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ㅡ
나는 매 주 금요일까지 로또복권을 산다.
토요일은 판매점이 붐비기 때문에 비교적 한산한 금요일 이전에 산다.
어느 때는 일요일에도 산다.
산다기보다 바꾼다고 해야 할까?
대개 다음 주 월요일에 맞춰보지만, 어쩌다 토요일 보게 되어 맞으면 일요일에 바꾼다.
그것은 좀 더 오랜 시간을 즐기겠다는 마음이다.
일요일부터 다음 월요일까지라면 8일 동안 행복한 상상과 함께 온갖 번뇌에서 해방된다.
누구를 만난다는 의심 때문에 휴일 등산도 못 가게 했던 내 아내 ㅡ
방구석에 처박혀 인터넷이나 해야 했던 나 ㅡ
인터넷은 돈 못 번다는 아내의 잔소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었다.
어떤 카페라도 들어갈라치면 또 어떤 여편네를 꼬실려고 하냐고 잔소리 ㅡ
아내가 들어오면 얼른 경매싸이트로 바꾸기를 해서 모면했었다.
글이라도 쓸라치면, 또 어떤 여편네하고 연애편지 쓰느냐고?
이렇게 아내가 잔소리를 할 때마다 이를 악다물며 두고보자며 한을 삭힌다.
그래서 내가 아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로또밖에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로또 1등이 되면 과감히 말하겠다.
로또 1등이 됐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ㅡ
"우리 이대로 못 살아! 그만 헤어지자!"
내 아내는 "이게 웬 떡이야!" 하며 반가워 만면에 웃음을 띄우리라!
그리고 앞뒤 가리지 않고 덥썩 도장을 찍을 것이다.
아내는 내가 빈털털이라고 생각하고 위자료도 요구 없이 이혼을 하겠다며 응할 것이니까!!
그러나 같이 산 40평생 허리가 휘도록 일한 남편이니 설마 그냥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부유하진 않아도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인정이 메마르진 않은 아내이다.
어디 가서 사글세라도 얻어 살라며 보증금으로 몇 천만 원은 줄지 모른다.
안 받으면 의심할 것이기에 받아 나와야 하겠지!
이혼하고 몇 달 후, 보란 듯이 아내의 옆집으로 이사를 할 것이다.
지금의 아내보다 월등히 아름다운 여인을 대동하고 매일 보이면 어떤 생각을 할까??
큼직한 외제차에, 웨이브진 갈색머리와 샤넬 선글라스를 쓴 여인 ㅡ
흑인여성처럼 입술을 벌러덩 까뒤집은 여인 ㅡ
속눈썹이 한 뼘은 길게 나온 여인 ㅡ
큼직하게 볼륨 솟구친 가슴과 잘록한 허리와 흔들리는 넓은 둔부를 가진 여인 ㅡ
무릎 밑까지 덮는 밍크코트를 우아하게 걸친 여인과 다닌다면,,,,,,, 음독자살이나 하지 않을는지...!!
그때는 아무리 후회해도 말짱 도루묵이란 걸 깨닫겠지!
"내가 왜 복을 차버렸을까!!"
매일 딸내미가 입다 작다고 준 낡은 외투나 걸치는 여편네가 눈동자가 뒤집히겠지!
내가 왜? 왜? 전 남편의 재능이 늦게 나타나는 '대기만성형'이란 걸 몰랐을까,,,!!
땅을 치고 통곡하겠지!
후회하면 뭘해!
있을 때 잘하란 유행가 가사도 못 들었나??
그것 말고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아내에게 핍박 받으며 살아온 지난 세월을 곱씹으며 더욱 잔인한 방법으로 고문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도자기 그릇이 아깝다며 쓰지도 않는 내 아내 ㅡ
아니, 전처 ㅡ
이웃집마다 고급진 도자기세트도 돌리고, 비싼 커피도 돌려야지!
매일 아침마다 아들이 베트남에서 사온 다람쥐똥 커피를 쬐끔씩 마시는 전처는 어떤 생각에 빠질까?
그리고 이웃집 부인들에게 멋진 란제리(거들?)도 선물해야겠다.
전처는 딸내미가 선물한 실크처럼 반들거리는 옷도 아깝다며 안 입는다.
가슴 계곡이 깊이 패인 망사 속으로 유두가 보일 듯 말 듯한 야한 잠옷 ㅡ
배꼽 아래 신비를 머금은 숲속이 보일 듯 말 듯한 야한 망사 속의 실루엣 ㅡ
그런 속옷을 입고 집으로 오는 남편을 맞았다면, 아마도 아이를 두셋은 더 생겼을 것이다.
전처는 시장 좌판에서나 파는 빨간 동내의만 고집했는데, 그런 옷을 보고 성욕을 느낄 남편은 없을 것이다.
죽으면 태워지거나 관 속에 들어갈 옷들인데 무엇이 아깝단 말인가!!
이 모든 행동거지들은 남편의 작은 수입이 원인도 있겠지만, 남편 기를 죽인 원인도 됐다는 사실이다.
집 안에 들어가면 남편을 왕으로 만들어줘야 밖에서도 잘 나갈 수 있다.
그래야 본인도 왕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집에서 기를 죽이면 바깥에서도 주눅든 아이로 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내가 돈을 왕창 벌지 못한 뒤에는 아내가 기를 죽인 원인도 없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렇게 남편을 달달 볶다 이혼한 후에 후회를 해 보아야 뭣하냐 말이다.
위와 같이 일부만 열거해도 기분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내 아내를 가장 잔인하고 혹독하게 고문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 ㅡ
그나저나 곧 900회의 로또가 다가옴에도 나에게는 행운이 멀기만 하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어제 로또 복권을 사려다 비 때문에 못 샀다.
우한 폐렴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나는 곧 로또 복권방을 가야겠다.
하나님과 천지신명께, 부디 내 아내에게 복수할 기회를 달라고 빌으며 긁어야지!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제발 은총을 내리옵소서!!
첫댓글 꿈은 이루어 질겁니다 .힘내세요~~*
그래도 지금 사시는 세상이 좋아요~~~
코로나19? 새로운 가나안~신천지는 당분간 가지 않으심이.......잘 읽고 갑니다. ㅋㅋㅋ~ㅎㅎ~
상상력이 풍부한 남친님 행복의
투정도 아름다워
보입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ㅎ ㅎ 모든 남성들에 마음을 대필하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