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소설 작가 한정혜 ‘잘 나가는…’ 책 출간 ‘잘 나가는’ 소설 작가 |
영화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 ‘늑대의 유혹’, TV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등등.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바로 원작이 인터넷소설이라는 것. 일반인들이 재미 삼아 연재한 이야기가 네티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급기야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블루환영(幻影) 이라는 필명의 한정혜씨는 지난해와 올해 자신의 작품이 잇따라 책으로 출간되면서 각광받는 인터넷 소설 작가로 떠올랐다.
인터넷 소설에서 책으로 탄생한 '블루환영' 한정혜씨의 작품들.
서경고등학교에서 소위 잘나가는 문제아(!)들의 사랑과 우정, 방황을 담은 처녀작 ‘잘 나가는 그놈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와 속편 ‘술이 땡기다’는 10대뿐 아니라 20~30대에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로 인터넷 상에서 큰 인기를 모아 출판사에 발탁됐다. “인터넷 소설은 10대의 문화코드라고 생각해요. 10대가 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자신들이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또는 상상해 봤음직한 환상을 다루고 있어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죠.” 사실 누구나 한번쯤은 소설 속 주인공이기를 꿈꾸지 않았던가. 남자 주인공이라면 평범하지 않은 멋있는 이름에, 키 180cm는 기본, 잘생긴 얼굴에 유머감각과 정의감이 넘치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임과 동시에 반항아로, 여자 주인공은 긴 생머리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과 명랑하지만 조금은 새침한 성격, 주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그런 매력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한씨가 인터넷소설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21살 무렵, 갑자기 공황장애란 병에 걸리면서 하루아침에 그의 삶은 절망으로 곤두박질쳤다. 집을 떠나기만 해도, 사람들을 만날 생각만 해도 극도의 불안이 엄습해왔고 친한 친구를 만나는 일조차 두려웠다. 날마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유일한 즐거움은 그저 고등학교 때 조금 써놓은 글을 정리해 인터넷에 올리는 것뿐이었다. “사업실패와 부도로 아버지는 술에 취하는 날이 늘었고 경제적인 어려움과 남편, 자식 걱정에 어머니도 언제나 힘든 모습이었어요. 정말 죽지 못해 산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런 한씨 가정을 보고 사촌이모가 신심(信心)을 권유했다. ‘이렇게 내 인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국SGI에 입회, 그는 날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창제를 시작했다. 용기를 내어 회합에도 참석했다. 점점 한씨가 밝아지고 자신감을 찾는 모습에 부모님도 연이어 입회했다.
묘법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 한정혜씨(왼쪽 넷째). 사람들 속에서, 사회 속에서 밝고 강하게 살아가고자 도전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잘나가는…’을 읽고 삼양출판사에서 출간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처음 소설을 쓸 때부터 책으로 내고 싶었어요. 몇달 동안 정성을 들여 고민하고 노력하며 쓴 작품이기 때문에 열심히 기원하며 책으로 낼 수 있도록 도전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죠.” 두번째 작품도 우여곡절 끝에 출간,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최근에는 ‘문제아의 매력’이라는 새 연재물을 시작했다 한편 인터넷에 작품이 연재되면서 팬카페가 만들어지고 열혈 팬도 생겼다. 한번은 서울에서 갑자기 팬들이 찾아와 즐거운 만남을 갖기도 했다. 작품을 읽고 감동한 팬이 ‘감사장’을 직접 만들어 보내는가 하면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찾아온 아줌마 팬도 있었다. “인간관계 단절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만난 불법(佛法)으로 저는 오히려 제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공황장애도 반드시 이겨내겠습니다. 병세도 크게 호전됐고 창제를 하고, 용기 내어 여자부를 만나 대화하면서 이제는 완쾌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거든요.” 앞으로는 무협이나 역사소설, 추리소설 등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본격적인 작가의 길은 지금부터라며 삶에 강한 의욕이 보이는 한정혜씨. “지난 8년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며 살았는데 그런 내가 이제는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앞으로 어떤 고난에도 절대 지지 않는 행복한 사람, 복운있는 사람, 사회에서 인정받는 실력 있는 작가로 성장하겠습니다.” ·진주권 평거지부 女그룹장 김진숙(jskim@hknews.co.kr) | 화광신문 : 05/10/14 65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