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김효동!
효동 (반말까지? 인상을 구겨 시내쪽으로 확 돌리는데)
시내 너 그날 내 궁댕이 다 봤지?
희애와 영국,이게 무슨 소리야 눈이 둥그레지고. 효동,당황해 멍해진 표정.
시내 ...솔직히 말해봐. 다 봤지?
효동 (황당하고 말문이 막혀). . .
시내 그래,나도 너 벗은거 봤어.
희애 (놀라고)!!!
효동 (어쩔줄 몰라 안절부절)
영국 (겸언쩍어 다른데 보고 기침만)
시내 너 벗은거 보긴했는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기억이 안나.
그런데 넌 내 궁댕이 다 봤지?
희애 저기... 우린 먼저 가죠.
영국 그러지 뭐.
희애 (효동에게)그럼 학원에서 봐요.
효동 아니 지금 그게 아니구요. . ..
영국 시내씨 잘 달래서 보내고 두 사람 다시 잘해봐요.
효동 아뇨 지금 뭔가 오해하셨어요. 저 친구 하는 말이 지금 그게
아니구요. . .
영국 좋을때다. 술먹고 주정하는 애인도 있고....
희애 집까지 잘 데려다주세요..
영국과 희애,자리를 비켜주듯 총총히 사라진다.
효동 (분통이 터져)으이그! 참내. . .
시내 (효동이 영국과 희애와 얘기하는 사이 길가 한쪽에 얌전히
앉아 눈감고 있다)
2. 마시내 동네 / 밤
시내를 부축하고 걷고 있는 효동.
시내 (비틀거리며 걸으며)남들이 나더러 다 씩씩하고 똘똘하다고
그러는데요,나도 사는거 무지 힘들어요.. 제가요,막내인데
장녀팔자래요. 그래서 더 씩씩한체 하는 거예요. 그런데요
댐빵 힘들 때 많아요. 어깨가 무거워서 빠질 것 같애요.
효동 (듣기 싫고)집이 어디쯤이예요?
시내 여기 어디쯤인데. . .
효동 장위동 맞죠? 시장 사거리에서 내린거 맞구.
시내 네,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효동 학원에 오면 오늘 일 해명해요.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오해했을꺼 아녜요.
시내 네네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 .
효동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돌아서 간다. 한참가다가 잘 찾아가나
휙 돌아보면)
시내 (남의 집 대문앞에 앉아 얌전히 자고 있다)
효동 (열통 터지고)!
3. 효동네 동네 / 밤
버스에서 내리는 칠성. 손에 미용재료를 잔뜩 들었다.
흥얼대며 걸어가다 흠칫 놀라서 선다.
칠성의 시선이 닿는곳엔 시내를 부축하며 걷는 효동,
여관으로 향하는데 멀리서보면 시내를 감싸안고 가는것처럼 보인다.
칠성 (놀라 입을 꽉 막은채)읍!!!
칠성,뒷걸음질치며 몸을 숨긴다. 효동,시내를 데리고 여관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칠성. 놀라 입이 딱 벌어진채로....
효동 .으이그 그냥 담에 술 한번만 더 마셔봐라. 그땐 그냥
길바다에 버려두고 갈꺼야. (간다)
6. 부엌 / 밤
맥주를 미숙에게 따라주는 칠성. 미숙,의아하고.
미숙 당신 오늘 왜 이래? 무슨일 있어?
칠성 아니 자기랑 맥주 한잔하고 싶어서.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주며)자,아. . .해.
미숙 (멸치를 손으로 뺏으며)뭔데 그래? 당신 나한테 할말있지?
칠성 오늘 만난 선배 하나가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다고 미용실을
내놓는대. 거기 엄청나게 잘되는데거든.
미숙 그렇게 잘되는델 왜 남한테 주냐? 친척한테 넘기지. 그런거
다 뻥이야.
칠성 친척중엔 미용기술을 가지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지. 사람을
부려도 뭘 아는 놈이 부려야. . .
미숙 가게맡을 돈이 어딨어?
칠성 가게랑 집을 담보로 해서 대출받으면 되지. 내가 맡을꺼면
아주 싸게 주겠대.
미숙 말같잖은 소리 집어 쳐. 이게 우리 집이야?
칠성 (의기소침. . .고개를 푹 숙이고 슬픈척). . .
미숙 (좀 미안해서)아니. . 나두 해주고야 싶지. . .
칠성 (고개 숙인채)됐어. 내가 돈 벌어서 할게.
미숙 (술 따라주며)자..한잔 해. 그래두 요새 다들 짤리고
힘들어하는데 자기는 기술이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난 정말 남편 하나는 잘 만났어. 그치? 여보야.
칠성 (풀어져서)우리 결혼전에 강릉으로 몰래 여행갔던거 기억나?
누나가 막 가자고 꼬시고 조르고해서. . .
미숙 내가 또 언제 그랬냐? 그냥 지나가는 말로 바다가 보구싶네
그러니까 당장에 청량리역가서 기차표 끓어온 사람이
누군데.
칠성 하이고. 기차표보구 좋아서 막 웃음나는거 억지로 참으면서
(여자 흉내)어머. . 이럼 안되는데 내숭 떨었잖아.
미숙 내숭은 무슨 내숭이냐. 그냥 예의상 그랬지.
칠성 그때가 그립다.
미숙 강릉 얘긴 갑자기 왜?
칠성 효동일 보니까 그때 생각이 나서...
미숙 효동이가 왜?
칠성 그 자식 이제 다 컸더라구. 애가 아니대.
미숙 무슨 소리야?
칠성 형님한텐 말하지 마. 내가 아까 집에 들어오다가 봤는데. . .
7. 편의점 / 밤
'아르바이트 구함' 붙어있는 편의점. 편의점 cc-tv에 비치는 효동의 모습.
뭔가 이럴수가 있냐는 분통이 터진다는 제스쳐를 쓰며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머리가 정상으로 돌아온 준수,고개 끄덕이며 열심히 듣고.
효동 그 멍청한 마시내 때문에 희애씨가 날 오해하면 어떡하지?
준수 오해받음 되지.
효동 장난하냐?
준수 소심하게 뭐 그런걸 갖고 쪼냐 쫄기는. 인연이면 어떤
난관이 있어도 다 엮어지는 법이야.
효동 인연이 아니면?
준수 인연이 아니면 니들 만나지도 않았어.
효동 (힘이난다,밝아져서)그치?
준수 본래 큰일을 하려면 역경이 많이 닥치는 법이다. 겨우 이런
사소한 일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말이야. . .김효동이답지
않게.
효동 너도 심장에 와서 턱 박히는 여자를 만나봐라. 안
소심해지나.
준수 하던대로 해. 괜히 꾸미고 오바하다간 더 일만 그르친다.
효동 음. . .좋아. 나가자 내가 포장마차에서 우동 한그릇 산다.
준수 야,그러지말고 우리 맥주 몇 개 싸들고 그 여관에 놀러가자.
가서 걔랑 한잔 더하지 뭐. 난 주사있는 여자들 귀엽던데.
효동 알았어 너 소개시켜줄게.
준수 지금 가자니까 그러네.
효동 씰데없는 소리 그만두고 아르바이트생이나 이쁜애 골라.
준수 요리학원 내일도 가냐?
효동 아니. 그래서 더 속상하다는거 아니냐. 오늘 일 당장에
해명도 못하고. 희애씨도 못보고.
벽에 걸려있는 금장액자의 가족사진. 스탠딩 라이트 하나만
희미하게 켜놓고 양주를 마시고 있는 태광. 생각에 빠져 있는 표정.
태광 . . . .
갑수(E) 양심을 속이고 배부르게 사는건 아무나 못할짓이다.
태광 (가소롭다는 웃음. . .그러나 마음이 편하진 않은. . .잔에
따라져 있던 술을 다 들이키고 또 따른다)
머그잔을 들고 자기방에서 부엌으로 가던 희문, 태광을 본다.
희문 아버지. . .
태광 (취기가 있는)어. . .아직 안잤냐?
희문 웬일로 혼자 술을 다 드세요.
태광 (팔을 까보이며)너 이게 뭔지 아냐? 40년전에 고아원 담을
넘다가 다친 상처야. 고아원 담에 쭈루룩 꽂아놓은 병조각에
찍혀서 여기가 다 찢어졌었다.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날이
밝을때까지 그냥 디립다 뛰었는데 정말 그땐 하나도
아프지가 않더라. . .
희문 (소매를 내려 상처를 덮어주며)전 아버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태광 난 이 악물고 열심히 살았다. 얼굴도 기억안나는 우리
아버지, 나 세 살때 약 한번 못써보고 돌아가시고 불쌍한
우리 엄마,친척집을 전전하다 여섯살에 고아원으로
보내졌는데 어린 마음에도 가슴에 한을 묻듯 다짐했다.
이렇게 살진 않겠다고. . .
희문 . . . . .
태광 난 이겼어. 난 내 인생이 맘에 든다.
희문 아까 아버지를 찾아왔던 분... 김갑수라고 했나요?
태광 . . . .내 고아원 친구다. 영원히 잊어버린채 살고 싶었던
놈이지. 같이 고아원 담을 넘고 중국집에서 일을 배웠었다.
희문 . . . 네에...그런데 왜. . .?
태광 (가소롭다는 듯 피식웃으며)자기 동네에 분점을 내지
말라는구나. 문도 안연 가게를 당장에 문닫으라니 (껄껄웃는)
희문 . . . .
10. 희문 방 / 밤
데스크탑 컴퓨터와 노트북 컴퓨터가 같이 있는 책상.
각종 원서와 책들이 빼곡한 책장. 대기업에서 받은 '대학생 부문
최우수 눈문상' 등의 상패가 여러개 놓여있고 미식축구복이나
펜실베니아 대학 티셔츠를 입고 외국 학생들과 밝게
웃으며 찍은 사진 놓여있다. 김나는 머그잔을 책상앞에 놓고 앉아있는 희문.
굳은 얼굴로 가만히 앉아있다.
11. 여관 외경 / 아침
아침 햇빛이 내리쬐는 여관. 플라스틱 나무이파리가 늘어지거나
화분으로 어정쩡하게 가려놓은 입구를 가진 후진 여관이다.
12. 여관 방 / 아침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 시내,옷을 다 입고 가방까지 맨채로
침대에 꾸부러져 자고 있다. 눈을 뜨는 시내. 정신없는 듯 눈을 떠
깜짝깜짝 하다가 여기가 어딘가 둘러본다. 놀라 일어나 앉는다.
썰렁한 여관방. 방 한쪽 벽엔 반라의 여자캘린더가 걸려있다.
시내 (두려움과 불안함. . .내가 어떻게 된거야. . .옷을 내려다보니
단정하게 그대로 잘 입혀져 있고)
시내,거울을 보고 대충 눈꼽을 떼고 문으로 가는데 효동이 붙여놓은 메모가
보인다. '무슨일 있으면 연락해요. 011 3325 1234 다음에 또 술주정하면
그땐 가만 안둔다' . 시내 메모를 확 뜯어낸다. 내가 왜 그랬지하는 부끄러움과
그런다고 날 이런 여관방에 쳐박아 놔? 하는 신경질. . .
13. 효동네 부엌 / 아침
식사중인 갑수 미숙 칠성 미미 효동. 효동,양복을 입고 앉아있다.
미미 오빠 그러니까 진짜 보디가드같애.
효동 같애가 아니구 진짜야 임마.
미미 오빠 그럼 이제 유명한 사람들 많이 보겠다. 장동건이나
유승준 보디가드 하는 날은 나도 좀 불러줘.
효동 그런 애들을 내가 왜 봐주냐.
미미 뭐가 어때서?
효동 난 나보다 잘생긴 애들은 맡기 싫어.
미미 그럼 이 세상에 오빠가 맡을 사람이 어딨어.
효동 너!
미미 나 삐졌어. 오빠랑 오늘 하루 얘기안해.
효동 고마워.
갑수 회사 체육관으로 연습 간다면서 양복을 왜 입고가.
효동 아버진 참. . .목욕탕가면서 빨개벗고 가나요? 똑같은거지.
칠성 효동이. . 많이 먹어라. . .힘도 많이 축났을텐데.
미숙 짜식. . . 유치원가서 오줌싸고 울던게 언제 커서. . .
칠성 장가 너무 빨리가는 것도 안좋은데. .. 조신하게 행동해 임마.
효동 무슨 소리예요?
칠성 무슨 소리긴. . 어여 밥이나 먹어.
(E); 핸드폰 벨소리
효동 아침부터 누구지? (나간다)
칠성 여자친구겠지.
갑수 ?
미숙 (칠성을 쿡 찌르며)김치 좀 먹어봐. 어제 새로 한거야.
갑수 효동이 여자친구 생겼냐?
미미 아,그때 말한 그 여자? 그 여자 앞에서 소매치기 잡아서
폼났었다던 여자 말이지?
칠성 아하! 그 여자가 거기 반해서 그렇게 빨리 진도가
나가는구나. 하여튼 요즘 애들 너무 해. . .
갑수 무슨 소리야?
미숙 아녜요.
갑수 여자친구 생긴게 뭐 대수야. 그 나이에 생길만도 하지.
효동(E) (고함)뭐? 너 지금 말 다했어?
식구들 어안이 벙벙해 서로 마주보면.
14. 여관 방 / 낮
여관방의 전화로 식식대며 통화하는 시내.
시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다 큰 처녀를 여관방에다
쳐박아 놓고 가요?
15. 효동네 거실 / 낮
핸드폰으로 전화받는 효동. 열 받아있다.
효동 그럼? 하룻밤에 몇십만원씩하는 호텔방에다 모셔야했나?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란다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시내 내 핸드폰 여기저기 눌러보면 친구집 번호가 나올꺼 아녜요.
효동 남의 핸드폰을 어떻게 막 눌러요? 그리구 친구한테서 왜
전화도 안오나 싶어서 보니까 밧데리도 나가있더라.
시내 근데 왜 하필이면 여기까지 끌어다놨죠? 듣도 보도 못한
동네에다.
효동 일단 우리동네까지 오면 도중에 술이 깰줄 알았지.
시내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 .나 여기 데려다넣고 허튼 수작
안했죠?
효동 허이구! 꿈도 크셔.
시내 아무리 생각해도 기막혀. 어떻게 여관방에 데려다놓냐?
16. 효동네 부엌 / 낮
식구들 모두 거실에서 들려오는 효동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
효동(E) 알았어 앞으론 그럼 우리집에 데려와서 내방에다
재워줄게.그럼 됐냐?
갑수,이게 무슨 소린가. . . 칠성과 미숙,서로 눈짓을 교환하며
칠성 짜식, 아침까지 같이 있어줬어야지...여자를 너무 몰라.
효동 (들어와 앉는)으. . .아침부터 기분나쁘게. . .
갑수 무슨 일이냐?
효동 아무것도 아녜요.
미미 누군데 오빠방에서 재워주겠대?
효동 너 오늘 하루 나랑 말안한다며.
갑수 너 밖에서 허랑방탕하게 놀고 다니는건 아니지?
효동 그무슨 말씀을요 (자리를 피하려는)늦었다. (후다닥 나간다)
갑수 . . . 자네 뭐 알고 있지?
칠성 알기는요. . .
17. 여관 입구 / 아침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문을 나서는 시내. 여관앞으로 사람이 지나가자
얼른 들어와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시내. 사람들이 그치지않고
계속 지나간다. 에라 모르겠다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뛰다시피
걸어가던 시내,
옆에서 튀어나오는 트럭을 보지못하고 가다가 '끼이익'하는 트럭의
찢어지는
브레이크 소리. 트럭을 보는 시내의 놀란 얼굴에서. . .
18. 버스 안 / 낮
버스에 앉아있는 효동. 핸드폰이 울린다.
효동;여보세요.
19. 응급실 / 낮
분주한 응급실. 침상에 의식을 잃은채 누워있는 시내. 의사들,시내에게
달려가고. 간호사, 시내의 가방에서 시내 주민등록증과
효동이 써주고 간 쪽지를 보며 통화중이다.
간호사;마시내씨라고 아시죠. . .지금 연락가능한 곳이 이 번호밖에 없어서요. .
.
20. 버스 안 / 낮
효동 (놀라)응급실이요? 중태입니까? . . .예? 의식이 없어요?
달리던 버스 끼익 서고. 효동이 급히 내린다.
21. 효동네 거실 / 낮
갑수,화가 나있다. 미숙과 칠성, 옆에서 갑수를 달래고.
갑수 효동이 내 이놈의 자식을 그냥. . .
칠성 요즘 애들 저희때랑 완전히 틀려요.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갑수 그래도 그렇지. 함부로 여관을 들락거려?
칠성 그럼 돈도 없는 놈이 호텔로 가요?
갑수 (버럭)시끄럽다.
칠성 (쫄고). . . .
갑수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달라져도 최소한 지켜야할게
있는거야.
미숙 지가 잘 알아서 하겠죠. 아는척하지 마세요. 효동이도 이제
성인인데.
갑수 결혼시켜야겠다.
미숙 누구랑요?
갑수 그 처자랑.
미숙,칠성 뭔가 이게 아닌데 싶고.
22. 병원 앞 / 낮
응급실 앞으로 와서 급하게 서는 택시. 효동,후다닥 내려 응급실로 가고.
23. 응급실 / 낮
효동,급하게 들어서서 침상을 둘러본다. 시내 보이지 않는다.
간호사 어떻게 오셨습니까?
효동 마시내씨 어딨습니까?
간호사 저 쪽에. . .
효동 어디요? (놀라)영안실이요?
효동, 귀퉁이를 돌면 구석 침상에 앉아 쥬스를 마시고 있는 시내가 보인다.
효동 ?
시내 ?
간호 사;다행히 가벼운 찰과상 말곤 아무 외상이 없어요. 그냥
놀라서 잠깐 정신을 잃으셨던 것 같애요.
효동 뭐야 이건 또. . .
시내 여긴 웬일이세요?
효동 뭐? 지금 회사 가다말고 이리 달려왔는데 여긴 웬일이세요?
간호 사;보호자분한테 연락을 하느라구요. 연락가능한 번호가 이분
밖에 없어서. . . (목례하고 간다)
효동 아. . .나 진짜 열받네.
시내 내가 전화 한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신경질이예요.
효동 허! 어쩜 미안하다는 소리 한마디 안하냐.
시내 . . . .미안. . 하죠. . .
효동 (소리 버럭)관둬! (휙 나가버린다)
시내 . . . . (미안하고). . . .
24. 황금룡 외경 / 낮
25. 황금룡 홀 / 낮
새 주방장 후보들의 요리가 선보여진다. 웨이터들, 접시를 하나씩 들고
나오고. 높은 모자를 쓴 주방장, 옆에 서있다.
희애 썬로드 호텔 중식당 주방장님. 해삼탕에 숯불갈비를 결합한
새로운 스태미너식을 만드셨습니다.
태광, 옥자,희문,주리 맛보고. 고개 끄덕 끄덕.... 또 다른 요리가 나온다.
보물항아리 같은데 담긴 스프요리.
희애 제주 천지연 호텔 중식당의 주방장님. 해삼 새우 전복등
해산물로만 이루어진 담백한 스프를 만드셨습니다.
태광네 일동 또 맛보고. 또 다른 요리가 나온다. 꽃모양,
새모양으로 빚은 갖가지 딤섬들. 이 뒤로도 갖가지 진기한 음식들의 행렬. . .
27. 황금룡 사장실 / 낮
테이블에 앉아있는 희애 희문 태광.
희애 다 뛰어난 실력이긴 하지만 새로움이 없어요. 실험성도 없고
진부해요.
희문 홍콩이나 중국 본토쪽에서 골라볼까요? 한 열명만 불러
드려요? 왕복항공료와 체재비로 일인당 한 이천불에서 삼천.
. .
희애 (말끓어)한국에서 찾아요.
태광.희애 (보면)
희애 지금 우리나라에서 먹는 중국음식들은 한국인 입맛에 맞게
발전하고 변형된, 본토쪽에서 보자면 일종의 퓨전화된
음식들이라구요. 이런 맛을 잘알고 있는 사람중에 새로운
감각을 지닌 사람을 찾는 것이 좋을꺼 같아요.
태광 그건 희애 말이 옳다.
희애 아빠 전요 짜장면을 홍콩이나 중국에 가서 팔고 싶어요.
맛의 역수출이요. 전 지금 김치가 기무치로 인생이 진생으로
세계에 알려지고 있는거 정말 기분나쁘거든요. 우리 입맛에
맞게 개발된 중국음식을 다시 본토로 수출하고 싶어요.
태광 희애는 오늘부터 유명한 퓨전레스토랑이고 어디고 다니면서
우리집에 들였으면 좋을 신메뉴를 한번 생각해 보거라.
희애 (기쁨에)아빠!
희문 (빙그레). . .
태광 추천하고 싶은 요리가 있는 레스토랑이 있으면 알려줘.
주방팀도 참신한 사람들로 새로 꾸릴까한다.
희애 걱정마세요. 자신있어요.
태광 우리 입맛을 잘알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독창성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데. . . .
희애 우리 학원에요, 맛만 보면 거기 뭐가 들어갔는지 기가
막히게 맞추는 사람이 있거든요. 내 보기엔 절대 미각같아요.
태광 절대미각은 요리사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받고 태어난거나
마찬가진데.
희문 그 친구더러 같이 일하자고 해봐.
희애 다른 직업이 있는 사람이야. 요리는 취미로 하는거구.
태광 어쨌거나 분점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해.
희문 그집은 박살을 내버리구요.
희애 ?
28. 동네 목욕탕 / 낮
탕안에 들어가 앉아있는 시내. 어제 일이 끓겼다 이어졌다 떠오른다.
영국과 희애가 자기를 보고 웃던 생각. . .길가로 나와 비틀거리며 걷던 생각.
효동에게 '야,김효동! 너 그날 내궁댕이 다봤지? 했던게 떠오른다.
시내,끔찍한 듯 물속으로 뽀그르르 들어간다.
29. 체육관 / 낮
아침부터 열받은걸 분풀이라도 하듯 죽도로 팡팡 내려치고 있는
검도복의 효동.
30. 황금룡 주방 / 낮
흰색 조리복을 단정히 입고 새 요리개발에 열심인 희애. 옆에선
주방식구들이 돕고 있다. 생선살(대구나 동태)을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녹말가루에 묻히고 달걀푼데 묻혀 튀김옷을 만든다.
기름 온도를 재보는 희애. 반죽을 기름냄비에 떨구자 뽀그르르
기포가 생기며 떠오른다. 노르스름한 색깔로 변하자 재빨리 건져내고.
희애,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또 튀김거리를 집어넣다가 뜨거운
기름이 얼굴에 튄다. 희애,'앗 뜨거'하며 잠시 얼굴을 피하나 다시 요리에
전념하고..강판에 레몬을 짜 즙을 내는 희애. 레몬껍질도 잘게 썬다.
레몬즙에 설탕을 넣고 중불에서 끓여 시럽처럼 만든후 잘게 썬
레몬껍질과 튀긴 생선을 넣고
불위에서 후라이팬을 계속 흔들어 섞어준다.
희애 (완성이다. . .만족의 미소)
31. 황금룡 홀 / 낮
큼지막하니 노란색의 예쁜 접시에 초록 상추를 깔고 가장 자리를
반쪽짜리 체리로 빙돌려 장식한 후 상추위에 튀긴 생선탕수를 올려놓는다.
한쪽에 파셀리를 꽂고. 노란 접시와 생선탕수, 빨간 체리와 초록 상추와
파셀 리의 색깔이 화려한 대비를 이룬다. 옥자,주리,주방의 식구들
시식해보고 있다.
옥자 맛있긴한데. . . .
희애 주리씬 어때요?
주리 (먹어보고)
희애 어때요? 새콤달콤한 맛이 잘 살아있죠?
주리 그런데 희애씨 얼굴 왜 그래요? 눈밑에 까만 얼룩이 생겼어.
희애 기름이 한방울 튀었어요.
주리 어떡해. . .그거 흉지면 큰일나요. 내가 잘하는 성형외과
소개시켜줄까요? 나도 몇 번갔었. . .(는데 하려다 읍!하고
입을 막고)
희애 (짜증)맛이 어떠냐니까요.
주리 맛있어요.
옥자 너 고친거니,그럼? 어디? 코? 눈? 아님. . .(가슴을 보며). .
주리 (가슴을 가린다)아녜요 어머니. . .농담이예요..
옥자 좋은데 있음 소개 좀 해줘.
주리 어머니도 하시게요?
옥자 어머니도? 너 한거 맞구나.
주리 . . . .아우. . 이거 너무 맛있다아. . 어머니 드셔보세요.
희애 (주방팀에게)어때요?
주방 남;맛있긴한데 좀 싱거운 것 같애.
옥자 나도 뭔가 빠진 것 같애.
주방 남;설탕 소금 다 충분히 넣었지?
희애 그럼.
주리 아,맞다. 맛있는데 나도 뭔가 허전하다.
희애 맛있는데 뭔가 허전하다. . .그런데 그 허전한게 뭣 때문인지
잘 모르겠네. . . .
일동 (다들 조용). . . .
희애 . . . .(손가락 딱 치며)아!
32. 경호회사 / 낮
팀장앞에 서있는 효동. 방금 운동을 마치고 나온듯 검도복
차림에 땀을 흘리고 있다.
팀장 힘들지?
효동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팀장 다음주부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테니까 이번주까진 몸을
잘 풀어두고.
효동 예.
시내 저 마시내인데요. . .어제 일. . 생각해보니까 죄송해서요. .
효동 어이구, 생각해보고 나니까 이제서야 죄송하셔?
시내 아니. . .학원에 가는날 만나서 사과드릴려고 했는데
그때까지 기다리자니 마음이 안편해서요. . .제가 오늘
저녁에 술 한잔 살께요.
효동(F) 술같은 소리하고 있네.
시내 미안해서 술 한잔 산다잖아요.
효동(F) 댁이랑 술을 마시느니 내가 성을 갈겠다. 무슨 여자가
그렇게 주사가 심해요?
시내 그럼 어디가서 돼지갈비라도 뜯죠. 아, 내가 미안해서
그런다잖아요. .
34. 경호회사 / 낮
효동 미안한거 알면 전화하지 마요. (전화 끓는다.
식식걸어가는데)
(E);핸드폰벨
효동 (인상을 확 구긴채 화난 목소리로 대들듯)아 진짜 짜증나게
왜 이래요?
35. 황금룡 일각 / 낮
희애 (거친 효동의 말투에 잠시 주춤). . . .
효동 여보세요. 뭐야 또? 전화걸어놓고 왜 말을 안해.
희애 효동씨 저 장희애인데요. . .
효동 (숨이 턱 막히는)희애씨.
36. 공원 / 낮
맑은 날씨. 벤취 또는 잔디밭에 펼쳐놓은 예쁜 도시락. 레몬
생선탕수가 담긴 찬합.
희애 이것 좀 드셔보세요.
효동 (요리보단 희애 얼굴에 난 상처에 더 마음이 쓰이는)그런데
희애씨 눈밑이 왜 그래요?
희애 아. . .아까 이거 만들다가 기름이 한방울 튀었어요.
효동 . . . 요리하는게 그렇게 재밌어요?
희애 네.
효동 (미소)
희애 빨리 맛 좀 봐주세요.
효동 이거 다 희애씨가 만든거예요?
희애 네. 어때요?
효동 (우동cf처럼)소스 맛이 끝내줘요.
희애 장난치지 말구요... 진지하게 말해줘요. 난 지금 효동씨의
절대미각이 필요해서 그래요.
효동 그럼 진지하게 다시 맛을 볼까요? (다시 맛보는)
희애 (긴장된 표정으로 효동을 살피고)뭔가 허전나지 않아요?
효동 (먹으며)음. . . 좋은 재료를 다 넣고 만들었는데 맛이 밍밍한
짬뽕 아세요?
희애 먹어본 것 같아요.
효동 그건 육수에 문제가 있는거예요. 베이스로 깔리는 육수가
제대로 우러나질 못했을 때 짬뽕 맛은 꽝이거든요.
희애 맞아요. 그럼 아무리 간을 해도 맹숭맹숭하죠.
효동 이것도 그거 같은데요. 이거 어떻게 만든거예요?
희애 생선살을 녹말가루랑 계란에 묻혀서 튀긴 다음에 레몬즙에
설탕을 섞어서 끓여 소스를 만들어 부었어요. 레몬껍데기를
잘게 썰어서 소스에 같이 넣었구요. 장식효과루요.
효동 글쎄. . 잘은 모르지만요. 소스만들 때 뭔가를 더 넣으면
어떨까 싶은데.
희애 뭘요?
효동 레몬즙만으론 뭔가가 부족하니까 시중에서 파는 레몬쥬스나
파인애플 쥬스같은걸. . . .
희애 (번쩍)아!!
효동 그냥 제 생각이예요. 그리구 생선살에 녹말가루 묻힐때도
레몬쥬스 가루를 약간 섞거나. . . 이럼 어떨까요?
희애 (어려운 문제가 풀린 시원함과 기쁨)효동씨. . .너무
고마워요. 친구였으면 그냥 뽀뽀해주고 싶다. .
효동 (가슴이 쿵,얼굴이 빨개져서 아무말도 못하고). . . .
희애 아. . 안풀리던 수학문제가 그냥 쓩 풀린 것 같네. 효동씨
오늘 뭐 먹고 싶어요? 내가 맛있는거 사드릴께요.
효동 . . . .(아직도 가슴이 뛰어 멍청히. . .). . .
희애 어머? 효동씨 왜 그래요? 얹혔어요?
효동,가슴이 뛰고 떨려서 괜히 딴짓. 벌떡 일어나 뛰어가며
효동 아. . 오늘 날씨 되게 좋죠? 저 매일 아침에 여기서
운동하거든요.맨날 여기와서 뛰구요, 저기서 철봉도 해요.
한번 보실래요? (철봉으로 뛰어가 매달리며)으라차차!
희애 나도 철봉 잘하는데. 지금 치마를 입어서 좀 그러네요.
효동 이거 맛 봐 달라고 우리동네까지 왔어요? 날 부르지. 내가
가면 되는데.
희애 그냥 동네구경도 좀 하고 싶어서요. . .나 효동씨네 동네에
있는 맛있는 집들 좀 소개해 주실래요?
효동 좋죠.. . 희애씨,이거 할 줄 알아요?
효동, 빙글돌아 재주를 넘고 거꾸로 매달린다. 희애가 거꾸로 보인다.
효동,얼굴이 아래로 쏠린채 '나 잘하죠?' 헤 웃는데 주머니에서
동전이 우르르 쏟아진다.
37. 효동네 동네 / 낮
밝은 음악. 희애와 효동,걷고 있다. 작은 꽃집, CD가게, 책 대여점. .하나하나
눈여겨보고 걷고있는 희애. 효동은 마냥 좋아 들떠 있다.
이들 옆으로 요란한 '빠라바라바라밤' 울리며 오토바이가 뒤에서 온다.
희애,돌아보면 '홍콩반점' 깃발을 높이 올리고 특이한 헬맷을 쓴 배달맨
지나가고 있다. 희애, 그 깃발을
유심히 보고... (이 동네에선 홍콩반점이 잘나가는 가게인가 싶은 호기심으로)
희애 나 여기 들어가보고 싶다. 우리 여기서 짜장면 먹을래요?
효동 (난처)여기 맛없어요. . .
희애 그럼 남기면 되죠.
효동 맛있고 없고를 떠나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집이예요.
희애 바퀴벌레 나오는 집이 뭐 이렇게 으리번쩍해요. 빨리 와요.
효동 (곤란. . .끌려들어가고)
40. 홍콩반점 주방 / 낮
앉아서 고스톱치고 있는 팽달과 주방팀들.
팽달 자고로말야. . .사람을 알려면 같이 고스톱을 쳐보란 말이
있어. 그말은 진리야. 그리고 또 하나, 승부욕을 기르는데 또
고스톱만한게 없지. 어허! 아그야, 내가 지금 고했잖냐.
그런데 니가 거기서 그럼 쓰겄냐.
주방팀 한명, 주방으로 쪼르르 들어와 팽달에게 소곤소곤.
팽달 뭐?
41. 홍콩반점 앞 / 낮
효동과 희애 앉아있다. 효동,불편하고. 희애,여기저기 살펴보고....
희애 이 동네에선 꽤 잘나가는 집 같은데요.
효동 맛은 꽝일껄요.
희애 저번에 갔던 효동각은 참 맛있던데.
효동 (일부러 딴청). . .여기서 먹고 이제 뭐하실꺼예요?
희애 재료상엘 좀 가봐야돼요.
효동 재료상엘요?
희애 네, 새로운 요리를 몇가지 더 개발해 볼려구요.
효동 그럼 내가 또 맛을 보나요?
희애 어떻게 아셨어요?
효동 (좋아서)하하하. .
이때 문 열리고 주먹 후배들 우르르 들어온다. 효동,웃음이 뚝 그친다.
2~3명씩 나누어 효동의 옆과 앞 테이블에 앉는다. 효동,이것들이
왜 이러나. . .긴장하는데 조팽달 다가온다. 효동,불안하다. . .
팽달,자신있는 발걸음으로 턱턱 다가와
팽달 죄송합니다. 탕수육이 안되겠는데요.
희애 탕수육이 안돼요? (의아). . 그럼 류산슬로 주세요.
팽달 그것도 안됩니다.
희애 (이상해서). . . 양장피는요?
팽달 더더군다나 안되죠.
효동 (발끈)!!
희애 (기가 막힌)그럼 뭐가 돼죠?
팽달 아무것도 안됩니다.
효동 (일어서며)희애씨,나가죠.
희애 (둘러보며)다른 사람들은 먹고 있잖아요.
팽달 어쨌든 안됩니다.
희애 희안한 집이네.
팽달 (효동을 가리키며)이 분은 이유를 아실겁니다.
희애 ?
효동 . . .(부글부글). . . .
희애 뭐예요?
효동 아. . 예전에 짬뽕그릇에서 바퀴벌레가 쌍으로 나와가지구요
제가 한번 크게 야단친적이 있거든요.
희애 네에. . . .
팽달 하! 전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요.
효동 어쨌든 나갑시다.
희애 이보세요. 야단을 맞았건 안맞았건 어떻게 손님한테 이런
식으로 대할 수가 있죠?
팽달 글쎄 이분한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니까요.
희애 효동씨,가요. 우리 그럼 효동각에 가서 밥먹어요.
효동 (뜨끔)
팽달 그럼 그럼 홈그라운드로 가야지 왜 괜히. . .
효동 나가요.(희애를 빨리 끌고 나오는)
효동이 나가자 팽달과 주먹 후배들 속시원한 듯 테이블을 치며 웃는다.
팽달 자고로 복수에도 때가 있는 법이야. 여자앞에서 얼마나
망신이겠어. 여자앞이니까 깽판도 못칠꺼 아냐.
주먹1 그런데 복수가 좀 야가지(약하지) 않나요?
팽달 차라리 설사약을 팍 풀어서 먹일걸 그랬나?
42. 홍콩반점 앞 / 낮
효동,화를 참느라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 .
희애 왜 저러는거예요?
효동 원래 이상한 집이예요.
희애 우리 효동각에 짜장면 먹으러가요.
효동 (곤란한)저. . .
(E); 전화벨
효동 (아이고 살았다)희애씨,잠깐만요. . . . 여보세요?
43. 편의점 / 낮
흥분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전화받는 준수.
준수;너 오늘 잘해야된다. 어쩜 오늘 하루에 니 인생이 걸려있을수도 있어
임마.
44. 홍콩반점 앞 / 낮
희애는 저만치 서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효동을 기다리고
효동은 뒤로 돌아서서수화기를 손으로 가리고 전화.
효동 그런데 어떡하지? 효동각엘 가자는데.
준수 가서 아버지한테 인사 드려. 며느리감이라고.
효동 아 미치겠네. 너 지금 장난해?
45. 편의점 / 낮
준수 (서랍에서 매직꺼내며)알았어 임마. 내가 도와줄게. 야!
그리구 이따 잠깐 들러. 내가 너한테 줄게 있다.
46. 효동각 앞 / 낮
스케치북 종이에 매직으로 '금일휴업' 이라 붙어있다. 효동,미소.
희애 (실망의)어머. . .
효동 내가 다른데가서 맛난거 사드릴께요.
효동,안도의 한숨을 쉬며 희애와 함께 멀어져간다.
잠시후 미숙,가게에서 나오는데 문앞에 붙어있는 종이를 본다. 금일휴업. . . .
준수 그때 그 여자애 일 잘 해명하고. 마시낸지 뭔지.
효동 아 맞다 맞다. 떨려서 그걸 까먹고 있었다.
준수 그리구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밤까지 같이 있어. 같이 있는
시간을 될 수 있는한 오래 끌란말야. 알았어?
효동 오케이.
준수 화이팅!
49. 희귀 재료상가 / 낮
외국 희귀 식재료를 파는 가게. 갖가지 올리브 오일과
아보카도, 래디시, 라임등의 서양채소와 허브들이 즐비하다.
와인과 각종 치즈들도. 효동,신기한 듯 이것저것 만져보며
불어로 쓰여있는걸 억지로 읽어보고 향을 맡아보고. . .
희애는 능숙한 솜씨로 이것저것 골라넣고 있다.
희애(E) 그래도 영국이 아저씨 말이 맞긴 맞았네요. 두 사람 서로
아는 사이라구.
효동(E) 알긴 뭘 알아요. 동대문 시장에 옷사러 갔다가 불쾌한
기억만 안고 돌아온게 전부인데.
희애(E) 그래도 두 분 너무 재밌는 인연같아요.
효동(E) 끔찍한 얘기는 그만하세요.
희애 (하하 웃고)
효동 (치즈보며)꽁드레. . .이거 뭐라고 쓴거예요? 별 희안한
이름이 다있네.
희애 그래서 제가 불어공부를 하잖아요.
효동 이걸 다 섞어넣으면 어떤 맛이 될까요?
희애 그거야 절대미각을 가진 분이 알죠.
효동 . . . .
51. 소극장 / 밤
스탠딩 콘서트. 사람들 모두 서서 펄쩍펄쩍 뛰며 손을 흔들고 박수치고
노래를 따라부르고 흥겨운 분위기. . . 효동과 희애도 같이 펄쩍펄쩍 뛴다.
신나는 음악.열정적인 스테이지. . . 효동과 희애, 너무 즐겁다. . .
52. 효동네 동네 / 낮
비오는 거리. 우산을 쓰고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시내.
(E)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 .
시내;김효동씨 저 마시내인데요. . . 저 지금 효동씨네 동네에 와있거든요.
54. 콘서트장 / 밤
걸어나오는 나오는 효동과 희애. 밖에 비가 오고 있다.
효동 어? 비가 오네. . .우산 없으시죠?
희애 네.
효동 어떡하지?
희애 좀 맞죠 뭐.
효동 요새 비 잘못 맞았다가 감기들어요. 잠깐 여기 기다리세요.
(빗속으로 뛰어나가는)
희애 효동씨. . . . .
55. 비오는 거리 / 밤
효동, 뛰고 있다. 마치 땅위를 날 듯 가볍게 살풋살풋 뛰어오른다.
56. 극장 앞 / 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 .희애, 효동을 기다리고 서있다.
잠시후 비에 쫄딱 젖은 효동이 커다란 우산을 들고 웃으며 나타난다.
효동, 희애에게 우산주며 씨익 미소짓고.
57. 거 리 / 밤
우산 하나를 쓰고 나란히 걷는 희애와 효동.
우산대를 잡은 두 사람의 손,닿을락말락 떨림이 흐른다.
지하철 역에 와서 서는 희애와 효동.
효동 (희애에게 약국봉지를 내민다)
희애 (뭔가 싶어 보면 연고가 나온다. 효동을 보며)?
효동 (희애 눈밑을 가리킨다. 기름 튄 자국에 발라요)
희애 . . . . .
효동,희애에게 우산을 가져가라 희애 난 지하철타면 되니까 쓰고가라. .
.실랑이 끝에 가위 바위보를 하는 희애와 효동. 효동이 이기자
효동,삼세번을 하자고 한다. 세 번 내리 효동이 이긴다.
희애, 효동에게 우산을 주며 지하철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효동,
뛰어가 희애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 거리로 뛰어나간다.
희애,효동을 보면 비맞으면서 뛰어가고 있는 효동이 보인다.
희애 . . . . . . .
58. 효동네 동네 / 밤
비가 사그들었다. 효동,신나게 휘파람불며 가는데
시내(E) 김효동씨!
우산을 접어 지팡이처럼 찍고 있는 시내, 효동에게 다가온다.
효동,뜨악해서
쳐다보면
시내 내가 남긴 메시지 못들었어요?
효동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낸다. 꺼져있다)
시내 핸드폰이 왜 그렇게 안돼요? 내가 미안해서 저녁산다고
여관건너편 꽃집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몇 번이나
남겨놨는데.
효동 (퉁명)됐시다.
시내 나는 뭐 좋아서 이러는줄 알아요?
효동 아 그러니까 됐다구요. 난 댁같은 인간,제일 꼴베기 싫어.
시내 그래서 내가 사과하러 왔다잖아요. 어제 일도 미안하구 오늘
아침일도 미안하다구.
효동 됐어요. 가요.
시내 무슨 남자가 이렇게 쫌팽이같냐?
효동 쫌팽이?
시내 그래 쫌팽이.
양복차림의 갑수,걸어오다 희애와 효동이 서있는 모습을 본다.
두 사람 뭔가 툭탁툭닥 말을 하며 노는 것 같다.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간다.
시내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인다. 저 여자아이구나. .
.야무지고 귀여워보인다. 효동,시내가 꼴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다
저만치 걸어오는 갑수가 눈에 들어온다.
효동 어! 아버지. . . .
갑수 . . . .그래.
시내 (당황)
효동 지금 오세요.
갑수 오냐. . . .(시내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 . . .시내가 맘에
드는 듯) 친군가?
효동 아녜요. 그냥 . . .
갑수 우리집 가서 차나 한잔 허지.
시내 네?
59. 효동네 거실 / 밤
찻잔을 앞에 두고 조신하게 앉아있는 시내. 갑수, 차를 마시며
흐뭇한 얼굴로 시내를 보고 있다. 옆에선 칠성과 미미,
미숙도 앉아 사과를 깎으며 시내를 몰래 몰래 뜯어보고 있다.
갑수 그래 객지생활은 힘들지 않구요?
시내 (다소곳이)네. . .
갑수 홍천이면. . .강원도가 고향인가?
시내 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강원도 토박이예요.
칠성 홍천에 있을땐 뭐했어요?
시내 시장에서 장사했어요. 야채도 팔구 겨울엔 팥죽도 팔구. .
가끔 서울에서 옷도 띠어다 팔고 옷감떠다 앞치마나
테이블보 같은것두 만들어서 팔고. . .
고모 어머나. . .아주 야물딱진 아가씨네.
칠성 그런 아가씨가 어떻게 효동이 같은 놈한테 넘어가서. .
고모 (칠성을 쿡 찌르며)과일 좀 들어요.
시내 네,잘먹겠습니다. (포크로 사과를 쿡 찍어 갑수에게 먼저
주며) 드세요.
갑수 (기특한). . .어여 들어요.
시내 네.
갑수 효동인 뭐하고 있냐.
미미 제가 불러올께요.
갑수 그래 효동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인가?
시내 요리학원 같이 다녀요.
칠성 미숙;??
갑수 요리학원?
60. 효동 방 / 밤
얼굴 가득 미소로 통화중인 효동. 미미,문 열고 들어온다.
효동 아뇨, 오는 길에 비가 금방 그쳐서요 비 안맞았어요.
희애씨도잘 들어갔죠?. . .에이 고맙긴요. . .
61. 희애 방 / 밤
막 들어온 듯 옷을 벗으며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희애.
희애 그렇게 우산사다 주고 뛰어가는거, 영화속에서만 봤는데. ..
효동 가끔 영화처럼 사는것도 재밌잖아요.
희애 저번엔 지하철에서 액션영화를 보여주시더니 오늘은
멜로영화네.
효동 코메디, SF, 스릴러 말만하세요. 다 보여드릴께요.
희애 코믹 스릴러도 벌써 본 것 같은데요. 그날 트렁크에서요.
62. 효동 방 / 밤
미미, 방문 앞에 서서 효동을 보고 서있다.
효동,미미에게 인상쓰고 나가라는
손짓 발짓하며
효동 그럼 이제 SF만 남았네. 보고싶으면 말씀하세요. 용가리
가면이라도 구해서 쓰고 나갈테니까.(하하 웃는데)
미미 손님 밖에 두고 뭐하는거야?
효동 (수화기 막으며)보면 몰라? 전화하잖아 지금.
미미 빨리 나와. 지금 간대.
효동 희애씨. . .제가 이따 다시 전화할께요. . .
미미 어쭈 양다리?
효동 (수화기 막았다 떼며)아니, 내일 전화할께요. 빨리 푹
주무세요. 감기들면 큰일나니까.
희애 알았어요. 효동씨도 잘자요. 오늘 고마웠어요.
63. 효동 집 앞 / 밤
냉냉하게 마주 서있는 효동과 시내.
효동 아니 무슨 여자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집엘 덥썩
들어오나?
시내 그럼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싫어요! 이러면서 쌩하니 가야
옳아요?
효동 설마 나한테 관심있는건 아니겠지?
시내 (기막힌)차! 내가 그렇게 눈이 낮은줄 알아요?
효동 뭐?
시내 난 그저 댁한테 빚진채 지내면 찝찝하니까 빨리
갚아버릴려구 저녁 산다는거였지. 허! 관심?
효동 갚을 필요없으니까 이젠 저녁 산다 어쩐다 이런
소리하지마요. 괜히 학원사람들이 오해하잖아요.
시내 아버지는 참 좋은 분 같던데 아들은 왜 이러냐. 혹시
주워온거 아냐?
효동 어떻게 아셨수? 잘 가시구랴. (대문을 탁 닫고 들어간다)
시내 (기분 나쁘다. 대문을 한번 발로 찰려다 그냥 돌아선다)
64. 효동 방 / 밤
이불속에 누워있는 효동과 갑수. 서로 천정을 보고 누워있다.
갑수,효동을 힐끗본다. 천정을 보고 혼자 미소지으며 피식웃기도 하는 효동.
갑수 너 요리배우냐?
효동 (벌떡 일어나 앉으며)그 기집애가 그런말까지 해요?
갑수 같은 학원다닌다고 하더라. 니가 웬일로 중국요리를. . .
효동 사실은요 쟤말구 다른 여자가 맘에 들어서 다니는거예요. 그
사람 볼려구요.
갑수 그럼 쟤가 걔가 아니야?
효동 무슨 말씀 하시는거예요?
갑수 그 여자앤 또 누구냐?
효동 나중에 결혼식장에서 보세요. (누워서 이불쓴다)
이불을 고쳐쓰며 돌아눕는 두 사람. 희애와의 일을 생각하며 미소짓는다.
갑수,시내의 조신하던 태도와 사과를 찍어 주던 모습을 생각하며 미소. . .
65. 골 프 장 / 낮
희문과 함께 필드를 도는 태광.
태광 맡은 일은 잘 돼가니?
희문 그럼요. 생각을 해봤는데요...
태광 ?
희문 기분 상하지말고 들으세요. 김갑수란 사람. . . 우리 황금룡에
데려 다쓰면 어떨까 싶네요.
태광 . .. .
희문 쓸모가 있을 것 같아요.
태광 나도 그 생각을 안한건 아니다...
희문 구멍가게에서 가만히 앉아 망하느니 우리집에 와서 대
황금룡의 주방장으로 일하는게 그분한테도 좋지않을까
싶은데.
태광 그렇게 머리회전이 빠른 친구가 아니니까 문제지. 그리고
예전에 들은 얘긴데...
희문 ...?
태광 냄새를 잘 못맡는다고. . .점점 후각기능이 떨어져간다는
소리를 들은적 있다. 가게를 돌아다니는 재료상들은 별
소식을 다 알잖니. 여기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재료상한테
들은 얘기다.
희문 왜요? 원래 그랬어요?
태광 아니. 중간에 무슨 사고가 있었어.
희문 무슨 사고요?
태광 . . . . (화재사고다. 말하기 껄끄러운). ..글쎄. . ..
희문 후각을 잃는건 요리사로서 치명적인데.
태광 헛소문일지도 몰라. 아직껏 중국집을 해가며 살고 있었던걸
보면.
희문 헛소문일겁니다. . . .그날 우연히 희애랑 가서 먹은 그 집
짜장면. .맛있었어요. . .
태광 . . . .
희문 불러 들이죠.
태광 흠. . .
66. 요리학원 / 낮
각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푸른 피망과 빨간 피망. 시내, 조리사 시험 문제지를
보고 앉아있다. 영국,신문 경제면을 보며 '쯧쯧' 혀를 차고.... 희애, 레시피를
보며 열심히 줄치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
영국 결국 여기도 최종부도처리 됐구만,쯧쯧. . .짤린게 나하나는
아니라서 위로는 된다만. . .에휴. . 먹고 살기 힘들다.
희애 조리사 자격증따면 어쨌거나 길이 뚫리겠죠.
영국 그나저나 희애씨는 언제 결혼해?
희애 네?
영국 지금 요리학원 다니는거 신부수업으로 다니는거 아냐?
희애 아닌데요.
영국 그럼 왜 다니는거야?
희애 저도 먹고 살려구요.
시내 (희애를 본다...)
영국 그래? 난 그냥 부잣집 딸이 신부수업으로 다니는줄
알았는데.
희애 아녜요...
영국 아버님은 뭘하시는데?
희애 (겸손). . .그냥 쪼그만 가게를 하나 하세요.
영국 뭐 . . 먹는 가게?
희애 네. . .
영국 요새 불황이라 장사가 잘 안되지?
희애 네. . 그래서 제가 좀 도와야할 것 같아요...
효동,들어온다. 희애,영국과 반갑게 인사. 시내는 시선을 안마주치고
딴데로 돌린다. 효동도 본체만체 하고 자리에 앉아
오늘의 요리 레시피를 본다. 이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 들린다.
채무자 숨으면 못찾을줄 알았냐? 이 사기꾼 딸년 어딨어.
한떼의 사람들 극악스럽게 밀려들어와 두리번 거린다.
시내, 낯빛으로 얼굴이 변하고.
채무여 어,저깄네. 너 이년 이리 나와.
사람들 달려들어 시내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흔든다. 효동과 사람들
어리둥절해 마주보고, 시내를 보고. . .
채무여 이리 도망오면 모를줄 알았니? 니 애비랑 큰오빠 어딨어?
어따 숨겼어?
채무남 우리 돈 떼먹고 어딜 도망갈려구.
시내 (많이 겪어본 듯 담담히)몰라요. 어딨는지 나도 몰라요.
채무여 니가 모르면 누가 알아 이년아. 니 애비 서울서
돌아다니는걸 본사람이 있는데.
시내 몰라요. 이것 좀 놔요. 놓고 말해요. (밀쳐낸다)
채무남 어쭈! 당 이거 끌고 경찰서 갑시다. 애비랑 오빠란 놈
나타날때까지 유치장에 쳐박아버려.
사람들 시내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효동,시내를 본다.
시내,멱살잡혀 나가며 효동과 눈이 마주친다. 얼른 외면해 버린다.
사람들,희애를 잡아끌고 밀치고 죄인다루듯 함부로 하고
시내는 발버둥치며 그들에게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나 역부족이다.
시내 이거 놔요. 나 정말 몰라요.
채무남 그러니까 경찰서로 가자구. 경찰 앞에선 불겠지.
시내 내가 무슨 죄가 있다구 경찰서를 가?
채무남 우리 돈 떼먹고 달아난 니 애비랑 오빠 놈 숨기고 있잖아.
시내 모른다니까. (악을 바락쓰며)몰라.
채무남 어따대구 공갈이야 이년이.
시내 우리 아버지랑 오빠 찾아서 거기다 대고 그래. 왜 나한테
와서 이래. 난 정말 모른다니까.
채무여 모르긴 뭘 몰라. 이것두 똑같은 사기꾼 기집애구만.
채무남 하긴 그 피가 어디가겠어. 내 돈 뜯긴 생각을 하면 이 깐거
그냥당장에 작살을 내도 시원찮어. (옷이 벗겨지도록
우왁스럽게 잡아 끌며)이리와, 경찰서루 가!
시내 놔, 이 새끼야!
시내, 있는 힘껏 남자를 밀쳐낸다. 남자,밀쳐지며 기분나쁜.
채무남 이게 진짜. . .
채무남, 열이 바짝 올라 시내를 한 대 갈긴다. 시내, 나가 떨어지고.
불끈 쥐어지는 효동의 주먹. 채무남, 나가떨어진 시내를 일으켜세워
한 대 더 갈기려는데 남자의 얼굴에 날아드는 효동의 주먹.
효동,남자를 힘껏 한 대 갈긴다. 놀란 듯
효동을 보는 시내의 표정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