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대상 "유재석의 수상소감"1년전 강호동의 말에 답장했다.
SBS연예대상은 우선 진행MC를 보면서 예능인을 위한 잔치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김용만, 김원희, 신봉선 진행자들은 모두 예능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예능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예능대상이 가수들의 축제인지, 연기자들의 축제인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모호해져 버린 시상식이 썩 보기 좋지는 않은데, 예능인들의 잔치에서 진행자 자리마저 빼앗기는 것에 마음 한켠이 불편했거든요. 김용만, 김원희, 신봉선의 화기애애하고 분위기를 살리는 재치있는 진행덕에 시청자도 어색함없이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MBC연예대상의 지루함과 의미없는 상퍼주기에 실망이 컸는데, 방송3사 중 연예대상은 그마나 SBS가 가장 볼만했습니다. 특히 김병만은 KBS에서 홀대받은 무관의 설움을 공로상과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으로 서운했던 마음을 그나마 달랬을 듯합니다. SBS로 온 지 얼마되지 않은 김병만이었기에, 여기서도 빈손으로 보내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고 그의 수상을 응원했는데, 2관왕의 영예를 안아 시청자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고요,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도 재미있게 보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도 멋진 활약으로 김병만의 해를 열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후보들이 다르겠지만, 유재석의 대상수상을 점쳤던 SBS는 이변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긴장감은 없었지만 올해 유재석의 아성을 넘기에는 이승기의 맹활약도 부족해 보인 것이 사실이고요. 방송 3사 연예대상에서의 긴장감의 실종은 강호동의 부재가 가져 온 혼란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유재석의 싹쓸이까지 예상되기도 했지만, 유재석은 SBS에서만 대상을 수상했지요.
그런데 대상을 받은 유재석이 올 연말은 쓸쓸하고 허전해 보입니다. 늘 함께 했던 강호동의 빈자리가 누구보다 컸을 유재석입니다. 역시 함께해서 좋은 두 사람입니다. 내편 네편 갈라가며 싸우기를 좋아하는 일부 팬들의 눈살 찌푸려지는 편가르기 싸움도 있지만, 유재석과 강호동은 선의의 라이벌이며, 함께 가는 동료라는 우정이 누구보다 강한 최고의 국민MC들입니다.
누가 대상을 수상했는지 상관없이 진심으로 박수쳐 주고 덥썩 안던 두 사람의 모습이 그 어느때보다 그립더군요. 작년에는 이경규와 유재석, 강호동이 보기좋은 모습으로 대상의 영예를 나눠 가졌지만, 그들의 대상을 팬 여부를 떠나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 줬습니다.
올해 MBC의 연예대상이 명절 막장드라마의 한편처럼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작년 유재석과 박미선의 수상소감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몰인정하고 염치없는 방송사의 작태때문이었습니다. 작년에 유재석은 MBC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수상소감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개그맨 후배들이 이 자리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울먹이기까지 했었지요. KBS 시상식에서 김병만은 타방송 MBC와 SBS를 향해 코미디에 좀더 투자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었고요. 강호동도 예능인들을 '아자아자 화이팅'으로 격려했었고요. 그런데 MBC의 연예대상 마지막 무대에는 예능인들이 아닌, 가수들이 우르르 몰려 올라갔으니 가요대상인지, 예능대상인지 정체불명의 시상식이 돼 버렸습니다.
KBS와 SBS 연예대상에서 시상식을 빛낸 말말말이 있었습니다. 1박2일, 스타킹, 강심장의 멤버들의 강호동에 대한 인사를 잊지 않았고, 보고 싶다는 말로 강호동에 대한 그리움을 전달했지요. 네티즌이 뽑은 최고의 인기상과 토크쇼 부문 최우수상으로 작년에 이어 똑같은 상으로 2관왕에 오른 이승기의 수상소감, 호동형님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전달했지요. 이승기가 강호동을 언급하면서 울컥하기도 했는데요, 어떤 감정이 복받쳐 올라서였는지를 알았기에 저도 괜스레 울컥해지더군요.
"항상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고, 함께 하는 분들이 따뜻하고 마음이 좋은 분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박상혁 감독님, 스물 다섯살 초보 MC에게 잘한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경규 유재석을 비롯 예능 선배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이은 이승기는, 강심장 붐특 아카데미와 고정 멤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셨던 강호동형님. 항상 있기에 든든하고 어떤 마음의 짐이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빈자리가 오늘 이 순간 더 크게 느껴지구요, 형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정말 그립습니다. 항상 보고싶고, 그립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가수로서 처음 시작을 하고, 드라마를 하고, 어느덧 예능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됐는데요, 예능 앞으로도 사랑하고 예능인으로서 항상 프로그램 위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은 수상자들이 강호동의 빈자리와 그리움을 언급했지만, 이승기와 유재석의 언급은 강호동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겁니다. 1박2일팀 이수근과 은지원도 강호동에 대한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했고, 이승기도 강심장에서 방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강호동에게 보고싶다며, 얼른 돌아오라는 말로 강호동의 복귀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었지요.
단지 강호동이라는 한 예능인에 대한 그리움, 인간관계라고 보기에는 강호동의 빈자리가 예능에서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수상소감들이었습니다. 혹자는 강호동에게 줄선다는 악의적인 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강호동이 없는 예능에 활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연예대상 시상식에서의 실종된 긴장감은 그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강호동과 유재석, 숨을 죽이는 승부는 누가 대상을 타느냐가 수년동안 이어진 최고의 관심사였지요. 그러나 대상수상자가 결정된 이후에 나온 말들은 불공정했느니의 말이 아니었습니다. 대상보다 빛난 수상소감들이었습니다. 늘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그 진한 우정은 대상이라는 트로피를 무색케 해버렸고, 진정한 대상은 그들의 진심어린 우정 자체였으니까요.
작년에 SBS에서는 강호동이 대상을 수상했는데, 올해는 그 자리에 유재석이 섰습니다. 그런데 정작 무대에 올라가 상을 받은 이는 상대방들이었습니다. 작년 강호동의 대상에는 유재석이 남았고, 이번 유재석의 대상에는 강호동이 남았으니 말입니다.
작년 강호동은 SBS 연예대상 대상수상 소감으로 이승기에게 무서운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경규 선배의 말을 인용하면서는 이렇게 말을 했었지요. "얼마전에 이경규 선배님이 대상을 수상하셨는데요. 그때 이경규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눈내리는 길을 한걸음 한걸음 내 딛으면서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되고싶다'. 호동이는 시계를 보지 않았습니다. 이경규 선배님을 봤습니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경규 선배님 한테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강호동은 힘찬 포효로 수상소감을 더 이었지요. "이 호동이 역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쏘의 뿔처럼 따라 가겠습니다!".
그리고 강호동이 한마디 더 하겠다며 양해를 구하고는 마지막으로 수상소감을 말했는데, 저는 아직도 그말이 생생합니다. 제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던 수상소감이었습니다.
"제가 방송을 하면서 많은 칭찬을 받았는데, 들었던 찬사 중에 가장 큰 찬사가 뭔지 아십니까? 유재석의 라이벌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입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갑니다. 재석아 함께 가자! 대한민국 예능인 여러분 함께 갑시다. 으라차차! 시청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였습니다.
"재석아 함께 가자"라는 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어느해 보다 혼자인듯 쓸쓸하게 보인 유재석의 수상소감은 1년전 강호동의 말에 대한 답장이 되었습니다.
유재석의 대상수상 소감에는 그동안 흘린 많은 땀과 고민들까지 들어있어서,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명 그대로 얼마나 뛰고 달려왔는지를 여실히 보게 했지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큰 상을 받아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경규형님, 사랑하는 동생 승기, 병만이,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TV를 보고 있을 가족들, 부모님, 장인어른 장모님,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리고 두살 된 지호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구요. 친한 친구 원희, 친형같은 용만이형, 우리 봉선이, 정말 감사합니다".
김제동에 대한 인사를 하면서 재치있는 웃음을 주기도 했지요. 쭉 보고 있어서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말이지요. 런닝맨은 초반 시청률의 부진으로 내부적으로는 이러저러한 말들도 나와 힘들었다고 밝힌 유재석, 시청률 신경쓰지 말고 묵묵하게 하자고 했지만, 유재석도 조마조마한 하루, 한 주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죽어가는 런닝맨을 살려낸 유재석, 그의 대상수상에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었을 겁니다.
유재석의 대상수상소감은 이승기가 언급한 강호동에 대한 사랑만큼 용기있고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시 한번 느낍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함께 하니까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꿈같은 순간이구요"라며, 강호동에 대한 언급으로 이어졌지요. 유재석은 강호동에 대한 언급으로 혹여나 강호동에게 상처가 되고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망설여지지만, 꼭 하고 싶다면서 강호동과 전화통화를 했던 말을 인용해 들려줬습니다.
"얼마전에 형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형님이 마지막으로 제게 해주신 얘기가 있습니다. '재석아, 씩씩하게 가라', 형님이 해주신 얘기입니다. 형님! 너무 보고 싶습니다. 형님 말씀대로 2012년, 씩씩하게 가겠습니다.
형님, 꼭, 함께, 같이,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최고냐를 떠나 함께 예능을 지켜가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두 사람이기에, 그 진한 우정과 그리움이 전해져 감동으로 찡해졌습니다.
얼마전에 "지치지 말라"며 이수근에게 보낸 강호동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되어, 강호동의 동생들을 아끼는 마음을 확인할 수도 있었는데요, 유재석의 공개메시지에도 강호동이 꼭 답장을 보내줬으면 싶네요.
시상식 말미에 김원희와 김용만이 유재석에게 재미있는 주문도 해서 즐거움을 주었지요. 아내 나경은에게 전하는 유재석의 쑥스러운 사랑고백, "나경은씨, 고맙고 사랑합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유재석, 수상소감을 말하는 내내 트로피가 닳도록 만지작거리던데(ㅎ), 트로피를 들어 아내에 대한 마음을 전했지요. 그리고 작년에 이어 예능인 후배들에 대한 바람도 함께 전해서 뭉클하게 했습니다.
"내년 연예대상에는 구석에 앉지말고 앞으로 와서 환호하고, 다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지요. 무엇보다 유재석의 긴급제안으로 마지막 무대를 댄스로 함께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즐겁게 해주었지요. 대상수상식 무대에서 댄스제안을 한 유재석, 역시 최고의 예능인입니다. 이경규, 이승기, 김병만, 붐 등이 무대에 올라와 함께 즐기는 모습, 너무나 보기 좋았고 멋졌습니다.
"재석아 함께 가자"라는 1년 전 강호동의 말에, 형님 꼭 함께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답장이 되어버린 유재석의 수상소감이었네요. 이변이 속출했던 연예대상을 본 탓이었는지 유재석의 SBS대상은 특별하지 않은데도, 특별하게까지 보입니다. 옆집에서 빼앗긴(?) 트로피보다 훨씬 빛나는 대상트로피였습니다. 너무나 당연했던 대상수상, 강호동과의 아름다운 우정, 그리고 구석에 앉은 후배예능인들을 챙기는 진정 예능인의 대표 유재석이었기에 대상의 자리가 더 빛났습니다. 유재석의 대상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