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과 그동안 틈틈이 모아둔 돈을 합쳐 강남구 포이동에 110여평을 임대 후 스크린골프 5타석을 설치해 1년째 운영중인 M스크린골프방의 김재상(50)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소 골프를 좋아해 고심 끝에 막상 스크린골프를 창업했지만, 오르지 않는 영업 매출은 둘째 치더라도 50m 인근에 새롭게 생긴 2곳의 경쟁업체로 인해 사업을 접어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 깊은 시름에 빠졌다.
물론 창업하기 전 스크린골프 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상권에 대한 분석에 따른 결과를 도출했다. 또 경쟁매장에 대한 정보를 충분하게 고려한 후 경쟁력이 있겠다는 판단 아래 오픈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기기설치, 인테리어, 임대에 따른 비용 발생 등으로 타석당 1억여원의 투자비용 부담을 안고 시작해 어느 정도의 매출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3개월 동안 매출이 급감했다. 오픈 초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코스 구입비와 코스 이용료, 거기에 주변에 스크린골프방이 우후죽순 식으로 오픈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것.
김씨의 스크린골프방 월매출은 약 1,500만원선. 700만원에 이르는 월세와 금융비용, 인건비, 관리비, 코스 구입비와 코스 이용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월 100~200만원 밖에 남지 않는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왠만한 월급쟁이보다 훨씬 더 적게 벌고 있다.
스크린골프방 업주는 제조사들의 '봉'
직장인들을 필두로 스크린골프방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필드에 자주 나갈 수 없는 골퍼들에게 스크린골프가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스크린골프의 최대 강점은 일단 값이 싸다는 것. 18홀 기준해서 1만5,000원~3만원 선이다. 통상 필드 비용이 30만원에 육박한다는 점에 비춰 이만저만 저려만 것이 아니다. 여기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골프를 즐길 수 있고, 요즈음 같은 추운 날씨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이점까지 있다.
스크린골프의 인기로 자연스럽게 스크린골프방의 창업 열풍으로 이어졌다. 최소의 투자로 최고의 수익을 안겨다 준다는 스크린골프방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현재 전국에 영업중인 스크린골프방은 약 5,5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소규모 연습장 위주로 총판을 통해 판매하던 스크린 골프는 2006년부터 서서히 붐을 일으키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국내 최대 스크린골프업체인 골프 존은 2008년에만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07년 이후 성장기를 거쳐 지난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올해부터 서서히 쇠퇴기에 이를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또 스크린골프방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창업에 뛰어든 사업주들이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는 스크린 시뮬레이터 제조사들이 프랜차이즈 사업 방식이 아닌 순수 판매자로서 시스템 구매자들에게 상권보호 및 가맹점 계약 같은 형태를 갖추지 않고 판매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일산, 강동구 일부 18홀에 8,000원까지 하락
스크린 골프방을 운영하는 사업주들 사이에서 수도권의 경우 영업이 저조한 곳의 타석당 일일 매출액은 1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18홀 기준으로 해서 2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1.5회 밖에 회전율이 되지 않는 셈이다. 현재 일산과 강동구의 일부 스크린 골프방에서는 18홀 기준으로 8,000원까지 이용료가 하락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스크린 시뮬레이터 제조사들이 영업 방식의 문제로 인해 발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대 스크린골프 업체이자 시장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골프 존의 경우 2010년 2월 현재 스크린골프방의 현황은 5대 이상 보유한 곳만 해도 전국에 무려 1,592 곳에 이른다. 보통 좁은 실내 연습장에서 스크린골프방의 전업한 곳이 많아 시뮬레이터 5대 이하로 설치한 곳이 많은 것까지 생각하면 그 수가 엄청나다.
골프존 스크린골프방 현황(2010. 2월 현재)
구분 서울 경기 인천 지방 계 5개 132 90 24 212 458 5개 이상 262 181 45 308 796 7개 이상 108 74 15 74 271 10개 이상 22 17 6 22 67
부품 교체와 코스 이용료가 더 문제
스크린골프방의 개수만 많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손님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같은 영업권 내에 경쟁업체가 거미줄처럼 생겨나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스크린골프업체들은 상권보호 및 마케팅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부가적인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하다보니 업주 입장에서는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부가비용은 부속품 교환과 유료 코스 이용료다. 국내 스크린업체들은 시뮬레이터를 판매한 후 1년간 무상으로 A/S를 해주고 있다. 무상으로 수리해줄 때는 모르지만 1년 후가 문제다. 특히 골프 존의 경우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해당 제품의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들을 다른 곳에서 구매하지 못하게 되어있다는 점. 이로 인해 시뮬레이터 구매자들은 교체 시기가 잦은 타깃, 브러시, 브러시 매트, 프로젝션 램프 등을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야만 한다.
또 오픈 2개월 후에는 국내 66개, 해외 40개 골프장 중 15개만을 선택해 무상으로 공급받고 나머지 코스는 라운드 하는 골퍼 1인당 1홀에 100원씩(18홀 기준 1,8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고객들에게 업주는 받지 못하고 대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 골프연습장 업주가 체육진흥기금으로 5%씩 국가에 지불했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