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망설였습니다. 예의가 아닌것도 같고 푼수같기도 합니다. 안올리면 약속을 저버리는 것 같고...
사고 후유증으로 물리치료 다니는 게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은 순풍한의원에 가는 날입니다. 이름만큼이나 순수한 순풍한의원은 환자 호칭도 가족님입니다.
원장은 온화하게 환자 마음을 들여다 봅니다. 육신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마음치유가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의사와 환사는 고해성사 하듯 영육간에 아품을 풀어 놓고 상담을 합니다.
이곳은 예약손님만 있어 시트에 환자 이름이 다 붙어있습니다. 물리치료사들은 일일이 설명을 하면서 족욕기를 끼워 발을 따뜻하게 합니다. 정신을 맑게하는 한방향을 피웁니다. 목베게(나무)를 베어 목운동과 눈을 감고 좌우로 눈운동을 시킵니다. 평안함을 유지합니다. 환자에 맞게 갖가지 물리치료가 이루어집니다.
물리치료가 끝이나면 침술이 시작됩니다. "숨 들이쉬고. 숨 내 벧고."를 제창하며 혈을 찾아 보통 삼사십방 꽂습니다. 침을 꽂고나면 대부분 코고는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끝이나면 몸은 한없이 개운합니다.
물리치료사들은 하나같이 상냥하고 싹싹한게 어찌나 언행이 예쁜지 노인들이 홀랑 반하고 맙니다. 자꾸 오고싶어 중독이 들 정도입니다. 순풍한의원에 오면 가기 싫다는 이도 있습니다. 겨울에는 따끈한 한방차에 뜨끈뜨끈한 호빵이 제공 됩니다. 더운날에는 요구르트니 각종 써비스가 끊이지 않습니다. 한약은 함부로 권하지 않고 녹각과 녹용은 짖지않는다고 벽에 써붙어 있습니다. 약은 함부로 권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입니다.
건강은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는게 맞지만서도 그게 쉬운게 아닌가 봅니다. 모다 들어보면 환자마다 마음이 육신보다 더 많이 아픈걸 느끼게 됩니다.
내 옆에 육십대 초반 환자는 많은 식구들 치닥거리를 하다보니 몸에 병만 남았다며 하소연 합니다. 허리와 무릎이 너무 아파서 왔다고 했습니다. 거리가 상당히 먼곳인데 이유를 물으니 여기가 잘 듣는다는 소문듣고 왔다 했습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나 싶었습니다. 버스를 타면 한시간은 족히 걸려도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말이지요. 그나마 우울증까지 있다고 했습니다.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습니다. 처음 만나도 통하면 속마음을 꺼내놓기 마련입니다. 고생도 나만침이나 많이 했고, 남편이 있으되 속은 속대로 썩는 생활을 하고 살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생각끝에 마음 전환도 할 겸 내가 다니는 봉사단체에 나가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습니다.
소속은 여성향군이고, 회비는 월 만원에 월드비젼에서 불우이웃 도시락 싸는것과 매주 수요일 저녁 대전역 광장에서 노숙자 무료급식, 현충원 묘비닦기, 겨울철 김장봉사 등등 그때그때 마다 돌아가면서 하면 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차분하고 진지한게 잘 적응할 것 같았습니다. 봉사는 사람도 만나다 보면, 보람도 느끼고 재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봉사하는 사람은 꾸준히 하게됩니다.
그렇게 얘기얘기 하면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평안해졌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기로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습니다.
우리는 가만히 누어서 치료만 받지만 원장과 물리치료사들은 한시도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구석을 볼 수가 없습니다. 힘들법도 한데 볼 때마다 싱글벙글입니다. 젊은 원장은 늘 환자들한테 긍정마인드를 심어줍니다. 아프지만 아픈곳을 바라보고 찡그리지 않고, 안아픈 곳을 바라보고 웃어보기입니다.
모두가 여유있게 즐겁게 일하니까 입가에는 늘 미소가 서려있고 피곤을 잊나 봅니다. 환자들도 이 곳에 오면 마음이 평안하여 천국이라 말합니다.
수고는 저희들이 해놓고 치료가 끝나면 괜찮았냐며 애쓰셨어요를 연발합니다. 손님이 나갈때 인사도 "살펴가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입니다. 언행이 겸손하면 예뻐서 더 다가가고 싶어집니다. 사랑은 받는게 아니라 주는것이라 했습니다. 바로 순풍한의원 식구들입니다. "참 괜찮다." 가 절로 나옵니다. 노인환자들이 모이는 이유였습니다. 아이와 노인은 자기한테 잘 해주는 사람한테 따르게 되어있습니다.
순풍원장은 지역민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침술 무료봉사도 왕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치사가 여간 아닙니다. 우리동네 순풍한의원은 어르신들 한테는 고향집 같은 곳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항상 처음 그마음으로 친절과 사랑을 베풀고 있습니다.
치료를 마치고 서점에 갔습니다. 많은 책들이 마음을 풍성하게 합니다. <다솜이친구>에 글올려 받은 상품권으로 책을 샀습니다.(예쁜글씨님께 감사하며)
밖에 나오니 상점앞에 메어있는 귀여운 강아지가 낑낑거립니다. 애기가 울어도 예쁘듯이 강아지가 그랬습니다. 안쓰러워 보듬어주었습니다. 목덜미를 만져주고 쓰다듬어주니 금새 꼬리치고 좋아합니다. 저를 예뻐하는 줄 아는것입니다. 어찌나 귀엽던지 한참을 쓰다듬고 머물다 왔네요.
침몰사고 나흘째입니다. 애가 탑니다. 4.19혁명일이기도 하고. 죄책감으로 목을 맸다는 교감선생님 소식도 안타깝고...
첫댓글 순풍한의원 ~ 이름도 정감있고 직원들도 다정다감하니 환자로 오시는 분들이 힐링이 많이 되겠어요~~연속해서 올라오는 뉴스를 계속 볼수가 없어서 자중하고 기도만 할뿐임다...올려주신 일기 따스한얘기는 감사히 읽고 몇자 적어봅니다~~우리 각자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 보는 진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래보는 맘 입니다~~
자중하고 있어야 할 이 때에 이런 일기 나부랭이나 한가하게 올리고 있어야 하나 참 괴롭습니다.
7일간의 일기 주제를 받아놔서 안쓸 수도 없어 올리기를 합니다만 마음이 영 무겁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러케 부활주일입니다~
부리나케 교회로 달려가야 합니다 ㅎ 저도 나이 50에 어린아이들에게 보여줄 연극연습하러 가야하거든요ㅎ이러케님~~~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일을 최선을 다해서 정직하게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ㅎ
이러케님 우리 기도하면서 오늘도 살아가자구요~~
벌써 침맞으러 다니시는 연세이신가요..^^
좋아하시는 글도 쓰시고 봉사활동도 다니시고...
강아지도 새책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계룡문고 비닐봉지에 그려진 책 보는 꼬마도 귀엽네요.
육십대 중반인데 사고 후유증으로 침 맞으러 다닙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습니다.
온 국민이 트라우마 상태인지라 괴롭게 느껴지시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그것이 희생이 아닐런지요.
살아있는 자들은 또 살아가는 날들이니...
고2를 키우는 50대 엄마인지라 순간순간 울컥거려 힘이듭니다.
지금 쓰시는 일기가 기도가 되어 아이들에게 전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힘들게 쓰시는 님의 일기가 희생이고 아이들을 위한 기도가 되실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내 임무는 해야겠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올립니다.
이러케님처럼 책임감이 있으신 분들이 많은 세상이 되어야 이런 비극적인 인재가 없어질텐데요 약속을 지키기위해 힘들게 일기를 쓰시는 이러케님께 응원의 마음 보냅니다
좋은 쪽으로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주저주저 해지는 마음이었는데......
저도 요즘 거북목 증후군 때문에 침 맞으로 다니고 있는데.. 이러케 님도 침을 맞으신다 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요즘 몇일째 계속 멍 해집니다. 티비를 보면 계속 눈물만 흐르고 답답한 마음에 이 나라가 왜 이러나 싶습니다.
이제 조금만한 실오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습니다.
단 한 사람만이라도 돌아 와줬음 좋겠습니다. 다들 똑같은 마음 일꺼에요
이러케님도 일기를 쓰려고 했을때.. 그 답답한 마음 조금이나마 그려봅니다. 다 같이 우리 기도 해요
감사합니다. 나이가 드니까 병원이 잦아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거라고는 기도밖에는 없다는게 안타깝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모두가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러케님^^ 침을 맞아 나을수 있다면 열심히 다니셔야 합니다. 힘내세요^^
예쁜글씨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순풍한의원!
우리 동네로 이전 좀 시켜주시면 안될까요?
치료 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리 고우니,
아픈 사람은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나을 듯 합니다.
요즘 병원에 가면 너무 돈 버는데만 급급한 것 같아 의사는 사라지고 장사꾼만 남았다는 환자들의 푸념섞인 말을 많이 듣는데, 그런 세상이라 순풍한의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더욱 빛나는 것 같습니다.
또 그들의 수고로움을 이러케님처럼 감사히 받아들여주는 분이 있으니, 그들의 초심도 변치 않는 것이겠지요.
우울증 있으신 분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전을 내놓는 걸 보면, 이러케님도 의사이신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