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 승부 정성영 바야흐로 불쾌지수가 치솟고 슬슬 짜증이 밀려오는 여름 한 낮 꽃피고 새 우는 소리에 취해서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천하태평 마음을 놓고 있었더니 더위란 놈이 그동안 남 몰래 힘을 키웠던지 오뉴월이 다가오자 날로 교만 방자하여 마치 제 세상을 만난 듯 꼴불견이구나 네 활개를 치며 안하무인에 시도 때도 없이 막무가내로 덤벼 든다 아하! 메뚜기도 유월이 한창이라 네 세상이라 이거지 오냐! 그래, 그렇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벼르고 벼르던 기회는 바로 오늘이로다 오늘이 네 제삿날인 줄 알아라 이놈이 한창 기가 났을 때 요절을 내 놔야 다시는 힘을 못 쓰리라 웃통 벗고 냉수 한 바가지 쫘악 끼얹고 나서 선풍기 심판 세우고 부채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더위란 놈의 고의춤을 단단히 움켜 쥐고는 오른다리 슬쩍 걸어 중심을 흐트리고 어뜨무러차! 허리 후리기 한방에 대청마루 위 큰 대자로 자빠트리니 천하에 더위란 놈도 별 것이 아니더라 이놈이 그만 기가 팍 죽어가지고 땡볕이 이글거리는 대문 밖으로 오금아 날 살려라 후닥닥 줄행랑을 치더란 말이지 그럼 그렇지 네놈이 감히 누굴 넘봐 넘보길 예끼, 네 이놈 다시는 내 앞에 얼씬거릴 생각도 하지 말거라
*서울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렸군요. 이제 더위와 한판승부를--- 강서문협 회원님들 올 여름 더위와의 겨루기에서 모두 한판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