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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산행(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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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산행 사진방 스크랩 산 자체보다는 품고 있는 계곡들이 더 유명한, 십자봉(‘15.8.18)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152 15.08.24 04:4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십자봉(十字峰, 984.8m)

 

산행일 : ‘15. 8. 18()

소재지 :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의 경계

산행코스 : 큰양안치고개암봉(700m)백운지맥갈림길가십자봉십자봉가십자봉안부천은사계곡천은사주차장(산행시간 :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기분좋은 산행

 

특징 : 강원도(원주시 귀래면)와 충청북도(제천시 백운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원주시 남쪽을 에워싸고 있는 백운산(1,087m)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에 솟아 있다. 큰양안치에서 시작되는 산행 초반에 잠깐 바윗길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때문에 특별한 볼거리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조망(眺望)도 보잘 것이 없다. 그러나 오지(奧地)에 위치하고 있는 덕분에 아직까지도 원시의 숲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거기다 천은사계곡과 큰골, 그리고 덕동계곡이라는 물 맑고 경관이 뛰어난 골짜기를 갖고 있다. 때문에 산을 모르는 사람들은 있어도 골짜기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은 드물 정도란다. 산 하나만 오르기 보다는 산과 계곡을 함께 넣어 물놀이를 겸한 산행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산행들머리는 큰양안치고개(원주시 귀래면 귀래리 산 113-8)

중앙고속도로 남원주 I.C에서 내려와 T.G 앞에서 좌회전 남원주두산위브아파트(원주시 흥업면 흥업리)까지 온 후 19번 국도로 갈아탄다. 이어서 충주방면으로 달리다가 매지교차로(交叉路 : 흥업면 매지리)에서 빠져나와 국도 아래를 통과한 후 우회전하여 귀래(충주)방면으로 들어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들머리인 큰양안치고개에 이르게 된다. 고개 조금 못미처에 매지휴게소(흥업면 매지리)가 있으니 참조한다.

 

 

 

양안치(兩鞍峙)고개는 고개의 생김새가 마치 말의 안장(鞍裝)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고개는 양아치(兩峨峙)’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얼핏 거지의 비속어(卑俗語)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이름 그대로 두 개의 큰 고개(兩峨峙)’라는 뜻이다. 귀래면 귀래리에서 흥업면 매지리 쪽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있는 두 고개를 이르는데, 흥업 쪽의 큰 고개를 큰 양아치’, 그리고 귀래 쪽의 작은 고개를 작은 양아치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양어치(兩御峙)’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고구려왕의 어거(御車)가 매지리에 머물고 신라왕의 어거는 운계리에 머물렀다고 해서 그 경계에 있는 이곳의 지명이 양어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매지 숲유치원으로 들어가는 테마임도(이정표 : 백운산 7.5Km/ 숲유치원 4.?Km)를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매지 숲유치원은 어린이들이 숲에서 뛰어 놀면서 숲을 통해 직접 배우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북부지방산림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설이다. 시설의 이름으로 봐서는 독일의 숲유치원(Waldkindergarten)’에서 모티브(motive)를 따왔지 않았나 싶다. ‘어린이들이 숫자나 글자가 아닌 자연에서 뛰어놀게 하라는 독일의 유아교육학자 프리드리히 프뢰벨(Friedrich Fr?bel, 1782-1852)의 사상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독일의 그 숲유치원말이다. 그렇다면 이곳도 건물 밖으로 나가 자연 속에서 흙, 나무 등과 놀며 지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을 것이다.

 

 

숲유치원의 관리동 앞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들머리에 매지임도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한번쯤 훑어보고 길을 나서도 괜찮을 것이다. 등산로도 표시되어 있어서 산행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자락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잣나무 숲이 길손을 맞는다. 광활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뻗어 오른 나무들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잠깐의 눈요깃감으로는 충분하다는 얘기이다. 숲이 만들어내고 있는 그늘 아래에는 통나무 의자들을 질서 있게 배열해 놓았다. 아마 숲유치원에서 야외교실로라도 이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잣나무 숲을 지나면 곧이어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은 참나무 숲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능선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그러다가 20분 후 첫 번째 구호지점표시목(A-2)을 지나면서 가파르게 변한다.

 

 

 

그러나 다행이도 그 가파름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5분쯤 후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곳에서 쉼터를 만난다. 다들 고생했으니 잠시 쉬었다가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곳 쉼터에 놓인 의자의 생김새가 심상치가 않다. 절반으로 반듯하게 켠 통나무를 바닥에 놓았는데 조형미를 살리고 싶었던지 한쪽 귀퉁이를 또 다른 통나무로 괴어 놓았다. 설치한 이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쉼터에서 다시 한 번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4분 후에는 헬기장에 올라서게 된다. 들머리에서 30분 거리이다. 헬기장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조망이 트이지 않는 것이다. 헬기장이라기에 여느 헬기장처럼 조망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를 잔뜩 하고 올라왔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헬기장을 지나서도 산길은 오름짓을 계속한다. 하지만 다행이도 능선을 고집하지 않고 산의 사면(斜面)으로 길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비록 짧을망정 내리막길을 만들기도 한다. 거기다 가끔은 길가에서 묘하게 생긴 바위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서서히 즐기면서 걸어도 좋을만한 코스라는 얘기이다.

 

 

헬기장을 지난 지 10분쯤 되면 바위의 빈도가 현저히 높아진다. 그러다가 4~5분쯤 후에는 삼각점이 설치된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된다. 692m봉이 아닐까 싶다. 삼각점봉에서도 시야(視野)는 열리지 않는다. 그저 나뭇가지 사이로 건너편 산줄기가 살짝 내다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이 부근에서이 경관은 괜찮은 편이다. 바위로 이루어진 벼랑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이 주변의 바위들과 어우러지면서 나름대로 볼만한 경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삼각점봉에서 잠시 아래로 내려섰다가 다시 맞은편 바윗길을 치고 오르면 길은 두 갈래(이정표 : 백운산 6.3Km/ 장군바위 0.5Km/ 대양안치 1.2Km)로 나뉜다. 어디로 갈지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십자봉으로 가려면 능선을 따라 곧장 직진을 해야 하는데도 이정표는 그쪽 방향에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장군바위라는 지명을 떡하니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갈려나가서는 안 되는 백운산은 오른쪽으로 표시되어 있다. 선두대장의 진행방향표시지는 장군바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이정표의 장군바위는 암봉(巖峰)을 이르는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른편 백운봉 방향은 암봉을 우회(迂廻)시키는 길이고 말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나면 잠시 후 바위로 이루어진 700m봉에 올라서게 된다. 삼각점봉에서 10분 거리이다. 700m봉도 역시 조망(眺望)은 트이지 않는다. 암봉의 특징이자 매력은 누가 뭐래도 조망이라고 할 수 있다. 700m봉은 그런 정형화된 삶을 거부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암봉에서 산길은 다시 급하게 아래로 향한다. 뭔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내려설 수 없을 정도로 그 경사(傾斜)가 가파르면서도 긴데, 다행이도 안전로프를 매달아 놓았다.

 

 

 

산길은 벼랑을 내려선 후에도 계속해서 아래로 향한다. 다시 올라가야할 일이 부담스러워 걷기에 좋을 정로도 고운 길까지도 눈에 차지 않는 구간이다. 그러다가 10분 조금 못되어 ‘119 구호지점 표지목(A-5)'이 있는 안부를 지나면서 다시 오름짓을 시작한다. 제법 가파르면서도 긴, 그러나 멋지게 생긴 바위들을 구경하면서 걷게 되는 구간이다.

 

 

 

안부를 지난 지 15분 쯤 되면 커다란 바위들이 능선을 점령하고 있다. 산길은 바위를 좌우로 우회(迂廻)하면서 길을 만들어 나간다. 사면(斜面)을 따라 난 비탈길을 안전로프가 의지해서 통과하면 5분 후에는 또 다시 보드라운 흙길로 올라선다. 이어서 8~9분 후에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산길은 또 다시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괜찮게 생긴 바위들이 제법 보이고, 가야할 방향으로 시야(視野)가 열리기도 하는 구간이다. 그런 풍광들을 기웃거리며 15분 남짓 걸었을까 좌우로 난 길의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이정표(백운산 4.4Km/ 대양안치 3.1Km)가 세워진 곳에서 또 다시 길이 흔적이 보인다. 오른편은 천은사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인 모양인데 왼편은 어디로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이정표에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갈림길을 지나면서 산길은 상당히 가팔라진다. 숲도 한층 더 깊어졌다. 그리고 12~3분 후에는 백운산 갈림길(이정표 : 십자봉 1.9Km/ 백운산 3.9Km/ 대양안치 3.6Km)을 만나게 된다. 왼편은 백운산으로 가는 길이고, 십자봉은 물론 곧장 능선을 따라야 한다.

 

 

 

백운산갈림길에서부터 산길은 순해진다. 경사가 거의 없는 흙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거기다 잔디보다 더 고운 풀들이 길바닥을 덮고 있는가 하면 길가엔 야생화들의 숫자가 부쩍 늘었다. 그렇게 12분 정도를 더 진행하면 서툴게 쌓아올린 돌탑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967m(첨부된 지도에는 971m봉으로 표기되어 있다)봉에 올라서게 된다. 십자봉 정상으로 오인해 가십자봉’(가짜 십자봉)이란 이름이 붙은 봉우리이다.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이정표 : 십자봉1.5Km/ 산촌마을3.8Km/ 양안치, 백운산)로 나뉜다. 정상은 이곳에서 왼편이지만, 산행날머리인 천은사는 오른편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정상을 오른 후에는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와야 한다는 얘기이다.

 

 

 

가십자봉을 지난 산길은 작은 봉우리(961m) 하나를 살짝 우회(迂廻)하더니 가파르게 아래로 떨어진다. 힘들게 다시 올라가야할 일이 걱정은 되지만 코끼리바위 등 심심찮게 나타나는 기묘한 바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그 정도는 참을 만하다고 할 수 있는 구간이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더 걸으면 원덕동 갈림길(이정표 : 십자봉0.5Km/ 원덕동1,3Km)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10분 조금 넘게 더 오르면 드디어 펑퍼짐한 둔덕 형태의 십자봉 정상이다. 참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하나 있다. ‘원덕동 갈림길을 지나자마자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는 것이다.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헷갈릴 수도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어디로 가더라도 정상 바로 앞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다만 기암(奇巖) 등 조금 더 나은 경관을 즐기려면 오른편의 능선을 타면 되고, 그보다 수월한 길을 택하고 싶을 경우에는 왼편 사면으로 난 길을 따르면 된다. 산행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50분이 걸렸다. 무더위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10평 가까이 되는 제법 너른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거리표시가 지워진 이정표(산촌마을/ 덕동리/ 양안치) 외에도 정상표지석이 두 개나 세워져 있다. 원주시와 제천시에서 하나씩 사이좋게 세워놓은 것이다. 하나의 정상을 두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것 까지는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정상의 높이 정도는 서로 통일 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십자봉의 원래 이름은 불영대산(佛影臺山)이다. 또 다른 이름은 촉새봉이다. 백운면 덕동리 원덕동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산 모양이 촉새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최근 들어 십자가처럼 산 모양이 뾰족하게 생겼다고 해서 십자봉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서 발췌). 그러나 십자봉이라는 이름은 일제(日帝)가 붙인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원래의 이름은 촉새봉이었는데 일제 때 십자봉으로 고쳐졌다는 것이다. 촉새와 십자매(十姉妹)는 크기와 생김새가 비슷한 참새과의 조류(鳥類)이다. 하지만 촉새가 우리나라와 만주, 시베리아에 분포된 순수한 토종인 반면에, 십자매는 인도, 말레이반도 등 동남아시아가 원종으로 일본에서 농조(籠鳥 : 새장에 가두어 기르는 새)로 개량한 새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지형도를 만들면서 자신들의 애조(愛鳥)인 십자매로 바꿔치기 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십자봉의 십자(十字)와 십자매의 십자(十姉)는 글자가 전혀 다르니 듣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정상은 소문과는 달리 조망이 썩 뛰어난 편은 아니다. 아니 별볼 일 없다고 보는 편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동과 서, 그리고 남쪽은 잡목(雜木)들로 인해 완전히 막혀있고, 남쪽 한 방향으로만 겨우 시야(視野)가 열린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온전하지는 못하다. 주변의 나뭇가지들이 아랫도리는 물론이고 좌우까지 파고들었다.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 할 필요까지는 없다. 조망을 즐기고 싶다면 남쪽으로 주능선을 따라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 2~3분 거리에 헬기장이 있는데 남쪽으로 곧게 뻗은 주능선을 가운데에 두고 좌우로 넓게 시야(視野)가 열리는 것이다. 남동쪽으로는 삼봉산이 삿갓을 엎어놓은 듯이 보이고 남으로는 시루봉, 옥녀봉 능선, 그리고 서쪽으로는 미륵산이 보인다.

 

 

 

가십자봉으로 되돌아와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십자봉에서 돌아 나오는 데는 30분 정도가 걸렸다. 하산을 시작할 때만해도 부드럽던 산길은 7분쯤 후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가파르게 변한다. 그런데 그 가파름이 얼마나 심하던지 길가에 매어놓은 안전로프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참고로 갈림길에서 곧장 능선을 따르는 길도 보이지만 이정표가 없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얼마 후 또 다른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고맙게도 이정표(천은사 2.5Km/ 산촌마을 3.6Km/ 십자봉 2.0Km)가 세워져 있다. 천은사는 오른편으로 크게 방향을 틀면서 능선을 벗어난다. 계속해서 능선을 탈 경우에는 동막봉(595m)를 거쳐 산촌마을(운계3)에 이르게 되니 참조할 일이다.

 

 

내려서는 길은 한마디로 숲이 깊다. 사람을 들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나무들이 빽빽하다. 그렇지 않아도 숲이 울창한데 다래나 칡 등 넝쿨식물들까지 우거져 어떤 곳에서는 햇빛 한 점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이다. 거기다 오래 묵어 넘어진 나무들까지 그대로 놓아두니 숲은 한층 더 오묘해진다. 원시의 숲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쯤 내려왔을까 아마 가십자봉을 출발한지 25분쯤 되었을 게다. 난데없이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라는 팻말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옹달샘이 하나 보인다. 누군가 옹달샘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옹달샘의 물은 넘쳐흐를 정도로 풍부한 편이다. 고여 있지 않으니 마셔도 된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물을 마시러 올라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옹달샘까지만 다녀올 계획이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옹달샘에서 10분 조금 못되게 더 내려오면 드디어 계곡이다. 흐르는 물이 목욕할 정도는 못되지만 땀을 씻기는 충분하다. 더 생각할 필요 없이 주저앉아 세수부터 하고 본다. 시릴 정도는 아니지만 여간 청량한 것이 아니다. 계곡은 원시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다. 울창한 숲 바닥에 두텁게 쌓여 있는 초록색 이끼가 분위기를 한층 신비롭게 만든다.

 

 

이어지는 숲길은 계곡을 따라 나있다. 물론 계곡을 두어 번에 걸쳐 가로지르기도 한다. 천은사까지 40분 가까이 이어지니 제법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행이도 길은 고운편이다. 계곡을 끼고 난 길들은 대부분 바닥이 고르지 못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예외이었다. 흙으로 이루어진 구간은 물론이고 돌길이 나타나더라도 바닥이 반반해서 걷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긴 거리에도 불구하고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내려왔던 이유이다.

 

 

천은사에 가까워질수록 물놀이하기에 좋은 장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계곡의 바닥이 대부분 암반(巖盤)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휴식을 취할 수 있을 정도로 널따랗다. 그리고 그 암반 위는 맑디맑은 물이 흐른다. 물이 깊지 않으니 안심하고 어린이들을 풀어 놀 수도 있겠다. 가족단위의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이라는 얘기이다. 다만 바위가 조금 미끄러우니 애들에게 주의를 시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나 저제나 물가로 내려갈 기회를 엿보면서 내려서다 보면 저만큼에 여염집 한 채가 나타난다. ‘개 조심, 접근금지라는 경고판이 세워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개인 별장이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천은사의 요사채였다. 무턱대고 들어오는 등산객들의 진입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가십자봉에서 천은사까지는 1시간15분 정도가 걸렸다. 천은사(天恩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으로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는 사찰이다. 고려 때부터 승려들이 수행하던 백운암이 있었던 곳으로, 100여 년 전에 폐사(廢寺)되었다가 1960년대에 충주 사람 홍성익이란 처사가 새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몸에 깊은 병이 있던 그가 백운암터에서 백일기도를 올리고 있었는데, 하루는 천인(天人)이 나타나 금침을 놓고는 저 아래 물이 양쪽에서 만나고, 산 왼편으로 미륵불이 있는 곳에 절을 지어 사람들을 구제하라는 말을 남기고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후 신기하게도 홍 처사의 몸이 씻은 듯 나았고, 천인에 대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천인이 점지한 터에다 절을 지었는데, 그 절이 천은사란다. 1989년 서울 성관사에 주석하던 임송암(林松岩) 화상이 절을 인수하여 조계종에 등록하고 중창불사를 하여 오늘에 이른다. 정면 3·측면 2칸 크기의 팔작지붕 건물인 대웅전과 요사로만 이루어진 단출한 규모로, 사찰 진입로에 일주문 대신 세운 한 쌍의 도깨비상과 사찰 경내의 포대화상(布袋和尙) 석상 등의 조형물이 있다.

 

 

천은사를 지나서도 물놀이하기 좋은 계곡은 계속된다.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길이 계곡가로 나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물가로 내려가면 된다. 주중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개울가에서 쉬고 있는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심심찮게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물가로 내려가 반석(盤石)위로 흐르는 맑고 깨끗한 계류에 몸을 담갔다. 시리도록 차지는 않았지만 그 청량함은 땀을 식히기에 그만이었다. 이런걸 보고 신선놀음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천은사 계곡은 30년 전만해도 명주골로 불리었다.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 연못에 넣으면 모두 들어간다고 해서 이 일대를 명주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당시 계곡 아래쪽에는 20여 가구가 살았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그런 연못이 천은계곡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라져버렸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행날머리는 천은사 앞 주차장

개울가 풍경을 기웃거리며 5분 정도를 더 걸으면 저만큼에 주차장이 보인다. 그리고 천은사의 일주문(一柱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한 쌍의 돌장승을 만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5시간30분이 걸렸다. 중간에 간식을 먹거나 땀을 씻으면서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5시간 정도가 걸린 셈이다. 참고로 주차장에는 휴게시설이 있어서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사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이 산골임을 감안하고 이용해야 할 것이다. ‘맛이 없다는 다른 손님의 평이 꼭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먹은 팥빙수가 그 손님의 말을 보충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하긴 이런 산골에서 도시에서 먹던 그런 맛을 찾아야 되겠는가.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에필로그(epilogue), 산행지가 맞지 않아 3주 만에야 다시 찾은 산악회, 버스에 오르니 오늘도 역시 회장이라는 여성분이 손수 만들었다는 샌드위치(sandwich)를 나누어 준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덥석 받아들고 본다. 미안함도 그 횟수가 늘어나다보면 그 농도(濃度)가 옅어지는가 보다. 처음에는 자는 채라도 하면서 사양을 했었는데 이젠 스스럼없이 받아드는 걸 보면 말이다. 아무튼 오늘도 그녀의 배려는 샌드위치로 그치지를 않았다. 산행 중에는 수박과 포도 등 과일은 물론이고, 출출할 거라며 삶은 단호박까지 권하신다. 고마운 분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안하다는 마음이 앞선다. 나이 드신 분이 고생해가며 짊어지고 온 것을 얻어먹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것이다. 멀리 떨어져서 산행을 할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에 엎질러진 물이니 어쩌겠는가. 그냥 맛있게 먹어드리는 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의 배품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친 몸으로 하산지점에 도착해보니 손수 끓였다는 추어탕을 대접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여름철 무더위에 만나는 보양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그런데 거기다 온정까지 듬뿍 담겨있으니 맛이야 보나마나 일 것이다. 음식 자체가 곧 행복이었으니까 말이다. 늦게나마 그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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