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책에서 “중요한 건 필력이다.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 수는 없다.”는 문장을 보고 기가 죽었거든요. 친구한테 고민을 이야기하니까 “왜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 수 없어! 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에 정신이 번뜩 들면서 힘이 났어요. 사실 저 문장은 회고록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제가 제 인생에 대해 글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아 역시 나에게 필력은 없고 그저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글을 쓰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거든요. 학인들도 수업을 듣고 글을 쓸수록 내 글은 좋은 글이 아닌 거 같고, 나만 필력이 없는 거 같고 그런가요? 저도 그렇게 주눅 들 때가 자주 있는데, 앞으로는 친구가 한 말을 떠올리려고요. 산 것만으로 칭찬받을만 하다! 고로 과제를 낸 것만으로 대단하다! 과제를 하려고 했던 것만으로도 큰 마음을 낸 것이다. “좋은 글“이라는 거대하고도 모호한 기준에 기죽을 때마다 저는 내 마음을 글에서 마음껏 표현했는가, 내가 하고 싶었던 말과 내 글이 얼마나 가까운가 떠올려요.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글에 몰입이 되더라고요.
이번 발표 때 돌멩이가 도리 반장이 의미를 안 썼다고 할까 봐 의미를 써왔다는 말을 듣고 내가 그 말을 자주 했구나 자각했어요. 제가 의미를 쓰라는 건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 각자가 가진 고유한 의미를 말하는 거였다는 변명을 해봅니다. 저도 리뷰에서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표현을 써야겠다고 반성(?)하며, 이번 리뷰에는 ‘의미’란 단어를 6번 썼음을 고백합니다.
5차시 리뷰
까마귀 - 뮤직 이즈 러브앤피쓰
락페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이 글을 읽으니 가보고 싶네요. 버스 내리자마자 “둥- 둥- 둥- 땅을 울리는 음악 소리”, 손목에 채워지는 입장 밴드, 10월의 선선한 날씨 속에 마시는 술 한잔. 오감을 자극하는 묘사에 푹 빠져들었어요. 락페를 좋아하게 된 4가지 이유도 공감이 갔고, 저같이 소심한 사람도 락페에 가면 분위기에 휩쓸려 재밌게 놀 수 있지 않을까 용기가 생겨요. 까마귀는 언제부터 락 페스티벌에 가게 됐을까요? 누가 같이 가자고 했던 건지, 호기심에 찾아갔는지 궁금했어요. 처음 접하게 된 계기를 적어주세요. ‘꽃가마’는 락페 주최측에서 보내주는 걸까요? ‘솔플러’도 무슨 뜻인지 궁금했어요. 전문용어(?)는 풀어써 주세요. 마지막에 “일 년의 반은 락페 갈 생각으로 설레며 보내고, 나머지 반은 그해 락페의 추억을 곱씹으며 보낸다.”라고 했는데, 락페가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어요. 락페 갈 생각으로 설레며 보내면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콘서트 정보를 찾는다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하거나), 추억을 곱씹으며 무엇을 하는지 적어주면 락페에 빠진 직장인의 일상이 그려질 거 같아요.
은유 - 꽃가마는 주최측. ‘솔플러’는 혼자 공연 즐기는 사람.
“무대에서 일렉기타 소리가 들리자 속으로 꺅꺅 소리를 지르며 무대로 달려갔다.” 이 부분 난가? 싶게 공감 돼서 웃었어요. 좋아하는 밴드 누구인지 어떤 곡이 페벌에서 듣기 좋은지도 알려주시면 더 풍부해질듯요. 글쓰기는 좋은 걸 나누는 일이니까요.
봄날 - 새해 그의 루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 미안해했다“니, 마음 아파요. 갑자기 찾아온 고난에 원망을 남편에게 쏟아내는데요. 그 상황에서도 입 밖으로는 말하지 않았다니 놀랐어요. 어떻게 참을 수 있던 걸까요. 말하진 않았지만 “표정에, 눈빛에, 말투에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어떤 표정, 눈빛, 말투였는지 묘사해 주세요. 그래야 봄날이 품었던 원망이 남편에게 어떻게 표현됐는지,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멀어졌는지 독자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부부 상담을 통해서, 책을 읽으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상처를 다스리기 시작”했다고 했는데요. 원망과 상처를 다루는 지혜는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을 독자와 나눠주세요. 어떤 마음이 바뀌는 건 늘 한순간에 일어나기보다는 서서히 바뀌는 거라 이 과정을 쓰는 게 늘 어려운데요. 한번 가볍게 “내가 어떻게 상처를 다스릴 수 있게 됐지?” 떠올려 보고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세요. 다만. 이때 생각을 적는 게 아니라 있었던 일, 장면, 사건을 중심으로 떠올려 보세요. 예를 들어 필자가 힘든 시기에 어떤 글을 봤는지, 그 글의 어떤 문장이 좋았는지, 또 어떤 글을 썼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그걸 통해 어떻게 나의 상처를 다르게 마주하게 됐는지를요. 그 과정이 나오면 마지막에 남편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이유가 더 선명해질 거예요.
은유 - 책이 미움을 완화시키고 고통의 도피처가 되다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는 언제나 뭉클합니다. 남편이 앨범을 편집할 때 봄날은 문장을 수집한 거 같은데 사례가 나오면 더 좋겠습니다.
백리향 - 왕년의 머슬퀸?
밤 11시 헬스장 불을 끄고 나오고, 태닝샵에, 댄스 학원까지. “내가 의사인지 헬스 트레이너인지”. 유려한 백리향의 글에 유머까지 더해져서 재밌게 읽었어요. 와,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죠? 필자 말대로 본업도 아닌데, 대회 전날 물을 안 마실 정도로 고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백리향을 이렇게까지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유)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했어요. “레모나를 입에 털어 넣을 때마다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거지’하며 되물었다.”라고 했는데요. 이 질문을 붙들어 보세요. 이유가 거창하지 않아도 돼요. 백리향의 고유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저는 요가를 좋아하는데, 평소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그때만은 몸의 긴장을 풀 수 있어서 좋아요.) 그 이유가 나오지 않으면 이 글은 피트니스 대회 도전기로 끝나거든요. 그 자체도 재미있지만, 쓰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싶다면 한 발 더 들어가 보세요. “내 인생의 많은 시절 함께 해온 운동 덕분에 시련 속에서도 덜 흔들리고 중심 잡을 수 있었음”이라고 했는데, 어떤 시련이었는지, 운동 덕분에 어떻게 덜 흔들렸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특히 그 대회에 참가한 그 시기, 운동에 몰입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요.
은유 - “대단한 의미를 찾은 것도 아니었다.” “내겐 한 번의 색다른 경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회 도전 등에 대해 해보고 나니 별 것 아니었다는 식의 문장이 눈에 띄네요. 그럼에도 우리는 백리향은 왜 열심히 하는지,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집니다.
이네 - 부르는 말
‘엄마’라는 호칭을 의지로 얻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호칭은 보통 주어지잖아요. 어떤 의지였는지, 왜 그런 의지를 갖게 됐는지 궁금했어요. “내 스스로 아이를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으로 대우하고 있는가 생각했을 때 나의 잘못이 명백한 순간을 마주하는 것이 어렵다.” 저는 이 문장에서 자책이 느껴졌는데요. 저의 경우 자책을 잘하는 사람이라 글이 자책으로 끝난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거든요. 자책으로 글이 끝나면, 글을 통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흐려진다고요. 그럴 때마다 정말 내가 그렇게 느끼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가, 답답했어요. 힌트를 얻은 게 수업에서 은유가 해준 말이었어요. 글쓰기는 판단의 출력이 아니라 판단의 다른 측면을 보는 것이라고요.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충분히 쓰고(다르게 바꾸려고 애쓰지 않고), 찬찬히 질문해보세요. 이 마음은 언제부터 들기 시작했을까? 지금 내가 겪는 일들은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려고 하나? 이 마음과 비슷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이 있나? 같은 질문들을요. 이네도 저도 지금 나의 생각의 다른 측면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은유 - “아이의 말과 행동에서 나의 바닥이 엿보일 때 두렵다.” 엄마들이라면 해봤을 고민 같아요. 어떤 말이었는지 넣어주면 글이 생생할 듯요. 같이 키우는데 쌍둥이가 똑같이 반응하는지도 궁금하고요. 엄마 탓 내 탓에서 해방되는 글쓰기가 되면 좋겠어요.
종이 - 숨 쉬는 법
직장을 쉬는 동안, 단 한 권도 끝까지 읽지 못했다는 게 반전이네요. 책을 읽지 못한 이유를 탐색해 가는 필자의 사유가 인상적이에요. “책이 나에게 숨통이지 않았을까”, “힘들고 어려울 때 책을 더 많이 읽었다.” 이런 문장들이 종이가 왜 책을 읽어 왔는지를 알려주네요. 전학으로 적응하지 못했을 때 나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했던 책, 친구 한 명 없던 교실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어 준 책. 책이 잘 읽히는지를 통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가늠해 본다는 결말도 흥미로워요. 다른 이야기들은 의미가 나오는데, 고1 때 <꿈의 해석>, 6년 전 <흰 바람벽에 있어>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나오지 않아요. 고1 때 이야기 덜어내도 좋을 거 같고, 6년 전 휴직기에 그 시가 와닿은 이유는 쓰면 좋겠어요. 지금의 필자를 가늠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요. 분량을 맞춘다면 어릴 때 동화책 읽는 이야기를 줄이는 게 좋겠어요. 이 글의 핵심은 ”책이 나에게 숨통“이라는 거니까 그 사실을 발견하게 된 과정(휴직기에 책이 안 읽힌 이유)과 그에 대한 근거(어릴 적 사례, 6년 전 힘이 된 시)로 사례 2개 정도만 들어가도 좋을 거 같아요. 분량에 맞춰 퇴고해 보세요.
은유 - 읽는 존재로 정의된 종이(이름도 종이!)의 자서전 같은 글, 멋집니다. 독서 속도가 느린데 ”내가 잘 지내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하는 부분이 신선해요. 지금 책장 목록도 궁금합니다.
노마드
이 글의 미덕은 자기 경험 속에서 노마드만의 글에 대한 철학을 끌어낸 거예요. 저는 이렇게 고유성 있는 자기 철학이 드러난 글이 좋아요. “쉬운 글, 궁금한 글, 울리는 글” 퇴고할 때마다 내 글이 이런지 떠올려 보게 될 거 같아요. 글에 나온 세 권 다 읽어보고 싶었는데요. 특히 조지 손더스의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가 궁금해요. “톨스토이, 체호프, 고골 같은 작가들의 이야기 짓는 법에 놀라움을 느꼈다”라고 했는데, 필자가 어떤 작법에 놀랐는지 궁금했어요. 류시화 시인의 글은 저도 편안하게 읽혀서 좋아하는데,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해서인 줄 몰랐네요. “시절인연”이라는 표현이 독특하면서도 와닿았는데, 류시화 글이 노마드와 어떤 “시절인연”이 맞았는지도 궁금해요. 예를 들어.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던 시기에 류시화 글이 자기 중심을 잡는 법을 알려줬다든지, 사례를 들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에서도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잠시 머물러 그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됐던 문장의 예를 들어주면 좋겠어요. 하나하나 그 글이 좋은 이유에 근거를 들어주세요. 그 책의 내용이나 문장을 근거로 들어 이야기하면 글이 훨씬 쫀쫀해질 거예요. 글에 관한 이야기이니, 운동 이야기는 덜어내고요.
은유 - 노마드의 크로스핏 이야기가 듣고싶어지네요. 책 이야기도 좋지만 그보단 더 고유한 자기만의 글감으로! 남들보다 일찍 요즘 유행하는 크로스핏을 시작한 선구자의 입장에서 풀어주면 재밌을 거 같아요. 크로스핏-헬스-달리기 세 가지를 풀어내도 흥미롭겠습니다.
썸머 - 식집사 2년 차
무엇이든 돌보는 사람들은 비슷한가 봐요. 저도 반려견과 살아서 밖에 나가면 유심히 개들을 쳐다봐요. 수국을 기르기 시작하며 “하루가 달라’지고, 밖에서 수국을 만나면 “내 수국과 어디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게 되었고,” 급기야 지각을 하면서까지 출근길 집으로 돌아가 “수국삽목을 비바람 맞지 않을 베란다로 들이”기까지. “냉담하고 건조”했던 썸머가 다정한 식집사가 되기까지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지네요. “식물을 키우지 않았을 때는 계절의 왕래를 느끼지 못했고, 별 상관도 없었다.”, “식물을 키우니 매일의 날씨와 계절 변화를 오롯이 느끼고 바쁘다.” 식물을 키우는 썸머만의 의미가 나온 이 문장들도 좋아서 밑줄을 그었어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에요. 저도 짧게라도 식집사가 된 듯 흠뻑 빠져서 읽었어요. “그 어느 때보다 봄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끝나야 여운이 남을 거 같아요.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사족처럼 느껴져요. 농부의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는 결말이 저도 설레는 마음이 들어서 좋아요.
은유 - 식물원 한 바퀴 돌고나온 것처럼 글이 찬란해요. “계절의 왕래” “뭔가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흩어지는 시간을 거머쥐는 느낌이다.” 등등 문장이나 표현이 반짝거리고요. 앞으로 식물 보면 썸머가 떠오를듯요. 마지막 단락 (식집사는 물주기 3년~) 은 없어도 깔끔할 것 같습니다.
선우 - 바보가 되는 기쁨
“악보와 나와 바이올린만 존재하는 공간”, 그 공간에서만큼은 “점점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필자. 책임감 없이 쉴 공간이 왜 사람에게 필요한지 보여주는 글이에요. 저도 요가를 다닌 지 1년 됐는데, 서툰 나를 허용하면서 편안해진 경험이 있어서인지 공감이 갔어요. 필자는 바이올린을 하기 전에는 자신에게 너그럽지 않았던 거겠죠? “선택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 부정적인 감정을 죄다 짓누르고 있지 않았던가.”, “내가 택한 과제에 한해서 늘 최상의 결과를 누리고 싶었던 나.” 이 문장들에서 그렇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심리 상담을 하고, 바이올린을 하기 전 필자는 왜 자신에게 너그러울 수 없었을까요? 최상의 결과를 누리기 위해 어떤 무리를 해왔을까요? “주요 우울 장애, 불안장애 소견을 들은 후에야 내가 용서됐다”라고 했는데, 필자는 자신에게서 무엇을 용서할 수 없었는지도 궁금했어요. 나에게 너그럽지 않던 시절의 모습과 바이올린을 통해 자신에게 너그러운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더 천천히 그려주세요. 일에 대한 압박에 괴로운 사람,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무리하는 사람들에게 배움이 될 거예요.
은유 - 바보가 될 수 없었던, 되기 어려웠던, 되고 싶지 않았던 직장-업무 이야기가 “책 읽고 영화 보기 말고 취미 없지?” 다음에 5번째 단락부터 나오면 좋겠네요. 5-6-7 단락이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인데 업무 이야기가 들어가면 글이 더 단단하고 마무리에서 같이 기뻐질 것 같아요.
숨 - 그 시절 나를 구한 것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비틀즈, 노라존스, 언니네이발관. 으잉? 하고 읽다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었다는 말에 웃음이 터졌네요. 저도 힘들 때는 헤드셋을 끼고 크게 음악을 듣는데, 그때마다 그래 이렇게 흠뻑 빠져드는 게 예술이지 한답니다. “이어폰은 일종의 인공호흡기”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해요. 서너 살에 한영애 노래를 들은 걸 기억하다니 놀라워요. 그 순간의 햇살과 장면을 기억하는 것도요. 얼마나 강렬하면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할까요. 서태지 음악에 빠져들었던 장면도 이렇게 찬찬히 그려주면 좋겠어요. 많은 노래가 있겠지만, 그래도 그중에 어떤 노래를 들으면서 “눅눅한 현실을 잊을 수 있었”는지요. 그 장면이 나와야 음악이 “인공호흡기”라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와요. 저는 노래를 가사 중심으로 듣는 편인데, 제 친구는 가사는 안 듣고 음 자체를 좋아하더라고요. 숨은 어떤 편인지도 궁금했어요. 성당 이야기와 음악 이야기가 나오는데, 두 이야기를 따로 나눠 쓰면 좋겠어요. 그냥 성당이라고 하지 않고 “성당이라는 공동체”라고 표현한 게 인상적이에요. 성당을 통해 숨이 어떻게 자신을 구했는지, 그 이야기도 한 편의 글로 써주세요.
은유 - 지난번 발표글의 후속편 같네요. 숨을 견디게 한 것들. 저도 서태지 왕팬이고 8집까지 전곡 따라부르기 가능...이라서 반갑고요. 음악 이야기 하나만 파서 쓴다면 마지막 단락은 없는 편이 ‘인공호흡기’로서 음악에 대한 여운이 길 것입니다.
르미 - 내가 좋아하는 것들
온통 나오는 이야기는 포도가 얼마나 보채고, 깨물고, 꼭 붙어 다니며 귀찮게 한다는 문장들이지만, 그 모습을 이렇게 자세히 쓸만큼 사랑하는구나 애정이 느껴졌어요. 저도 나중에 반려견에 관해 쓴다면, 어떻게 쓸지 이 글을 읽고 힌트를 얻었어요. “조용한 사랑으로 끊임없이 날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그런 존재”인 포도. 필자는 언제 포도가 날 아낀다고 느낄까요? 포도의 어떤 행동이 사랑으로 느껴질까요? 이 장면이 나오면 “우리 고양이가 내 삶의 희망”이라는 내용과도 연결될 거 같아요. 저도 반려견한테 잘해줄 때마다 동물한테 뭐 그렇게까지 하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르미가 그런 편견들을 짚어줘서 좋았어요. 세 가지 말이 나왔는데, 그 말이 왜 문제인지 필자가 말해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그 이유를 말하는 건 어려워하거든요. 필자가 이야기해 주면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독자가 자기가 느낀 부당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될 거예요. 바다, 조용한 곳 이야기 모두 생생하고 재밌었지만, 이 글은 고양이 이야기로만 잡고 한 편을 분량에 맞춰 써보면 좋겠어요. 르미의 시니컬한 문체와 애정이 듬뿍 담긴 내용이 만나 매력적인 글이 될 거 같아요.
은유 - 집사로서 대공감 하며 포도를 떠올리며 읽었습니다. 애정 글인데 시크한 문체 너무 좋고요. 포도 이야기 계속 써봐도 좋겠고, 앞단락 고요함과 무소음은 별도의 글로 보고싶네요. 더 써보세요. “고요함을 좋아한다는 건 무소음을 좋아한다는 말과는 다른 의미이다.” 밑줄.
구름돌 - 오빠와 동물 친구들
거위와 함께 수영이라니! 오빠의 친화력은 놀라운 경지네요. 구름돌은 어떻게 이 장면 하나하나를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해요? 읽으면서 제가 행복해져요. “소가 좋아하는 풀”을 알려주고, 거북이의 생일을 챙기는 오빠. 그런 오빠를 보며 배우는 구름돌까지. 인물 간의 서로 다른 시선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고 그 힘이 글을 끝까지 몰입해서 읽게 해요. 오빠를 낯설게 바라보면서도 감탄하고 배우며 변하는 필자의 시선이 있어서 독자도 오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돼요. 마지막에 “힐링된다”는 필자와 “그냥 좋아서” 쓰다듬는다는 오빠의 말이 비교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 차이가 모호해요. “그냥 좋아서”도 내가 좋아서 쓰다듬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저는 이 말뿐이 아니라 구름이를 대하는 오빠의 태도가 달라서 구름돌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짐작했는데요. 구름돌이 느꼈던 고양이를 대하는 나와 오빠의 차이를 좀 더 벼려서 써주세요.
은유 -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습니다. “거위도 데리고 갈까?” 명문장. 생생한 인용이 글을 살려요. 거위와 수영한 이야기는 왜 때문에 뭉클하고 눈물이 날 것 같네요. 오빠의 동물 사랑 관찰해서 아름다운 이야기 더더 들려주세요.
목소리 - 책방을 뭐 하러 여냐고?
이 글을 읽으니 어릴 적 다니던 만화방이 생각나네요. 만화책을 읽지 않는 날에도 놀러 가서 만화방 사장님하고 수다를 자주 떨었거든요. 어린 시절에는 나를 자신과 동등하게 대해주고 대화 나눠주는 어른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목소리가 그런 책방의 주인이 된다니, 사려 깊게 이야기를 들어 주는 책방 주인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실내 장식 콘셉트는 (..) 흔들릴지라도 책방 운영의 목적은 단단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일이든 마음이 이끌려 시작했으면서도 그 이유를 언어화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현실적인 고민 속에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필자의 태도가 인상적이에요. “그냥 가도 편한 곳, 잠깐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면 그만.”이라고 했는데요. 책방에 왔으면 하는 대상이 아이들인 이유가 있을까요? 어떤 계기로 필자는 아이들에게 이런 공간을 내어주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이게 이 글의 핵심 주제라서요. 필자는 아이들과 주로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지, 언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등 필자에 관한 정보를 더 주세요.
은유 - “너, 자꾸 학교도 빠지고 집에만 있으면 어떡해? 친구도 안 보기 시작하면 점점 더 만나기 어려워져.” 카페 손님 말을 인용한 부분이 주제와 맞닿아 있어서 글이 풍성해지네요. 아이들의 사랑방이 되어줄 서점이라니,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합니다.
첫댓글 ‘산 것만으로도 칭찬만을만 하다!’ 그 말을 해 준 도리의 친구도, 이렇게 우리에게 해주는 도리도 참 고맙습니당 >.< 자기 전 폰을 안 봐야지 하면서도 오늘은 폰 보며 마음이 위로되고 따뜻해져요 크크
도리와 은유의 리뷰.. 넘 좋네요. 제 것도 물론 보고, 또 끝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모두의 리뷰 읽으며 마음이 참 더워지고 편안~ 해요! 🤍🫶🏻🤍🫶🏻
초고 쓸때는 중요하게 생각해서 썼다가 나중에 분량땜에? 삭제한 부분을 짚어주셨네요.. ㅎㅎ 저는 끝까지 수정하는 편인데^^; 정작 중요한 내용을 다시 첨가할 생각은 못한걸 보면 훈련?이 한참 더 필요할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이번주도 섬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시간에 쫓겨 글을 급히 마무리했는데, 그 점이 읽는 이에게도 전해졌네요. 진득히 손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