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왓차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일 그대 앞에 불이 타오르고 있다면 그대는 '내 앞에 불이 타오르고 있다.'라고 알겠는가?"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제 앞에 불이 타오르고 있다면 저는 '내 앞에 불이 타오르고 있다.'라고 알 것입니다."
"왓차여, 그런데 만일 그대에게 묻기를 '그대 앞에 타오르고 있는 그 불은 무엇을 조건으로 타오르는가?'라고 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제게 묻기를 '그대 앞에 타오르고 있는 그 불은 무엇을 조건으로 타오르는가?'라고 한다면 저는 이렇게 설명할 것입니다. '제 앞에 타오르는 불은 마른 풀과 나뭇 가지라는 연료를 조건으로 타오르고 있습니다.'라고."
"왓차여, 만일 그대 앞에 있는 불이 꺼진다면 그대는 '내 앞에 있던 불이 꺼졌다.'라고 알겠는가?"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제 앞에 있는 불이 꺼진다면 저는 '내 앞에 있던 불이 꺼졌다.'라고 알 것입니다."
"와왓여, 그런데 만일 그대에게 묻기를 '그대 앞에 불이 꺼졌는데, 꺼진 그 불은 꺼진 후에 어떤 방향으로 갔는가? 동쪽인가? 서쪽인가? 북쪽인가? 남쪽인가?'라고 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고따마 존자시여, 그 말씀은 적당하지가 않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참으로 불은 마른 풀과 나뭇가지라는 연료를 조건으로 타올랐고, 그 연료를 다 써버리고 더 이상 다른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면 연료가 없어서 꺼졌다고 합니다."
20. "왓차여, 참으로 그와 같다. 사람은 물질[色]로써 여래를 묘사하면서 묘사를 시도하지만 여래는 그 물질을 제거했고, 그 뿌리를 잘랐고, 윗부분이 잘린 야자수처럼 만들었고, 멸절시켜, 미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하였다. 왓차여, 여래는 물질이라는 이름에서 해탈[rūpasaṅkhayavimutto]하여 심오하고 측량할 수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나니 마치 망망대해와도 같다. 그에게는 '태어난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기도 하고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태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다.
[140422 보완] '오온의 헤아림으로부터 해탈[saṅkhāyavimutto]은 <케마 경(S44:1)>에도 나타납니다.
사람은 느낌[受]으로써 여래를 묘사하면서 묘사를 시도하지만 여래는 그 느낌을 제거했고, 그 뿌리를 잘랐고, 윗부분이 잘린 야자수처럼 만들었고, 멸절시켜, 미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하였다. 왓차여, 여래는 느낌이라는 이름에서 해탈하여 심오하고 측량할 수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나니 마치 망망대해와도 같다. 그에게는 '태어난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기도 하고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태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다.
사람은 인식[想]으로써 여래를 묘사하면서 묘사를 시도하지만 여래는 그 인식을 제거했고, 그 뿌리를 잘랐고, 윗부분이 잘린 야자수처럼 만들었고, 멸절시켜, 미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하였다. 왓차여, 여래는 인식이라는 이름에서 해탈하여 심오하고 측량할 수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나니 마치 망망대해와도 같다. 그에게는 '태어난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기도 하고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태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다.
사람은 심리현상들[行]로써 여래를 묘사하면서 묘사를 시도하지만 여래는 그 심리현상들을 제거했고, 그 뿌리를 잘랐고, 윗부분이 잘린 야자수처럼 만들었고, 멸절시켜, 미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하였다. 왓차여, 여래는 심리현상들이라는 이름에서 해탈하여 심오하고 측량할 수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나니 마치 망망대해와도 같다. 그에게는 '태어난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기도 하고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태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다.
사람은 알음알이[識]로써 여래를 묘사하면서 묘사를 시도하지만 여래는 그 알음알이를 제거했고, 그 뿌리를 잘랐고, 윗부분이 잘린 야자수처럼 만들었고, 멸절시켜, 미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하였다. 왓차여, 여래는 알음알이라는 이름에서 해탈하여 심오하고 측량할 수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나니 마치 망망대해와도 같다. 그에게는 '태어난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기도 하고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태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다."
21.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왓차곳따 유행승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고따마 존자시여, 마치 마을이나 성읍의 멀지 않은 곳에 큰 살라 나무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무상하여 가지와 잎사귀가 떨어지고 껍질 조각도 떨어지고 백목질도 떨어져 마침내 그것은 가지와 잎사귀도 제거되고 껍질 조각도 제거되고 백목질도 제거되어 순전히 심재만이 남을 것입니다. 그와 같이 고따마 존자의 이 가르침은 가지와 잎사귀가 제거되고 껍질 조각도 제거되고 백목질도 제거되어 순전히 심재만이 남은 것입니다."
22. "경이롭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경이롭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우시듯, 덮여있는 것을 걷어내 보이시듯,[방향을] 잃어버린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시듯, 눈 있는 자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주시듯, 고따마 존자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고따마 존자께 귀의하옵고 법과 비구 승가에 귀의합니다. 고따마 존자께서는 저를 재가신자로 받아주소서. 오늘부터 목숨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