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최소한 20살이 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80% 이상 발휘하여야지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단계 알고 있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것을 자율적으로 익혀 나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읽기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학원강의 등을 통해서 강의를 듣지 않으면 높은 수준의 지식을 새로이 축적할 수 없게 되어, 돈을 내고 강의를 들을 만한 분야의 지식 외에는 평생 동안 비슷한 수준의 지식에 머무르게 됩니다. 책 읽기 방법을 잘 몰라도 정보는 축적할 수 있습니다만, 지식을 쌓아나갈 수는 없습니다.
인문사회과학 책이 팔리지 않고 있는 이유 중에는, 이를 능동적으로 읽어나갈 만한 능력이 대중에게 부족한 것도 있습니다. 어렵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책이건, 그 책을 보기 전에 디딤돌로 삼을 만한 책이 있기 때문에,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책의 사닥다리를 타고 그 어려움의 간극을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문사회과학 책읽기가 그 중에서도 제일 안되는 까닭은, 학교에서는 '교과서'만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교과서는 그 내용들이 논증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고 정보의 집적 형태로 되어 있으며, 학교에서 이를 사용할 때에도 '읽는다'기보다는 교사가 교과서에 빠진 부분을 천천히 보충해나가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 역시 책 전반을 읽는 능력은 전혀 활용되지 않습니다. 특정한 문구나 자구의 해석, 교과서에 실린 정보의 암기가 주로 시험이 테스트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형식의 텍스트 사용은, 인문사회과학의 텍스트 사용과 가장 대비되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책을 단순히 '많이 읽는 것'보다는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제가 사용하는 몇가지 방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방식은 보편적이거나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각 개인이 동일한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훨씬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써야 할 것입니다.
2. 몇가지 책 읽는 원칙
(1) 책마다 읽는 방법이 다르다.
읽는 방법은 크게 i) 책의 성격 자체에 따라 ii) 책을 읽는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 i)과 ii)가 함께 작용하여 다음 세가지 책 읽는 방식이 생기게 됩니다.
① 정보를 검색하기 위한 책 읽기.
이 경우 읽고자 하는 책에는 독자의 현재 지적수준에서 새로이 알아야 할 논증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를 판별하는 방법은 책을 읽으면서 드는 지적 흥분의 정도입니다. 지적 흥분이 제로이면서도 유용한 책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그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논증이 등장하지 않는 책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책을 읽는 것은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자료들을 표시하면 됩니다. 표시한 자료들의 페이지수는 그 내용의 간략한 요약과 함께 노트에 적습니다. 이 경우 책 전반을 줄긋고 요약하는 식으로 읽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② 유희를 위한 책 읽기.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읽기이므로 따로 설명을 요하지 않습니다. 좋은 이야기 거리가 있으면 표시를 해두고 노트에 옮겨 적으면 친구와의 대화를 풍부히 할 수 있습니다.
위 두 가지의 목적으로 읽는 책은 ‘말랑말랑한 책’이라고 부릅니다.
③ 논증을 따라가는 책 읽기.
시민교육센터에서 다루는 책 들 대부분이 이와 같은 종류의 책입니다. 아래에서는 이와 같은 책을 읽는 방법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이 아니다.
저자도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쓰고 독자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는 책은 서사 장르 뿐입니다. 소설이나 희곡대본은 그렇게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인문사회과학 책의 대부분은 저자 역시 순서대로 쓰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독자도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논증과정이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책을 보다 철저히 활용하기 위하여 그 논증과정을 재구성할 때는 순서대로 사고과정을 밟아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위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리한 것을 가지고 퍼즐 맞추듯이 끼워맞추어 나가며, 생각이 안나는 부분을 참조하면 됩니다.
상황과 시기에 따라서, 독자 자신의 흥미에 따라서, 논제의 성격에 따라서,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 따라서 책은 지루한 부분과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면 흥미로운 부분부터 읽어가면 됩니다. 대부분의 책은, 앞부분을 읽지 않으면 완전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게끔 쓰여져 있지 않습니다. 논증하고 설명해야 할 부분을 이미 설명된 것으로 전제는 하겠지요. 그런 것은 표시해 두었다가 나중에 흥미가 생기면 앞으로 돌아가서 보충하여 머리에 넣어 두면 됩니다. 책을 여러번 읽게 되면 언젠가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속독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일단 여러번 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흥미있는 부분부터 읽는 방식은 일단 책을 여러번 읽게 해 줍니다.
다만 책을 흥미에서 출발하여 읽을 때는 한 장chapter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합니다. 모든 책에서 한 장은 독립적인 논지 전개 순서로 완결되기 때문입니다. 즉, 1장 처음을 읽다가 2장 처음을 읽고, 3장 읽다 만 부분부터 읽고 하는 것은 괜찮지만, 1장 중간을 읽다가 2장 중간을 읽고, 3장 맨 끝을 읽는 것은 잘못된 방식입니다. 이렇게 부분부분 읽으면서도 짜임새 있게 읽으려면 각 책의 문단 앞에 문단 번호를 붙이고, 읽은 부분은 짜임새 있게 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책 갈피를 끼우지 않아도 어디까지 읽었는지 알 수 있고, 전에 읽은 부분의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책 표시 방법은 (4)에 소개하였습니다.
(3) 책의 사닥다리 타기.
대부분의 분야에는 개론서가 있고, 그 개론서 다음에 읽을만한 책들이 난이도를 약간씩 달리하여 여러권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어느 분야이건 세번째 단계의 간극이 좀 큽니다. 이 때 힘들더라도 3단계의 책을 한권 독파하게 되면 그 다음 사닥다리도 계속 탈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이 때 강의나 스터디와 같은 외부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2단계의 난이도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가지로 사닥다리를 궁리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4) 책에 짜임새 있게 표시하기
① 핵심 문장은 줄을 칩니다.
그 문단의 논증의 핵심을 이루는 글에 줄을 칩니다. 즉, 살코기를 다 발라낸 뼈대로서 의미있는 문장에 줄을 칩니다. 만약 그 문장이 대단히 중요하다면 별표를 칩니다. 멋있는 문장에 줄을 치지 않습니다. 줄을 쳐야 할 핵심문장은 한 문단에 두 줄이 넘지 않도록 합니다.
② 강조하고 싶은 멋있는 문장에는 자기만의 표시를 해둡니다.
awesome, charming, good! 등으로 작게 옆에 쓰고 동그라미쳐도 되고, 자신이 개발한 단순한 기호를 쳐도 됩니다.
③ 핵심문장의 논증구조를 풀어서 설명한 것은 줄친 핵심 문장 옆에 = 등호 부호를 붙이고 「」표시를 합니다. 즉, ――― = 「」 이런 형태가 됩니다.
④ 차핵심문장 강조 역시「」로 합니다.
⑤ 중요한 예에는 example, ‘예’ ex) 등으로 표시합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예를 들어’라는 단어 자체를 테두리를 쳐서 묶습니다. 길쭉한 타원형 또는 사각형이 되지요. 그러면 그렇게 표시된 예를 들어란 말 다음에 중요한 예가 나오는 것을 압니다.
⑥ 첫째, 둘째 등 여러 논증을 구분짓는 서수를 테두리 쳐 묶습니다.
⑦ 대비나 유추가 필요할 때, 핵심단어를 테두리로 치고, A, B라고 표시합니다.
그리고 옆에 표 형식으로 정리합니다.
A논증 = = =
B논증 = = =
ex) A= policy에 기반한 논증 = interest = community welfare balancing
B= principle에 기반한 논증 = right = trump over interest
⑧ 논증이 복잡해지면 논증 구조도를 책 옆 여백에 그립니다. 또는 문단마다 옆에 논증의 핵심연결고리를 간략하게 메모합니다.
⑨ 핵심단어는 테두리를 칩니다.
⑩ 인용문을 강조할 때는 인용 부호 “ ” 에 각각 동그라미를 칩니다.
⑪ 줄치고 강조하는 색은 한색깔로 씁니다. 필기구를 여러개 들고 책을 읽으면 산만해집니다. 필기구는 책의 재질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빳빳한 흰색 종이에 볼펜으로 하면 너무 튀어 보이기 때문에 부득이 샤프로 합니다. 재생용지나 누런색 거칠거칠한 종이에는 볼펜을 씁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한글로 된 ‘자유주의적 평등’은 샤프펜슬로, 영어로 된 ‘Is Democracy Possible'은 파카볼펜으로 표시했습니다.
⑫ 볼펜을 쓸 때는 굵은 볼펜은 안됩니다. 진한색 볼펜도 안됩니다. 너무 진한색은 줄친 부분 이외의 부분을 읽을 때 방해가 됩니다. parka볼펜 정도의 암도면 좋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충고이고, 표시한 책이 멋져 보이고 작은 글씨를 쓰기에 편하고 또 줄치지 않은 부분을 읽기에도 무리가 없는 필기구를 고르시면 됩니다. 필기구를 골랐다면 여러개를 마련합니다. 그래서 책을 들고 다니며 읽을 때 필기구가 마침 없어 좌절하지 않도록 합니다. 따라서 너무 비싼 필기구는 좋지 않습니다.
⑬ i) 외국어로 된 책을 읽을 때는 위에서 서술한 ①~⑫를 모두 적용하면 됩니다.
ex) 예를 들어 → for example 에 테두리 치기.
ii) 외국어로 된 책은 문단의 핵심 논증 내용을 한글로 여백에 적습니다. 줄친 것이 다음에 해석이나 이해가 빨리 된다면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문장은 다음에 시간을 잡아먹지 않도록 한글로 논증구조를 의역하여 적어두면 좋습니다.
iii)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모르는 단어를 약하게 테두리친 다음 화살표로 끌어내어 여백에 그 단어의 문맥에 맞는 뜻과 발음부호를 적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핵심단어가 아니고 적게 발생하면 책을 죽 읽고 나서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공부 안될때 몰아서 사전으로 찾아보고, 모르는 단어가 많이 튀어나오거나 핵심단어를 모르는 경우-특히 그 분야 원서를 처음 읽었을 경우 발생합니다-는 사전을 옆에 두고 읽고 그때마다 위 방법으로 적어둡니다.
⑭ 위와 같이 표시된 책을 다시 한번 읽습니다. (또는 생각날 때마다 읽고 싶은 부분을 읽습니다)
⑮ 책을 읽을 때 저자가 놓친 부분이나 저자가 달리 생각하는 자신의 비판적 생각을 여백에 적습니다.
(5) 책을 읽다가 모르는 부분이 나오는 경우
일단 체크를 해두고 다음 부분으로 넘어갑니다. 시간날 때 주위의 선생님, 학습동료에게 물어보거나 참고서적을 삽니다. 인터넷 상의 질문할 수 있는 곳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자신의 노트에 손으로 쓰거나 컴퓨터 파일에 타이핑하여 저장합니다. 컴퓨터 파일에 타이핑하기 위해서는 독서대를 사야 합니다. 파일로 타이핑되어 정리된 글은 시민교육센터에 공유하도록 합시다. 운영진에게 메일을 보내세요~
3. 결론
위에 제시된 사항은 철칙이 아니라 하나의 범례입니다. 논증구조을 따라 읽는 책이라도 독자의 기질에 따라서는 줄을 치지 않는 것이 좋은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빌려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면 노트를 하면서 읽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책에 짜임새 있게 표시를 하는 것은 그 부분만 읽기 위함이 아닙니다. 시간이 충분할 때, 책 내용을 참고할 때는 표시된 부분 이외의 부분도 꼭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완결된 형태로 정리하고 싶을 때, 그 부분의 논리를 간략히 핵심만 다시 재검토하고 싶을 때는 표시된 책과 표시되지 않은 책은 큰 차이가 납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 읽을 때에도 책에 표시하면서 읽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복잡한 생각을 할 때 시각을 충분히 활용해야 합니다. 복잡한 논리를 A, B, 1), 2) 화살표, for example 등이 시각적으로 표시되는 도움 없이 이해하려고 하려면 지지부진해지기 쉽습니다. 외국어의 경우에는 알파벳 언어의 특성상, 그리고 외국어라는 부담상, 아무런 표시도 되지 않고 단어도 찾아놓지 않은 책은 다시 읽는데 처음만큼의 수고가 들기도 합니다. 단어를 찾아놓은 책은 따로 단어를 빽빽이 쓰고 단어장 암기해서 외우고 하는 수고없이 그냥 그 책만 여러번 봐도 외국어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제 자신의 지적 능력을 80% 활용해야 읽을 수 있는 사닥다리 바로 윗칸의, 논증을 따라가는 책을 골라서 위에서 소개된 내용을 한번 실험해 봅시다. 만약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해서 사용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노하우가 있다면 함께 공유하도록 합시다.
/ http://civiledu.org/132
이글은 요구사항이 지나치게 많고 번잡하다. 그냥 줄여보면,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책 전체를 읽는 것보다는 [흥미로운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어나가는게] 시간절약이나 기억 면에서 도움이 되는것 같다. 그리고 어려운 책은 마음 잡고, 볼펜으로 정리하면서 '공격적'으로 읽어야 되는데, 이렇게 1년에 얇은 1권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파헤치면 이것이 나중에는 무서운 내공이 된다.
아니면 아주 주제를 좁혀서, 알고 싶은 '딱 그내용만' 여러 책을 통해 추려, 정리해보는것도 괜찮은거 같다. 대게 이렇게 까지는 읽지 않으니, 늘 '그 수준의' 책에 맴돌고, 애꿎은 저자나 '철학,심리학, 물리학은 쓸모없어' 같은 푸념만 늘어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