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독도 여행 (수필)

[스승 이현세]

                             울릉도 독도 여행
 
                                                                  이현세
 
  코로나 팬더믹이 잠잠하여 거리제한이 풀어지면서 제일 먼저 울릉도 여행을 하고 싶다는 아내의 바람이 있어 여행사에서 4월말에 출발하는 '울릉도 독도 3박4일 크루즈 패키지' 여행상품을 신청하였다. 여행은 떠나기 전에는 준비하며 설레여서 즐겁고, 돌아와서는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서 즐거운 일 아닌가? 아내는 며칠전 부터 짐을 싸며 들 떠 있는데 나는 생각날 때마다 준비물 체크리스트에 하나씩 추가하다 당일 아침에서야 가방을 꾸렸다. 같은 동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랑스런 딸이 대전역까지 배웅해 주겠단다.
 
  열차 출발시간보다 넉넉히 대전역에 도착한 우린 이제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대전역에는 항시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먼길을 분주히 오가며 북적이는데 사람마다 사연이 다르고 그들만의 애환이 있을거라 생각하니 인생사 모두가 소중하고 가치가 있어 보인다. 미끄러지듯 쾌속으로 질주하는 차창에 처음에는 정겨운 풍경을 보여주더니만 십여 분이 지나면서 낯설은 자연과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구를 지나 포항으로 가면서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포항역 신청사는 완전 현대식 시스템으로 마치 공상영화의 한 첨단기지를 연상케 할만큼 그 구조가 새롭다. 
 
  원래 계획은 포항 중심가의 유명한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철강의 도시 포항의 밤거리를 이방인처럼 걸으려 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 '허영만 백반'집에서 보았던 죽도시장 물회식당으로 행선지를 급히 바꿨다. 식당은 작아서 방과 홀에는 좌식 테이블이 너댓 개가 되던가 한팀이 여유롭게 정담을 나누며 식사를 할뿐 아주 한가했다. 메뉴도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물회와 회밥이 전부이다. 아내는 잘 못 찾아오지 않았느냐 자꾸 눈짓을 한다. 그러나 주인분이 묵묵히 썰고 조리한 정성이 담겨 있는 물회와 회밥이 고소하고 맛있어서 여행길 한끼 첫 식사가 호사스럽진 않았지만 은근히 든든했다. 비가 오는 덕분에 정시까지 기다리지 않도록 앞당겨 크루즈 배에 승선하게 되어 룸에 들어서니 3-4평 되는 방에 2층 침대가 있는 6인실 공간이 천상 비좁은 게스트하우스 같다. 2층 침대에서 돌아눕기도 버거워  숨소리를 죽이며 잠을 청하는 사이 선박은 0시30분 뱃고동을 울리며 울릉도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한참을 잤는가 작은 선창이 밝아보여 조용히 기침하며 선미 갑판으로 나오니 거대한 크루즈 선박은 망망대해 물살을 힘차게 가르며 동쪽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1690년대 안용복 선생은 돛단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망망대해를 가로질러 일본을 오가며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땅임을 담판을 지었다니 그 기개와 애국심이 그저 놀라워 경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 갑판으로 다시 올라가니 비가 내리던 엊저녁과는 달리 멀리 동쪽 수평선위로 태양이 옅은 구름사이로 일출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가? 일출 광경을 촬영해 놓지 않으면 엄청 후회할 것 같은 마음으로 그 장면을 카메라에 연속 담았다. 바다 한 가운데 어느새 울릉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울릉도는 포항 동북쪽 217km 떨어진 2,000m 깊은 바다에서 460만년 전부터 5천년전 사이에 화산활동으로 경성용암이 분출하여 솟아난 화산도라서 산세가 험할 뿐 아니라 해안가의 경사도 급해 평지가 없는게 특징이다. 새로 건설하는 사동항에서 07시경 하선하여 버스를 타고 읍소재지인 도동에 오니 성인봉(986.7m)을 오르기 위해 찾았던 옛 기억이 되살아난다. 
 
  도동 D호텔을 배정받고 룸에 들어서니 원룸보다 작은 구조지만 더블베드에 샤워실도 넓고 동창에는 햋빛이 가득해서 너무나 신선했다. 간밤에 크루즈 6인실을 체험했기에 순간 신분이 수직으로 상승한 양 호텔방이 편안하고 만족스러웠다. 행복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라 심리적 기준을 조금만 낮추면 누구나 항상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울릉도 첫날 일정으로 섬 동해안의 중앙에 위치한 내수전 일출 전망대로 가는 길은 수많은 동백나무와 마가목등이 숲터널을 이루고 있는 오솔길로 완만한 오르막이 보드러운 흙길이라서 발걸음 촉감이 참 좋았다. 전망대에 오르니 확트인 바다 전경은 물론 윗쪽으론 멀리 죽도와 관음도가 보이고 아랫쪽 저동항과 도동 시가지의 풍광이 수려하여 오래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경탄하였다. 이어지는 탐방지는 저동항 상부 2km 지점에 있는 봉래폭포로 삼나무 숲길과 3단폭포가 시원하여 산림욕장을 산책하는 상쾌한 기분이었다. 이곳 현무암 바위에서 1년 365일 내내 1일 3,000톤 이상의 맑은 용출수가 솟아나 울릉읍 주민들의 상수원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 날씨가 너무나 맑고 바람도 잔잔하여 내일 아침 일정이 하루 앞당겨 오늘 12시30분에 독도로 출발 한단다. 울릉도는 해양성기후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온난하나 강설일이 66일로 눈이 많고 강수량(1300mm)이 많아 다습하기 때문에 년중 쾌청일수는 열흘에 하루란다. 그래서 백두산을 몇번 올랐어도 천지를 못보고 하산하는 것 처럼 하늘이 독도 바닷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아예 독도에 발을 디딜 수가 없단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영토 독도를 지키려는 마음을 안고 힘차게 뱃길을 떠난다.
 
  독도는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87.4km)'에 위치한 동도와 서도를 비롯한 89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화산도로 대한민국 최동단의 영토이며 아침을 제일 먼저 맞이 하는 곳이기도 하다. 독도가 가까워오는지 '애국가'와 '아리랑'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선내 방송으로 울려퍼지며 독도땅을 밟는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배안의 분위기가 고조되는가 했더니 멀리 전경들이 도열하여 우리를 향하여 거수 경례를 하고 있어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며 나라사랑의 감동과 감격이 몰려온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망망대해 외로운 이 영토를 불철주야 지켜 주고 있어 국민들이 생업에 충실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으니 참으로 장하고 감사하지 않은가!
 
  드디어 차례를 지키며 차분하게 하선하여 발을 독도에 디디는 순간 엎드려 땅바닥에 입 맞추는 사람, 큰 절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했더니 태극기를 흔들며 모두가 이리저리 뛰면서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고 있어 대한민국 국민은 한 동포임이 뜨겁게 느껴졌다.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라는 충주가 낳은 민족시인 권태응 선생의 시가 생각났다. 3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독도를 최대로 누리려 배경을 바꿔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지구상에 태생적으로 이렇게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국민이 있을까 대한민국이 우리의 조국임이 정말 자랑스럽다.
 
  울릉도 두쨋 날은 도동을 기점으로 4시30분에서 해안가 순환도로를 시계방향으로 한바퀴를 도는 일주코스이다. 도동에서 서쪽으로 15분정도 달리면 사동 몽돌해변이 있는데 지금은 사동 울릉신항만으로 크루즈등 대형 선박의 정박이 가능하며 바다위에 시멘트 구조물로 활주로를 조성 울릉공항을 건설하여 2025년에 완공하면 항공시대를 열게된다. 울릉도는 바닷가가 급경사와 절벽이 많아 바위를 깍고 터널을 뚧어 총 44.5km의 순환도로를 완공하여 이제 자동차로 한시간이면 일주할 수 있다. 달리는 곳마다 기암괴석이 신비한 형상을 보여준다. 그런 지형 탓으로 도로에 낙석사고 교통표지판이 많은걸 보면 사고도 종종 있는 가보다.
  북면에 위치한 예림원은 울릉도의 자생분재, 희귀분재, 자생수목 및 자연석과 인공폭포등으로 아름답게 조성한 아기자기한 정원으로 천천히 산책하는 동안 삶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전망테크에서 바라본 바다경치 또한 너무 아름다워 한동안 시간을 잊었다.
  섬의 동북쪽에 위치한 관음도는 해변이 절벽이라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연도교와 수직 계단으로 올라 일주한 관음도는 고목이된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숲을 이루고 갈대와 억새가 무성해서 산책로가 인상적이었다.
 
  북면사무소에서 나리분지로 오르는 길은 급경사의 S자 곡선도로의 연속이라 토박이 버스 기사의 능숙한 곡예운전의 스릴을 즐기다보니 손에 땀이 축축하였다. 20여분 올랐을까 해발 500m에 위치한 울릉도 유일의 평지인 나리분지는 태초에는 용암이 들끓어 올랐던 칼데라인데 지금은 주변이 성인봉등 높은 산으로 둘러 쌓인 천상의 평화가 깃든 고요한 땅이어서 정말 아이러니하다. 화산재가 풍화되어 평탄해진 이곳은 눈도 많고 비도 많지만 고이지 않고 지하수로 스며들어 낮은 곳에서 용출수로 솟아난다고 한다. 그리고 동서1.5km 남북2km의 나리분지는 옛날부터 선조들의 삶의 터전으로 넓은 땅에서 밭농사를 지으며 살아와 너와집이나 투막집등 조상의 삶의 지혜가 담긴 중요민속자료도 볼 수 있다.
 
  패키지 여행에서 중요한 일정은 관광의 필수이지만 개인적으로 갖을 수 있는 새벽과 저녁의 틈새 시간을 활용하는 울릉도 묘미 몇가지가 있었다. 
첫째, 도동에서 저동방향 행남등대에 이르는 '행남해안산책로'는 기암절벽과 천연동굴로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 비경을 이루며 발 아래까지 찰랑거리는 푸른 물결로 찬탄을 하며 호젓이 걷는 거리가 왕복 두시간이 걸린다.
둘째, 도동은 장벽같이 가파른 산으로 둘러 쌓인 넓은 골짜기로 세개의 종주도로가 있는데 고샅고샅 걸어 보았다. 가운데로는 시냇물이 흐르던 골짜기를 최근에 포장하여 가장 넓은 버스가 다니는 간선도로가 되었고, 오른쪽 종주도로 변은 햇빛이 잘들어 자연 발생적 취락이 형성된 연후 상층부에는 근세에 군청과 경찰서. 초등학교 등 관공서가 세워지면서 옛날에는 가장 번성했던 중심 도로였던 것 같다. 오른 쪽 종주 도로는 취락이 팽창하면서 새로 주택이 들어서며 최근 여러 기관이 입주한 것 같다. 
셋째, 여행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그 지역의 특산품이나 먹거리를 구입하는것도 묘미이다. 맛집 따개비칼국수와 호떡집을 찾아 줄도 서보고, 더덕과 산채,호박엿,오징어를 구입하니 여행 가방이 두툼하다.
 
  셋째날 포항행 크루즈에 12시30분에  승선하여 끝 없을 것 같은 동해의 망망 대해를 한참을 지나다 보니 멀리 육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몰석양과 바다 노을을 기대하고 갑판에 나갔지만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맑은 날씨로 우리의 울릉도 여행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또한 울릉도의 자연과 문화를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음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울릉도에서 재확인하며 국민된 자긍심을 갖을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 독도를 최초로 발 디딛는 감격과 환희를 느끼며 나도 모르게 용솟음치는 애국심을 확인한 것도 기뻤다. 새벽에 일출을 바라보며 행남해안산책로를 사색하며 걷던 호젓한 나만의 시간도 참으로 값졌다. 그리고 지치거나 바쁠 때에 천상의 나리분지를 생각하며 평상심을 지킬 수 있어 좋았다. 대전역에 기차가 늦게 도착했는데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니 참 고맙고 든든했다. 여행은 돌아올 수 있는 내 집과 가족이 있어서 즐거운 것 같다.

[중도문학 2022년 8.15일발행 제29호 263-269p 수록]

[스승 이현세]

그런데 왜 가끔 생각이 날 까 ???
울릉도 관광을 오갈 때 전국 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포항 물횟집을 찾아주어 울릉도 얘길 많이 듣고는 있지만
정작 횟집 그 사장님은 손님들이 찾아주는 자기 횟집을 쉴 수 없어 울릉도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스승 이현세]

8월15일 출간하는 중도문학 29호에 제출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