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60년작 '하녀'를 그대로 리메이크 한 것이 72년작 '화녀'입니다.
두 작품 모두 한국호러영화의 독보적인 천재, 김기영감독의 작품이죠. 주로 공포영화만을 만들어 온 김기영 감독의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대표작은 '하녀'입니다.
60년도라면 해외에선 그 유명한 '사이코'가 막 만들어진 당시이며 아직 '13일의 금요일'도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도 '엑소시스트'도 '오멘'도 '샤이닝'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도 나오기 훨씬 전입니다. 이태리 최고의 호러감독 다리오 아르젠토가 69년 그의 데뷔작 '수정 깃털의 새'를 내놓기도 훨씬 전 입니다.
전 세계에 아직 호러라는 장르가 제대로 뿌리도 박기 전이라고 할 수 있을 60년도에 김기영 감독은 한국공포영화사상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더군다나 '하녀'에서 김기영감독이 보여준 숨을 멎게 만드는 미스테리기법과 기괴하면서도 쇼킹한 전개는 지금까지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궁극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하녀'의 탄생은 세계호러영화사에도 길이 기록되어져야할 일대 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해외 유명 호러무비들을 교과서 삼아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한국 신예 호러감독들이 내놓은 작품들이 고작해야 예전의 '전설의 고향'보다 감흥이 없는 것들 뿐이니, 그 옛날에 김기영감독이 이루어 낸 업적이란 실로 엄청난 것이 아닐 수 없겠죠. (참고로 저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만, 본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 개봉되어 진다고 해도 이보다 쇼킹한 공포영화는 없을 것이라는 군요~!)
제이슨 친구 개인적으로는 김기영 감독을 알프래도 히치콕, 다리오 아르젠토와 함께 3대 공포영화 귀재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답니다. 그 이유인즉슨 세명의 감독들 모두 전혀 색다른 삼색의 공포를 창조해 낸 '작가' 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호러무비들 중에서, 평론가들에게 만장일치로 별 다섯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하녀'와 '화녀' 일 것입니다.
60년작 '하녀'와 72년작 '화녀'는 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똑같은 작품들입니다. 열악한 환경하에 만들어진 자신의 걸작 '하녀'를 보다 더 세련되고 멋진 옷을 입혀서 내놓은 것이 72년작 '화녀' 입니다.
'하녀'와 '화녀'는 같은 작품이나 궂이 다른 것이 있다면 주연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를 차이점으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 같은 작품인데도 주연배우들이 캐릭터를 얼마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내느냐에 따라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 경우라고 할 수 있죠. '하녀'에서 보여준 주연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들과는 또 다른 느낌(어찌보면 더 악랄하고 소름끼치게 변모했다고 할 수있을..)들로 영화전체를 압도해 버리는 '화녀'의 주연배우 역시 해외 유명 공포영화에서 보여진 그 어떤 악녀들보다도 뛰어나고 완벽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두 영화가 모두 같은 감독의 같은 연출력으로 만들어진 같은 작품이므로 제이슨 친구는 보다 최근에 만들어진 72년작 '화녀'를 중심적으로 영화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화녀'를 얘기할때 가장 먼저 회자되는 것이 바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윤여정의 완벽한 악녀연기 입니다. (젊은 시절 윤여정은 굉장한 미인이었습니다)
그 보다 더 완벽할 수 없을 수준의,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준 윤여정은 분명 한국의 제이미 리 커티스 입니다. 한국 호러물을 대표할 단 한명의 호러퀸이 단연 윤여정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것 역시 평론가들의 만장일치 일 듯~!)
이를테면 '화녀'에서 그녀가 보여준 완벽연기에 버금가는 배우들로 '위험한 정사'의 글렌 클로즈나 '미져리'의 캐시 베이츠 '요람을 흔드는 손'의 레베카 드 모네이 혹은 한국영화 '올가미'의 윤소정이나, '가위''진실게임'의 하지원등을 거론할 수 있겠으나 그 모든 영화들이 '화녀'가 나온 이 후 적어도 10여년이 지난 이 후에 만들어진 영화들이므로 모두가 윤여정의 카리스마를 능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참, 잠깐 제이슨 친구의 짧은 생각하나를 말해보자면, 개봉당시 글렌 클로즈의 완벽한 악녀연기(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악녀연기의 대명사로 불리어짐)로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갔던 '위험한 정사'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위험한 정사'는 개봉당시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은 물론이고 전세계 메스컴을 떠들썩하게 달구어 놓은 엄청난 화재작이었습니다. 또한 88년 아카데미 작품,감독,각본,편집,여우주연,여우조연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하였으며 피플지가 꼽은 그해 가장 흥미로운 영화로 선정이 되기도 했었죠. 게다가 현재까지도 '위험한 정사'를 능가하는 섹스스릴러는 없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원초적본능도 조차도 위험한 정사의 쇼킹한 카리스마엔 못미침) 또한 글렌 클로즈의 무시무시한 악녀연기로 인해 영화는 그 어떤 호러영화보다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우며 스릴러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별 넷을 받은 걸작의 수준이죠.
갑작스레 '위험한 정사'얘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이 영화의 메인 플롯이 '화녀'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한 여인의 광기어린 집착이 한 가정을 풍비박산 내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참극' 바로 '화녀'와 '위험한 정사'의 공통된 플롯이죠. ('위험한 정사'의 감독인 에드리안 라인이 우연히 한국의 '화녀'를 보고 살짝 배껴갔는지의 여부야 밝혀진 바가 없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서 저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 대단한 '위험한 정사'의 한국판이 이미 수십년 전에 김기영 감독에 의해서 만들어 졌다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자, 이정도면 '화녀'가 얼마나 위대한(?) 영화인지 대충 짐작할 만 하겠지요^^
이야기의 줄거리로 들어가 보죠. ('화녀'의 줄거리는 곧 '하녀'의 줄거리와 일맥상통한다고 보시길... 물론 조금 다른 부분들은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인 명자(윤여정)는 자신을 강간한 사람을 돌로 찍어서 죽인 후 서울로 상경합니다. 그리고 곧 작곡가인 동식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서 양계장 일을 하게 되죠. 그러나 명자는 다시 동식에게 강간을 당하게 되고 임신까지 하게 되지만 결국 아기를 유산하고 맙니다.
그 후 명자는 극도의 정신적인 불안증세를 보이며 서서히 사이코로 변모하면서 동식 가정을 위협해 들어가지요. 명자는 동식의 아내를 죽인 후 자신이 그 집안의 안주인 자리를 꿰찰 무시무시한 계획까지 세운 후 차례 차례 그것들을 실행시켜 나가게 됩니다!
(위험한 정사와 정말 비슷한 이야기 구조입니다)
지금에야 다소 평범해진 줄거리지만, 그 당시로는 (특히 '하녀'가 만들어졌을 60년대 사회상으론) 대단히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그리고 실험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었겠죠.
특히 지금까지도 매니아들의 입에 쉴 새 없이 거론되고 있는 몇몇 충격적인 장면들로는 우선 명자가 갓난아기를 바닥에 집어던져서 즉사시켜 버리는 장면입니다.(김성홍 감독의 '손톱'에서 패러디 되었죠. 물론 '손톱'에서는 상상속의 장면으로 나오지만) 지금의 사회적 실정으로도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상당히 쇼킹한 장면이 아닐 수가 없죠!
그리고 이어서 명자가 자신을 협박하는 사내를 잔혹하게 죽여버린 후 시체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잘게 다져서 닭의 모이로 조금씩 주는 장면에서는 엽기의 한계를 넘어서서 충격과 전율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비슷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로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파고'의 마지막 시체처리 장면 등을 꼽을 수 있겠죠...)
하지만 위의 두가지는 '화녀'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엽기씬들 중에서 일부일 뿐입니다. 영화속에서는 그것들보다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도저히 정상적인 사고로는 감상이 어려울 정도의...) 명장면들이 수두룩 하다고 하니, '화녀'에 대한 엽기성은 더이상 부연설명이 필요가 없으리라 봅니다. 특히 충격적인 라스트씬은 (명자와 동식의 동반자살!) 한국 공포영화에 있어서 연구대상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경악 그 자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못한 것이 비극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화녀'와 '하녀'를 보지 않고는 진정한 호러매니아라고 할 수 없겠죠~!! ('바보사냥'이라는 영화를 보기는 했으나, 그것은 호러물이 아님)
보지 않은 영화를 설명하려 하니 힘들군요.
끝으로 거듭 강조하지만 '화녀'에서 보여준 윤여정의 명연기는 아무리 칭찬을 계속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며 '하녀'와 '화녀'는 필히 재개봉되어져야 할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호러걸작 입니다.
'화녀'와 '하녀'는 개봉당시 서울에서만 30만이 넘는 관객동원을 하며 흥행 1위에 올랐으며, '하녀'는 동시대에 만들어진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과 함께 당시 최고의 한국영화로 회자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