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2일 금요일
산 미겔 데 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과나후아또(Guanajuato)
어젯밤과 오늘 아침 내린 비로 출발이 늦쳐지다. 근 몇 달만에 보는 비는 오늘 아침 기온을 뚝 떨어뜨렸다. 입김을 불면 하얀 김이 나올 초겨울 날씨다. 버스 출발 시간까지 1시간이나 남아 상쾌한 맘으로 비 내린 거리를 걷기로 하다. 그로부터 40분. 역시 생각을 잘못했다. 도저히 걸을 거리가 아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그 아르헨티나 닭살 커플이 '올라'하고 인사한다. 숙소에 떨쳐놓은줄 알고 좋아 했는데 지금 버스 앞좌석에서 닭살 커플의 지존을 보여주듯 애정을 과시하고 난 닭이 되어간다.
1시간 반을 달린 버스는 과나후아또에 도착하다. 터미널에서 시내 버스를 타고 시 중심가로 들어가다. 가는 길에 다른 도시에선 볼 수 없는 터널이 많이 보인다. 안은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동굴 같은 그런 터널이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터널도 있고 터널 안에서 갈림길로 갈라지기도 한다. 시내로 들어오니 더욱 개미굴 같은 지하도와 길도 구불구불하여 처음엔 길 찾기가 힘들 수 있으나 도시가 작어 계속 한길로만 나가면 길 찾는게 그리 어렵진 않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이 도시의 매력으로 느껴진다.
여행 동안 계속 숙소운이 따른다. 오늘부터 숙박업에 발을 내딛은 가정집을 개조한 곳이다. 하루에 130뻬소로 비싸나 재빨리 생각해보니 아침 제공되니 아침을 25뻬소로 잡고 세탁 무료니 매일 10뻬소로 잡으면 다른 곳과 가격이 똑같다. 하지만 오늘 개장하여 깨끗하고 뜨거운 물 24시간 나오고 부엌 이용 가능하고 침대도 일층 침대에 옷장까지 있으니 이만한 곳도 없다 싶어 지불한다.
숙소를 나오니 시간은 10시 30분. 아침 일찍 출발했던 것이 많은 시간적 여유를 가져다 주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도시를 걷는다.
처음으로 나를 맞이하는건 붉은 퍼사드와 쌍둥이 종탑, 붉은 지붕의 돔, 그리고 중앙에 시계가 있는 산 프란씨스꼬 성당(Iglesia de San Francisco)이다. 앞의 오래되어 보이는 조그만한 악마상 분수와 광산 도시임을 보여주듯 탄광 기차 화분이 있다.
성당을 지나 돈끼호떼 박물관(Museo Iconografico del Quijote)에 도착하다. 우리에게도 알려진 돈끼호떼(Don Quijote)는 이름이 '끼호떼', 돈(Don)은 '~씨'와 같은 호칭이다. 박물관에는 달리, 피카소등 유명 화가의 돈끼호떼와 산초 빤사의 회화 및 조각등이 전시되고 있어 책을 읽었던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든다.
다시 조금 걸으니 비가 오기 시작해 재빨리 근처 카페떼리아로 들어가다. 초코라테를 마시며 비 내리는 거리를 본다. 여기 중남미의 비 오는 풍경. 갑자기 비가 내리고 내리기 시작하면 무섭게 내리고 1시간내로 그친다. 사람들은 우산이 없어도 결코 뛰지 않으며 비 오고 1시간 후면 땅이 대체로 마른다. 역시 40분을 기다리니 비가 그쳐 다시 길을 걷는다.
1873-1903년에 건립된 신고전양식의 후아레쓰 극장(Teatro Juarez)은 도리스식 기둥, 프랑스풍 로비, 무어 양식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극장을 나와 극장 앞의 빨간색과 흰색의 타일이 깔린 멋진 공원(Jardin Union)은 화,목,주일에 공원 중앙의 음악당에서 시립밴드가 연주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공원에는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산 디에고 성당(Templo de San Diego)가 있다.
계속 나아가면 길거리 콘서트장 같은 천사들의 광장(Plaza de Los Angeles)을 지나 발길이 멈춘 곳은 키스의 골목(Callejon del Beso)이다. 폭이 사람 한사람 겨우 지날 68Cm에 불과한 이 곳은 서로 마주보는 발코니에서 키스를 하려다 체포되어 죽은 전설이 있다고 한다. 사실여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입이 닿을 정도로 두 집의 발코니가 떨어져 있다.
키스의 골목을 나오니 멀리서 탑이 보인다. 탑하고 돔이 보이면 무작정 따라가본다. 도착하니 20세기 지어진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이달고 시장(Mercado de Hidalgo)이다. 시장 앞의 공사중인 벨렌 성당(Iglesia Belen)을 끝으로 오늘 하루 비가 종종 내리는 관계로 일정을 변경해서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은 시외곽을 돌 계획을 세워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