
나에게
''이런 시설이 있어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시설도 좋고 식사도 좋고 직원들은 젊고 활기차고 일도 있고 레크레이션, 여행 등 여가도 있고 동아리도 있고 돌봄도 촘촘하고 시설이라는 차가움보단 가정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보통 0~2세 수준의 중증장애인들이 시설에 입소했다면 보호 수준인데 여기는 아주 중증이어도 자립의 근간인 일을 일중 스케줄에 크게 할애했다. 자립에는 주거독립도 있지만 경제독립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느 여자 이용자는 잘 걷지도 침도 흘리고 뒷처리까지도 도움이 필요한데 작업실에서 부품을 끼우게 했다. 처음에는 그냥 시설에서 쉬게 하지..왜 굳이 작업에 참여시킬까? 가혹하다..라는 생각도 했는데
업무 능률과 실적보다 노동 자체에 가치를 두니
3시간 동안 부품 10개 끼워도 개의치 않았고
그것도 못하면 지원인과 같이 손잡고 하나라도 끼우면 그걸로 만족하고 기뻐해했다.
결국 납기일이 다가오면 직원들이 분주해지긴 하지만...
우리는 경증은 자립! 중증은 시설! 로 선긋기 한다. 장애정도에 따라 유연한 일자리 창출과 중증도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인력을 주면 얼마든지 자립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은 20년 전에 이미 실현해 내지 않았는가?
글도 잘 못쓰는데 일단 여기까지 쓰고
다음 3편에는 그룹홈과 주말에는 어떻게 이용자들이 지내는지 올려보겠다..
된장님께서 질문한 급여부분도 함께 조사해서..
첫댓글 한국에서 이러한 시설이 근미래에 벌어지긴 힘들것 같습니다
일본가는 방법 알아봐야 할듯 합니다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서울의 경우 그룹홈도 운영되고 있는 것 같고
국가와 지자체는 자립한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이용 금액을 많이 주도록 되어있고
최중증발달장애인이 이용할수 있는 주간보호센터를 늘리고 있는 추세에 있는데
성실하고 전문적인 활동보조인이 부족한 큰 구멍이 있네요.
글을 읽고 서울에서 운영하는 자립중간시설을 생각봤는데 2인1실 화장실1개 참 아쉽네요.
생생한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이정도만 되도 너무 좋을것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