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결교회 성결론의 신학적 이해

[sola-gratia]

 

한국성결교회 성결론의 신학적 이해

박명수교수(서울신학대학교 성결교회역사연구소장)

들어가는 말: 기독교신학과 성결론

한국성결교회의 가장 중요한 교리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성결론이다. 한국성결교회는 중생, 성결, 신유, 재림의 사중복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성결론은 가장 핵심 되는 부분이다. 성결교회는 중생한 신자는 성결을 추구해야 하며, 신유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결한 삶에 있으며, 또한 모든 신자는 다시 오실 주님을 성결한 삶으로 맞이해야 한다고 가르친다.¹⁾

성결교회를 웨슬리안 교파라고 부르는 이유도 사실 성결에 있다. 웨슬리는 종교개혁의 칭의 교리를 받아들였지만 동시에 종교개혁이 간과한 또 다른 중요한 성서적인 진리인 성결을 강조했다. 웨슬리는 자신이 세운 감리교의 존재 목적이 성결의 전파에 있다고 주장하며, 혹시 성결을 전파하지 않는 감리교가 생길까봐 염려된다고 말했다. 사실 성결교회는 기존의 감리교가 성결을 제대로 강조하지 못하고, 웨슬리의 정신에서 벗어났다는 자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명직 목사는 성결교회는 초시대 감리교의 정신으로 돌아가려고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²⁾

하지만 성결은 성결교회나 웨슬리안교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초대교회 이래로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는 성결을 강조하여 왔다. 동방과 서방교회 교부들은 “온전한 그리스도인”(Christian Perfection)을 강조하여 왔다. 물론 동방교회의 온전한 기독교인의 개념이 플라톤적인 요소가 있고, 서방교회의 그 개념이 율법주의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온전한 그리스도인”이라는 개념은 그들의 신앙과 신학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하게 논의할 것이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 성결교회의 성결론의 특징은 성결론을 처음으로 말했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전통이 가지고 있는 성결론을 복음적으로 재확립했다는데 있다.

성결, 혹은 거룩(holiness)은 기독교전통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실 종교학자들은 종교의 본질은 윤리나 사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초자연적인 거룩의 체험에 있다고 본다. 이것은 루돌프 오토(Rudolf Otto)나 멀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 같은 유명한 종교학자들의 견해이다. 이들의 견해를 따른다면 종교의 본질적인 위치는 진(眞)도, 선(善)도, 미(美)도 아닌 성(聖)에 있다. 그래서 성은 종교적인 인물이나, 장소, 혹은 사건을 설명하는 말로 쓰여 진다.

필자는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하면서 한국성결교회의 성결론을 폭넓은 기독교전통에서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I. 성결의 정의와 비슷한 용어들

많은 사람들이 성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혼란스러워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성결에 대한 용어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기독교전통에서 성결과 관련하여 사용되는 단어들을 살펴보면 성화, 기독자의 완전(Christian perfection), 제2의 축복, 현재적 구원, 온전한 구원 등이 있으며, 동방교회에서는 신화(deific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성결의 신학적인 의미를 밝히기 전에 우선 이런 용어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헌법은 “성결이라 함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신의 세례를 받음이니 곧 거듭난 후에 신앙으로 순간에 받을 경험이다. 이 은혜는 원죄에서 정결하게 씻음과 그 사람을 성별하여 하나님을 봉사하기 위하여 현저한 능력을 주심이라. 사람이 의롭다 함을 얻음에 신앙이 유일의 조건됨과 같이 성결도 오직 신앙으로 얻는 은혜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³⁾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헌장은 성결을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헌법은 “우리는 예수의 대속적 보혈과 성령세례로 말미암는 성결을 믿는다.”는 전제 아래 성결의 뜻, 의무, 필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⁴⁾

1. 성결의 뜻 (의의): ‘성결’이라 함은 ‘거룩’=‘정결’=‘성령세례’=‘불세례’=‘완전한 사랑’등의 말로도 표현한다. 이는 [하나님]과 같은 절대적인 성결을 뜻함이 아니요, [하나님]의 성결을 상대로 하여 받는 상대적 성결을 뜻한다. 곧 타락한 인간으로서 [예수]의 구속을 받아 무죄의 상태가 됨을 뜻함이다. 다시 말하면, [예수]의 보혈과 성령세례로 원죄에서 정결하게 씻음을 받고, [하나님]께 봉사하기에 현저한 능력을 주시는 은총이다. 이 은혜는 중생 후, 또는 동시에 신앙으로 말미암아 받는 순간적 체험이다.…

   3. 성결의 필요: 사람에게는 조상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원죄가 있고, 또는 죄로 인하여 부패하여진 악한 정욕, 구습이 있고, 또한 양심이 더러워져있으니, 여기에서 정결을 받아야 된다. 그래야 종신하도록 성결하므로 [주]를 섬기게 될 것이며, 재림하시는 [주님]앞에 흠 없이 서게 될 것이다.

   4. 성결의 방법: 이 은혜는 인간의 방법인 수양이나, 교육이나 개혁이나 난행 고행이나, 점진적인 방법 등으로 받을 수 없고, 오직 하나님께서 보여 주신대로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능력과 주의 보혈을 믿음과 순종과 기도로 받는 것이다.

   5. 중생과 성결: 중생은 자범죄에서 사함과 생명을 받는 일이고, 성결은 심중에 잠재한 원죄에서 정결함을 받는 일이며, 중생에는 죄가 진압되고, 성결에는 죄의 몸이 멸함이 된다. 그러므로 중생은 성결의 시작이요, 성결은 중생의 완성이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헌법과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헌장이 말하는 성결은 같다. 이 두 헌법이 정의하는 성결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성결이란 중생 이후에 이루어지는 2차적인 축복이며, 2) 이것은 인간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순간적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3) 성결의 은혜를 받게 되면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원죄(혹은 부패성)에서 정결케 되며, 4) 이것은 그리스도의 보혈과 성령의 충만한 능력으로 이루어지며, 성결은 성령의 사역이기 때문에 성령세례라고 불려지며, 5) 이 은혜를 받으면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받게 된다. 이 헌법에 나타나있는 것이 한국성결교회가 믿는 성결론의 핵심이다.

그러면 이런 성결과 성결에 대한 다른 용어들은 어떻게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가? 먼저 성결과 가장 많이 교차하여 사용하는 용어가 성화이다. 하지만 성결이 주로 중생 이후의 특별한 경험을 지칭하는 말이라면, 성화는 중생에서 영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칭하여 이르는 말다. 특히 칼빈주의 계통에서 성화는 신앙생활에 어떤 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에서 영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성화를 성결교회와 같이 중생이후의 2차적인 경험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칼빈신학에서는 먼저 성화를 말하고, 그 시작으로서 중생, 그리고 그 완성으로서 영화를 말한다. 이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웨슬리는 중생을 초기의 성화, 성결을 온전한 성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성결교회는 성화라는 용어보다는 성결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여 왔다.

기독교의 역사에서 성결이라는 말을 표현하는 말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이 “기독자의 완전”일 것이다. 하지만 원래 성서에서 완전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것은 정적인 의미의 완전이 아니라 목적을 향하여 나간다는 의미에서 온전을 뜻하는 말이었다.⁵⁾ 따라서 필자는 정적인 완성을 의미하는 기독자의 완전이라는 말보다는 동적으로 완성을 지향한다는 의미의 “온전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 말은 이미 기독교인이 된 사람은 온전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사용되어졌다. 이런 의미에서 온전한 기독교인이 되는 목표가 성결이기 때문에 이 두 용어는 동의어로 사용되어져 왔던 것이다.

온전한 그리스도인이라는 개념은 천주교 신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특별히 천주교는 신자의 윤리와 성직자의 윤리를 구분하면서 온전한 신자가 되려면 절대순명, 절대순결, 절대청빈의 삼종서원(三從誓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 성직자가 평신도보다 위에 있다는 천주교의 계층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웨슬리는 온전한 신앙은 성직자만의 개념이 아니라 모든 신자가 추구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천주교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공로를 쌓으며, 그 공로의 결과로 구원을 얻는다고 가르친다. 이것은 믿음으로 인한 구원이 아니라 공로를 통한 구원이다. 그러나 웨슬리안은 율법적인 완전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적인 완전을 주장한다.

기독교의 역사에서 성결에 대한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졌는데 그것은 성령세례이다. 아마도 이것은 성결운동이 성결론에 미친 독특한 견해라고 생각된다. 성결운동은 부흥운동과 같이 발전했으며, 이런 과정에서 성결은 영적훈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성령의 선물로서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19세기 미국의 성결운동은 성결과 성령세례를 동일시하였다. 우리 성결교회의 헌법은 성결은 곧 성령세례라고 못박고 있다. 이 점이 성결교회의 성결론의 가장 두드러진 점이라고 생각된다.

최근에 일부 학자들이 웨슬리와 동방교회 신학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 가운데 핵심적인 요소가 동방교회의 신화(deification)의 개념과 웨슬리의 성결의 개념이다. 동방교회의 신화는 하나님이 인간이 된 것은 인간이 신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런 동방교회의 개념은 플라톤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신학은 플라톤의 신비적인 합일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서방기독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개념들 속에는 상당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웨슬리가 신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웨슬리안 성결론은 하나님과의 교제를 강조하지 하나님과의 합일을 강조하지는 않는다.⁶⁾

이런 용어 외에도 성결을 지칭하는 다른 용어로서 제2의 축복, 현재적 구원, 온전한 구원 등이 있다. 제2의 축복이란 성결은 칭의 이후에 오는 제2의 은총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개신교가 칭의의 은총만 강조하는데 비하여 성결운동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현재적 구원이란 성결은 죽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구원이라는 점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여기서 성결을 현세에서 가능한 것으로 이해하는 웨슬리안의 정신이 담겨져 있다. 온전한 구원이란 칭의가 죄의 벌에서 구원받는 것을 강조하는데서 멈추지만 이것은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을 제한하는 것이며,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책뿐이 아니라 우리의 죄성, 곧 부패성에서도 우리를 구원하신다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따라서 제2의 축복, 현재적 구원, 온전한 구원 등은 다같이 성결의 의미를 밝히 드러내 주는 용어들이다.   

II. 인간이해: 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타락

전통적인 기독교신학에 의하면 성결이란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이다. 따라서 성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형상이 무엇이며, 또한 타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웨슬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세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였다. 첫째는 자연적인 형상으로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말하는 것이요, 둘째는 정치적인 형상으로 자연을 다스리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요, 셋째는 도덕적인 형상으로 하나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웨슬리의 성결론은 이 세 번째 형상의 회복을 말하는 것이다. 웨슬리가 성결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무엇보다도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웨슬리는 자연적인 형상이나 정치적인 형상의 회복은 영화의 단계에서 완성된다고 가르쳤다.⁷⁾

교부들에 의하면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imago)과 하나님의 모양(similitudo)을 따라서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형상’이라 함은 하나님의 객관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이요, ‘모양’이라 함은 그 객관적인 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측면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서 지음 받았을지라도 하나님의 모양이라는 특별은총을 힘입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대로 살수 없다는 것이다. 웨슬리는 이 모양, 즉 특별은총을 생명나무와 관련해서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이 생명나무실과를 주신 이유는 이 특별은총을 계속 받아야 만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⁸⁾

여기에서 우리는 성결의 두 가지 측면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기독론적인 것으로 성결이란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두 번째 아담 예수 그리스도를 옷 입는 것이다. 사실 하나님의 형상과 그리스도의 형상은 같은 말이다. 두 번째는 성령론적인 것으로 그리스도를 모신 사람은 성령의 계속적인 도우심으로 신자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성령은 우리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드러나게 해주시는 분이시다.⁹⁾

그러면 인간의 타락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웨슬리안 성결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죄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불순종은 성령의 특별은총을 거부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성령의 특별은총 덕분인데, 이것이 사라지자 인간의 본성에는 세 가지 중요한 결과가 나타났다. 첫째는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자범죄(voluntary sin)이다. 이것은 분명히 아담과 하와가 지은 죄이다. 두 번째는 그 죄를 지음으로 주어지는 죄책(guilty)이다. 인간은 죄를 지으면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한다. 셋째는 부패성(depravity)이다. 부패성이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죄를 자꾸 짓고자하는 죄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 부패성은 아담의 죄악된 본성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원죄라고도 부르며, 또한 계속 자손들에게 유전된다는 의미에서 유전죄라고도 부른다. 

웨슬리안 성결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원죄, 또는 부패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사실 원죄이론은 서방기독교의 중요한 전통이다. 그리고 원죄를 가장 철저하게 설명한 사람은 어거스틴이다. 어거스틴은 원죄를 교만과 욕망이라고 보았다. 하나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교만은 모든 것을 자기의 것으로 삼고자 하는 욕망을 낳는다고 하는 것이다. 어거스틴은 이런 욕망의 가장 적나라한 표현을 성욕으로 보았다. 어거스틴은 인간이 죄를 짓는 것은 아담의 원죄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아담 안에(in Adam) 있기 때문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곧 어거스틴은 인간의 모든 죄악의 원천은 아담의 죄악된 본성, 즉 부패성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¹⁰⁾ 이 어거스틴의 원죄론은 그 후 칼빈주의 전통에서 강조되어졌고, 이것은 다시금 19세기 장로교의 구파를 통해서 계속 유지되어왔다. 사실 성결운동은 원죄와 부패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서방기독교, 그리고 칼빈주의 전통과 맥을 같이한다. 사실 19세기 성결운동은 자신들을 구파라고 부르며, 진보적인 감리교신학을 신파 감리교(New School Methodism)라고 비판하였다.¹¹⁾

일부 신학자들은 웨슬리안 성결운동가들이 부패성을 잘못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¹²⁾ 즉 웨슬리안들은 부패성을 육체 안에 있는 일종의 종양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여 그것을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웨슬리안 성결운동가들이 ‘제거’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상징적인 의미이지 의학적인 의미는 아니다. 웨슬리안이 강조하고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 안에 죄성이 실체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거룩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웨슬리안은 부패성을 단지 죄로의 경향성이나 하나님과의 관계단절로 이해하는 것을 반대한다. 죄로의 경향성은 타락이전에도 존재하였기 때문에 죄로의 경향성을 부패성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한 타락은 하나님과의 관계단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의 부패성을 낳았다. 다시 말하면, 원죄를 단지 죄의 경향성이나, 하나님과의 관계단절이라고 보는 것은 원죄의 심각성을 약화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인간의 본성을 죄성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즉 인간의 죄성을 사람 그 자체와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여 죄성의 제거를 본성의 제거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은 웨슬리안 성결신학의 부패성을 오해한 것이다. 웨슬리안은 어떤 신학보다도 인간의 본성과 죄성을 구분한다. 길보른은 “오류의 원인은 많은 삶들이 ‘사람의 성품’과 육의 성질, 곧 죄의 성질을 구별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말한다.¹³⁾ 육체는 하나님이 원래 만드신 좋은 것이지만 인간의 죄성, 곧 부패성은 인간의 타락이후에 인간의 본성에 덧붙여진 것이다. 따라서 웨슬리안이 성결을 말할 때 인간의 본래적인 모습에 덧붙여진 죄성을 제거하고 변화시킨다는 말이지, 인간의 육체 그 자체를 바꾼다는 말이 아니다. 이 육체 그 자체는 우리가 부활의 상태에 들어갈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사실 성결을 죄성의 변화로 이해하는 것은 이미 칼빈주의 전통에서 시작된 것이다. 에드워즈는 타락을 본성의 부패(physical depravity)라고 불렀다. 성령의 역사는 타락한 본성에 새로운 은총을 부어주셔서, 우리의 부패성을 변하여 새롭게 만들어 주시는 것이다. 이것을 18세기의 칼빈주의자들은 본성의 중생(physical regeneration)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것을 마음의 할례라고도 불렀다.¹⁴⁾ 비록 칼빈주의자들이 이 세상에서 온전한 성결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성결을 단지 관계회복으로 보지 않고, 부패성의 변화라고 본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사실 성결운동이 이 세상에서 온전한 성결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죄성이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는 신앙에 근거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이 죄성이라면 인간은 죽기 전에는 결코 온전한 성화를 이룰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죄성이 본래적인 것이 아니라 아담의 타락으로 덧붙여진 것이라면 이것은 성령의 능력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점에서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세대주의와 다르다. 세대주의자들은 죄성과 인간의 본성을 동일시하여 인간이 육체를 가지고 있는 한 본성은 변할 수 없으며, 단지 아담으로부터 유전된 본성과 성령으로부터 유래한 새로운 성품이 인간의 마음속에 공존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을 ‘두 본성이론’이라고 부른다. 성결운동은 두 본성이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말미암는 옛 본성의 변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III. 하나님의 구속계획: 두 가지 치유

웨슬리안 구원론은 아담의 범죄는 두 가지 결과를 가져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죄책이요, 다른 하나는 부패성이다. 아담의 죄가 두 가지 결과를 가져왔다면 이것을 치유하는 하나님의 방법도 두 가지여야 한다. 우드(J. A. Wood)는 그것을 용서(pardon)와 정화(purity)라고 말한다. 즉 우리는 죄에 대한 벌에서 용서받아야 하며, 자꾸만 죄를 짓는 내면의 부패성에서 정화되어야 한다. 우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묘사 한다:¹⁵⁾

[용서]는 우리를 위해(for us) 행하시는 신적 자비의 행위이며, [정화]는 우리 안에서(in us) 행해진 은총의 역사이다. 그는 타락을 용서하지도, 그렇다고 죄책을 씻어주지도 않는다. 용서와 정화는 인간의 구원에 있어서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죄책을 제거하는 전자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우리의 자격을 보증한다면 죄의 오염을 제거하는 후자는 그것을 위한 우리의 준비를 보증한다.

웨슬리안의 성결론을 설명하기 위해서 죄책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 부패성이다. 왜냐하면 부패성은 죄악의 뿌리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로로 용서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죄악의 뿌리가 남아있는 한 인간은 또다시 죄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형수가 대대통령의 특사로 사면 받았지만 그의 마음속에 사람을 죽이고자하는 살생의지가 있다면 그 사형수는 밖에 나가서 다시금 살인을 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사면은 살인수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은 살인자의 죄성이 변하여 새로운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패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성결은 바로 이 부패성의 문제에 대한 해결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루터신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루터는 천주교의 공로구원에 반대하여 이신칭의(利信稱義)를 강조하였다. 루터의 관심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이루어 놓으신 공로를 덧입는 것이다. 이것을 ‘낯선 의’(alien righteousness)라고 부른다. 이것은 우리 밖에서(extra nos)에서 우리에게 ‘전가되는 의’이다. 하지만 루터는 천주교의 공로구원에 반대한 나머지 성서가 그렇게 강조하는 인간의 내면의 변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하였다. 이런 점에서 루터는 그리스도의 객관적 의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신자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성령의 역사를 무시했다고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간의 내면의 죄성이 정결케 되며 변화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웨슬리안 성결운동의 대답은 그리스도의 보혈과 성령의 역사이다. 인간의 내면이 오염되어 부패해졌다면 이것을 정결케 하는 방법은 오직 그리스도의 보혈이다. 이것을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은 찬송가이다. 찬송가 186장은 “내 주의 보혈은 정하고 정하다. 내 죄를 정케 하신 주 날 오라 하신다. 내가 주께로 지금 가오니 골고다의 보혈로 날 씻어 주소서”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또한 초기 동양선교회 선교사들이 한국에 왔을 때 강조했던 것이다. 그들은 한국의 여인들이 냇가에서 흰옷을 빠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이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은 십자가의 보혈로 한국인들의 마음을 정결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¹⁶⁾

인간의 부패성은 그리스도의 보혈로 정결케 되지만 동시에 성령의 세례로 새롭게 변화되는 것이다. 사실 하나님이 인간을 처음 창조하실 때에 흙으로 사람을 만드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 넣으셔서 생령(生靈)이 되었다. 그런데 인간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생기, 곧 하나님의 영은 떠나고 인간의 육체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회개하고 예수를 믿게 되면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되고, 그러면 육체만 남은 인간에게 하나님의 영이 들어와서 하나님께서 원래 만들어 놓으신 인간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웨슬리는 이 영은 신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¹⁷⁾ 웨슬리에게 있어서 우리를 성결케 하는 분은 본질적으로 성령이다. 우리 찬송가 178장 2절은 이것을 잘 표현하여 주고 있다: “정욕과 죄악에 물든 맘을 성령의 불길로 태우사 정결케 합소서. 태우소서 깨끗케 하여 주옵소서. 주여 성령의 은사들을 오늘도 내리어 줍소서. 성령의 뜨거운 불길로서 오늘도 충만케 합소서.”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내면의 변화에 대해서 좀더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서구윤리는 인간의 덕성 함양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윤리에 의하면 인간이 선행을 반복하게 되면 이것이 습성이 되고 이것이 덕성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덕은 인간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며, 이 덕성이 쌓여질 때 이것은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여기에 천주교의 공로사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신교는 이런 아리스토텔레스의 덕목을 반대한다. 성경은 새로운 성품은 인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성품은 하나님의 역사인 중생에서 시작된다. 성령이 우리 속에서 역사하게 되면 옛 아담은 물러가고, 두 번째 아담이 우리 속에 거주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새로운 성품을 소유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복음주의 기독교는 참된 인간은 도덕적인 훈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말미암는 중생으로 시작된다고 믿는다.¹⁸⁾

웨슬리는 죄를 내적인 죄와 외적인 죄로 나누고, 내적인 죄를 부패성이라고 말하고, 외적인 죄를 자범죄라고 말한다. 웨슬리안은 이 부패성을 죄악의 쓴뿌리라고 부른다. 이 쓴뿌리가 자라서 외적인 죄, 곧 자범죄를 만든다. 그러므로 자범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내적인 부패성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웨슬리는 또한 성결을 내적인 성결과 외적인 성결로 나눈다. 그가 말하는 내적인 성결이란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을 말하며, 외적인 성결이란 율법, 곧 사랑의 법을 준수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둘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즉 내적인 성결이 이루어져야 외적인 성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내면의 진정한 변화는 중요한 것이다.

IV. 구원의 이중적인 단계: 중생과 성결

다음으로 우리가 다루어야할 문제는 그러면 어떤 과정으로 우리의 내면이 변화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 대해서 웨슬리는 인간의 단계를 세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가 자연인의 단계이며, 두 번째가 종의 단계, 세 번째가 아들의 단계이다. 자연인의 단계는 아직 신앙을 갖지 않은 불신의 상태이며, 종의 단계는 이미 예수를 주로 믿고 거듭났으나 아직 온전한 자유를 얻지 못한 상태이며, 아들의 단계는 온전한 성화(성결)를 이루어 마음의 기쁨이 충만한 단계이다. 자연인의 상태는 모든 인류가 공통적이므로 실질적인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는 중생과 성결의 두 단계로 말할 수 있다.

위에서 지적한대로 웨슬리안은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새로운 인간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중생은 하나님 백성의 출발점이다. 이것은 태초에 하나님이 인간의 코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과 같다. 이 영이 없이는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중생은 하나님의 역사의 시작일 뿐 그것 자체로 완성은 아니다. 중생으로 얻어지는 것은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이제 성령의 역사와 육체의 소욕 사이가 갈등상태에 들어서는 것이다. 따라서 웨슬리는 자연인의 상태에서는 갈등이 없지만 중생한 이후에는 영과 육의 갈등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웨슬리안이 중생이 신앙의 완성이 아니고, 영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출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로마서 7장에 근거하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과거를 살펴보면서 이미 중생했지만 자신의 속에서 죄와 사망의 법과 생명과 성령의 법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웨슬리안의 주장은 단지 성서를 그냥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웨슬리안 성결운동가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체험을 통해서 중생의 체험 직후에는 큰 기쁨이 있고 죄를 이길 수 있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자신의 속에 죄악의 세력이 남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우리의 신앙경험을 통해서도 인정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 중생이후에 우리의 속에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것을 신학적으로는 잔여죄(殘餘罪)라고 부른다.¹⁹⁾ 성령으로 거듭난 우리는 분명히 옛날과 같은 성품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하지만 온전히 변화된 것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 속에는 여전히 옛 사람 아담의 모습이 남아있다. 이것을 웨슬리는 신자의 죄라고도 부른다.

이 잔여죄에 대해서 몇 가지 입장이 있다. 먼저 칼빈주의자들은 이 잔여죄는 인간의 육체가 존재하는 한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 이들은 따라서 신자의 삶이란 영과 육의 갈등의 연속이며, 이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통 칼빈주의자들은 오히려 이런 갈등이 우리로 하여금 겸손하게 만들고 결국에 가서는 우리의 신앙을 유익하게도 한다고 강변한다.²⁰⁾ 하지만 웨슬리안은 성서가 강조하는 것은 영육의 갈등이 아니라 성령으로 인한 승리라고 믿는다.

다음으로 19세기의 일부 진보적인 감리교도들은 중생 때 인간의 죄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고 본다. 이들은 뉴 헤이븐 신학의 영향을 받아서 자범죄만 인정할 뿐 죄성을 부인한다. 인간의 죄성을 부인하기 때문에 중생이후에 죄성이 남아있다는 것도 부인한다. 잔여죄를 부정하기 때문에 이 잔여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제 2의 은총도 부정하게 된다. 따라서 19세기 후반의 진보적 감리교는 중생이후에는 지속적인 성화만 있을 뿐 제 2의 은혜로서의 성결은 없다고 주장하였다.²¹⁾

이에 대해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중생이후에도 여전히 잔여죄가 남아있으며, 이것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에서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성결은 중생이후에 오는 것으로 중생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이차적인 은혜라고 지적한다. 중생으로 인해서 죄성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면 성결로 인해 죄성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웨슬리안은 온전한 구원이라고 말한다. 즉 성결에서야 자범죄만이 아니라 부패성(죄성)에서 온전히 해방되기 때문이다. 성결운동은 내적인 부패성에서 해방되지 못하면 아직 운전한 구원의 상태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 이유는 그 남아있는 죄성이 다시금 우리를 죄악으로 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결운동이 이중적인 치유를 설명하는데 다양한 패러다임을 사용한다. 먼저 이들은 구약의 출애굽 패러다임을 이용하여 이중적인 치유를 설명한다. 즉 이스라엘이 홍해바다를 건너는 것이 중생이라면 요단강을 건너는 것은 성결이다. 애굽이 불신앙의 상태라면, 광야시대는 영육의 갈등의 상태요, 가나안은 영의 승리의 상태이다.²²⁾ 또한 성결운동은 부활절과 오순절의 관계를 들어서 이중적인 치유를 설명한다. 부활절이 중생의 상태라면 오순절은 성결, 곧 성령세례의 상태라는 것이다.²³⁾

필자는 이런 이중적인 치유가 원칙적으로 옳은 것이기는 하지만 모든 신자의 신앙경험이 항상 중생과 성결의 두 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어떤 사람은 여러 차례의 신앙체험을 거쳐서 성결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또한 어떤 사람에게는 단 일회적으로도 온전한 은혜의 상태에 들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성령의 역사와 거기에 반응하는 인간의 자세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중생과 성결의 두 단계가 표준적이기는 하지만 모든 신앙의 경험을 두 단계로 도식화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본다.              

성결운동은 성결의 상태가 천사와 같은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미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웨슬리에게 있어서 온전한 그리스도인이란 도덕적인 형상의 회복을 말하는 것이지 자연적인 형상과 정치적인 형상까지도 완전하게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달리 말하면 성결 이후에도 인간은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지로서의 죄, 연약하여 짓는 죄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이런 인간의 한계 때문에 인간은 언제든지 다시 타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타락이전의 아담이 죄성이 없었는데도 사탄의 유혹을 받아 범죄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타락이전에 부패하지 않은 아담과 하와가 타락했다면 성결한 신자도 다시금 타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성결은 인간의 한계 내에서의 성결이지 결코 인간을 신적인 위치에 놓는 것은 아니다. 

웨슬리안은 인간의 육체가 갖고 있는 모든 한계를 뛰어넘는 온전한 인간은 영화의 단계에서나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점에서 성결운동과 칼빈주의는 사실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입장은 다같이 영화의 상태에 이르러서야 무지와 연약함에서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서 성결운동이 항상 강조하는 것이 천사와 같은 완전이 아니라, 성서가 말하는 복음적인 완전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V. 성령의 역사로서의 성결: 성령세례

웨슬리안 성결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성결을 성령세례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많은 성결교파들이 성결을 성령세례라고 정의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²⁴⁾ 그러면 웨슬리안이 왜 성결을 성령세례라고 말했을까? 웨슬리는 일찍이 성결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다. 문제는 이 성결을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웨슬리가 처음 사용한 방법은 은총의 수단이다. 그는 열심히 교회가 정해주는 성례전에 참여하고, 선행을 실천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패였다. 이때 그에게 모라비안은 믿음을 강조했고, 그는 자신을 하나님께 맡겼다. 그 후에 그는 “이상하게 마음이 뜨거워지는” 올더스게?堧? 체험을 한 것이다. 올더스게?堧? 체험은 일종의 성령체험이다. 그 후부터 그에게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웨슬리는 칭의가 우리를 위하여(for us)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행하신 사역에 근거하는 것이라면, 성화는 우리 안에서(in us) 우리를 새롭게 하시는 성령의 사역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성결을 성령세례와 보다 분명하게 연관시킨 것은 웨슬리의 후계자들이다. 한때 웨슬리가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던 풀렛처는 성결은 성령세례라고 분명하게 언급했다. 그는 성결은 인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도행전 1장에 나오는 성령세례로 가능하다고 믿은 것이다.²⁵⁾ 그후 19세기 미국의 성결운동은 성결을 성령세례라고 불렀다. 특별히 19세기의 성결운동이 부흥운동을 통해서 나타났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한다. 19세기 전반에 일어났던 팔머의 부흥운동, 19세기 후반에 나타난 전국성결연합회의 부흥운동은 성결을 성령의 역사로 강조하였다. 이들에게 있어서 인간의 내면에 있는 부패성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성령세례를 받는 길 이외에는 없는 것이다.²⁶⁾

이 점에 있어서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신학사에 있어서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다. 기독교신학은 전적인 타락을 강조하여 이 세상에서는 온전한 성결이 가능하지 않다는 어거스틴적인 신학이나, 아니면 인간의 도덕적인 능력을 강조하여 온전한 성결이 가능하다는 펠라기안적인 신학으로 나뉘어졌다. 전자는 너무 비관적이며, 후자는 너무나 낙관적이다. 하지만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어거스틴과 같이 인간의 부패성을 믿으며, 펠라기안과 같이 온전한 기독교인의 가능성을 믿는다. 그러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 성령세례이다. 인간이 타락했지만 성령의 능력으로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웨슬리안은 펠라기안이 말하는 인간의 도덕적인 능력에 근거한 인본적인 완전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²⁷⁾

최근 성서신학계는 세례와 성령세례의 관계에 대해서 논란 중이다. 제임스 던을 중심으로하는 성서신학자들은 초대교회에는 세례시에 성령세례가 나타났다고 주장하면서 성령세례는 2차적인 세례가 아니라 일차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²⁸⁾ 많은 개혁파신학자들은 여기에 동의한다. 개혁파신학은 세례를 받을 때 이미 성령을 받았으므로 이차적으로 성령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세례시의 중생(Baptismal Regeneration)이라고 부른다.²⁹⁾ 이 세례시의 중생이론에 따르면 신자들은 본인이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세례시에 중생하며, 동시에 성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론은 천주교의 성례전 교리, 즉 신부가 성례를 집전할 때 자동적으로(ex opera operato)로 은혜가 임한다는 교리에 근거한 것이다. 원래 개신교는 성례가 자동적으로 은혜를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신자의 믿음에 의하여 은혜를 전달해 준다고 믿는다. 이런 점에서 개혁파의 세례시의 중생론은 개신교의 원리에 철저하지 못하다고 본다.

천주교는 세례를 받을 때 아담으로부터 내려오는 원죄를 씻김 받는다고 본다. 천주교는 세례는 원죄를 씻어주는 효과가 있으며, 따라서 유아도 세례를 받지 못하면 원죄에서 씻김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멸망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천주교는 이런 역사는 신자가 의식하든지, 의식하지 못하든 관계없이 신비스럽게 이루어진다고 본다. 따라서 천주교의 유아세례는 원죄교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죄성의 파괴는 형식적인 세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성령의 인격적인 역사로 인해 나타나는 중생과 성결에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중생 때 죄성이 부분적으로 붕괴되어지며, 성결 때 온전히 변화된다는 것이다.³⁰⁾

여기에서 우리는 성령세례와 천주교의 성례전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천주교는 성례전은 그리스도가 세운 은총의 수단이기 때문에 인간의 인격이나 믿음에 관계없이 성령의 역사를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이런 전례주의를 반대한다. 물론 원칙적인 의미에서 성례전은 은총의 수단이다. 하지만 성결운동은 기존교회에서 전례가 은총의 수단이 되지 못하고 단지 형식으로 전락하고 만 것을 보아왔다. 따라서 그들은 성례전을 강조하기보다는 개인의 기도와 찬송과 성경읽기를 통한 하나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추구하였다. 다시 말하면 성례전을 통한 간접적인 방법보다는 개인의 경건생활을 통한 보다 직접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 점이 성결운동의 영성의 중요한 측면이다.

일부 웨슬리안 신학자들은 성결운동의 성령세례와 천주교의 견진성사가 서로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성결운동이 성령세례를 물세례(혹은 중생)에 이은 두 번째 은혜로 보는 것과 같이 천주교는 견진성사를 세례 다음에 주어지는 성례전으로 본다. 천주교는 세례가 신자를 교회에 받아들이는 의식이라면 견진은 실제적으로 신앙인의 삶을 살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의식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견진은 성결과 관련이 있다.³¹⁾ 하지만 천주교와 성결운동은 이런 외적인, 신학적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성령세례는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령세례는 물론 견진성사에도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견진을 받았다고 해서 성령세례를 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성결운동은 성령세례는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신자가 자신의 삶을 통해서 분명하게 간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성결운동이 성결을 성령세례로 이해하는 데는 매우 중요한 신학적인 특징이 있다. 오순절운동은 성령세례를 받은 일차적인 증거를 방언으로 이해한다. 이런 은사에 대한 강조는 성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은사로 보게 하는 오류를 갖게 만들었다. 물론 필자는 은사를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경에 나타난 은사는 권장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성령의 본래적인 사역은 은사에 있다기보다는 죄인의 변화에 있다고 본다. 성령의 일차적인 역할은 우리를 새로운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성령세례는 성결로서 나타난다.

하지만 성결운동과 오순절운동은 다같이 성령세례를 성령의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이것은 사도행전 1장의 말씀을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은 성령세례를 받고 능력을 얻어서 세계선교에 나가라고 말씀하셨다. 따라서 성령세례는 처음부터 선교를 위한 능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 성서학원의 목적은 성령세례를 받아서 능력 있는 사역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성결교회는 성령세례는 거룩한 삶과 능력으로 나타난다고 믿었다.³²⁾

하지만 성령세례가 한편으로는 성결이라는 윤리로 나타나지만 이것이 단지 윤리로 제한되는 것은 잘못이다. 성령세례는 근본적으로 초자연적인 성령의 체험이다. 이것을 종교학자들은 거룩의 체험이라고도 부른다. 이 거룩의 체험을 할 때 인간은 자신의 죄성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삶의 원천은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거룩의 체험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거룩은 일차적으로 체험이며, 이차적으로 윤리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많은 성결운동가들은 자신들의 신앙과정에서 이런 체험을 경험하였다. 이것은 아마도 종교의 가장 원초적인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³³⁾         

VI. 성결에 이르는 길: 점진적인 노력과 순간적인 은혜

19세기 성결운동에 대한 가장 중요한 비판 가운데 하나가 성결의 순간적인 측면은 강조하면서 성결의 점진적인 측면은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따르면 웨슬리는 점진적인 성결과 순간적인 성결을 조화롭게 강조했는데 19세기 성결운동가들은 일방적으로 순간적인 측면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보아서 19세기 성결운동은 순간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점진적인 측면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왜 성결교회가 순간적인 성결을 강조했을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성결은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성결이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면 그것은 순간적일 것이다. 선물은 항상 순간적으로 받는 것이지 점진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성결은 믿음으로 받기 때문이다.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칭의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성결도 순간적으로 이루어진다. 세 번째는 성결은 인간의 노력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결은 덕성의 함양이 아니다. 이것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다. 많은 성결운동가들은 성결이 점진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진화론과 관련시켰다. 신학적 진화론자들은 성결을 점진적인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신학적 창조론자들은 성결을 순간적인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³⁴⁾

보스턴 대학교의 신약학자 다니엘 스틸은 성결의 순간적인 측면을 신약신학적으로 입증하고자 했다. 그는 신약성서에서 성결에 관련된 단어를 조사한 결과 거의가 부정과거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부정과거용법은 지속적이거나 습관적이거나 반복적인 행위를 지칭하지 않고, 순간적이며, 일회적인 사건을 설명한다. 이것은 성결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뒷받침 해준다는 것이다.³⁵⁾

이와 같은 성결의 순간적인 측면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팔머의 제단신학에서이다. 팔머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성결을 체험하지 못한 이유는 성결은 오랜 노력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성결추구를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팔머는 오히려 성결은 지금, 당장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방법으로 제단신학을 내세웠다. 제단신학이란 “제단이 제물을 거룩하게 만든다”는 마태복음 23장 19절에 근거하여 우리가 대제사장이 되시는 그리스도에게 우리자신을 제물로 드리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거룩하게 만드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자아의 포기이며, 이 포기는 성령으로 하여금 역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팔머는 수많은 사람들을 제단으로 초청하여 안수하므로 성령세례, 곧 성결의 체험을 하게 하였다.³⁶⁾

이러한 팔머 방식의 성결운동은 19세기 미국의 부흥운동에 잘 들어맞았다. 성결운동은 주로 부흥운동에서 일어났으며, 부흥회는 목회와는 달라서 짧은 기간 내에 결과를 얻어야 한다. 미국의 기독교는 오랫동안 부흥운동적인 컨텍스트에서 발전하여 왔으며, 순간적인 성결의 체험은 이런 부흥회와 잘 어울리는 구조를 갖고 있다.³⁷⁾

하지만 성결운동이 성결의 점진적인 측면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성결운동의 주장은 인간은 성결을 받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지만 정작 성결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선물을 받는 사람이 선물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실질적으로 성결운동은 성결을 위해서 진지한 준비를 할 것을 가르쳐왔다. 그래서 이명직 목사는 진정한 회개가 이루어져야 중생도 성결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면 진정한 회개란 무엇인가? 이명직 목사는 “첫째 자기가 죄인이라는 자각, 둘째 자기의 죄에 대한 통회, 셋째 그것을 겸손하게 고백하는 행위, 넷째 자신의 죄 값을 변상하는 회개의 열매, 다섯째 그 결과로 사죄의 확신을 갖게 된다”라고 말하였다.³⁸⁾ 이것은 성결운동이 그냥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결신학은 중생 이후에도, 그리고 성결 이후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유지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성결운동은 성결의 체험에 있어서 은총의 수단의 사용에 대해서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원래 성례전은 우리의 신앙생활을 돕는 은총의 수단이다. 웨슬리에게는 성례전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이것이 형식화되면서부터 은총의 전달은 없어지고, 단지 의식만이 남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부흥운동은 여기에 대한 도전으로 생긴 것이다. 여기에 영향을 받은 한국성결교회가 비전례적(非典禮的)인 태도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례가 바로 행해져서 이것을 통해 신자들이 진정으로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고,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면 이것은 바람직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내적인 역사가 없이 단지 전례주의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맺는 말: 한국성결교회 성결론의 역사적인 위치와 특징

지금까지 필자는 한국성결교회의 성결론을 보다 폭넓은 기독교신학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성결은 초대교회에서부터 현대교회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전통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면 한국성결교회의 성결론은 다양한 전통들과 어떻게 다른가?

동방교회는 성결을 신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서방교회의 전통에 서있는 한국성결교회는 성결을 신이 된다는 개념보다는 죄악의 본성을 변화시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시킨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천주교는 기독자의 완전이라는 용어를 강조한다. 하지만 천주교는 성직자의 윤리와 평신도의 윤리로 나누었으며, 그것은 결과적으로 교회의 계층구조를 만들었다. 아울러서 천주교의 성결은 공로구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이 가지고 있다.

종교개혁자 루터는 칭의의 교리는 강조하였으나 성결의 교리는 강조하지 못하였다. 칼빈은 루터에 비해 성화를 강조했지만 인간의 육체적인 한계 때문에 이 세상에서는 온전한 성화가 가능하지 않다고 보았다. 여기에 대해서 성결은 이 세상에서 가능하며, 모든 신자들은 이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웨슬리이다.

한국성결교회는 웨슬리의 전통을 이어받고, 19세기의 성결운동을 거치면서 형성된 성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19세기 성결운동은 성결은 한편으로는 내면적인 부패성에서의 해방이며, 이것은 성령의 세례로서 가능하고, 이 성령세례는 우리에게 능력을 주어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도록 만든다고 보았다.

19세기 성결운동에서 오순절 운동이 나왔다. 오순절운동과 성결운동은 다같이 성령을 강조한다. 하지만 성결운동은 보다 성령의 변화시키는 사역에 강조점을 둔다면 오순절운동은 보다 은사적인 측면에 강조를 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성결교회의 성결론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기독교신학의 중심주제인 성결을 다시 강조하였다. 많은 개신교가 루터의 칭의교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여 성서와 기독교신학의 중심주제인 성결을 잃어버렸는데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이것을 다시금 회복시킨 것이다.

둘째,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성결을 건전한 기독교신학의 전통에서 재확립하였다. 신학은 한편으로는 신비주의에 빠져 신인합일을 주장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도덕폐기론에 빠져 도덕을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성결교회의 성결론은 이런 양극에 빠지지 않고 성서적인 성결론을 형성하였다.

셋째,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체험과 윤리를 잘 조화시킨 성결론을 갖고 있다. 일부 종교는 윤리를 상실한 신비적인 경험을 강조하고, 다른 종교는 초월을 상실한 딱딱한 윤리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성결교회는 성결이 성령세례라고 규정함으로써 성결의 윤리와 성령세례의 체험을 하나로 결합시켰다.

넷째, 웨슬리안 성결운동은 기독교인이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전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목회의 지평을 확대시켰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믿음으로 얻는 구원을 전해야 하지만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온전한 구원을 추구하게 함으로써 성결교회는 성숙한 기독교를 만드는데 공헌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성결교회를 세우신 목적은 성결의 복음을 전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성결교회는 불신자에게 구원의 은총을 전하고, 신자에게는 성결의 복음을 전할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이것을 신학적으로 연구하여 성결론이 다시금 신학의 중심주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결부흥사 정남수 목사의 생애와 그의 신학에 대한 소고

김 영 백(나사렛교회 목사)

들어가는 말

한 사람의 생애와 사상과 업적을 소개한다는 것을 매우 어렵고도 조심스런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금년에 정남수 목사의 전기를 집필하여 출판하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이다.

정남수 목사는 한국 최초의 미국 유학생 출신의 부흥사이며 최초의 장막전도대 개시자이며 나사렛교회의 창립자로서 큰 활동을 하였고 특히 그의 1926년부터 41년까지 15년간에 걸친 부흥운동은 한국 교계에 새롭고 참신한 바람을 일으킨 부흥운동의 선구자로 한국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자타가 인정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를 가리켜 민경배 교수는 한국교회 부흥운동사의 제3기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하였고 김양선 목사는 한국교회의 위대한 부흥사로 "길선주, 김익두, 김종우, 이용도, 정남수"를 거명한 바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서거한지 37년이 지나도록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록한 문헌이 영문으로 된 한두 권과 단편적인 글 몇 편이 있을 뿐임을 안타깝게 생각해 온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필자가 관계하고 있는 성결교회 역사와 문학연구회에서 성결교회 인물사를 해마다 편집하여 출판하면서 매번 정남수 목사를 거론하며 문사화 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실현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가 창립한 나사렛교회에서 목회자로 40여 년간을 봉사하였고 생전에 그 분의 사랑과 가르침을 받아온 사람으로서 그 분의 전기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평소에 느껴오던 차 용단을 내어 부족한대로 정남수 목사의 전기를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이번 논문에서 정남수 목사의 간략한 생애와 그가 부흥운동으로 새바람을 일으켰던 1926년서 1941년까지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그의 신학사상을 간단하게 서술함으로써 나에게 부과된 오늘의 임무를 다하려고 한다.

1. 정남수의 생애

 A. 나라사랑의 길

출생과 소년시절

정남수의 아명은 영도였고 그가 태어난 곳은 평안남도 강서군 동진면 고면리에서 정용훈씨의 3남 1녀 중 막내아들로 1895년 11월 9일에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고장은 세 가지 유명한 것이 있었는데 하나는 약수로 유명하여 위장병 치료와 건강에 좋다하여 늘 사람들로 분 볐고 멀리 평양에도 밀봉하여 배달이 되었다. 또한 강서는 고구려의 큰 무덤 셋이 있다하여 삼묘리라는 곳이 있었는데 근래에 그 고분 안에 귀중한 고구려 벽화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한국 근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선각자인 도산 안창호와 고당 조만식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정남수는 아버지와 형들을 도와 주로 농사일을 도우며 밤에는 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하면서 소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중 그 동리에 들어온 장로교 선교사 헌터 박사의 전도를 받아 그의 외보부가 먼저를 예수를 믿게 되고 이어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들이 솔거하여 복음을 받아드리고 12세 때에 세례를 받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외조부와 더불어 노방전도에 참여하여 전도를 하였는데 그는 이미 어릴 때부터 전도자의 기질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대성학교 입학과 도산 안창호를 따라 망명

그러나 그는 서당에서의 공부에 만족할 수가 없었고 시설이 좋은 신식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겠다는 향학열에 불타고 있던 참에 고향을 방문한 도산 안창호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평양에 막 개교한 대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성학교에 입학한지 1년 여간 안창호를 통하여 성실한 인격과 애국정신을 배워 그는 거짓이 없는 삶과 나라사랑의 법을 철저하게 배웠다. 그런데 1909년 늦가을에 중국 하얼빈에서 일본의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가 안중근 의사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 사건이 발생하지 일본 통감부는 독립지사들을 무차별 검거하기 시작했고 이에 연루되어 안창호가 교장실에서 일본 헌병들의 의해 검거되어 서울로 압송되고 말았다.

15세의 어린 정남수는 스승 안창호를 뒤따라 서울에 도착, 옥중에 사식을 반입하고 외부 독립운동가와의 연락을 담당하다가 도산 안창호가 석방되고 다른 독립투사들과 중국으로 망명길에 오르자 스승을 따라 소년 정남수도 망명길에 오르게 된다. 중국과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러시아와 구라파와 영국을 거쳐 마침내 미국 뉴욕에 망명하였다. 그 후 그는 도산이 창단한 흥사단 창단 단우가 되고 호텔의 접시 닦기로 시작하여 병원과 과수원에서 막 노동을 하며 돈을 벌어 독립자금을 후원하며 조국의 독립운동에 참여하였다.

 B. 예수 사랑의 길

애즈베리 대학 졸업과 사역 시작

나이 20세에 접어들자 그는 의사가 되어 동포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캔터기주의 베뢰아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친구 차희선과 더불어 가는 도중에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기차객실에서 부흥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애즈베리 대학의 창립자이자 총장이며 유명한 성결부흥사인 모리슨 박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의 권유와 도움으로 애즈베리 대학에 입학하여 의사의 뜻을 접고 신학을 공부하여 전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정남수는 대학에 입학자격을 얻기 위해 20세가 된 그가 속성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1년에 마치고 대학에 정식으로 입학하였다. 대학생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학기 중에 열린 부흥회에 참석한 그는 큰 은혜를 받아 중생의 체험을 하였다. 그러나 집회가 끝난 후에도 은혜에 대한 갈망이 멈추지를 않아 그는 아무도 없는 기숙사 지하실에서 밤새워 열심히 기도하던 중에 옛날의 정남수는 완전히 죽고 성령으로 새롭게 태어난 성결한 사람 정남수로 태어났고 정남수의 오순절을 맞아 하나님께

헌신한 전도자로의 소명을 받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 그는 여름방학이 되면 모리슨 박사를 따라 미국 각지를 순회하며 장막집회에서 간증과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영적으로 굶주려 있던 미국사람들은 키가 작은 동양의 젊은 전도자의 열의에 찬 설교에 매혹되어 큰 감동을 받아 회개와 성령으로 충만한 역사가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그의 설교를 듣고 일생을 주님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소명자들이 많이 일어났고 그 중의 한 사람이 O. M. S.의 총재를 역임한 웨슬리 듀엘(Wesley L. Duewel) 박사로 그가 2000년 가을에 한국크리스?? 성결촉진회가 주최한 연례 성결대성회의 강사로 와서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설교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올해로 내가 O. M. S.와 연관을 가진지 60년이 됩니다. 내가 어떻게 O. M. S.의 선교사가 되었는지 아십니까? 가장 큰 이유는 로버트 정이라는 젊은 한국인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여름 제 부모님은 나를 성결부흥집회에 데리고 가셨는데 아마 내 나이 10세쯤 되었을 것입니다. 거기서 정남수 목사를 만났는데 그의 영혼 구원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자기를 위해 매일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기도제목을 적은 작은 카드를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기도카드에는 그의 사진이 있고 그 밑에는 "영혼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서 큰 도전을 받고 선교사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젊은 동양의 한 설교자로부터 감동을 받은 많은 미국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한국의 빌리 선데이"라고 불렀다. 빌리 선데이는 무디와 함께 미국의 유명한 부흥사로 프로 야구 선수로 있다가 전도자가 된 사람으로 평생 1억 명의 청중을 동원하고 300회의 집회를 통해서 100만 명의 사람들이 그의 설교를 듣고 회심하였다고 한다.

목사 안수와 귀국준비

정남수는 졸업과 함께 감리교 켄터키 연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리고 귀국할 기회를 엿보았으나 전혀 길이 막혀 그는 미국에서 얼마간 전도활동에 전념하다가 기회가 나면 조국에 돌아가 봉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를 스텐리 죤스 박사(Dr. Stenley Jones)를 만나게 하셨다. 죤스 박사는 감리교회의 유명한 선교사로 인도에서 여러 해 선교를 하였고 미국 감리교회에서는 그를 감독으로 몇 차례 추천하였으나 이를 거절하고 선교사로 초지일관한 사람이다.

죤스 박사는 정남수에게 고국에 돌아가서 부흥운동을 일으키라고 권면 하며서 그를 뉴욕에 있는 선교본부에 찾아가도록 추천서를 써 주었다. 그는 뉴욕의 선교본부를 찾아가 총무를 만나 죤스 박사의 추천서를 보이고 그의 뜻을 간곡하게 전하였다. 그러나 감리교 본부에서는 정 목사가 온전한 성결을 주장한다는 말을 듣고 본부의 정책과 틀린다는 이유로 그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실망한 나머지 월모아로 돌아오는 길에 뉴저지 델란코에서 열리고 있는 천막집회에 참석하여 그의 상한 마음을 달래고자 하였다. 그런데 그 모임의 주최측의 요청으로 설교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정 목사는 그를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증거 하면서 고국에 돌아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그의 열망을 외쳤다 거기 참석한 사람들은 자기 동포를 구원하겠다는 정 목사의 열정적인 설교에 크게 감동되어 즉석에서 800불을 거둬 선교비로 그에게 건너 주었다.

정 목사는 내친김에 그의 발걸음을 오하이오에서 열리고 있는 할로우 록크(Hallow Rock) 천막집회에 참석하여 그곳에서도 델란코 집회에서와 같은 설교를 하였고 그곳 사람들도 그의 열망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었고 선교비를 보태주었다. 이 천막집회는 정 목사가 조국에서 사역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수년간 후원해 주었다.

이러한 예기치 못했던 도움들은 정 목사를 고국에 돌아가서 전도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확신시켜 주었다. 윌모아에 돌아온 정 목사는 모리슨 박사를 만나 그간의 경유를 세밀하게 보고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난 모리슨 박사는 이제 주저하지 말고 고국으로 돌아가서 고통 중에 처해 있는 동포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하고 온전한 구원의 복을 전하라고 그의 손을 굳게 잡아 격려하면서 그에게 미리 준비해 두었던 600불을 선교비로 보태주었다.

16년만의 귀국과 부흥운동 시작

정남수는 1926년 그가 조국을 떠나온 지 16년 만에 몽매에도 잊지 못하던 동포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기 위해 귀국하였다.

귀국한 정남수에게는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만나 구면인 감리교회 감독인 양주삼 박사 댁에 머물면서 앞으로 할 일을 구상하며 결혼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고국에 돌아온 그에게 큰 문제가 생겼다. 그는 자기의 모국어를 많이 잊어버려서 대화가 막혔고 신문 1면을 읽는데 3시간이 걸렸다. 귀국한지 며칠이 지난 후에 어떻게 들었는지 수원에 있는 어느 장로교회에서 부흥회 강사로 정 목사를 초청하였다. 이 말을 들은 양주삼 박사는 정 목사가 아직 말이 서툴러서 초청에 응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만류하였으나 설교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는 정 목사는 그 청을 수락하였다.

그는 수원에 내려가서 천명이 넘는 청중이 모인 자리에서 서투른 조선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회개에 대한 설교를 하고 제단 초청을 하였다. 사람들은 떼를 지어 강대상 주위로 몰려들었고 그들의 기도는 밤새 계속되었다. 하루 세 차례씩 계속된 부흥회는 집회시간 마다 사람들이 물결치듯 몰려왔고 예배당 마루바닥에 앞자리부터 차곡차곡 자리를 정돈해 앉아서 설교시간을 기다리며 열심히 찬송을 불렀다. 그 때만해도 남녀석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으나 이 때만은 그 구분이 지켜지지 않았다. 정 목사의 설교는 언어의 장애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깊은 은혜자리로 인도하였다.

수원 집회가 끝난 후에 여러 곳에서 그에게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는 초청이 쏟아져 왔다. 1927년이 밝아오면서 그에게는 더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는데 북쪽 의주로부터 시작하여 전국각지에서 교파를 초월하여 그를 강사로 초청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해 왔다.

정 목사의 결혼과 장막전도대 활동

정 목사는 1927년 초여름에 동경음악하교를 졸업하고 원산 루씨여자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경숙과 결혼을 하고 원산에 사랑의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래서 정 목사는 당분간 원산을 근거지로 삼고 각지에서 초청하는 부흥회에 응하기로 하였다.

그는 지금까지 각 교회의 초청에 응하여 부흥회를 인도하는 가운데 굉장한 성과를 올렸지만 정 목사의 생각에는 미국에서와 같이 장막전도대를 구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미국에 건너가 후원자들과 이 문제를 의논하였다. 이 말을 들은 에즈베리 대학의 동창들이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천막을 기증해 주었고 보니 캠프(Bonnie Camp)에서는 그 천막을 나를 수 있는 트럭을 제공해 주었다.

귀국한 정 목사는 즉시 장막전도대를 조직하여 본격적으로 전국적인 장막전도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효과적으로 부흥운동을 일으키기 위해 본거지를 원산에서 서울 필운동으로 이사를 하였다. 그로부터 그의 장막전도대는 조선에서는 최초로 트럭에 장막을 싣고 전국을 누비며 전도하는 명물로 사람들의 화제에 올랐고 전국의 각 도시와 만주까지 휩쓸며 부흥의 불길을 짚었다. 집회가 열린 곳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영적으로 기름 받은 젊은 전도자의 설교를 듣고 그리스도에게 돌아왔으며 사람들을 그를 가리켜 장막전도대의 개시자라고 불렀다.

성결교회 장막전도대의 활약

1930년에 정 목사는 장막전도대의 새로운 충전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여 일곱 가지의 악기를 기증 받아 장막전도대 관현악대를 조직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장막전도대는 새로운 면모를 갖추어 큰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성결교회 일각에서 그의 영입을 추진하는 세력이 생겼다. 정 목사의 교적은 원래 감리교회 캔터키 연회에 속해 있었으나 귀국한 후에는 조선 감리교회에 속하여 정동교회 소속목사로 있으면서 초교파적인 전도 집회를 전국을 순회하며 인도하고 있었다.

정 목사는 웨슬리안의 온전한 성결교리를 주장하는 성결교회의 신앙노선과 동일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조선 땅에서 동포들에게 온전한 성결과 사랑을 전파하는 교단에 속하여 활동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판단 하에 그 해 3월에 열린 성결교회 총회에서 정식으로 회원권을 옮겼다. 성결교회에서는 그를 대대적으로 환영하였고 교단지인 활천에는 주간 이명직 목사가 "복음의 전사 정남수 형을 환영함"이라는 권두언을 두 페이지에 걸쳐 크게 실었고 교단의 최고 기관인 5인 이사회의 일원으로 추대함과 동시에 경성성서학원 여자부 강사로 전도자 양성에도 참여하게 하였다. 그러나 정 목사에게 있어서 가장 적합한 직책은 그를 성결교회 장막전도대의 대장으로 임명하여 그로 하여금 그가 받은 은사대로 전국을 누비며 부흥운동을 일으키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해인 1932년 3월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경성성서학원 강당에서 모인 제 4회 연회와 심령수양대회의 주강사로 초청하여 참석한 대의원과 성도들에게 놀라운 은혜를 끼쳤다.

그의 장막전도대 활동은 참으로 눈부셨다. 대장 정남수, 부대장 김진문(후에 차창선) 총무 김병채 대원에 양석봉, 김봉일, 김상운, 한보순 등이었는데 대원들은 형편에 따라 인적사항이나 숫자에 변동이 있었고 주로 젊은 전도사들이었다. 이 장막전도대는 한국 영계를 완전히 주름잡은 전도운동이었고 이 전도대에서 복음을 듣고 회개하여 구원받은 사람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믿다가 낙심한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했다가 귀도한 사람과 특히 성결의 은혜를 체험한 신자들의 수가 많았다.

전도대는 주로 대도시에서 넓은 광장을 물색하여 천막을 가설하고 집회를 하기 전에 대원들이 자동차를 타고 시내를 돌며 부흥회 광고를 한다. 자동차 위에서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시내를 일주하면서 선전을 한다. 그렇게 선전을 한 저녁에는 신자들은 물론이지만 구경꾼들로 6천명이 들어갈 수 있는 천막에 입추의 여지가 없이 꽉 차게 된다. 강단은 자동차를 이용하고 사회는 부대장이 주로 하였으며 옆자리에 악대가 앉고 인도자의 지휘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찬송을 부른다. 그렇게 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기도를 하고 난 후에 정 목사가 등단하여 설교를 시작한다. 그의 설교는 언제나 열정적이며 호소력이 있어 듣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감화와 회개의 역사를 일으키며 신자들에게 큰 은혜를 끼친다. 설교가 끝나면 자리가 비좁아 강단 앞으로 사람들을 초청할 수가 없으므로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일으켜서 결신을 시키고 기도를 해 준다. 그리고 결신한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쪽지에 적어 대원들에게 전해주면 그 다음날 그 명단을 이웃에 있는 교회에 보내서 그들을 관리하도록 한다.

이렇게 해서 전도집회가 끝나면 그 지역에 교인수가 늘어났으며 큰 부흥의 불길이 일어났으며 교회가 없는 곳에는 신학생을 보내 교회를 개척하게 하였는데 이래서 생긴 교회 수만 해도 60개가 넘었다. 그러자 전도자의 부족 현상이 일어났고 교단에서는 비상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분간 성서학원 학생들을 동원하되 3개월 공부, 9개월 현장에서 전도하게 하여 춘추로 번갈아 교육시키며 6년 동안의 교육과정을 거쳐 졸업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참으로 놀라운 기적의 역사가 아닐 수 없었다.

장막전도대는 목적지를 향해 떠나기 전에 먼저 기도회를 갖고 "나가세 나가세 그리스도만을 위하여 목숨이라도 버리며 역사하러 나가세"가 아니면 "십자가 군병들아"를 군가처럼 힘차게 부르고 출발을 한다. 그러면 분위기가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다. 사실 그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십자가 군병의 심정으로 전도에 임했고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군대용어가 많았다. 십자가 군병들을 실은 자동차는 마치 전쟁터로 향하는 군용차처럼 속력을 다하여 질주하였고 노변에서 구경하는 사라들은 자동차에 쓰여 있는 "하나님", "예수"라는 문자를 보고 "하나님 자동차" 또는 "예수 자동차"라고 불렀다.

이 기간에 장막전도대의 활약상은 짧은 지면에 다 기록할 수가 없고 당시 '활천'이나 '성화'지에 기록된 보고문을 보면 전국에 아니 간 곳이 없고 거기서 새로 믿기로 작정한 결신자와 낙심했던 사람들의 재결신자 그리고 성결의 체험을 한 사람들의 숫자가 일일이 기록되어 있는데 전체 숫자는 헤아리기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다. 만주 용정에서의 집회에서는 1, 500명의 결심자가 나왔다고 하니 이야말로 초대교회에 있었던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3,000명이 회개했다는 기록과 비견할 만한 큰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안수훈 목사는 그의 저서 한국성결교회 성장사에서 "장막전도대의 집회 수는 2,306회에 결신자 수는 31,108명이 되었으며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지방에 교회가 많이 개척되고 부흥하였으며 일본 치하에 서글픈 민족에게 위로와 소망을 주는 설교였다."고 했으며 이천영 목사는 성결교회사에서 이렇게 증언하였다. "이 때에 가장 크게 활동한 분은 정남수 목사이다. 저는 미국 애즈베리 신학을 졸업하고 1926년에 귀국한 열렬한 전도자이다. 단소한 체구이지만 기상이 사자같고 음성이 청청하며 한번 외치면 산이라도 울릴만한 성량을 가졌고 전도열이 불타서 만민대중을 움직이는 영력이 있었다." (중략) "이 때의 장막전도대는 조선의 영계를 완전히 주름잡은 부흥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 결과로 기성교회도 부흥하려니와 신설교회가 불일 듯 일어남에 전도자가 부족하게 되었다."

정남수 목사 설교의 특징

정남수 목사의 설교를 들은 어떤 사람이 그의 설교를 정의하기를 "설교는 하늘의 불꽃을 땅에 떨어트리는 신비한 기적의 역사이며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생명의 결정체이다. 설교자는 마땅히 불꽃을 토해내는 기계라야 한다. 오 불꽃! 이것은 설교자를 만들고 신자를 낳는다."며 정 목사를 가리켜 "불꽃의 사자"라 불렀고 아현교회 부흥회에 참석하여 은혜를 받은 어떤 이는 ‘활천'에 투고한 글에서 "정 목사는 우리 조선 영계의 정화를 위해 부르짖는 불덩어리 부흥사이다. 앞으로 정 목사라 부르지 않고 불덩어리 부흥사라 부르려고 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정 목사에게 별명이 붙었으니 곧 불덩어리 부흥사 또는 화염의 사자라고 불렀다.

그의 설교의 초점은 오로지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며 그 심령을 구원하겠다고 하는 일념 외에 다른 것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을 호소하다가 안타까울 때는 자기 머리털을 빡빡 쥐어뜯으며 간곡히 부르짖었고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폭발적인 힘으로 분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정 목사의 설교는 사람의 마음을 불사르는 강한 힘이 있는가 하면 한편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어 주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을 감동 감화시켜 회개의 역사를 일으켰다. 마치 마가의 다락방에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성령의 강림처럼 정 목사의 설교는 뜨거웠고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경성신학원 교수 이 건 목사는 "정형이 집회하는 곳마다 전에 보지 못했던 또 사람을 놀라게 할만한 회개의 역사와 성화의 맹렬한 폭발적 역사를 보게 된다."고 평했으며 도 정 목사의 설교를 필기한 전 보스톤대학교 교수인 김광원 목사는 "정 목사의 설교는 순전히 성화요 바람이며 생명이며 능력이다"라고 했으니 그의 설교가 얼마나 큰 감화력이 있었는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조선의 최북단 도시인 신의주에서 집회 때에 참 큰 은혜가 내렸다. 정 목사는 전보다 배나 더 열렬하고 용맹스럽게 설교를 하였다. 정 목사의 메시지는 마치 우렛소리 같이 모든 심령에 임하였다. 집회 장소에는 도모지 사람이 없는 것 같고 설교자 혼자 부르짖는 것처럼 고요하고 정숙하였다. 다만 동서남북 모퉁이에서 연발하는 "할레루야, 아멘 아멘"하는 것뿐이었다.

은혜 받아드리기를 마치 오랜 가물었던 모래 위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같이 흡수되었다. 그의 설교는 때로는 불길처럼, 때로는 소나기처럼 사람들의 심령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했으니 물과 불로 임하시는 성령의 역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시간에 걸친 설교를 끝냈지만 사람들은 움직일 기색이 없다. 결국 사람들은 육체의 피곤을 다 잊어버리고 제2의 집회를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 서재철 목사는 정 목사의 설교에 대해서 말하기를 "그의 음성은 뱃속에서 울려 나옴으로 쉬지도 않고 원래 목청이 좋으신 데 그 음화가 잘 되어 사람을 울리고 웃기기를 자유자재로 하며 특히 찬송의 감화가 컸다. 말씀의 심오함이 있다고 하기보다는 그 열심, 그 열정, 그 영혼사랑, 그 구원의 복음은 누구든지 듣는 자마다 감동과 감화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장막전도대의 총무를 지낸 김병채 목사는 필자와의 면담에서 이렇게 증언하였다. "정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 어떻게 저런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크고 우렁찬 음성이 나올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였다. 마이크가 없던 시대라 천막에 모인 수천 명의 청중을 향해 2시간의 설교를 순전히 음성만을 이용했는데 정 목사의 음성은 크고 맑아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천부적인 것이었다. 그의 음성은 좀 과장을 하면 10리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고 우렁찼다. 그러나 정 목사는 설교를 끝내고 나면 편도가 부어 고생을 했고 자주 목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문서출판을 통한 전도운동

  1) 화염의 사자 정남수 목사 설교집

정남수 목사의 꿈은 어떤 모양으로든지 복음을 이 백성에게 골고루 전하고 싶은 욕망이 남달리 컸다. 장막전도대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나 여러 가지 형편상 집회에 참석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서는 출판물을 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설교집과 월간잡지를 발간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로 하였다.

그러던 차에 전도대원의 일원으로 수행하는 김광원 목사가 정 목사의 설교를 필기한 것이 여러 편 있다는 말을 듣고 교단 출판부에서 그 원고를 받아 "화염의 사자 정남수 목사 설교집 제1집"을 1933년 8월 18일부로 발행하였다. 크기는 4.6판 274페이지로 17편의 설교가 수록되어 되어 비교적 긴 설교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지에서 행한 2시간의 걸친 장막설교를 필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2) 월간지 성화(聖火) 발행

설교집에 대한 호응도가 크게 나타남을 본 정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정기적으로 더 널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문서전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감리교회의 선교사인 도마련 목사(Rev, M. B. Stokes)를 만나 문서선교를 역설하고 "성화'하는 월간 잡지를 발행하게 되었다. 총독부의 허가를 받아 1935년 1월22일부로 국판 56면의 국한문 혼용으로 창간호가 나왔는데 정가는 10전이고 1년 정기독자에게는 1원을 받았다.

이 잡지의 편집과 집필진은 초 교파적으로 당시의 유명한 목사들이 총 망라되어 있었고 그 내용 역시 다양하고 풍부하여 한 때는 매월 1만부씩 발행하기도 하였다.

잡지의 동인으로는 도마련 피도수, 김우현, 조신일, 변홍규, 송태용, 김광원과 정남수 등이었는데 도마련과 피도수는 감리교 선교사 중에서도 드물게 보는 부흥운동가들이오, 변홍규와 조신일은 감리교회의 신학자와 부흥사였고 김우현은 장로교 목사이고 송태용과 김광원은 하나님의 교회의 부흥목사이고 정남수는 성결교회에 소속되어 있었다.

성화지의 필진은 동인들을 비롯해서 범교단적인 인사들이 망라되어 있었으며 처음에 주간으로 출발하여 사장이 된 정남수 목사는 매호에 권두언을 비롯해서 사설, 설교, 보고서, 신학 등 수많은 글들을 써서 부흥사일 뿐더러 문필가로도 큰 몫을 하였다. 그 가운데 연재물인 '평민의 신학'은 많은 독자들로부터 굉장한 반응을 받기도 하였다.

이 잡지는 일제의 강압에 의해 1942년 4월29일에 통권 제118호를 끝으로 아깝게 폐간되고 말았다.

  3) 정남수 목사 설교집 제 3집

정 목사의 첫 번째 설교집이 나온 지 5년이 지난 1938년 5월 24일부로 다른 설교집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 설교집은 정 목사가 성결교회와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장막전도대 활동과 월간지 성화를 발행하면서 행한 많은 설교 중에서 가장 은혜롭다고 생각한 설교들만을 골라서 당시 '십자가'라는 개인 잡지를 발행하던 송태용 목사가 편집해서 십자가사 이름으로 발행한 책이다.

이 설교집은 부피에 있어서 제1집보다 3분지 1에 해당하는 90면에 불과하지만 설교의 수는 20개를 담고 있어서 제1집보다 3개나 더 많았다. 그러나 주로 월간지 '성화'에 실렸던 설교 중에서 편집자가 가장 은혜롭다고 생각한 백미들만 골라서 출판하였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은 아주 귀한 설교집이다.

성결교회와의 결별

정남수 목사는 원래 목회자가 아니고 국내외에서 크게 활동한 부흥사이고 또 성격상 어떤 조직과 틀에 얽매이지를 못하는 아주 자유로운 성격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교단의 전도대를 이끌어 가는데 있어서 많은 제약과 통제와 타인들의 질시를 받게 되는 것이 그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웠다. 또 9명이나 되는 전도대원들을 인솔하고 자동차를 운영하고 전국 각지를 순회하는데 있어서 그 비용 또한 감당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집회에서 나오는 헌금을 가지고는 태부족이었고 미국에서 오는 선교비는 정기적으로 송금해 오는 것이 아니어서 정말 그 고충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금이 바닥이 날만하면 미국으로 건너가 모금을 해 오던 중에 신의주교회에서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정남수 목사 후원회를 조직하였고 초교파적으로 회비를 거출하여 전도대를 후원하기에 이르렀고 이 조직이 전국적으로 확대하면서 전도대로서는 어느 정도의 숨통이 터지게 되었다.

그러나 성결교회 장막전도대 운영에 대해 교단 내에서 비판의 소리와 여러 가지 물의가 일어나자 그는 스스로 성결교회를 탈퇴하여 자율적으로 전도하리라는 생각으로 성결교회를 탈퇴하기로 하였다. 그 때가 1935년 12월이었고 성결교회와 손을 잡은 지 5년 만에 정 목사 생애에 있어서 가장 황금시대를 열었던 성결교회를 떠나는 그의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이 뒤따랐다. 그 후에 정 목사는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감리교회로 가입하기로 하고 1937년 5월 26-30일까지 금강외리에서 열린 감리회 제6회 동부연회에서 재가입이 허용되어 그가 나사렛교회를 창립할 때까지 감리교회에 속하여 있었다.

일제의 탄압과 전도활동의 중단

정 목사는 계속해서 장막전도대를 재건하여 부흥회 인도에 하면서 성화 잡지를 발행하는데 많은 시간을 경주하였다. 그러나 그의 활동이 예전같이 않았는데 일본 경찰의 요시찰인으로 지목되어 늘 일본 경찰이 뒤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일본이 연합군과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이 일어나면서 그 핍박은 말로 다할 수 없이 그의 신변에 다가왔다. 미국서 공부하였고 미국에서 매월 재정적인 보조를 받아왔으며 흥사단을 중심한 수양동우회에 사건에 연류 되었고 거기에 신사참배를 거절하고 일본어를 전혀 못한다는 점이 죄가 되어 예비 단속에 걸려 1942년 9월 20일 새벽 3시에 자택에서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종로경찰서에서 감금되었다. 3개월간 그곳에서 갖가지의 방법으로 고문을 당하여 마침내 그의 오른 쪽 눈이 큰 타박상을 입어 후에 실명에 이르렀다. 그가 이러한 일제의 잔혹한 탄압을 받는 사이에 그의 큰 재산인 장막정도대의 모든 장비가 압수당하고 성화지는 폐간의 비운을 맞았다.

그는 여러 차례 국외로 탈출을 시도했으나 빈번히 실패하고 일제가 망할 때까지 서울 근교에서 머물며 해방의 그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2. 이웃사랑의 길

나사렛교회 창립

그는 해방이 되고 미군이 서울에 입성하자 영어가 능통한 그에게 활동의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그래서 단 몇 일간이지만 당시 미국사령관인 하지 장군의 통역을 하기도 했고 여러 기관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모두 사양하고 오로지 주님의 교회를 재건하고 복음을 전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미국 비자가 나와 1947년에 미국에 건너가 애즈베리 대학 동창들이 요직에 앉아 활동하고 있는 철저한 성결단체인 나사렛교회와 교섭을 하여 1948년 10월 25일에 당시 하나님의 교회와 합동하는 형식을 밟아 이 땅에 9개의 교회와 800명의 회원을 가진 나사렛교회가 설립되고 그는 이사장에 취임하였다.

호사다마라고 나사렛교회가 본격적으로 전도활동을 시작하려는 때에 6. 25사변이 일어나고 그는 식구들을 데리고 서울을 탈출하여 부산에 머물다가 미국에 피신하였다.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의 각지를 순방하며 한국의 사정을 호소하며 고통당하고 있는 교회와 교역자들을 위해 구호금과 물자를 수집하여 본국으로 보내면서 귀국의 길을 모색하다가 휴전협정이 체결되기 1년 전에 부산에 귀국하여 교회 재건에 진력하였고 휴전 후에 상경하여 서울에 본부를 두었다.

사랑의 실천

그는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굶주림과 헐벗음으로 고생하는 교역자들과 교인들을 구호하는데 온 정성을 쏟았고 고아원과 전쟁 미망인들을 위한 구호사업에 힘쓰며 한편으로 교단의 재단법인 설립과 신학교 부지를 마련하는 일을 하면서 국제본부에 선교사 파송을 요청하여 실현시켰다.

1954년 5월에 초대선교사 오은수 목사(Rev. Donald D. Owens) 부부가 내한하자 그는 자기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지 그 해 8월 말에 신병치료를 명목으로 자식들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 은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그는 미국에 가서도 설교와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에 힘써 오다가 1965년 7월 8일 밤에 가족들의 임종을 받으며 지병인 심장병으로 70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소천 하였다. 그는 독립운동가로 부흥사로 교단의 창시자로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다가 지금 하늘나라에서 가셨으며 그의 유가족으로는 아들 셋과 딸 하나가 모두 성공한 미국시민으로 현재 미국 로스앤젤스에 거주하고 있다.

3. 정남수의 신학

한국에 있어서의 나사렛교회의 정체성은 정남수 목사의 부흥운동을 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그의 신학적 바탕은 그가 졸업한 감리교회의 배경을 가지고 있는 에즈베리 대학에서 형성된 것으로서 성령의 체험과 성결을 강조하였다.

나사렛교회는 알미니우스가 주장했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은 제한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며 구원은 선택된 사람들에게 무조건 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회개와 믿음을 조건으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구원의 은혜는 지속적인 죄를 지음으로서 잃어버릴 수 있으며 선행의 은총이 구원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또한 성결은 하나님의 내적 사역으로서 중생에서 시작해서 인간의 마음이 온전한 성결에 이르기까지 은혜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믿음은 하나님이 인간의 마음을 성결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은 회개하고 믿음을 가지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베푸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과 구원은 제한 또는 선택된 사람에게만 구원이 있다는 내용과는 대치되는 것이다.

구원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죄를 범하게 되면 구원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은 하나님의 예정 안에서 구원받은 사람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궁극적으로 구원은 얻는다는 칼빈의 주장과는 상이한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나사렛교회는 개혁교회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나사렛교회는 오순절교회가 주장하는 성령세례를 받은 증거로서 방언을 강조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오순절교회에서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것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순절-카리스마적 교회에서 주장하는 기복신앙 혹은 물질적 축복의 신앙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나사렛교회의 초창기 명칭이 나사렛 오순절교회였으나 이러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1919년 총회에서 오순절이라는 명칭을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나사렛교회는 일반적으로 감리교회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신학과 교회의 치리형태에서 매우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가 있다.

즉 개신교회의 전통신학과 알미니우스의 견해를 수용하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감리교회는 성결을 과정으로 보지만 나사렛교회는 미국 성결운동의 흐름과 같이 점진적 성결과 순간적인 성결의 측면을 주장한다. 성결의 체험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이 감리교회의 주장니라면 나사렛교회는 점진적인 것과 순간적인 것과 함께 온전한 성결을 체험하는 것은 순간적인 것이라 믿고 있다. 성결은 초기 성결과 온전한 성결의 두 차례의 은혜를 체험하게 되는데 이 두 차례의 은혜의 체험은 순간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초기 성결에서 온전한 성결을 체험하는 시간의 간격에서 점진적인 성결의 과정이 일어나며 온전한 성결을 체험한 후에도 여전히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며 그렇게 믿고 있다.

웨슬리는 세 가지 단계적 성결을 언급하였다. 중생 혹은 새로운 탄생을 동반하는 초기 성결을 강조하였고, 온전한 성결의 전후에 발생하는 점진적 성결과 죄로 기울어지려는 경향성이 추방되는 순간적인 온전한 성결을 주장하고 있다. 온전한 성결이란 죄가 온전하게 용서되는 것으로서, 죄에 대한 용서는 부분적으로 있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전적으로(Full) 완전하게(perfect) 온전히(complete)일어나는 것이다.

이 온전한 성결은 완전한 사랑의 단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사렛교회는 온전한 성결과 온전한 사랑을 강조하는 교단으로서 사회적 사역의 현장에서 가난한 자를 돌보는 자선사업과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일과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일에 참여했다. 나사렛교회는 초창기부터 여성의 안수를 실시해 왔다.

이러한 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정남수 목사는 그의 설교와 문장에서 이러한 점이 뚜렷하게 잘 나타나 있다. 정 목사의 설교를 자세히 살펴보면 회개와 구원, 성결과 사랑, 그리고 정의와 평등을 역설하였고 믿음 안에서 그리스도의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장할 것과 모든 신도들은 기독교의 초보에 머물지 말고 더 완전하데 나아갈 것을 강력하게 역설하였다.

나사렛교회 안에도 고전적인 성결론을 주장하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진보적인 성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병존하고 있다. 그래서 2001년 세계총회에서 신조의 일부를 수정하였는데 이것은 나사렛교회가 젊은 학자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정된 부분을 보면 신조 제5절 원죄와 자범죄에서 "우리는 또한 원죄가 성령의 세례에 의하여 근절될 때까지 중생을 얻은 새 생명 속에도 계속 남아있음을 믿는다."를 "우리는 또한 성령의 세례의 의하여 마음이 완전히 깨끗하게 씻길 때까지 중생을 얻은 새 생명 속에도 계속 남아있음을 믿는다."로 수정하였고 제 7절의 제목인 "자유기능"을 "선행의 은총"으로 수정하였다.

나오는 말

나는 정남수 목사의 생애와 신학을 논하면서 그가 만일 애즈베리 대학을 졸업하고 혼자의 힘으로 선교비를 모금하느라 동분서주하지 않고 오로지 전동활동에 그의 재능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감리교회 선교본부가 그를 받아들려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또한 성결교회가 좀더 큰 아량을 가지고 그로 하여금 자유롭게 마음껏 전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나사렛교회가 초창기에 비록 선교사가 부임해 왔다고 해도 정 목사와 같은 거물을 다른 측면 즉 전도와 부흥활동을 얼마동안 할 수 있도록 그를 붙잡았다고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성장한 모습으로 한국 교회의 한 모퉁이를 굳게 지키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의 빌리 선데이" "불덩어리 부흥사" 정남수 목사의 생애와 설교 그리고 신학을 재조명해 보는 노력이 후학들에 의해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맺는다.

구세군 입장에서 본 성결

-구세군의 사회적 성결론 이해를 중심으로-

                         김준철 사관 (구세군사관학교장)

들어가는 말

구세군은 성결의 체험과 성결한 삶의 실천을 강조한다.

구세군의 창립자 윌리암 뿌스는 1877년 ‘기독교 선교회(구세군)’ 연회에서 말하기를 “주님께 향한 성결은 우리의 근본적인 진리이다. 이는 우리 교리의 중심이 된다. 우리 군가에 수록되었다. 예수님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할 수 있으며 온전히 구원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우리 가운데 변론 할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다”라고 하였다.¹⁾

쿳스(Frederick Coutts)대장은 구세군교리 서문(1974)에서 말하기를 ‘구세군 교리 책은 박사학위를 얻으려고 신학생을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오직 우리의 신앙신조에 명시한 구원과 성결의 도리를 잘 알아서 그대로 충실하게 실천하려는데 있다’고 하였다.

구세군 최초의 참모였던 레일톤(George Scott Railton) 부장은 “이 은총을 누리지 않고서는 구세군사관으로서 효과적으로 일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 “성결은 우리 구세군의 모든 성공의 뿌리요 비결이다”고 강조하였다.²⁾ 캐더린 뿌스(Catherin Booth)는 말하기를 “사랑하는 영국에 있는 모든 교회들 보다 더 많이 주님께 대한 성결을 고조하는 ‘기독교 선교회’가 존재하는 것에 대하여 나는 하나님께 감사하여도 항상 부족을 느낀다”고 하였다.³⁾ 일본인 학자 고바야시 마사쓰케(小林政助)는 말하기를 “구세군의 종교는 성결의 종교이다”라고 하였다.⁴⁾

웨슬리는 온전한 성결의 교리를 역설하였으나 후에 웨슬리안 메소디스트 교회에서는 이 교리가 점점 옛날만큼 역설되지 않게 되었다. 그 때 윌리암 뿌스는 여태까지는 이 성결교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거나 천명하지 않았으나 게이스헤드에서 창립자, 캐더린 뿌스가 성결의 체험을 얻게 된 후부터 뿌스 부부는 성서적인 성결의 교리를 직접 깨달아 확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백성들에게 성결의 복음을 전파하기로 결심하였다.⁵⁾ 그리고 뿌스는 구세군의 개심자들은 반드시 이 영광스런 유업에 들어가야 하겠다는 것을 갈망하였고, 부인 캐더린 뿌스는 장남 뿌람웰이 태어나자 성결의 지도자로 바치었다.⁶⁾

1940년 6월 25일 일본기독교 7개 단체 주최로 일본구세군 지도자 야마무로 군뻬이(山室軍平)부장의 추도 강연회가 기독교 청년회관에서 열렸다. 그때 그 석상에서 가가와 토요히코(賀川豊彦)은 말하기를 “금일 교회에 결핍되고 있는 것은 성결이다. 마틴 루터, 요한 웨슬리, 윌리암 뿌스 등이 성결교리의 선봉자였다. 성결의 은혜가 없는 일본은 구원을 기대할 수 없다. 오늘날 메소디스트 교회의 어떤 곳에 성결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정화와 성숙”(1879)의 저자 우드(J.A. Wood)는 말하기를 “장로교, 침례교, 회중교회, 루터교, 성공회, 감리교 등 각 파의 신자 여러분, 피차간 성결케 되라. 그래야만 개신교는 하나님에 의해 강해지고 악마의 요새를 함락시키고 온 땅에 그리스도의 왕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⁷⁾

 구세군은 역사적으로 “메소디즘(Methodism)의 밖에 있는 무수히 많은 웨슬리안 단체 중 최대의 영향을 받은 단체”이다.⁸⁾  윌리암 뿌스는 어릴 때 영국 노팅함에 있는 ‘웨슬리안 교회’에서 회개하였으며 그 후에 감리교의 목사가 되었다.⁹⁾ 그의 신학의 뿌리라고 할만한 부흥의 신학, 구속의 신학, 성결의 신학, 구세군 교리가 감리교에서 나온 것이다¹⁰⁾.  그 뿐만 아니라 윌리암 뿌스의 성결한 생활, 열정적인 전도, 적극적인 그리스도인의 봉사, 금주운동, 노방전도, 자비석 등은 웨슬리 정신 곧 초기 감리교의 유산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와 같이 “윌리암 뿌스는 메소디즘의 영향을 받은바 크다.”¹¹⁾

윌리암 뿌스는 존 웨슬리를 자신의 선지자로서 말했다.

“나는 메소디스트의 이름을 지닌 모든 것을 존경한다. 나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한 분이시고 요한 웨슬리는 그의 선지자이다. 나는 그의 생애 이야기를 탐독하였다. 나에게 있어서는 어떤 사람의 저술도 그의 저술과 동시에 그의 형제 찰스의 찬송가 저술에 대하여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필요로 한 판단 기준의 모든 것은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그의 가르침의 정신과 그의 글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¹²⁾

여기서 윌리암 뿌스는 웨슬리로부터 두 가지를 계승하고 있다고 이해된다.¹³⁾ 첫째는 자신을 ‘존 웨슬리의 신학적인 계승자’로 생각했다. 특히 은혜로 말미암은 성화론에 있어서 그러했다. 둘째는 조직의 원칙에 있어서 자신을 존 웨슬리의 제자로 생각한 것이다.¹⁴⁾

윌리암 뿌스는 웨슬리의 조직력과 리더십 능력의 계승자(Organizational heir)로 생각했다.¹⁵⁾ 뿌스의 야망은 메소디스트의 후예로서 참다운 메소디스트의 구령자(a Soul-winner)가 되는 것이었다.¹⁶⁾

1. 구세군의 사회적 성결론의 배경

성결한 삶을 사는 것과 성화케 하시는 성령을 만나는 것은 구세군의 교리와 신앙에 있어서 필수적인 체험이다. 그것은 구세군의 창시부터 존 웨슬리의 교훈과 웨슬리안 운동으로부터 이어받은 매우 소중한 유산이다.

17,18세기 청교도와 경건주의 전통은 생활의 성결에 초점을 두었으며, 이는 18세기 웨슬리안 운동(Wesleyan Movement)과 19세기 성결 운동(Holiness Movement)의 토대가 되었다.

구세군이 창시(1865)되던 시대는 대성결부흥운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때였다.

대성결부흥운동은 1858년 미국에서 부흥회 기도모임으로 시작되어, 캐나다와 대서양을 넘어 1859년에 영국에 이르렀다.  당시 영향력 있는 부흥사는 찰스 피니(Charles Finny)와 제임스 코히(James Caughey)였다. 부흥운동은 영국국교의 복음주의자로부터 감리교신자, 회중교회 신자, 장로교신자에 이르는 대부분의 교회에 큰 영향을 주었다. 부흥운동은 각 교회 기도모임 운동과 연합 기도모임에서 나타났다.

이러한 부흥운동의 중심인물 가운데는 미국인 파머 부부(Walter C. Palmer and Phoebe Palmer)가 있는데, 이들은 1859-1863년 영국에서 복음을 전파했다. 이 부부의 가르침과 부흥회, 특히 부인 피비 파머 여사의 성결에 관한 책들은 구세군 창립자의 영감의 자료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윌리암 뿌스는 미국 감리교 부흥사 제임스 코히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¹⁷⁾ 그의 부인 캐더린 뿌스는 파머 여사에게서 ‘여성사역(Female Ministry)'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코히 목사나 파머 여사는 모두 미국 성결 운동의 리더들이었다.¹⁸⁾

또한 1846년에 창설된 복음주의 연맹(Evangelical Alliance)은 성결 부흥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구세군은 그 특성이 감리교에서 나왔지만 구세군의 11개 교리신조에는 복음주의 연맹의 8개 선언문에서도 구세군의 뿌리를 발견하게 된다.¹⁹⁾ 이러한 부흥운동의 영향을 받은 구세군의 성결의 가르침은 19세기 후반기 동안 계속되었다.

웨슬리 성결운동은 영적이고 개인적인 성결을 강조하고 그것에서부터 성결운동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의 성결운동은 공동체를 지향하게 되었고, 그 공동체의 성결은 확대되어 사회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것은 웨슬리가 성결을 주장할 당시 타락한 사회를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상황에서 기인된다. 웨슬리의 뜨거운 가슴이 불을 일으키기 5년 전에 케이(John Kay)가 직조기의 북을 발명하여 직물혁명의 대전환이 일어났다. 이를 기점으로 크게 본다면 1733년에는 산업혁명(the Industrial Revolution)이 시작되었고, 1738년에는 복음화 운동(the Evangelical Revival)이 시작되었다. 이 두 운동이 영적 면에서, 다른 하나는 세속적인 면에서 시작되어 함께 성장해 가는 동안,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화 사회가 형성되면서 일반대중은 세련화 되었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민주주의와 교육수준, 그리고 일반과학, 교통수단, 통신수단, 의학 등이 발달하였다. 그러나 이 가운데에서도 극심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어 빈부차이로 인간성이 상실하기 시작했다. 도시빈민이 출현하였고, 노동력 착취의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러한 사회적 불안 속에서 도덕과 윤리의 타락이 일어났다. 여기서 백성은 사회적 불안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을 갈망하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들은 웨슬리로 하여금 새로운 기독교 성결 운동을 일으키기에 적절한 조건이 되었다.²⁰⁾ 그리하여 웨슬리는 성결의 복음으로 그 사회를 구하는 것에 사회적 성결운동의 방향이 정해지게 되었다.²¹⁾ 그의 사회적 성결운동은 크게 경제적 차원(가난한 자에 대한 구제책), 교육적 차원(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활동), 인권보호적 차원(노예제도 반대운동, 소외계층?죄수들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돼갔다.²²⁾

웨슬리의 성결운동은 개인의 회심과 개인의 성결을 기본적으로 중요시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적인 성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었고, 나아가서 이 성결은 자기의 공동체만을 위해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공동체인 사회전반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었다. 이것은 여러 가지 사회적 모순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회행동 등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웨슬리의 성결운동은 개인적 성결이 중요한 만큼 사회적 성결 운동이 중요함을 보여 주고 있다.

구세군은 산업혁명(1760-1830) 이후 사회, 정치, 경제가 불안하였던 빅토리아 시대(1832-1901)에 감리교 목사인 윌리암 뿌스와 부인 캐더린 뿌스에 의해서 1865년 영국 동부런던에 있는 ‘블라인드 배거(Blind Bagger)’라는 술집 앞 노상에서 가로전도로 시작하였다. 당시 동부런던은 술주정꾼만 생겨나는 빈민지역이었고, 그들은 술로 고통을 잊으려고 해서 늘어난 술집이 10만 처소가 되었으며 다섯 집 걸러 한 집이 술집이었다.²³⁾ 화려한 빅토리아 시대는 물질적인 번영을 누리고 있었으나 그 혜택이 동부런던에 미치지 못했고 그 밑바닥에는 빈궁, 질병, 부도덕과 고통이 깔려 있었다. 주민들은 이 같은 불행에 대하여 체념적이었다. 더욱이 교회는 가난한 자들이 교회를 찾아와서 호소하는 빈곤에 대해서 무관심하였다. 당시 가난한 사람들 중에는 교회에 가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교회에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교회 문턱이 높아서 교회가 그들을 반겨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²⁴⁾

메소디스트 교회가 1739년에 창시되어 사회봉사에 큰 공헌을 하였으나 1세기 후에는 감리교도 역시 영국교회와 같이 타성에 빠져 결국 가난한 사람과 중산계급 사이에 장벽이 있었다. 그리하여 보다 웨슬리의 사회적 성결의 정신에 입각하여 사회구원의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일어난 것이 구세군이었다. 리처드 니버(H. Richard Niebuhr)는 이것을 가르켜 ‘선교적 사회주의(Evangelical Socialism)’라고 했다.²⁵⁾

사회주의자 엥겔스(Frederick Engels, 1820-1895)가 그의 ‘사회주의’(영어판) 서론에서 “구세군은 초대교회의 전도활동을 부활시키고, 빈민계급이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인 것을 호소하고, 종교적인 방법으로 자본주의를 대항하며, 이를 통해 초대 기독교 계급의 저항주의적 성격의 공동체를 육성하려고 한다.”²⁶⁾고 서술한 것은 19세기의 사회-역사적 배경(Socio-historical context)에서 고무적인 평가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구세군은 유물사관에 의한 사회주의적 개념(Materialistic Socialism)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죄악과 빈곤과 나태로 인한 ‘잃은 양’을 찾아 구원하고, 그들이 세상 속에서 처해 있는 육체적, 물질적 난관을 극복시킴으로 이들을 인간화시키는 것 곧 총체적 복음에 의한 전인구원에 그 목적을 두고 있는 사회구원(Social Salvation)이라는 차원에서 그 맥을 달리하고 있다. 실제로 칼 마르크스가 1848년 ‘공산주의 선언’을 통해 유물사관에 의한 사회주의 혁명을 부르짖었을 때 윌리암 뿌스는 복음에 의한 가난한 민중을 위한 사회평화를 부르짖음으로써 ‘사회적 성결운동’을 통하여 ‘최암흑 영국의 살 길’을 구축하였다.

이와 같이 웨슬리가 살았던 시기와 1세기 후의 윌리암 뿌스가 살았던 시기에 두 분의 하나님의 사람들은 사회의 주위를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그들은 바로 사회적 성결의 길을 열기 시작했으며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서 영감을 받아 사람들을 가르치고 나눠주고 돌봐 주었다. 그것이 곧 사회적 성결의 접근이었다. 프레드릭 쿳츠 대장은 사회적 성결에 대한 이론을 말하기를 “사회적 성결의 사회봉사 신학에의 접근이야 말로 아직 미개발된 부분에 대한 가치 있는 접근”이라고 말한 바 있다.²⁷⁾ 이로 인하여 구세군의 사회적 성결은 “사회봉사신학”(A Christian Theology of Social Service in the Salvation Army)을 위한 정립에 이르게 된 것이다.

2. 구세군의 사회적 성결론의 성서적 기초

구세군은 웨슬리의 후예로서 웨슬리안주의가 주장하는 ‘온전한 성결(Entire Sanctification)’을 강조하는 단체이다. 특히 웨슬리가 말한 “사회적 성결"(Social Holiness)을 강조한다. 그러기에 구세군의 사회봉사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성결하심을 나타내시기 위해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들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구세군에 있어서 사회적 성결의 성서적 기초는 사랑이다. 이 사랑은 구약에서 두 명령으로 되었다.²⁸⁾ 첫째는 신명기 6:5절에서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고 명령하였다. 둘째는 레위기 19:18절에서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고 명령하였다.

예수님은 구약에서 구분되어 있는 두 명령을 하나의 “큰 계명”으로 묶어 놓았다. 마태복음 22:37-40절에 보면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고 했다.(막12:28-34, 눅10:25-28) 여기서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 (Herat to God, Hand to Man)”라는 구세군의 사회봉사의 모토가 나왔다.

성결은 진실한 사랑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구약의 율법이 약속하고 기대해온 모든 것을 사랑 안에서 성취되었다고 가르쳤다.(롬13:8)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힘입어(롬5:5) 이웃을 향한 인간의 사랑의 관계 속에서(롬13:8-10) 성결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하여 사랑하실 수 있다. 이 변화가 바로 사회적 성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고, 이러한 예수님의 철저한 사랑의 윤리를 실현하는 것이 사회적 성결이다.(마5:43-48, 막12:28-31, 눅10:25-37, 요일4:7-21).²⁹⁾ 이러한 사회적 성결의 행동을 ‘성례전적 삶(Sacramental life)이라고 한다. 이것은 하나님과의 밀접한 교제의 삶이요, 한편 자신을 잊고 타인에게 봉사하는 삶이다.³⁰⁾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성결의 삶은 곧 치유하시며, 생명을 주시며, 사랑으로 섬기신 그리스도의 선교사역을 통해 표현되어진(마9:35) 세상을 위한 봉사이다. 봉사(Diakonia)는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적 사명으로 살아가야 하는 당위적인 실천적 삶이다. 하나님은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사회의 구조를 변화시키시고, 특히 성령의 능력을 부어주시고 은사를 주시므로 성결케 된 백성의 선교적 사명을 통해서 이 사회적 구조를 변화시킨다. 이 같은 선교의 사명은 전도와 봉사와 사회적 활동을 통하여 세상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고, 세상을 구원의 은총으로 인도하며, 그리스도의 긍휼로 세상을 섬기며 사회악을 공격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들의 마음과 삶 속에서 표현되어진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이다. 이 사랑이 곧 선교의 사명과 봉사의 실천을 실행케 하는 사회적 성결의 기초이다.³¹⁾

3. 구세군의 사회적 성결론의 이해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하여 ‘구세군 교리’에 언급된 성결론을 요약해 보도록 한다.

성결의 가르침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결의 교훈은 구원의 윤리적, 사회적 결과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성결의 교훈은 우리 안에 변화된 삶과 태도를 요청하여, 우리에게 제자직의 길을 보여주는 값비싼 은혜로써 하나님의 은총에 초점을 두고 있다.

회심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은 성품으로 변화되어 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순례의 시작이다.

죄에서 해방시키는 구원의 체험에는 성령의 성결케 하시는 역사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은혜로 되는 것이다.

살전 5:23에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로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강림하실 때에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노라.”고 했다.

성령은 우리 안에서 역사하고 계시며, 우리를 모든 신자의 특권인 성결로 초대하신다.

성결의 생활은 하나님의 참된 형상이신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사는 삶이다. 성결은 곧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는 것이다.(Holiness is Christ likeness)

성결은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삶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우리의 생활을 통하여 하나님을 섬기고 예배하며 사랑과 봉사로 인간의 친교를 나누는 것이다. 하나님의 성결케 하시는 역사로 삶을 변화시키는 체험을 통하여 봉사에 대한 소명을 받게 되며, 그 소명은 성결케 되시는 은혜에 대하여 더 깊은 갈망을 가지게 된다.

성결의 삶에는 역동적인 위기와 과정이 있다. 성결은 순간적인 위기로 체험되지만 성화는 평생에 걸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성결한 삶은 언제나 ‘이미 그러나 아직은 아니’(already but not yet)라는 사실로 나타난다. 우리는 이미 성결 되었으되 아직 완전히 죄 없는 완전에 이룬 것은 아니다. 성결 된 삶은 ‘성례전적인 삶’이다. 위로는 하나님과의 교제의 삶이요 옆으로는 이웃에 봉사하는 삶이다. 성결은 진실한 사랑이요, 율법은 실제로 사랑 안에서 성취되었다. 이것이 사랑의 윤리이다. 이 변화가 곧 ‘사회적 성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성결케 하시는 하나님은 성령의 치유하시는 사역으로 완전하게 만드시는 치유하시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흠 없음’ 즉 완전함(Wholeness)에 있어서 인간 삶의 모든 관계를 영적, 감성적, 사회적 그리고 육체적인 면에 있어서 건강을 회복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완전성이 없이는 성결도 없다(no holiness without wholeness)는 것을 의미한다. 성결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구속적으로 다루는 것으로만 보여 질 수 있다. 이것이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거나 사회적으로 적응이 잘 되고 또한 경제적으로 번영을 이룬 사람들이 거룩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육체적인 연약함으로, 정서적인 혼란으로, 사회적인 부적응 때문에, 또는 경제적인 빈곤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죄 있는 자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성결을 주장함에 있어서 구세군은 삶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의 완전함(Wholeness)에 대한 약속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룩한 삶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함을 향하여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가는 여행인 것이다.

거룩한 삶은 치유하시고, 생명을 살리시고, 사랑으로 섬기신 사역을 통해 나타나신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의 봉사(Christ-service)이다. 이것은 우리가 선교적 사명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의 삶이다. 하나님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사회의 구조를 변화시키시며, 특히 성령의 능력으로 은사를 주신 성결케 된 백성의 선교적 사명을 통해서 변화시킨다.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지닌 선교적 사명은 전도, 봉사, 사회적 활동(Social action)을 망라한다.

인간 개체뿐만 아니라 세상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고 세상을 구원의 은총에로 초대하며, 그리스도의 긍휼로 세상을 섬기며, 사회악을 공격하는 하나님의 백성의 삶과 섬김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이다. 성결은 세상을 구원하는 선교의 사명으로 인도한다.³²⁾

위에서 언급한 구세군의 성결의 가르침에서 우리는 영성과 봉사, 거룩한 삶과 선교와의 밀접한 관계를 찾아볼 수 있다. 구세군이 이해하는 성결은 개인적인 영적인 체험과 개발뿐만 아니라 매우 실제적이고 사회적인 성결로 표현되고 있다. 성결의 교훈은 거룩한 삶, 지역사회에서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는 삶, 회복된 관계의 생활을 사는 삶을 위해서 제공해야 할 개인의 내적 영성생활을 개발시킬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구세군의 성결론 이해의 함축적 의미는 광범위하다. 그것은 개인의 내부에 있지 않고 사회와 관련되어지고 있다. 대별해 보면,

1) 영적이고 실제적인 필요에 처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2) 사회정의와 인권을 위한 투쟁에 참여한다. 예를 들면 인종차별주의, 노인차별, 성차            별, 성폭행과 같은 우리의 삶에서 드러나는 인권위반에 대항하는 태도를 갖는다.

3)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생태계 균형의 중요성 인식, 지구자원의 공유, 이러한 목적            을 향하여 일하려는 의지를 갖는다.

4) 약하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책임지고, 아동들의 권리를 의제에 올리기 위해 힘쓴다.

5)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성서적 가치관에 의해 살아간다.

이와 같은 구세군의 성결은 영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사회정의와 인권, 사회복지와 선교, 환경과 생태계,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돌보는 것, 성서적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사회적 성결’에 포함되고 있다.

웨슬리는 말하기를 “그리스도의 복음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다. 즉 성결이 아니라 사회적 성결이다”고 하였다.³³⁾

구세군의 성결은 온전한 인간성 회복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은 총체적 복음에 대한 인간의 구원과 성화의 불가분의 관계를 말해준다. 그러나 성결은 선택사항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모든 백성들이 성결을 체험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하나님은 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역사하신다.³⁴⁾

마치는 말

존 웨슬리(1703-1790)는 말하기를 “기독교는 사회적 종교이다. 기독교를 고립적인 종교로 만드는 것은 기독교를 파괴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³⁵⁾ 웨슬리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사회의 소금과 빛으로 말한다. 그의 “금전 신용의 방법”은 경제원리에 대한 사회적 성결의 기본원리이다.³⁶⁾

그러나 그는 보다 영성생활의 필요성에 신중을 기하여 회심자를 돕기 위한 세 개의 그룹 곧 신도회(Society), 조(Band), 속회(Class Meeting)를 만들었다. 그룹에 대한 그의 가르침은 “서로서로를 위하여 격려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자주 같이 이야기한다. 당신이 끝까지 인내하고 구원받기 위해서, 함께 그리고 서로를 위해서 진지하게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구세군의 성결론은 처음부터 존 웨슬리의 가르침에 의존해 왔다. 구세군은 창립 초기의 성결 운동뿐만 아니라 대각성운동의 부흥사들의 영향을 받았다. 특별히 윌리암 뿌스는 웨슬리의 성결에 빚지고 있었다. 그는 말하기를 “나는 메소디스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존경한다. 내게 있어서는 한 분의 하나님이 있다. 그리고 존 웨슬리는 하나님의 선지자였다”고 하였다.³⁷⁾

후에 윌리암 뿌스는 “성결의 7단계 (A Ladder to Holiness : Being Seven Steps to Full Salvation)”를 이렇게 말했다.³⁸⁾

1단계, 나는 하나님의 자녀이다.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

2단계, 나는 슬프게도 아직까지 나의 마음과 삶 속에 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비록 내 속에 아직 죄가 존재하고 있다할지라도 나는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확신한다.

3단계, 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죄에서 나를 구원하시는 것을 믿는다. 나는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은 성령으로서 나의 마음속에 밝은 빛을 주시므로 나는 내적이고               외적인 죄에서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4단계, 나는 나의 온 마음을 다하여 거룩하게 되기를 갈망한다. 내가 거룩하게 되기를                위해 하나님께 간구할 때 하나님은 나의 마음과 삶을 깨끗하게 하신다는 약속을               믿는다.

5단계,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죄 된 것과 모든 의심하고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그               것들과의 관계를 끊는다. 하나님은 나 자신이 거룩하게 되고 성화케 되기를 명               령하셨으므로, 나는 성결은 죄에서 해방되는 것을 믿으며, 나는 내 마음과 삶을               깨끗하게 하는 위대한 일에 하나님과 파트너가 되어야 하는 것을 믿고, 나는 나               자신이 정결케 됨으로 모든 것이 정결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결심을 갖는                다.

6단계, 나는 나 자신이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온전히 성별되어야 하는 것을 믿는다. 나               는 하나님께서 도우심으로 내가 행동하는 모든 악행을 그치게 되었을 뿐만 아니               라 나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나의 주님을 봉사(예배)하기 위해 온전히 나 자               신을 성별케 하시는 약속을 믿는다.  

7단계, 나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케 하시는 목적을 위하여 지금 나를 깨끗               케 하시는 것을 믿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지금 나를 거룩하게 하시기를 원               하시며, 그의 죽으심 모든  죄에서 나를 구원하시기 위한 것이며, 내가 전심을                다하여 성결의 축복을 구할 때 나를 거룩하게 하신다고 약속하셨음을 믿는다.

우리가 성결의 축복을 받으려면 나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죄를 자각하고, 예수님을 개인의 구주로 믿고, 성결의 은혜를 갈망하며, 자신을 성결케 하여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이 나를 온전히 구원하시어 성결케 하시는 것을 믿어야 할 것이다.

구세군의 성결의 교사로 알려진 쁘렝글 부장은 성결을 정의하기를 ??그리스도화 하는 것이 곧 성결??이라고 했다. 성결은 그리스도와 같게 되는 것, 혹은 그리스도를 닮는 것(Christ-likeness)이라고 했다. 그는 정결한 마음의 은혜를 유지하고, 성령의 내재를 믿고, 신앙의 확신을 갖고, 극복하는 믿음을 힘입고, 나는 죽고 믿는 마음에 성령으로 역사하시므로 신자는 이렇게 점점 그리스도화 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우리가 세상과 영적으로 분리하여 깨끗하고, 사랑하며, 성령의 충만하심으로 그리스도화 하는 이것이 바로 성결이다. 그러기에 쁘렝글 부장은 결론하기를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시지 않으면 성결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성결은 소극적으로 말하면 모든 죄에서 성결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온전한 사랑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모든 죄에서 성결하게 되어 사랑의 사람이 되어서 사랑의 봉사를 위해서 생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결은 우리가 모든 죄에서 성결케 되어 온전한 사랑의 사람이 됨으로,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마 22:37-40)는 섬김의 생활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죄에서 성결케 되어 이 큰 하나님의 사랑을 가슴에 간직하고 그 후로는 오직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정신에서 우리의 사상, 언어, 행동, 생활, 사업, 사회봉사 등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 곧 성결한 삶이다. 물론 하나님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죄를 아신다. 그 죄 때문에 우리가 멸망할 것도 아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우리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주 앞에 나와서 죄의 용서와 성결의 은혜를 구한다면 하나님은 우리의 결심하는 의지를 보시고 성결케 하신다. 하나님은 죄는 미워하시나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성결케 하시기를 원하시는 것이 인간을 사랑하시는 아버지 되신 하나님의 뜻이다.³⁹⁾

프레드릭 쿳스 대장은 ??성결에의 초대??에서 말하기를 ??성결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마음을 자기들의 생활의 표본으로 삼는 것이며,?? ??누구나 성결에 초대되고, 누구나 성결하게 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성결의 은혜는 인간적인 욕망이나 지도자의 희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결의 체험은 단순히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교역자의 교훈으로 받게 되는 것도 아니며, 신학대학교수의 가르침으로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결코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직??성령의 충만함을 받은??(행 2:4) 결과로 체험될 수 있는 하나님의 크신 역사이다. 하나님께서 나타내신 뜻으로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 개인의 성화는 나의 구원과 함께 모든 일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순복할 때 얻어지는 은혜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은혜를 받으려는 개인적인 간절한 욕구와 성서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성결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요, 우리 인간의 적극적인 협동으로 우리의 신앙생활 속에서 성취될 수 있다. 예수님은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하실 수 있다??(마19:26,막10:27)고 말씀했다.

전통적인 성결은 개인적인 마음의 정결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삶 안에서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미시적 성결’(Micro-holiness)이라고 한다. 그러나 같은 성결의 현존과 역사로 하나님의 창조하신 전 세계의 피조물 안에서 하나님의 대리권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여하셨다. 성결에 의한 변화는 하나님의 전 피조물을 구원하기 위한 사업에 항상 영향을 미친다. 이것을 ‘거시적 성결’(Macro-holiness)이라고 한다.

구세군의 정체성에 있어서 전통적인 개인적 성결을 중요시하고 있다. 즉 그것은 개인의 마음의 정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성결은 그 이상에 전통적 성결(미시적 성결)에 대한 사회적 차원(Social direction;거시적 성결)이 있다.

성령에 의해서 형성된 기독교는 하나님의 피조물 안에서 예수의 현존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세군의 성결은 미시적 성결에 있어서 전통적인 성결 이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미시적 성결은 거시적 성결로 발전해 나간다. 이 거시적 성결의 요소는 우리가 계속 미래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죄에서 구속함을 받았으며 우리는 성서의 가르침대로 전통적인 개인적 성결을 강조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성결은 사적인 축복이나 개인적 성결이 아니다. 하나님의 계획은 그의 피조물 전체의 구속이다. 요한계시록 21장과 22장은 “새 하늘과 새 땅”“만물을 새롭게 하심”의 비전을 말하고 있다.

우리의 구원은 하나님의 위대하시고 구속사업의 통제권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구원은 하나님의 거시적(Macro)계획과 관계시키는 것이다. 세계의 불의, 고통, 슬픔 등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는 본 훼퍼가 말한 것처럼 “예수님에게 대한 우리의 관계는 종교적 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하나님께 대한 관계는 예수님의 존재 안에서 참여를 통한 ‘다른 사람을 위한 존재’ 안에 있는 새로운 삶이다.”⁴⁰⁾

우리의 미시적 성결(Micro-holiness)은 확실히 거시적 성결(Macro-holiness)이 되게 해야 한다. 향후 성결운동은 사회참여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의 성결운동은 더 이상 개인적인 영성의 부문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성결을 주장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개인의 구원을 위한 성결에만 머물러 있어서도 안 된다. 그것은 반쪽복음이며, 반쪽성결이다.

웨슬리의 성결운동이 개인적 성결을 중요시한 만큼 사회적 성결운동의 중요함을 보여주었듯이, 구세군의 성결운동은 “총체적 복음”(Whole Gospel)에 의한 개인의 온전한 성화를 중요시하는 만큼 전인(Wholeness)구원을 위한 통합적 선교(Integrated Mission)를 통한 사회적 구원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그러므로 구세군의 성결은 구세군의 이대 사업인 구령사업에서 ‘완전한 성화’(Entire Sanctification)를 강조하고, 사회복지사업에서 ‘사회적 성결’(Social holiness)을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성결의 이중 구조는 이중성결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구원(Full Salvation)에 대한 두 가지 표현 방법이다. 그것은 구세군 사역의 특성인 구령사역과 사회봉사사역의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것은 둘이 아니라 하나의 ‘샴쌍둥이’(Siamese twins)현상인 것이다. 오직 사회적 성결은 성령세례에 의한 개인적 성결의 체험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기에 구세군의 성결한 삶과 성령의 세례를 동시적으로 강조한다.

감리교회의 성결 이해

이후정 교수(감리교 신학대학교, 역사신학)

성화와 완전의 교리는 감리교회의 가장 중요한 신학적 원리요 영성의 대주제이다. 그것은 물론 감리교회의 창시자 존 웨슬리에게서 유래된 것이다. 하지만 웨슬리가 거듭 지적했듯이 성화와 완전은 성경 전체의 대의(tenor)에 따라 가장 중심을 이루는 성경적 교리라고 할 수 있다. 종교개혁의 전통에서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칭의, 의인)를 가장 중요한 교리로 본 것에 비해, 웨슬리는 성화의 교리를 거기에 덧붙여 둘의 연결과 종합을 구원의 도리로 보았으며, 성화가 구원의 충만과 완성을 가리키는 훨씬 더 우월하고 중대한 교리라고 확신하였다.

웨슬리 자신은 이미 옥스퍼드 학생 시절에 그의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의 계기로서 “마음과 삶의 거룩함(holiness of heart and life)”을 자신의 목표로 정하고 추구하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젊은 웨슬리에게 미친 성결의 강조점은 그가 당시 영국교회의 전통과의 연속성 속에서 토마스 아 켐피스, 윌리암 로오, 제레미 테일러 등에게서 받은 영향으로 확고히 수립되었다. 하지만 초기 및 성숙한 웨슬리에게 매우 깊은 영향을 미쳤던 동방교부들―그 중에서도 마카리우스―의 영성 패러다임에 따라, 거룩함은 신약시대의 원시기독교와 초대교회의 중심 주제로 점점 더 부각되었던 것이다. 그의 생애가 다하기까지 성화의 교설은 웨슬리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을 형성했고, 오늘에 이르도록 그의 가장 중요한 공헌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는 이 발제에서 감리교회의 성결론을 위해 웨슬리의 관점을 고찰하려 한다. 비록 웨슬리 이후 감리교회가 전개해 온 성결론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지만, 본인의 연구 분야에 따라 감리교회의 기본 입장이 웨슬리에게 의존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서 웨슬리에게 집중하려 한다. 이 주제를 다룸에 있어서 나는 그리스도인의 완전 혹은 전적인 성화에 관한 전반적인 고찰은 포함시키지 않고자 한다. 완전의 주제를 상세히 다루려면 너무 많은 논의가 요청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감리교회의 성결론을 위해 성화라는 변형의 주제와 목적론적 지향성에 관해 내 은사인 테드 러년의 최근의 연구를 중심으로 논의하려 한다.

또 한 가지 내 관심은 성결에 관련지어 마음의 순결이란 주제가 지니는 영성적 의미이다. 이 주제는 이제까지 일반적인 웨슬리 전통과 감리교회 신학자들에 의해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한 것인데, 나는 오늘의 기독교 영성의 맥락에서 의의 깊은 요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같은 맥락에서 덕 있는 성화된 인격의 주제도 영성의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끝으로 우리는 감리교회의 사회적 성결(social holiness)에 관해 취급하고자 한다. 구원을 다룸에 있어서 단지 개인적(인격적) 성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 역사와 우주에 걸친 변형을 성화론에 연관시킨 것은 웨슬리와 그 이후 감리교회의 중요한 공헌이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보는 성화

현대의 저명한 웨슬리 신학자 테오도어 러년(Theodore Runyon)은 최근에 출판된 탁월한 저서 <새로운 창조: 오늘의 웨슬리 신학>의 결론에서, 성화의 재고찰(Rethinking Sanctification)이란 제목 하에 오늘의 성화론을 위한 조명을 제시하고 있다.⁴¹⁾ 이미 본론에서 성화와 완전의 교리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러년은 여기서 오늘 우리가 웨슬리의 성화를 재조명할 때 주목해야 할 점들을 요약하고 있다. 먼저 우리는 웨슬리의 신학을 독특하게 만드는 것이 기독교 구원론의 핵심인 하나님과의 관계의 갱신인 칭의론과 그 관계와 교제 안에서 살아가는 것인 성화론을 연결시키는 것임을 확인해야 한다. 종교개혁 전통, 특히 마틴 루터에 있어서 의롭다 함을 주는 은혜의 극단성(radicality) 때문에 성화론이 약화되거나 의심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종교개혁 제 2세대인 요한 칼빈에게서 우리는 칭의와 성화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연합으로 여겨지는 것을 발견한다. 웨슬리는 이제 하나님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그리스도의 의를 전가 받는(imputation) 칭의에다가 그 관계의 변화와 갱신을 내적으로 체험하며 그리스도의 의에 우리가 참여하는(impartation) 성화를 연결시켜 놓았다. 아니 웨슬리에겐 이 실질적인 변화(real change)인 성화가 구원의 기초인 칭의 곧 관계적인 변화(relative change)보다 더 우월하고 중요한 것이었다.

러년에 의하면, 이 성화는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체험하고 신적 사랑을 은혜의 확증 속에 감지할 수 있는 성령 안에서의 삶인 것이다. 웨슬리는 은혜의 감지 가능성을 경험론적으로 전개함으로써 실재적인 신자의 삶에서 하나님의 변화시키는 능력을 역동적으로 주목할 수 있었다. 러년은 어떻게 이러한 웨슬리의 성화론이 오늘날 정통교리(orthodoxy), 정통실천(orthopraxis)에 더하여 정통체험(orthopathy)이라는 차원에서 지대한 중요성을 가지는지 그의 책 속에서 심도 있게 밝힌 바 있다.⁴²⁾ 다른 한편, 성화론은 하나님의 실재와 임재를 체험하는데 초점을 둠으로써 기독교 영성의 일차적 주제가 되며, 성령 안에서의 삶, 하나님과의 거룩한 교통의 삶을 변형론적 관점에서 주시하게 된다.

특별히 러년이 웨슬리의 성화론에서 주목하는 점은 가장 합당한 출발점으로서의 사랑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향한 하나님의 경륜의 가장 높은 실재이며, 구원의 완성의 종착점과 목표(telos)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상의 처음부터 만물의 완성에 이르는 하나님의 섭리의 목표요 영원히 폐할 수 없는 하나님의 뜻인 것이다. 모든 율법의 완성으로서 예수님의 계명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웨슬리의 성화론의 궁극적인 주제가 된다. 성화란 하나님의 순결하고 거룩한 사랑이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모든 말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그러한 사랑으로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며 섬기는 것이다. 러년은 이 성화의 중심인 사랑이 하나님에게서 그 원천과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먼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랑을 받아 반사하는 사랑의 존재로 화하며, 그것이 곧 성화의 원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은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의 완전을 뜻한다. 이 사랑은 러년에 의하면 순수한 은혜이며, 하나님의 형상이 되도록 부르신 사람들과 나누시는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이다. 우리는 이 거룩하고 순결한 사랑을 받고 그 안에 참여할 때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 갱신하게 되는데, 다시 그 사랑을 이웃과 세상에 반사하며 나누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님의 사랑의 힘, 에너지로 가득 차서 그 변화시키는 능력의 역사를 나와 동료 피조물에게 나눌 때 성화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러년은 웨슬리가 얼마나 이러한 성화적 사랑의 삶을 강조했는지 보여준다. 그 사랑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불타오르고, 나아가서 우리의 모든 행동과 말에서 밖으로 그 불꽃이 타올라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 전체가 사랑의 수고가 되어야 하며, 마침내 우리는 하나님이 자비하신 것처럼 자비하게 되고 하나님이 거룩하신 것처럼 거룩하게 되고 하나님이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 점에서 러년은 성화의 핵심인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의 우선성을 초대 교부들의 위대한 신학에 비추어 하나님께서 창조를 갱신하는 새 창조의 원동력에 관계시킨다. 웨슬리의 성숙한 신학의 원천이 후기 설교들에 의하면, 위대한 구원(grand salvation)으로서의 성화는 창조에 있어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의도를 완성시키는 재창조, 혹은 새로운 창조의 목적론적 비전이 된다. 그와 같은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는 이제 온 세상, 인간과 모든 피조물에 걸쳐서 하나님의 세계 전체를 갱신하고 변화시키는 목표를 향해 은혜로써 역사한다. 웨슬리와 감리교회는 언제나 이러한 새로운 삶을 일으키는 성화의 힘을 증거 해 왔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계획 속에 들어가는 것이요, 미래의 완성을 향해 계속 무한하게 변형되어 성장, 성숙할 수 있다는 희망의 역동성이다. 이러한 목표 지향으로서의 성화는 웨슬리가 동방교부들―마카리우스, 닛사의 그레고리―에게서 물려받은 완전론의 열매인 것이다. 은총의 낙관주의에 따라서, 그는 죄의 정복 불가능성이란 한계를 극복하고 사랑에 의해 무한히 변형되는 동방교부들의 전통을 존중하였다.

결국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신의 성품에 참여하는 자로 지음 받은 인간이 창조의 전체와 함께 하나님의 사랑으로 갱신, 변형될 수 있다는 초대교회의 신화(theosis)적 성화론은 매우 고무적인 영향을 웨슬리에게 미쳤던 것이다. 이제 러년은 성화론을 하나님의 형상과 유사성의 회복, 갱신이란 관점에서 재구성하는데 모든 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함에 있어서 에큐메니칼 시각에서 그에게 가장 도움이 된 파트너는 물론 동방교부 전통이었음을 그의 책의 결론부분에서 잘 드러내 주었다. 특히 동방교부 ― 실제로는 시리아 수도교부 ― 마카리우스에 대한 러년의 깊이 있는 대화적 논의는 이전의 웨슬리 해석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그의 해석을  볼 때, 오늘 우리가 웨슬리를 좀 더 성숙하고 균형 있게 이해하기 위해 마카리우스의 경험 많은 영성적 지혜를 경청하는 것이 웨슬리 자신이 그를 경모하여 자신의 성화론의 지침으로 삼았던 사실에 비추어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님의 형상의 갱신이란 주제는 “새로운 창조”의 신학으로 웨슬리를 다시 읽게 하는데, 그것은 위대한 구원이 “삼위일체적인” 하나님의 경륜에 의한 것임을 확인해 준다고 러년은 보았다. 단지 그리스도의 속죄의 은혜에 의한 칭의만으로도 아니며, 단지 성령의 능력에 의한 중생과 회심만으로도 아니라, 창조주, 구원자, 완성자 하나님의 의도에 따라 창조에서 새 창조 혹은 창조의 완성과 성취를 향해 이 모두를 포괄하는 경륜의 빛에서 성화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의 완전하심을 반영하는 끝없이 증가하는 가능성과 더불어 죄를 몰아내고 피조물과 세계를 갱신하는 완전의 충만함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웨슬리의 성화론은 인간의 죄를 복된 죄로 보아 역전시키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약속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죄와 맞서 궁극적으로 승리하기까지 싸울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최대로 보는 역동적인 사랑의 변형시키는 힘을 긍정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증가는 마침내 죄의 완전한 진멸과 함께 거룩한 사랑이신 하나님으로 충만한 전적 성화의 목표에 이를 것이다.

마음의 순결과 성화

웨슬리의 성화의 영성은 기독교 영성의 고전적인 형태에서 실천적 수덕(praxis, askesis)에 해당하는 정화(katharsis)의 컨텍스트에서 다시 볼 때, 중요한 의의를 드러낸다. 정화란 그리스도인의 영성생활의 여정에서 먼저 세례로 말미암은 죄 씻음으로부터 시작하여 목표인 그리스도와의 연합 혹은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합일(theosis)에까지 이르는 계속적인 금욕의 투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옛 사람의 육적 본성에 따른 죄악 된 정욕들을 제거하고 정복해서 은혜로 말미암는 새 사람을 충만히 회복, 갱신하는 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웨슬리는 성화와 완전을 거룩함과 참된 의인 하나님의 형상을 갱신하는 새로운 창조, 즉 새로운 사람으로 변형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거듭난 후에도 남아 있는 죄의 세력들과 영적으로 투쟁하여 그 뿌리를 뽑아내고 온전히 그리스도의 형상을 입게 되어야 한다.

이미 젊은 웨슬리에게서 우리는 거룩함이 성결 곧 거룩과 순결(정결: purity)이 일치된 것으로 표현됨을 발견한다. 거룩함은 마음의 할례처럼 더러운 것들을 씻고 제하여 죄로부터 정화되는 것, 즉 육과 영의 모든 더러운 죄악에서 정결케 되는 것을 의미한다.⁴³⁾ 그 결과 영혼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거룩한 품성인 “덕”을 부여받아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온전하듯이 온전한 존재, 즉 하나님의 형상으로 다시 새롭게 창조된다고 웨슬리는 보았다. 나아가서 웨슬리는 이러한 마음의 순결을 얻는 길은 겸손한 회개, 믿음, 소망, 사랑이라고 설명한다. 성령의 도움을 받아 신자는 비이성적이고 지상적이고 관능적이고 악마적인 정욕들의 지배를 부수고 회개하여 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믿음으로 그 속죄의 능력으로 항상 깨끗함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웨슬리는 우리가 무질서한 정욕을 도말하고 주님이 순결(정결)하신 것처럼 순결하게 될 때, 하나님의 성전으로 자신의 몸을 구별하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곳 완전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을 가득 채워 성화된 인격으로서 투명하고 맑은 마음을 가지도록 변화시키는 성화의 역사이다. 웨슬리는 또한 토마스 아 켐피스를 좇아, 의도의 순수성(순결) 또는 단순성을 성결에 있어서 강조했다. 신자는 모든 잘못된 욕망과 정욕을 버리고 모든 의지, 욕망, 정감을 지배하는 단일한 동기와 대상과 목표로서 하나님의 완전하고 순결한 사랑을 구해야 한다. 그는 순일한 의도를 가질 때 마음이 헌신, 정화되며, 마치 산상수훈에서 네 눈이 단일하면(성하면) 온 몸 전체가 빛으로 가득하리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듯이, 온 존재가 환해지고 거룩하게 변화될 것이다. 단일한 목적으로서 거룩함을 추구하지 않으면 우리는 분열되고 혼란된 마음속에서 결국 더럽고 죄로 가득 찬 암흑에 처하게 된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거룩하고 순결한 하나님의 사랑으로 마음이 정화된 사람이며 그의 삶의 유일한 동기와 소원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그를 기쁘게 하는 것이다. 그의 특성과 품격은 순일한 눈을 가진 것으로 묘사될 수 있으며 그의 전체가 주님께 대한 거룩함으로 나타난다. 웨슬리의 13회에 걸친 산상설교 시리즈의 영성은 마음의 종교를 주제로 하였는데, 거기서도 우리는 순결하고 단일한 마음과 의도로써 거룩하게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그리스도인의 성화의 삶으로 읽게 된다. 결국 웨슬리는 순결의 주제를 매우 강하게 부각시키면서 전통적인 영성에 일치되는 정화의 길을 성화론에서 명시하였다. 그것은 주님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우리도 순결하게 되는 성결의 영성이다. 그렇게 순결하게 된 영혼만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만하게 되며 모든 그리스도의 성품과 속성들을 ― 그 완성은 사랑이다 ― 덕으로 입는 참되고 향기 나는 성화된 인격이 될 수 있다. 웨슬리의 산상설교의 한 부분을 여기서 대표적인 본문으로 인용해 본다.

이제 그대는 ‘마음이 순결(청결)하게 되십시오.’ 즉 믿음으로 모든 거룩하지 않은 정감에서 정화되고, ‘육과 영의 모든 더러운 것으로부터 그대 자신을 깨끗이 씻음 받으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운데 거룩함을 완성하십시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의 능력을 통해 깊은 심령의 가난으로써 교만으로부터 정화되고, 온유와 자비로써 분노와 모든 불친절하고 격동하는 정욕으로부터 정화되고, 오직 의에 대한 굶주림과 목마름으로써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향유하는 것 외의 모든 욕망에서 정화되십시오. 그리고 이제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주 그대의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⁴⁴⁾

모든 죄 된 정욕으로부터 우리의 심령과 삶이 정화되고 성화될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에로 동화되며, 그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성장, 성숙하게 된다고 웨슬리는 믿었다. 다른 말로 하면, 성화란 곧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일치요, 그리스도처럼(Christlike) 변형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웨슬리에게 성화는 곧 거룩하신 그리스도를 닮고 그와 일치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마음과 정신(mind)을 품고 그가 걸어가신 길을 걷는 것이다. 만일 참된 그리스도인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사람이라면, 성화된 인격과 삶은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신다는 바울 사도의 말씀대로 되는 것이라고 웨슬리는 보았다. 그 궁극적인 형태는 그리스도처럼 하나님(신성)으로 충만해져서 순결하고 완전한 사랑으로 불타오르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웨슬리가 그리스도를 본받고 그와 같아지는 성화의 영성을 설명함에 있어서 그가 순결하신(pure) 것처럼 우리도 순결하게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거룩함에는 순결(정결, 순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웨슬리의 영성에 의하면, 마음이 순화, 정화되려면 무엇보다도 우리는 거룩하신 그리스도를 항상 주목하고 그의 형상대로 우리도 변모되도록 하는 성화의 기도를 계속 드려야 한다.⁴⁵⁾ 또한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 마치 일곱 번 도가니에 단련된 정금과 같이 순결한 말씀을 깊이 묵상함으로써 그 빛에 의해 우리의 마음과 삶이 매일 정화,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것은 십자가의 고난 속에서 연단 받아 모든 더러운 정욕과 육의 세력이 정복되는 자기죽음과 비움의 영성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나아가서 우리는 웨슬리가 성령의 체험을 매우 중요하게 보았지만, 성령의 열매를 맺는 성화된 인격과 삶에 대해서 그 이상으로 관심하였음을 잘 알고 있다. 거룩한 주님의 영이신 성령만이 우리를 성화시킬 수 있다. 성령 안에서 우리의 인격은 그리스도의 거룩하고 순결한 마음과 일치된 덕들로 성품이 변화되어야 한다. 그리스도를 모형으로 하여 성도의 인격은 하나님의 거룩한 형상으로 화하는 열매 맺는 성숙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웨슬리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물으면서, 완전한 그리스도인을 하나님을 모방하는 것으로 보았고, 그것은 하나님의 완전성, 그의 성품들을 자신 안에 베껴 넣는 것이라고 하였다.⁴⁶⁾ 물론 그와 같은 하나님의 완전성은 그의 완전한 사랑, 보편적이고 사심 없는 자비로운 사랑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제 성화된 인격은 그처럼 하나님의 완전한 성품을 본받아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와 일치되는 결과인 거룩한 인격과 삶의 향기로운 열매들 속에서 통전되고 온전하게 된다. 웨슬리는 이러한 인격적 차원에서의 성화를 매우 중요시 하였던 것이다.

사회적, 보편적 성결

우리는 웨슬리의 성결 사상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한 인간을 통한 창조와 창조 세계 전체의 갱신을 뜻하는 새로운 창조의 핵심임을 앞에서 고찰하였다. 그런데 그와 같은 웨슬리의 변형론적, 목적론적 성화 이해에 따라서 볼 때, 우리는 구원의 문제를 초대 동방교부들의 우주적 비전에 따른 창조 세계 전체의 변모와 회복의 더 넓은 컨텍스트에서 읽게 된다. 따라서 구원은 단지 개인의 개원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계 속에서 사회와 역사, 자연과 우주에 걸친 구원에까지 펼쳐져야 한다.

웨슬리는 그의 후기 설교들에서 창조에 있어서의 하나님의 의도와 목적이 종말론적 새 창조의 텔로스(telos)에로 향한 변형과 갱신을 통해 완성에로 나아가는 소망의 역동적 구원론을 제시하였다.⁴⁷⁾ 웨슬리는 그의 신정론(theodicy)에 의해 하나님께서 타락과 죄지음을 허락한 것 역시 복된 죄(felix culpa)의 관점에서 볼 때 인류를 위해 더 좋은 결과, 즉 더욱 넘치는 은혜를 가져오게 되는 역전과 더 나은 선에로의 축복으로 목표지어진다고 보았다.⁴⁸⁾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과 갱신은 인류에게 성육신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구원을 가져왔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창조된 우리와 새로운 인류, 교회는 단지 첫 아담의 회복이라기보다는 그보다 더 우월한 것이 된다. 이러한 웨슬리의 요점은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가 역전과 상승의 구조를 가지며, 칼빈의 경우처럼 영원한 하나님의 뜻의 원인에 따른 예정의 결과가 아니라, 완성의 목표에로 향한 미래에로 열린 소망의 차원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특히 웨슬리가 당시의 윌리암 로오나 모라비아교도들에게서 발견한 신비주의와 정적주의에 반대하여 기독교를 사회적 종교로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⁴⁹⁾ 이들에 의하면 기독교의 본질은 모든 외적 행동을 그만 두고 세상에서 전적으로 벗어나 물러가며, 은혜를 받기 위해 아무런 수단과 행위가 필요 없고 단지 전적 수동성 즉 정적(stillness)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웨슬리는 복음서의 증거에 따라 참된 종교가 세상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고 구원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거룩함은 개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공동체인 교회를 통해 실현되어야 하며, 이 세상에 빛과 소금, 누룩이 되는 의미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거룩함이어야 한다.

웨슬리는 참된 종교인 기독교가 은둔자의 고독한 종교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거룩한 고독이라는 말은 거룩한 간음처럼 복음과 불일치하는 말이며, 그리스도의 복음은 사회적 종교요 사회적 성결이라는 것이다.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인 기독교의 복음은 단지 수동적 믿음의 칭의 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능동적으로 협력하여 참여, 변형되는 행위를 포함한 성화이기도 하다. 그것은 거룩하신 하나님과의 친교와 교통인 동시에 신자들 간의 거룩한 교제의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전제한다. 물론 웨슬리는 이 사회적 성결의 본질은 이웃 사랑이라고 명시하였다. 교회의 사회적 기능을 이처럼 강조한 웨슬리는 성결이 이 세상을 피하고 물러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도전하여 변화시키는 빛과 소금이요 하나님의 나라를 이 세상에 구현하는 것이라고 그의 산상수훈 설교에서 설파하였다. 또한 웨슬리는 그의 성화를 위한 영성훈련의 장으로서 여러 형태의 신도들의 사회(society)를 조직하여, 서로 간의 영적 지지와 보살핌을 할 수 있도록 하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홍기는 웨슬리의 성화운동의 사회적 변형의 성격을 매우 포괄적으로 고찰하였다. 그의 여러 가지 연구는 이 부분에 대한 큰 공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오늘 한국의 역사적 정황에서 더욱 요청되는 희년운동에 대한 신선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하였다.⁵⁰⁾ 김홍기에 의하면, 웨슬리에게서 우리는 개인적 성화와 사회적 성화를 균형 있게 발견해야 한다. 웨슬리는 수직적이고 내면적인 구원만을 강조하여 개인적 성화에 몰두한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인격적 내면적 변화를 통해 새로이 창조된 하나님의 백성들에 의하여 교회를 개혁, 갱신하고 나아가서는 이 민족, 사회와 역사를 변혁하는 사명을 다하는 이른 바 사회적 변혁의 성화를 추구해야 한다. 사회적 성화는 주님의 성육신을 진지하게 적용하여 이 세계, 창조의 한 가운데 임하면서 그것을 하나님의 나라로 변화시키기 위해 사랑의 에너지로 채워진 믿음으로 사랑의 선행을 하여야 한다는 진리인 것이다.⁵¹⁾

비슷한 맥락에서 러년은 그의 책에서 감리교회의 신실한 사회적 증거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서 그와 같은 감리교의 사회적 증언이 그 자체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구원론으로 시작하는 종합적인 신학에 그 근거와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⁵²⁾ 따라서 “위대한 구원”을 가져오는 웨슬리의 성화론은 개인적 생활의 차원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개인적이며 사회적인 “모든” 인간 실존의 차원을 변형시키는 새로운 창조임을 강조한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러년은 오늘을 위한 웨슬리의 의의를 인권, 빈곤과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 여성의 권리, 환경의 청지기 등 사회적인 성화를 위한 이슈들에서 찾아보려 하였다. 이 모든 사회적 변혁에의 원동력은 물론 웨슬리의 성화와 완전 사상이 가지는 미래가 현재를 능가한다는 근본적 희망과 함께 종말론적이면서도 목적론적인 긴장을 포함한 변화에의  의욕이다. 우리 감리교도들은 웨슬리를 좇아 하나님의 현재적인 역사(나라)를 변혁의 원동력으로 삼아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건강하고 거룩하게 회복하는 것을 목표하는 보편적 갱신의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웨슬리의 성화의 비전은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변화에까지 펼쳐지고 있다.⁵³⁾ 그의 후기설교들 속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우주적 종말론의 중요성은 오늘 우리가 고통 받고 있는 지구와 자연, 환경의 공해들의 극복하기 힘든 문제들에 비추어 새로운 주목을 받게 된다. 웨슬리는 옛 창조보다 훨씬 더 우월한 새로운 창조, 현재의 구원보다 훨씬 더 위대한 종국적 구원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강하게 표현하였다. 그 새로운 세계, 우주적 성화는 현재의 타락된 세계를 갱신하고 회복하여 하나님의 의도와 목적에 따라 새롭게 창조되고 완성될 종말론적 구원의 비전을 보여준다. 거기서 우리는 전 창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모든 약속이 성취될 보편적 성화(universal holiness)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오늘의 더럽혀지고 타락한 세계를 변화시켜야 할지를 조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됨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감리교회의 <교리와 장정>(1997년 판)에는 구원을 말함에 있어서 “개인의 구원뿐만 아니라 역사와 사회를 성화시키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개인적 경건은 사회적인 봉사와 참여,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동참의 행위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⁵⁴⁾ 이제 감리교회는 세상의 종말과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선교와 봉사의 비전을 개인과 세계, 우주에까지 확대해야 한다:

성화의 삶은 인간과 사회에서 출발하여 자연과 창조세계 전체에까지 미칠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계획은 결국 만물의 회복과 갱신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이러한 새 창조의 원동력은 오늘날 죄의 타락의 굴레 아래 신음하고 있는 우주 만물에게 희망을 주며, 우리로 하여금 책임을 가지고 하나님의 총체적 구원의 경륜에 참여하게 한다.⁵⁵⁾

맺는 말

이제까지 우리는 감리교회의 성결론을 웨슬리의 신학사상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주로 현대적인 해석자들에 의존하여 이해된 웨슬리의 성화 사상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하겠다. 먼저 웨슬리의 성화론은 새로운 창조의 더 넓은 맥락에서 총체적인 취급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개인적, 내면적 성결에만 집중되는 해석을 극복하여,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을 포함한 창조세계 전체의 갱신, 회복과 치유를 목표로 하는 변형과 희망의 역동적 구원론인 것이다.

또한 웨슬리의 성화론은 특히 순결과 정화를 프락시스로 하는 기독교 영성의 차원에서 재 고찰되어야 한다. 웨슬리는 그의 산상설교를 통해 마음의 종교의 핵심을 순수한 의도와 동기에 의한 순결의 회복으로 보았다. 그것은 물론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본받고 그와 일치하는 정화의 길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자신을 비우고 가난한 마음과 겸손으로 오직 하나님의 거룩하고 순결한 사랑으로 충만하게 될 때, 우리는 성화와 완전에 도달될 수 있다. 이러한 완전한 사랑의 목표를 향해 열린 삶이 곧 성화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웨슬리의 성화론은 사회적 성결, 보편적 우주적 변형을 통한 하나님의 뜻의 종말론적 성취와 완성을 포함한다. 구원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교회와 사회)와 역사, 자연과 우주 전체에 걸친 새로운 창조의 갱신과 변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룩함은 모든 창조세계의 변형을 통해 거룩한 하나님의 형상이 인간을 기점으로 해서 회복되는 보편적인 성결이다. 이러한 우주적 비전은 오늘날 개인과 세계 전체에 걸쳐 병들고 오염된 타락의 정황을 역전시켜 종말론적 하나님의 나라를 예기, 선취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변형이 오직 사랑으로 섬기는 삶에 의해 가능함을 믿는다.

[생기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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