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일>
봉 감독이 계획하고 준비한 나들이라 코스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다. 다만, 봉 감독의 성격상 2018년 우리끼리 갔을 때보다는 장거리가 될 거라는 건 예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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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령[大間嶺]
지명: 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간성읍 토성면 사이에 있는 고개.
이칭: 샛령, 새이령, 소파령(所坡嶺), 석파령(石破嶺)
개설: 높이는 641m로, 태백산맥의 지맥인 설악산맥의 북단에 있는 신선봉(神仙峰, 1,183m)과 마산(馬山, 1,052m) 사이의 안부(鞍部)이다.
명칭 유래: 샛령 혹은 새이령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진부령과 미시령의 사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샛령·새이령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간령(間嶺)이 되었고, 큰 샛령(새이령)과 작은 샛령(새이령)으로 구분하여 대간령·소간령이 되었다. 조선시대의 지리지에서는 이 고개가 소파령(所坡嶺) 혹은 석파령(石破嶺)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자연환경
태백산맥의 분수령이 동해안으로 접근하여 있는 지역으로 동쪽 사면은 급경사를 이루고, 서쪽 사면은 동쪽 사면에 비하면 완만하다.
동쪽은 문암천(文巖川)을 따라 원대리·도원리를 거쳐 불과 14㎞ 정도의 거리로 동해안의 문암진(文巖津)에 이르는 짧은 계곡으로 통하고, 서쪽은 북한강의 지류인 소양강의 상류에서 북동쪽으로 흐르는 북천(北川)의 계곡으로 통한다.
따라서 도로도 이들 계곡을 따라 발달하여, 예로부터 서울·춘천·양구·인제·속초를 연결하여 기호중부지방과 영서중부지방, 그리고 영동의 중부해안지방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였다.
현황
한계리에서 속초를 연결하는 국도 46호선이 개통됨에 따라 서쪽 사면의 창암(窓巖)에서 동진하여 신선봉 남쪽 사면의 안부인 미시령(彌矢嶺)을 넘어 동해에 이른다.
또한 간성읍을 연결하는 도로도 서쪽 사면의 용대(龍垈)에서 진부령(陳富嶺)을 통과하는 지방도로 465호선이 정비됨에 따라 대간령의 통행량은 감소되었을 뿐 아니라, 노면도 옛날 소로(小路)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5월에는 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속초시 노학동을 연결하는 미시령터널(3.69㎞)이 개통되어 거리상 기존 22.7㎞에서 7.0㎞로, 통행시간은 20여분 정도 단축시켰다.
2009년 7월에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61.41㎞ 구간의 서울춘천고속도로(제60호)가 개통되어 이 도로를 이용하여 서울에서 춘천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약 30분 단축효과(70분→38분)가 기대되며, 개통에 따른 편익은 통행시간 및 운행비용의 절감으로 연간 2,49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개통으로 경춘국도 46호선, 영동고속도로 등 수도권과 강원지역을 연결하는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겪는 주말의 극심한 교통난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며, 또한 2009년 12월 말이면 서울춘천고속도로와 연결된 춘천·동홍천 구간이 완공되고, 2009년 6월에 착공한 동홍천·양양 구간(91.6km)이 2014년 개통되면, 강원 지역의 중추 도로망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간령의 서쪽 사면은 미시령에 이르는 계곡과 간성읍과 북면의 경계를 이루는 계곡 사이에 소간령(小間嶺)이 있어 이중령(二重嶺)을 형성하고 있다. - 한국학 중앙 연구원
2019년 5월 1일 메이데이를 맞아 오랜만에 토·일이 아닌 휴일에 산행할 수 있어 혼자 조용히 비슬산이나 다녀올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산행 하루 전 봉 감독이 홍 원장이 수술을 받은 이후 힐링/치유가 필요해 가볍게 대간령을 갔다 올 생각인데 함께하겠냐고 연락이 왔다. 봉 감독은 홍 원장과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거의 두 달을 산에 못 가 스트레스가 많았고, 홍 원장은 수술을 받느라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물론 봉 감독이 내게 연락했다는 건 포터가 필요하다는 거고, 그럼 당연히 또 다른 포터인 용준에게도 연락했을 거다.
다음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고민 중이었는데, 대간령이면 우중 산행도 괜찮을 거 같아 OK 했다. 그리고 지난 운악산 산행에 가져갔다가 양이 많아 다시 들고 온 훈제 오리 그리고 대형 버너와 코펠, 김치, 빨갱이 등을 챙기고 우중 비상상황에 대비해 우의와 여벌의 옷도 챙겼다. 용준이 수제 맥주와 막걸리 등을 준비하고, 홍 원장과 봉 감독은 수저만 들고 오기로. 홍 원장은 아직 완치되지 않은 환자라, 봉 감독은 카메라와 렌즈 및 주변기기로 가득 찬 배낭에 뭘 더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래서 용준과 나를 포터 겸 쉐프로 불렀지만.
서울파인 홍 원장, 용준과 나는 6시에 신촌에서 만나 용준의 차로 양평으로 가서, 봉 감독과 접선 후 봉 감독 차로 갈아타고 용대리로 가기로 했다. 대간령을 가는데 용대리로 가는 이유는 단골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가기 위해서다. 아침은 전날 봉 감독이 예약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주에 주문한 카메라의 렌즈가 마침 화요일 도착해 이것저것 만져보다 카메라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당연히 이 렌즈도 가져가야.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무겁게 렌즈를 몇 개씩 가져 다닐 이유가 없어 새로 도착한 하나만 들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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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용대리에서 먹기로 해 기상 후 일이 많이 줄어 잠을 더 잘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볼일을 보고 전날 싸둔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선 시각이 5시 30분경이다. 버스를 탈까 하다가 늦을 거 같아 택시를 타고 신촌으로 향했다. 그리고 용준이 이미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약속 장소에 5분 전쯤 도착 후 용준의 차에 타고 홍원장을 기다렸다. 사정이 있어 약속 시각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홍 원장을 태우고 양평을 향해 출발한 시각이 6시 5분경으로 생각된다.
내비에 의하면 양평 도착 시각이 6시 54분이라, 바로 봉 감독에게 접선 장소에 ‘6시 50분경 도착’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접수한 봉은 '알았다!'라는 답을 보냈고. 정확히 예정된 시간에 봉 감독을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용준의 차에서 배낭을 꺼내 봉 감독 차에 실었다. 생각해보니 산행을 위해 봉 감독을 만난 건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었다. 봉이 촬영과 편집에 정신이 없어 산을 못 다닌 이유도 크다.
양평을 떠나 용대리 갓시래기 국밥집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8시 20분경으로 생각된다. 이 식당은 2015년 3월 대학 시절 동호회 멤버와 속초에 사는 선배 방문을 위해, 용대리를 지나다 수렴동 대피소에서 놀다 가자는 의견에 따라 코스를 변경했는데, 마침 그때가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이다. 이후 용대리를 방문할 일이 생기면 빼놓지 않고 가서 식사했다. 물론 같이 간 일행에게 그 식당을 소개하고. 그렇게 봉과 나의 단골집이 되었다.
식사는 전날 봉이 주문한 상태라 늘 그렇듯이 '메밀모주'를 하나 시켜 식사가 나오기 전에 밑반찬을 안주로 한잔했다. 홍 원장은 환자라, 봉은 운전해야 해 마시지 못하고 용준과 둘이 한 병을 비우다시피 했다. 그리고 바로 나온 갓시래기 국밥을 맛있게 먹으며 밥 한 공기를 추가해 용준이 가져온 그릇에 담았다. 미쳐 밥을 챙겨오지 못해 취한 조치다. 아침을 먹고 식당을 나와 마트에 들려 훈제 오리를 싸먹기 위한 상추와 깻잎, 쌈장을 산 후 대간령 들머리를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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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55분경 들머리에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 봉 감독이 카메라를 준비하는 동안 홍 원장, 용준, 나는 등산 준비를 마치고 9시 1분에 먼저 출발했다. 새로 산 렌즈에 대해 용준과 둘이 이것저것 테스트하며 가고 있는데, 봉 감독이 나를 부르더니 예비용 SD 카드가 있는지 물었다. 평소에는 여분으로 하나씩 들고 다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따라 나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래서 없다고 얘기하고 이유를 물어보니 전날 백업하기 위해 카메라에서 다 빼놓았는데 미쳐 가져오지 않았다는 거다.
봉 감독의 주목적 중 하나가 꽃과 나무, 산을 찍기 위함인데 저장 장치가 없어 못 찍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해서 내 카메라에 있던 SD 카드를 빼서 봉 감독에게 준 후 카메라는 차에 두고 대신 패드를 들고 갔다. 참고로 이 글에 있는 사진 중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내가 패드로 찍은 거다.
처음 계획대로 내가 선두에 서고 봉 감독이 뒤를 세 번째 수연이 서고 용준이 뒤를 보며 산행을 시작했다. 물론 봉은 사진을 찍기 위해 선두와 후미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순서라는 것에 별 의미가 없지만.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들어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하는 몇 종류의 야생화가 반겨주었다. 나물도 뜯어 맛보고. 군부대의 구보를 위해 만들어 놓은 이정표를 지나 마장터를 향해 계속 갔다.
마장터까지의 길은 경사가 별로 없지만 소간령을 오르는 대략 300여 미터의 깔딱이 있다. 그리고 소간령 직전에 시원한 약수가 흐르고 있다. 산을 많이 다니는 산꾼에게는 그 깔딱이라는 게 별것 아니지만, 오랜만에 산에 오르고 얼마 전 수술을 한 수연에게는 힘든 코스로 보였다. 해서 사실상 깔딱의 끝이랄 수 있는 약수터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시원한 약수도 한잔하며 한숨 돌렸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길을 계속 가 소간령에 도착한 시각이 9시 52분이다. 소간령 정상에 있는 서낭당에 봉과 내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한 후 다시 마장터를 향해 하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흘리 계곡 입구에 도착했을 때 봉이 이번 산행의 구체적인 계획에 관해 설명했다. 대간령에서 암봉과 병풍바위봉에 올라 흘리계곡 쪽으로 능선을 따라가 계곡으로 하산하는 거였다. 고로 흘리계곡 입구를 시작으로 하는 환종주 코스다. 고개를 들어 능선을 보니 해볼 만한 코스로 보였다. 내가 아는 정규 등산로에는 없지만. 다만 이정표가 없어 지도를 보고 계산해서 나온 약 3km 구간의 비법정 탐방로 - 과거에는 등산로가 있었지만, 현재는 등산객이 다니지 않아 짐승의 길로 바뀐 - , 우리 식 표현으로 들개 산행을 수연이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봉 감독이 처음 산행 계획을 설명할 때 상황을 봐서 봉이 수연을 데리고 대간령으로 하산하고 용준과 나만 예정된 코스로 가라고 했던 말이 이해되었다.
10시 19분에 작년 여름 야영을 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물이 좋은 여기서 잠깐 탁족 하며, 탁주 마시며 쉬어가기로 했다. 생각 외로 수연이 잘 달려 우리에게 있는 건 시간밖에 없었기에. 그리고 대간령 이후 물 구경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용준이 가져온 막걸리 두 병 중 한 병을 마시며 탁족을 하는 동안 술을 마시지 못하는 수연이 마트에서 산 상추와 깻잎을 흐르는 계곡물에 씻었다.
이후 배낭을 다시 싸서 짊어지고 양옆의 얼레지 군락의 꽃길을 따라 대간령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와중에 바람이 없고 널찍한 공터가 나타나자 갑자기 봉 감독이 여기서 10분만 쉬라고 했다. 드론으로 촬영을 하기 위해. 해서 일단 수연, 용준 나는 계속 길을 가 계곡이라기보다는 개울에 가까운 물에서 노닥거리며 하늘을 나는 드론을 구경하다가 우리끼리 대간령을 향해 계속 가기로 했다. 그리고 작은 폭포이자 대간령 도착 전 마지막 물길에 도착했다. 나는 계속 가고자 했지만, 수연과 용준이 폭포에 앉아 봉 감독을 기다리자고 해 패드로 사진을 찍으며 노닥거렸다. 그 시각이 11시 24분이다. 그리고 좀 있으니 봉이 나타나 잘 만들어진 길이 있음에도 짐승의 길을 따라 대간령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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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초 사이에 뭔가 움직이는 물체가 보인다면 대간령 바로 아래 폭포를 행해 가는 우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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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1시 29분에 이번 치유 산행의 중간 기착지인 대간령에 도착했다. 대간령에서 봉 감독의 지시에 따라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은 후 이 산행의 첫 번째 봉우리인 암봉을 향해 올랐다. 그 오르는 길이 백두대간 길이다. 그리고 산행 시작 2시간 반 만에 이번 산행의 사실상 첫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이다. 앞장서 올라가며 수연이 잘 따라오는지 계속 확인했는데, 씩씩하게 아주 잘 오고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병풍바위 이후 들개 산행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이에 대해서는 봉, 용준도 동의했다. 따라서 일행이 둘로 나뉘어 수연을 데리고 봉이 다시 대간령으로 하산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11시 37분에 대간령을 떠나 암봉을 향해 올랐다. 암봉 아래 봉우리에서 건너편 설악산의 신선봉 등을 감상한 후 다시 길을 재촉해 암봉의 너덜 지대를 통과해 12시 19분에 암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우로 보이는 고성과 동해, 좌로 설악의 귀때기, 그 너머 가리봉과 앞으로 마산봉과 저 너머 희미하게 그려지는 금강산을 감상하며 감탄을 연발한 후 12시 27분경 정상을 떠나 백두대간의 남쪽 지역 시작점인 마산봉 쪽으로 향해 갔다. 거기서 마산봉 들머리인 알프스 리조트에서 시작해 대간령으로 내려가는 대략 30여 명이 넘어 보이는 한 무리의 등산객을 만났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의 등산객으로 행색으로 봐 처음 대간에 도전하는 무리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교행이 불가능한 지역이라 그들이 다 지나가기를 한쪽에 서서 기다린 후 병풍바위봉을 향해 갔다.
이번 산행에 마산봉은 포함되지 않아, 1km에 불과한 병풍바위봉에서 마산봉까지 혼자 다녀올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따로 시간을 내 마산봉에 오를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지 않은 이유는 겨울 심설 산행으로 유명한 산이라 언젠가 심설이 그릴 울 때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암봉에 올라왔다 마산봉을 눈앞에 두고 다시 내려갔던 삼거리에 도착해 작년 산행을 복기한 후 얼레지 군락의 꽃길을 따라 병풍바위봉을 향해 갔다.
고개를 지나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는데 햇볕 따뜻한 낙엽 사이에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여 확인하니 작은 살모사가 정신 없이 도망가고 있었다. 바로 패드의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이놈이 도망가기를 멈추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위협을 해 움직이게 한 후 동영상을 찍어야 했다. 이번 산행에서 살모사를 두 마리 만났고 둘 다 아직은 어렸다. 하나의 봉우리에서 두 마리의 살모사를 보기는 처음이다. 뱀과 조우를 끝내고 좌우에 펼쳐진 야생화원을 감상하며 정상을 향해 올랐다. 그러면서 점심 먹을 만한 공간이 있나 살피는 것도 있지 않았다.
1시 12분에 병풍바위와 마산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마침 그 갈림길 한편에 이 길을 오가던 많은 대간꾼이 사용했을 거라고 생각되는 식당 자리가 보였다. 그 식당을 우리도 사용하기로 하고 배낭을 벗어 한쪽 구석에 두고 각자 가져온 모든 먹거리를 꺼냈다. 당연 봉은 수저세트와 밥그릇만, 수연은 오이와 따뜻한 커피를 용준은 와이프표 수제 맥주와 막걸리와 갓시래기국밥집에서 가져온 밥을 꺼냈다. 그리고 수연이 흐르는 계곡물에 깨끗이 씻은 쌈 채소도. 버너, 코펠과 지난 운악산 산행에서 남은 오리 한 팩과 김치, 내가 만든 고추장 마늘쫑 고추 마늘 혼합 안주도 꺼내 놓았다. 내가 버너와 가스를 조립하는 순간 벌써 맥주와 막걸리가 한 순배 돌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아무래도 술이 부족할 거 같아 내가 들고 간 빨갱이 두 팩도 꺼내 놓았다.
뜨겁게 달궈진 코펠에 훈제 오리 한 팩을 - 다들 양이 많으니 반만 넣으라고 했지만, 무시하고 다 - 넣고 자체 기름으로 볶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다 볶아졌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파와 고추를 넣고 마저 볶았다. 그리고 상추와 깻잎에 싸서 빨갱이용 안주로 먹기 시작했다.
남는다고 난리 쳤지만, 한 팩을 다 먹고 그 기름에 가져온 밥과 파, 고추를 넣고 볶아 다 먹은 후 다시 물을 붓고 라면 두 개를 끓여 먹었다. 훈제 오리 한 팩, 밥 한 공기, 라면 두 개, 막걸리 한 통, 수제 맥주 한 통, 빨갱이 한 팩, 김치 한 통, 내가 만든 안주 2/3, 상추, 깻잎, 오이를 넷이서 먹어 치웠다. 대단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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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터지게 점심을 먹고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증거를 없앤 후 식당을 떠난 시각이 2시 10분이다. 2시 18분에 정상에 도착해 저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귀때기청봉과 안산, 가리봉에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상에서 인증을 찍은 후 왜 병풍이라 불리는지 확인하는 사진도 찍었다.
2시 22분에 정상을 떠나 인간의 흔적은 사라지고 짐승의 흔적만 남은 짐승의 길을 따라 흘리계곡을 향해 출발했다. 역시 예상대로 길이라 불릴만한 게 보이는 건 잠깐이고 대부분의 코스는 감각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봉과 내가 번갈아 길을 찾고? 만들고? 그 뒤를 수연과 용준이 따라왔다. 그렇게 10여 분 길을 개척하며 전진 중에 용준의 핸드폰이 없어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바로 배낭을 내려두고 용준과 내가 다시 오던 길을 돌아가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찾으러 가며 나는 계속해서 용준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혹시 풀숲에 가려 안보일 경우 소리로 확인하기 위해서. 그렇게 둘이 왔던 길을 그대로 복기해 돌아가며 찾던 폰은 역시 예상대로 병풍바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찾았다. 거기서 용준이 보조 배터리에 연결했고 그 과정에서 빠졌을 거라는 예상이었다. 기다리는 수연과 봉에게 폰을 찾았다고 연락을 하고 기다리는 동무에게 돌아갔다.
다시 길을 개척하며 내려가는데 그 능선은 진달래 군락지로 어디를 보든 분홍빛 진달래로 멈춰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해서 가능하면 진달래 사이에 길을 만들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이 능선이 재미난 게 정상에서부터 6~7부 능선까지는 진달래 군락으로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그 밑으로는 철쭉 군락지로 철쭉이 활짝 피어 있었다. 하나의 봉우리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피는 거로 알려진 진달래와 철쭉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철쭉이나 진달래 산행을 한다면 이 코스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인간이 다닐만한 길은 없다!
4시 12분에 산양 똥이 잔뜩 쌓여 있는 능선에 도착해 아래를 보니 낙엽 덮인 가파른 언덕 밑에 계곡이 보였다. 당연히 산양이 다니는 길로 보이는 것은 계속 능선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굳이 능선을 따라가기보다는 계곡으로 바로 내려가는 것이 남은 산행에 여러모로 편리해 보였다. 이제는 많이 지쳐 보이는 수연을 가능한 한 빨리 인간이 만든 길로 인도하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언덕이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운 낙엽으로 덮여 있었지만, 수연도 충분히 내려갈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섰다. 해서 그 생각을 봉에게 얘기했고, 봉도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연과 용준이 도착하기를 기다려 미끄러운 낙엽을 뚫고 언덕 아래로 앞장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연에게 미끄러우면 반항하지 말고 주저앉아서 미끄러져 내려가라고 일러두었다.
도착한 계곡을 따라 5분 정도 내려가 흘리계곡에 닿았다. 그 시각이 4시 48분이다. 거기서 들개 산행을 하느라 지친 발을 탁족으로 풀어주기로 하고 배낭을 벗어 한쪽에 두고 신발과 양말을 벗어 발을 물에 담갔다. 물론 차가워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이번 산행 두 번째 탁족이다. 봉이 알탕을 하자고 부추겼지만, 땀이 났어야 알탕을 하지!
계곡을 따라 난 길은 몇 번 계곡을 건너야 했지만, 물이 불어 누군가가 놓은 징검다리는 물에 잠겨 다리의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 해서 신발과 양말을 벗어 손에 들고 건너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봉이나 나처럼 벗고 신고하는 게 귀찮아 물에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악착같이 건널만한 곳을 찾아 건너는 인간도 있다. 용준도 한번 벗고 나서 귀찮아졌는지 그냥 물에 걸어서 건너는 경지에 도달했다. 그렇게 몇 번 계곡을 건너 5시 33분에 다시 마장터 흘리 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앞서 빠르게 달리던 봉 감독이 계곡 가에 앉아 배낭에서 뭔가를 꺼내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 드론을 날리려는 거 같았다. 이 친구가 아직 드론 조정에 익숙지 않아 기회만 있으면 드론을 날리려고 했다. 나는 봉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배낭을 던져두고 바위에 기대앉아 패드로 봉의 그런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드론이 올라가고 봉이 가지고 놀고 있는 동안 용준과 수연이 도착했다.
대략 5분여 가지고 놀다 마지막 회수하는 과정에서 나뭇가지에 부딪혀 추락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깜짝 놀라 떨어진 녀석을 주워 다시 정비해 작동 유무를 확인해보니 이상 없이 작동했다. 그리고 드론을 잘 포장해 배낭에 넣고, 수연이 가져온 커피와 용준의 얼음물과 내 어름을 섞어 냉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갈증을 해소하며 좀 쉬었다.
5시 44분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주차장을 향해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5시 49분에 다시 소간령 서낭당에 도착했다. 또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하산했다. 그리고 6시 43분에 주차장에 도착해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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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정리한 후 저녁으로 황태 해장국(휴게소), 막국수(용대리), 물국수(인제) 중 뭘 먹을까 의견이 분분했지만, 핸드폰 찾은 기념으로 저녁을 사기로 한 용준의 의지대로 3대 황태국 집에서 먹기로 하고 휴게소로 갔다. 그런데 이미 모든 식당은 문을 닫았고 다양한 종류의 황태를 파는 매장만 연 상태였다.
해서 다시 뭘 먹을까 논의를 하다 용준이 용대리의 괜찮은 황태국 집이 있었다는 얘기에 용대리로 갔다. 마침 그 집은 아직 영업 중이라 갈 곳을 못 찾은 대부분 등산객이 집합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서너 팀이지만. 그런데 그 집 내부를 보니 '맛있는 녀석들'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 식당에서 촬영했나 보다. 그럼 어느 정도 맛도 보장한다고 봐야 하나? 몇 가지 메뉴 중에 나는 더덕이 먹고 싶어 더덕구이 정식과 황태구이 정식 각 하나와 황태국 두 개, 안주로 두부, 그리고 빨갱이가 없어 퍼렁이를 주문했다.
환자 빼고, 운전자 둘을 빼고 나니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혼자 한 병을 다 마셨다. 안주로 황태구이, 더덕구이와 황태국도 일품이었다. 물론 두부도. 저녁을 맛있게 먹고 7시 27분경 식당을 나와 커피 한잔 후 29분에 봉의 차로 양평을 향해 출발했다. 양평에 도착해 다시 용준의 차로 갈아타고 망원을 향해 달렸다. 10시 15분경 망원역에 도착해 수연과 용준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10시 30분이 안되 집에 도착했지만, 집은 모두 요즘 최고 핫한 영화를 보러 가고 텅 비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주차장 → 소간령 → 흘리계곡 입구 → 마장터 → 야영지 → 대간령 → 암봉 → 병풍바위 → 진달래 능선 → 흘리계곡 → 흘리계곡 입구 → 소간령 → 주차장'의 14.9km(트랭글 기준), 8시간 19분(이동 시간 기준) 산행 했다. 그 중 3km는 들개 산행으로 아주 좋았다.
치유로 시작한 산행이 들개 산행으로 끝났다.
진달래와 철쭉의 군락이 훌륭한 산이다.
과거 집터 또는 밭터가 야생화 정원으로 변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첫댓글 나도 설악 가고 싶다
너덜도 그립고 ㅠㅠ
가자
가끔 텔레파시라는 게 있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봉 감독이 산행 중 주변의 나무나 식물 꽃에 대해 설명을 하는 중에 "눈개승마"라는 것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 맛에 대해서도...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와이프가 영화를 보고 오며 마트에 들려 사온 나물 종류에 '양구' 산 '눈개승마' 실물을 보기는 처음이다.
눈개승마 맛나다는데 맛이 어떻드나?
다양한 맛이다.
두릅맛에 고기맛 쓴박이도
들고 갈테니 기대해라
알았다 그날 거기서 보자
ㅇㅋ
둘만 가서 친구들한테 미안하다.근데 거긴 니들은 못간다.이해하령
ㅋㅋㅋ
야, 애초 얘기를 하지마.
가고싶어도 못가는 친구들한테는 좀 미안하기도하지(근데 머 내 잘못은 아니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