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음반이 조성모음반 보다 많이 팔릴수밖에 없는 이유
컴백 무대를 통해 귀국신고를 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태지는 전례없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명의 연예인에게 쏟아진 관심으로는 유사이래 최고기록을 날마다 갱신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찬사가 되었든 비난이 되었든 매일같이 신문 과 방송을 통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
얼핏 보기에 누가 이야기 했듯이 문화대통령이라고도 불리울만한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가 가진 절대권력이라는 것을 로마제국의 3대 칼리굴라 이후 제 정시대의 로마황제의 권력처럼 절대적이면서도 취약한 것이라고 보고 싶다. 세계의 중심 로마제국의 황제는 종신집권이 보장되어 있었고 천상천아 유아독존의 절대권력을 가졌지만 한편에서는 그것은 매우 취약한 권력이었다. 심한 경우 1세기말 30년 동안 7명의 황제가 바뀐 적도 있었으니...
평균 재위기간이 3~4년 밖에 안되는 이 시기의 단명한 황제들은 대개 살해되었다. 이게 무슨 이율배반인가? 절대권력의 천하의 로마황제들이 줄줄이 살해되어 취임식 하기 바빴다는 것이... (그 스토리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잘 나와 있다.)
왜 서태지의 권력이 취약한가?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촘촘한 그물망 같 은 네트워크에서 그는 동떨어져 있는 외딴 섬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 기엔 지존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를 떠받쳐 줄 네트워크는 (순수한 마음 의 자원봉사자들은 있을지 몰라도)전무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이유 로 그가 치명상을 입어서 추락하더라도 그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사 람은 거의 없다. 그가 맛이 가면 앞길이 불투명해지는 매니저도 기획사 도 없고 손해를 보게 될 음반사도 자기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그가 떠서 손해를 보게되는 쪽은 이거 한둘이 아니다. 또 그 들은 결코 만만한 세력들이 아니다. 기획사-음반회사-방송국 PD등 담당 자-언론사의 연예담당기자-평론가 등의 관련자간의 관계가 하루 이틀에 이루어진 것일까? 당신이 만약 기획사 사장이라면 이런 관련 업자들(?)에게 그냥 음반 나오면 CD나 소포로 보내고 전화나 해서
"기사 잘 써주세요. 평론 잘 써주세요." 그럴건가 ? 우리나라에서 사업 을 그렇게 하면 망한다. 맞다. 당연히 찾아 다녀야 하는거다. 명절때 인사치레는 기본일 것이고 밥사주고 술사주고 또 거절하지 않는다면 돈도 찔러주고 해야 하는 거다. (거절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평론가들이라는 사람들도 서태지는 열라 씹으면서도 "누구 누구 같은 허접 가수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하며 어물쩡 넘어가는 것도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서태지를 마구 깎아내리다가도 비난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띄워주는 것도 기회주의적이라고 보이긴 마찬가지다. 그래봤자 서태지한테서는 CD 한장도 안나오니까 밑지는 장사긴 하지만...
며칠전 조성모측에서 MBC에서 서태지에 대한 특별대우를 한다고 보이코 트한다는 보도를 보고 직감적으로 '아, 이거 걔들이 뭔가 잘 안되어 가 는 모양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조성모(개인 보다는 기획사라고 생 각해라)는 아다시피 발라드 가수다. '댄스는 짧고 발라드는 길다'고 발 라드의 꾸준한 음반판매 경향과 소비층의 다양성이란 면에서 적어도 최
근까지는 그들은 여유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물 며 서태지가 가지고 온 것은 "하드코어"아닌가? 그건 댄스보다 더 안팔 릴 레파토리 아닌가? 처음부터 음반 판매량이야기를 줄곳 해온 것만 봐 도 그쪽은 자신이 있었다고 확신한다.
상식적으로 봐도 그 흔한 까페 같은데도 조성모판 한장씩은 사다 놓을 거 아닌가? 반면에 거기에 서태지꺼 사다 놓겠나? '레고' 정도는 틀 수 있겠지만 너무 짧잖아? 기존의 상식으로는 서태지 80만 조성모 200만 정도 나오면 무난한거다. 조선일보 기자도 그랬지 않은가. 더구나 우리 나라 음반업계는 정확한 집계가 잘 안되는 곳이기 때문에 바람잡이 전
술을 즐겨 쓴다. "200만장 눈앞에!"라고 떠들어 대도 나중에 책임질 일 도 없거니와 그렇게 떠들어대면 순진한 백성들은 '뭔가 있나?'하고 한 장이라도 더 사기 마련이다. 한참 나중에 실제 판매량은 세금낼때만 슬 그머니 들이밀면 된다. 누가 왜 그랬냐고 따지면 "아니면 말고" 하면 되고.
여담이지만 오늘 MBC의 음악캠프를 보니 MBC도 조성모에 대해 강경책을 쓰기는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1위 후보로 당당히 올렸고 실제로 1위 가 되었다. 그의 그 돈 많이든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면서...
본론으로 가보자. 나는 어째서 서태지의 음반이 조성모보다 많이 팔릴 수 밖에 없다고 보는가? 이런 내기가 있었다면 얼마전까지만해도 난 서 태지의 팬이면서도 아마 서태지에게 안걸었을거다. 아무리 서태지라고 해도 "하드코어"를 가지고 발라드의 황제보다 음반을 더 많이 팔아제껴 ? 이거 미션 임파서블이다. 그런데 이제는 걸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건 대단한 사건 이 아닐 수 없다. 연예담당 기자들은 아마 까무러칠거다. 결과는 기다 려보기로 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주겠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음반 자체의 퀄리티가 비교가 안된다. 다 람쥐 쳇바퀴 돌듯이 비슷비슷한 음악 가지고 나와서 한바탕 울궈먹고 또 다음판 가져오고 하는 요즘 가수들의 음반과 쨉이 안되는 걸작을 서 태지가 가지고 나타난 것이 첫번째 원인이다. 그의 음악적 재능이야 이 미 알려진 것이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혀를 내두른 연주나 사운드, 업그
레이드된 보컬, 엔지니어가 "졌다!"고 한 믹싱 수준 등 세계수준의 음 반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조성모측에서는 장르에서 이미 이긴 게임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라고 본다. 매너리즘에 빠 진 스스로들을 보지 못하고... 뮤직비디오에만 신경 쓰더니만... 서태 지는 뮤직비디오 와서 몇일만에 만들었잖아? 돈도 별로 안들인것 같더
만...
두번째로 서태지의 음반판매를(과거에는 처음 10일 정도가 전부였다며 ?) 지금까지도 가속화시키고 있는 '새로운 참여자'들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서태지의 팬들은 대부분 20대 정도라고 생각한 그것이 큰 오산 이었다는 거다. 확인하고 싶으면 서태지 팬클럽에 가보라. 그가 컴백 발표를 하기 전에는 새로 가입한 회원들의 인사글이 한달치를 모아봐야 한페이지도 채 안되는 정도였다. 요즘은 어떠냐고 ? 2~3일에 한페이지 씩 숨가쁘게 넘어간다. 당분간 그 추세는 계속될 것 같고... 그들 대부 분은 10대들이다. 이런 가변적인 변수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라 고 본다. 발라드와는 달리 "하드코어"같은 음악은 흡인력이 강하다. 록 의 강렬함을 그대로 가진채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랩이 뛰어놀고 적절
한 곳에 강한 보컬이 들어가는 식의 이런 매력이 있길래 미국에서도 난 리를 친 것 아니겠나. 무관심하고 안들으면 쳐다도 안볼수 있지만 일단 관심을 가지고 듣기 시작하면 빨려들듯이 매니어가 되기 쉬운 파괴력 만땅의 음악인 것이다.
세번째로 들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지적 호기심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끝장을 보는 성미는 알아줘야 한다. 불교라 든지 성리학이라든지 해외에서 들어온 것도 나중에는 우리나라가 원조 라고 할만큼 번창하지 않았나? 북한만 봐도 사실상 마지막 공산주의 국가 아닌가? 대단한 민족이다. 서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무지
하게 노력하는 넘인 것 같고 음악적 깊이가 대단하고 천재라는 사람들 도 있고 외국에서도 알아줄만한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하다 보니 지적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다. '난 별로 락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서태지 음악에 그런 수준 높은 깊이가 담겨져 있단 말인가?' 하고 들어 보는 사람, 그들중 진짜로 이런 음악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부지기수 일거란 거다. 요즘 서태지의 과거 발매 음반이 많이 나가고 콘이나 림 프비즈킷, RATM 등의 음반이 엄청 나간다는 이야기가 이런 호기심과 무 관하지 않다고 본다. 오리지날 서태지팬들이 과거 발표한 음반도 안가 지고 있겠나? 또 장르 비슷하다고 외국 음반 사서 듣는 사람이 많겠나?
그밖에 비쥬얼한 측면이라든가 기존의 네트워크에 대한 도전정신이 맘 에 들어서든가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의 세가 지 요인이라고 본다.
지금도 어떤 언론은 "서태지 한 80만장 나갔고 조성모 200만장 돌파하 지 직전이고.." 타령을 하고 있지만 내 느낌에는 모레코드사 직원이 이 야기했다는 수량이 거의 맞을 것 같다. 서태지 150만 정도(이건 서태지 나 양군측에서도 130만 정도라고 그랬으니 대충 그 언저리일거다.) 조 성모 120만 정도. (서태지랑 비슷하거나 좀 적은 수준일 듯) 그 반증이
각 인터넷 음반 판매 사이트의 자체 집계다. 아무리 네트워크의 힘이 막강해도 여러 인터넷 업체에게 순위를 조작해달라고 하긴 좀 그렇겠지 ? 여기저기 들러보면 대부분 서태지가 1위에 랭크되어 있다. 며칠전 조 성모측의 '반란'에는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서태지의 음 반 판매량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기현상을 보면서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나는 앞으로 이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겠나 하 는 느낌이 든다.
음악을 한다는 사람들은 결국 음악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서태지의 음반판매의 이변을 통하여 새삼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