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후반 추가시간이 되자 울산문수경기장에 모인 1만8933명의 관중이 모두 일어섰다. 팬들은 한마음으로 울산 현대의 리그 2연패를 자축하기 시작했다.
2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1부) 2023 파이널A 35라운드에서 김민혁(후반 23분)과 장시영(후반 44분)의 골을 엮어 2-0으로 승리한 울산 현대는 21승 7무 7패 승점 70이 되면서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2위(승점 60) 포항 스틸러스와 승점 차가 10으로 벌어지면서 남은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축배를 들며 새 시대를 열었다. 통산 4번째(1996·2005·2022·2023년) 우승이다. 홍명보(54) 감독과 선수들, 팬들이 삼위일체가 돼 우승을 합작했다는 평가다.
◆홍명보의 탁월한 리더십과 용병술
홍명보 감독은 대구전에서도 탁월한 리더십과 용병술을 발휘했다. 그가 후반 19분 투입한 김민혁(31)은 그라운드에 나선지 4분 만인 후반 23분 헤더 결승골을 뽑았고, 후반 40분 교체 투입한 장시영(21) 역시 4분 후인 후반 44분 통쾌한 쐐기골을 넣었다. 선제골이 터졌을 때만해도 평점심을 유지하려 애쓰던 홍명보 감독의 표정은 추가골이 나오자 환하게 바뀌었다.
홍명보 감독은 K리그 2연패를 이끈 역대 6번째 사령탑으로 기록됐다. K리그 역사상 2연패 이상을 달성한 사령탑은 김호 감독(1998·1999년·당시 수원 삼성), 고(故) 박종환 감독(1993·1994·1995년), 故 차경복 감독(2001·2002·2003년·이상 당시 성남 일화), 최강희 감독(2014·2015년, 2017·2018년), 조제 모라이스 감독(2019·2020년·이상 당시 전북 현대)에 이어 홍명보 감독(2022·2023년·울산)까지 6명뿐이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작년엔 17년 만에 우승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올해는 시작이 좋았지만 마지막이 조금 좋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은 있다”며 “물론 그것 역시 팀 성장에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유지하면서 어느 해보다 빠르게 우승을 확정했다"고 뿌듯해했다. 적장인 최원권(42) 대구 감독도 험난했던 여정을 딛고 일어선 울산을 치켜세웠다. 그는 "(경기 전) 울산이 요즘 페이스가 좋지 않아서 기대를 좀 했다”면서도 “울산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충분히 그럴 자격 있다고 생각한다”고 상대의 강한 전력을 인정했다.
홍명보 감독은 "올 한 해 경기장 안과 밖 이슈가 있었다. 인생에 있어 많은 것들을 배운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며 “홈 팬들 앞에서 우승을 결정지은 점이 가장 기쁘다. 그리고 우승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라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신구세대 조화 이룬 원팀 마인드
선수단의 신구조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청용(35)과 주민규(33), 조현우(32), 김영권(33), 김기희(34) 등 형들이 이끌고 설영우(25), 엄원상(24) 등 젊은 피들이 뒤를 받치는데다, 외국인 중고참 선수들인 마틴 아담(29), 바코(30) 등까지 조화를 이루면서 ‘원팀’이 됐다.
팀의 정신적 지주인 이청용은 후배들과 함께 전략적으로 임했던 대구전 뒷얘기를 털어놨다. 경기 후 만난 이청용은 “선수들과 함께 대구전을 준비하면서 전반전 초반엔 기회를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반전에 상대를 최대한 뛰게 하면서 플레이하다 보면 후반전에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후반전 원하는 시간대에 골이 들어갔다. 전반전에 공을 소유하면서 상대 체력을 떨어뜨려놓자고 했던 전략이 먹혔다”고 돌아봤다.
그는 “시즌 중반부터 좋지 않은 시기도 있었지만 잘할 수 있는 것을 밀고 나가자고 했다. 그런 믿음을 갖고 경기해왔다. 포항, 광주FC, 전북 현대 등 훌륭한 경쟁팀들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계속 잘 해온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우승 원동력을 두곤 “팀 모든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극복하려 노력했고 그래서 우승할 수 있었다. 고참들의 노력만 있었던 게 아니라 어린 선수들부터 모든 선수들, 코칭스태프 등 다같이 노력해서 2연패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힘주었다.
대구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김민혁도 "모두가 한마음, 원팀으로 뛴 게 우승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구단으로선 이례적인 관중 열기
구단 관계자는 “창단 처음 단일 시즌 홈 경기 30만 관중(30만406명)을 달성했다”고 알렸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 가운데 울산 유니폼 착용 관중 수는 무려 4237명에 달했다. 전체 관중의 22%에 달하는 수치다.
실제로 이날 경기 몇 시간 전부터 울산 유니폼을 입은 원정 팬들이 울산역 인근에 보였다. 울산은 지역 구단이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을 올렸다.
기자회견장 앞 로비엔 울산 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소녀 팬들의 셀카 요청에 환한 얼굴로 일일이 응했다.
경기를 중계한 차상엽(48) JTBC 축구 해설위원은 “김민혁의 골은 챔피언을 만드는 순도 높은 골이었다. 장시영은 대구의 공격이 헐거워진 틈을 타 첫 터치를 잘해내며 추가골을 만들었다. 울산이 최근 리그에서 경기력이 떨어져 아쉬움이 있었지만, 2연패를 해내면서 그런 부분들을 상쇄시켰다. ‘더블’의 가능성도 안고 가게 됐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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