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세리아매니아에 윤기원 선수 사망 3주기에 관련된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 글은 당시 세리아매니아에 올렸던 글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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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기원 선수가 사망한 지 3년이 되었습니다.
윤기원 선수는 거제고등학교 시절 2005년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에서 대회 내내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신 선방쇼를 펼치며 거제고를 결승까지 이끌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전국 대회 우승 기회에 거제고등학교는 버스를 대절하여 전교생을 대회가 열리는 남해까지 이동해 결승을 관람하게 했고 그에 보답하듯 결승에서 전국 최고의 강호인 광양제철고등학교를 상대로 맹활약하며 우승까지 견인하였습니다. 과거 축구 명문 중 하나였던 거제고등학교는 대우그룹의 지원이 끊긴 이후 상위권에서 보기 힘들어졌고 이 우승은 1998년 대한축구협회장기 우승 이후 7년 만의 우승이었기 때문에 더욱 값졌습니다.
그만큼 촉망받는 골키퍼로 급부상하던 윤기원 선수는 아주대학교를 거쳐 2010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지명되어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습니다. 입단 이후 인천의 수호신이라고 할 수 있는 김이섭 선수와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출신인 송유걸 선수가 버티고 있어 골키퍼 주전 경쟁을 하기 쉽지 않아 2군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 2005년 8월 27일 제60회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에서 광양제철고등학교를 꺾고 우승한 뒤 거제 시내에서 열린 카퍼레이드 차에 탑승한 윤기원 선수(좌측)
※ 2009년 7월 31일 전남 영광에서 열린 제10회 전국대학축구대회 준결승 단국대학교 전에 출전한 당시 아주대학교 소속의 윤기원 선수
그러던 2010년 11월 7일, 최종전인 쏘나타 K리그 2010 30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드디어 프로 데뷔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프로 데뷔전임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선방쇼를 선보이며 새로운 스타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 2010년 11월 7일 쏘나타 K리그 2010 30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전에 출전해 제주 유나이티드의 산토스(우측 주황색 상의)의 슛을 막는 윤기원 선수
"윤기원 골키퍼의 발견이 최대의 소득이다. 그동안 골키퍼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앞으로 기대해볼만 하다. 첫 출전이라서 우려했는데 판단력과 공중볼 처리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특히 전반 초반 일대일 상황을 두 차례나 막고 후반전에도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낸 것은 칭찬할만 하다" - 허정무(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와 허정무 감독은 인천의 수호신이자 '이섭신'이라는 칭호까지 붙었던 김이섭 선수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면서 실력이 저하되고 송유걸 선수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골키퍼에 대한 고심이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시즌 최종전에서 윤기원 선수의 예상치 못한 대활약으로 허정무 감독의 고심은 끝이 났고 2011년 김이섭 선수가 은퇴하면서 비게 된 1번을 윤기원 선수가 배정받습니다.
※ 2011 시즌부터 달게 된 1번 유니폼을 입고 프로필 사진을 촬영한 윤기원 선수
1번을 배정받은 윤기원 선수는 2011 시즌 개막전부터 주전 골키퍼를 꿰찼고 은퇴한 김이섭 선수의 공백을 잘 메꾸면서 기량이 나날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5월 4일, 갑작스럽게 그가 실종됐고 실종된 그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만남의 광장 휴게소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윤기원 선수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차량 내부에서 번개탄이 발견됐고 부검 결과 가스 중독사로 사인이 밝혀져 사건은 최종적으로 자살로 결론됐습니다...
특히나 아버지께 전화로 어버이날(5월 8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9라운드 대전 시티즌과의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을 예고했는데 이날이 윤기원 선수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인 것으로 밝혀져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 2011년 5월 8일 그가 선발 출전을 예고했었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9라운드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2011년 5월 11일 러시앤캐시컵 2011 A조 5라운드 성남 일화 천마(현 성남 FC)와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 걸린 현수막. 이 현수막은 매년 윤기원 선수의 기일을 전후로 열리는 경기에 걸고 있고 지난 5월 3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FC 서울 간의 경기에서도 볼 수 있었다.
※ 2012년 5월 5일 SGL 아레나에서 열린 푸스발 분데스리가 2011-12 34라운드 FC 아우크스부르크와 함부르크 SV의 경기에서 속옷 상단에 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문구를 보이고 있다. 경기 후 이 문구는 인터뷰에서 윤기원 선수의 1주기와 전 주에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팀 선수들을 추모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아직도 그의 죽음에는 여러 가지 의문이 있고 유가족 측에서도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제시하면서 많은 뒷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찌됐던 유망했던 한 선수의 죽음은 안타까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가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경기 수는 불과 8경기밖에 안되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미추홀 보이즈(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 아니 K리그 팬들의 가슴 속에 새겨질 것입니다.
끝으로, 2011년 5월 10일에 방송된 KBS 2TV "비바! K리그" 윤기원 선수 추모 영상을 함께 올리면서 마치겠습니다. 윤기원 선수가 하늘에서 편히 쉬고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