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립유치원 비리로 국민의 원성이 높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상대로
제품을 공급해온 입장에서 원의 한두가지 문제점과
이 문제와 결부되어 회사 제품개발과 경영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딸아이의 선물로 첫째 플라스틱이 아닌 다른 소재로 만든 것,
둘째, 한국인의 감성으로 만든 것을 주자고 시작한
유아 교재교구 사업부분이 어느 덧 20년이라는 세월의 옷을
입었습니다.
직원 4,5명, 매출 Zero 상태로 5년 정도 흘렀을 때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조사원들은 대부분의
회사가 매출 누락인데 반해, 오히려 우리는 매입 누락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해외부분과 정부와 일하면서 나온 수익을 유아쪽에 쏟아 부으면서
손익계산을 하지 않다보니, 매입자료를 챙기는 것도 소홀했었습니다.
26일간 오피스텔 두칸을 사용하는 업체를 이 잡듯이 조사한
조사원들을 통해, 저는 5년이란 기간동안 얼마나 무모한 자금집행을
했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조사 받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는 이들을 통해 사업가로써의
철학이나 목표를 다시한번 정립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나름의 소득이었습니다.
수입원이 있으니, 옳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한 면밀한 시장조사없이
계속해서 자금을 투여했던 것은 매우 아마추어적인 생각이었다
할 수 있었습니다.
5년 동안 종이와 헝겊 재료비만 4억5천여만원을 썻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를 포함 모든 경비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제품 개발을 위해 4,5명의 인원, 재료비, 사무실 유지비, 출장비등
20억이 넘는 자금을 집행했어도 관련 사업의 매출은 Zero...
누가봐도 이상한 회사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세무조사 이후에야 비로서 저는 유아용 완구를 사용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교육기관에 내재해 있는 문제들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2가지만 언급하면...
첫번째는 교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었습니다.
일정정도 규모의 원(유치원, 어린이집)은 원장이 원에
머무는 시간이 짧습니다.
원장의 삶과 교사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라 할 까요...
상당수 교사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신도 원장의
자격이 주어진다는 희망을 가지고 힘든 시간을
견디는 듯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최저생계비 기준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급여. 개인이 감당해야하는 과중한 업무.
(어느 원은 교사가 하루에 똥 귀저귀를 열댓번 빨고
있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원장들은 지금의 교사들은 편하다고
하지만, 제 눈에 보이는 교사들의 업무여건은 그때나
지금이나 열악한 것은 비슷해 보입니다.
저들이 지쳐 있으면, 아이들에 대한 서비스도
지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걱정이었습니다.
과정을 중시해서 만드는 우리 제품은 그 과정을
소화시킬 만한 시간과 여유가 원에는 없었습니다.
한 회사의 제품은 개발자의 의도가 상당부분 반영됩니다.
어렸을 때, 이야기를 듣기 좋아했던 저는 원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면 좋겠다 생각했고,
특히 인형극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집안의 내력으로 교회를 벗어날 수 없었던 어린시절.
매년 교회에서는 여름어린이 성경학교가 열렸고,
저는 선택의 자유없이 참여를 하였습니다.
2박3일, 또는 3박4일의 일정의 프로그램에서
오직 하나의 프로그램만 기대하며 참았습니다.
그것은 ‘인형극’이었습니다.
인형극만 보고나면 땡땡이를 칠거다 생각하고
언제 하나 기대하며 꾸역꾸역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언제나 그러듯이 마지막날 어느 시간대에 인형극은
시작되었습니다.
해 봐야 10분 남짓한 인형극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참았던 몇날의 고통...
그래도 그 10분이라도 본 인형극은 그 동안의
힘겨운 시간들을 잊게하는 신통한 마력을 부렸습니다.
그래서...
몇가지를 준비해서 원에 방문해서 원장과 선생님들을
뵈면, 늘 동일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요”
“선생님들이 그것을 준비할 여력이 없어요”
처음에는 선생님들의 의지가 약해서인가 생각했지만,
자주 가고,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선생님들의
일상이 평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과중한
업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인형극은 아이들에게 좋은 것이니
그분들의 작은 시간과 작은 정성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인형을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아무때나 어디에서나 아주 쉽게 인형극을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자...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처음 구상한 것을 인형제작자에게 의뢰하니 샘플비만 1,600만원.
이것이 16년 전의 가격이라 생각하면,
아무리 투자를 하고자 해도 무리한 가격이라 생각했습니다.
인형 하나에 4가지 캐릭터가 들어있어,
선생님이 인형 하나로 동화 한편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으나, 그 캐릭터의 모양이 섬세하고, 어느 인형은
눈코입을 전부 손으로 바늘질해서 만들어 줘야 하니
캐릭터당 400만원. 그래서 1,600만원의 견적을 받았습니다.
제작자와 통화하니, 판매를 60~70만원에 할 것 아니냐며
샘플비가 비싼 것은 아니라는 말에 프로젝트는 중단될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예술품 처럼 소장의 가치라면 그런 가격을 받아야 하지만,
원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판매가가 몇만원대가
되어야 하기에 국내의 여기저기를 알아봤지만, 국내에서 생산이나
샘플 제작은 불가한 것으로 판명이 났고,
중국 OEM 업체들은 생산성이 너무 낮아 생산이 힘들다 해서,
결국 자체 샘플을 싸들고 필리핀으로 가야 했습니다.
3년이 지나 만든 동화구현변신인형...
효녀심청을 소재로 만든 인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뭐죠?라고 생각되시죠?
왼쪽부터 뺑덕어멈, 왕비가 된 심청, 가난한 심청, 심봉사.
이 네개의 캐릭터가 한 몸체의 인형에서 변신하는 것입니다.
인형을 몇개 만들면 손이 많이 필요하고, 그러면 두세명의
선생님이 동원되어야 하기에, 한 사람이 쉽게 동화구현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몸체에 여러 인형의 모습이
나오도록 제작한 것입니다.
16년 간 전시회에 참여에서 이 제품을 그냥 전시만 하면
100명 중 99명은 그냥 지나가고, 1명은 멈춰서 구경합니다.
그 1명은 과거에 이 제품을 구매했던 사람으로 추가 제품이
나왔나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인형을 들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반대로 99명이
멈춰서서 깜짝깜짝 놀라면서 지켜봅니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것이기에 이것을 보기전에는
상상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떤 선생님은 인터넷 동영상에 보았던 인형이
어디 있냐고, 눈 앞의 인형을 두고도 물어봅니다.
저는 원장님과 선생님들에게 50원의 투자만 하라고
부탁을 합니다.
무대 대신 A4 한장을 접어, 한면은 초가집을
한면은 바다를 인쇄해 주라고요.
그렇게 해서 조금씩 제품은 원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량생산 불가’...
인형을 잘 보시면, 뺑덕어멈과 심봉사의 눈코입이
바느질로 만들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1천개를 만들기 위해 25명의 인원이 6개월을 만들어야
하는 제품...
정말 만들고 싶으나, 생산자를 너무 많이 고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비가를 수십만원대로 높일 수도 없는 상황...
결국 구현동화를 꼭 하고자 하는 원에서만 찾게되는
제품으로 남길 수 밖에 없어, 원에 대한 마케팅을
중지시켜야 했습니다.
두번째 원의 문제는 지금의 국정감사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고, 우리의 경영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원에는 나라에서 다양한 종류의 지원이 현금으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지원되는 것 중 교구교재를 사라는 지원금이 인원수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기 하지만 모든 원에 지급됩니다.
그런데, 이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코자 하는 원장들이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식자재를 줄여서 예산을 운영하는 원장들이 있는데
교구교재에서 자금을 빼돌리려는 것은 양심적으로
훨씬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번은 한 원의 원장이 사장과 이야기 해야 한다고
제가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400만원을 구매할텐데, 300백만원은 돌려주라’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처음 아이들의 교육이 시작되는 곳에서 돈을 빼돌릴려는
원장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내가 거절해도 누군가와는 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인데... 소위 관행이라며...
한 소비자가 일으키는 백만원의 매출이 어딘가?
그러나 저의 대답은 아닌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조심스럽게 말을 끄냈습니다.
교육이 처음 시작되는 곳에서, 국가의 지원금이
용도데로 사용되면 좋겠습니다.
결국 이 원은 평생 우리의 제품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제품의 기능과 용도를 떠나 원장이 결정하면 누구도 막을 사람이 없기에...
그런데 영업사원의 불멘 소리가 더 큰 고민이었습니다.
회사의 방침데로라면 전혀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것.
약간의 타협도 해야 했지만,
결국 우리는 영업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누구나 하기에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만,
반대로 나 한명이 막기 시작하면 다른 이도 같이 동참할 것이라는 믿음이
역사 발전에는 늘 중요했다는 생각입니다.
유치원 비리가 보도되는 가운데
요 몇일 원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카드로 결재하겠다는 것으로 자료를 남기겠다는 것입니다.
박용진 의원 한 사람의 큰 용기와 행동이 전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잘못된 관행을 바꿀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이에 반발해 폐원 운운하는 원장에 대해서는 평생 원을 개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한 제재가 가해지길 기원해 봅니다.
첫댓글 포러스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댓글은 태클이 아니고 별도의 관점에서 쓴 글입니다. ^^
유치원 비리 있습니다.
교육사업이란게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일부 사업자들이 있죠. 저도 본 바가 있고요.
엄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기회에, 교육자다운 교육자가 존재하는 유치원(지금 고등학생인 제 아들이 어렸을때 다녔던 유치원 원장샘은 좋은 분이셨습니다.)들을 포함한 전체 사립유치원의 구조적 문제도 공론화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립유치원 문제"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관점에서 보면, 국가(관료)의 문제점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진작에 공론화 되어야했을 여러 문제점들을 계속 덮어나가다 보니,
비리가 만연하게 된 부분도 있을 겁니다.
(결국 비리없는 양심적인 분들만 이중으로 손해(돈 못벌고, 욕까지 먹는)보는 구조입니다. ㅠ.ㅠ)
지적하신 유치원 교사의 근로 환경 문제도 참 심각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원장 개인의 탐욕으로만 볼것이 아니라,
국가행정의 야만성, 후진성도 지적하고 고쳐야 합니다.
오늘날 사교육이나 교육 환경의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입시제도를 본질로 놓아야 하고,
또 그 앞에 노동이나 사회 복지, 인권 등의 문제를 놓아야 하는 것처럼,
사립유치원 비리문제도,
그 본질에는 정비되지 못한 규정의 문제가 더 크다는 생각입니다.
@모모 저는 기본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 비율을 70%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희안하게 초등학교는 국공립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데,
교육의 처음인 유치원과 대학은 사립학교 비율이 월등하게 높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학생과 부모가 희생을 치르기 딱 좋은 환경이라 생각합니다.
대학 등록금 하나만 생각해도 그렇고, 사립대학의 비리는 유치원은 작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질문이 있는데요...
마지막 문구에 대한 예를 한두가지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즉, 정비되지 못한 규정의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Forus 답글에 답변하였습니다.
사립 유치원 비지니스가 소위 노나는 사업인 줄 이번에 알았네요. 거기에 일하는 보육 선생들의 처우는 정말 개떡이고, 국가 세금을 지원받는 원장들은 목만 좋으면 무한경쟁 음식점 자영업자에 비하면 누워서 호떡먹기요, 자기 아들,딸 월급에 나중에 물려줘도 평생 가족 비지니스로 이렇게 훌륭한 아이템이였다니, 국회의원 박용진이 간담회 개최때 벌떼처럼 달려들만한 충분한 보호받을 먹거리 였더군요. 혹시 나중을 위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업 조건을 봤는데, 제일 큰 요건이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재산상황이였습니다. 믿기시나요? 이건 완전히 로비의 결정체네요. 이땅의 적폐청산의 길은 파도파도 끝이 없네요.
박정부때 느닷없이 아파트 단지내 유치원들이 아파트와 무관한 필지로 해 달라는 요구를 구청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거주자 중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서죠. 저는 이 행위를 후안무치의 행위라 생각합니다. 전국에 걸쳐 이렇게 해서 독립된 유치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인데 MB나 닭근혜 정부 때는 그야말로 더러운 돈과 썩은 권력이 활개친 세상이었다 생각합니다.
세상에 유익한 사업을 하시고자 하는 포러스님에 열정, 정말 존경스럽네요! ^^
세상과 개인의 이익이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자 합니다. 스위스 여행 동영상 잠깜 보다가 운전하고 다른 것 잠시 보고 왔더니 없어졌네요.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만큼을 보고 싶네요. ^^.
우리까페에서만 보기 아까운 글이네요.
민주주의는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경험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참 좋은 경험을 공유하여주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제를 도려내고자 하는 의원과 정부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
폐쇄된 조직에서 세상의 모든 돈을 주인없는 돈으로 간주하고 헤쳐믁었던 세월이 장장 70년입니다. 그 중 김대중대텅님과 노무현대통님의 일부 시간에 볕을 쫌 보나 싶었는데 이명박근혜시절 더욱 더 어둠속으로 감춰졌었다봅니다.
이제 서서히 다시 볕이 들어 조금씩 바뀌어간다고보고요.
나랏돈을 주인없는 꽁돈으로 보고 줍는게(?) 임자라는 공무원 적폐무리부터 가장 따뜻한 햇빛이 들어 하루 빨리 다 타 죽어나가면 한결 세상 볕드는 속도가 빨라지것인데요. 젤 볕드는 속도가 느린것 같습니다.ㅠㅠ
아무리 속도가 느려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니면 자식때, 아니면 손자때라도 이루겠지요.
제딸 둘은 그래서 공동육아를 했습니다. 한달에 한번 어린이집 청소에 거의 3개월에 한번은 주말 대청소...
한달에 한번은 방모음으로 교사와 부모의 대화의시간.1년에 일일 교사 3~4회를 해야하는 아주 빡씬 일정.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아찔합니다.
저 인형은 아마도 공동육에서 가장 필요한 인형같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구현동화 만들어서 동생들 들려주기도 하거든요. 졸업한지 3년째인 제딸은 아직도 구현동화하러 어린이집에 갈생각에 들떠있습니다.
^^. 유럽의 경우, 부모들이 참 바쁩니다. 학부모와 선생님이 공동으로 육아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결국 유럽의 회사들이 그 만큼 부모에게 시간적 배려를 해 주는 것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서히 진행되지만, 아빠 육아 휴직등 우리도 그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 생각됩니다.
공동육아... 대단한 일을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