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말하지 않았냐고요 언제나 미리 말했잖아요 괜히 방문을 쾅쾅 닫았겠어요 침대에 누워 일부러 발을 굴렀겠어요 눈길 마주친 적 오래 됐잖아요 앞머리로 검은 커튼을 치고 다녔잖아요 휴대폰 배터리도 빼 놓은 채 이어폰 끼고 있었잖아요 카톡 상태 메세지 보셨잖아요 겨울잠 자는 곰도 아닌데 왜 불 끄고 있냐고 스위치 올려준 적 많잖아요 토요일 일요일에도 몇 주째 잠만 잤잖아요 아침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첫 차타고 학교에 갔잖아요 현관문 앞에서 서성거리는 내 등짝을 떠민 적 있잖아요 왜 말하지 않았냐고요 점심 급식 끊을까 말했잖아요 수학여행에 가지말까 말했잖아요 기숙학원에 갈까 말했잖아요 휴지 한 통을 껴안고 이불 뒤집어쓴 적 많았잖아요 붉어진 눈을 보고 눈병 걸렸냐고 말한 적 있잖아요 자다깨어 골목길을 스무 바퀴나 돈 적도 있잖아요 새벽에 땀범벅이 되어 들어오는 나를 봤잖아요 격투기나 권투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잖아요 피가 날 때까지 손톱을 물어 뜯었잖아요 학교 사진은 다 찢어 버렸잖아요 다 알고 계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