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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는 문화도시
도시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유휴 공간이 있다. 그중에서도 고가하부 공간, 지하철역 공간, 수변 공간 등은 사유지가 아닌 공공 공간으로서 문화향유 공간으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지닌 공간이다. 기존의 통념으로 생각해보자. 누군가 공공 공간에서 어떤 활동을 한다고 하면, 우리는 관할 구청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을 먼저 해줄 것이다. 왜냐하면 공공 공간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여러 형태의 사고 우려 때문에 시민들에게는 금지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도심 내 다양한 공공 공간을 시민들과 함께 운영하고 함께 만끽하며 공유해야 한다. 그것이 모든 도시들이 문화도시가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공유’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데, 도심 내 유휴 공간 역시 ‘공유’의 개념으로 새롭게 재정의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공공 공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본 글에서는 간략하게 3가지 예를 들어 개진해 보고자 한다.
먼저 첫 번째는 기존 대형 조형물의 형태를 띤 영구적 공공미술이 지역과 결합하는 비영구적 다양한 형태의 예술 활동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로는 빛의 부족과 소음의 문제가 있는 고가하부 공간을 예술가와 지역 주민이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이동의 목적을 위하여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지하철역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지역 예술가들이 활발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유 공간으로서의 예이다. 특히 예술을 공유하는 공간에서는 다수의 시민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하며, 더 나아가 시민들도 예술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하여 많은 활동이 위축되었고 예술 활동은 그 위축의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 예술 활동을 포함하여 많은 활동의 대안이 되고 있으며, 최소한의 오프라인 연대 구축과 활발한 온라인 활동의 연계가 심화 단계로 돌입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기존 유휴 공간이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제안이 될 수 없을 것이며,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하여 유명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일도 앞으로는 다른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더더욱 유휴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으며, 이러한 변화가 또한 새 시대의 공공예술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시민향유와 체험 그리고 예술 활동으로 변화하는 공공예술
먼저 공공예술의 추이를 간략히 언급하고 싶다. 공공미술이라 불리는 거대한 작품들이 도시의 환경을 개선하고 경관을 아름답게 한다는 것에 충분히 동의한다. 하지만 거대하고 영구적이라 믿었던 공공미술은 변화하고 있다. 일시적이지만 TPO(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 개념에 맞는 예술작품을 구현하는 것이 새롭게 생성 중인 공공예술의 개념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 많은 예술가와 기획자는 도시의 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작품으로 구현한다. 그래서 작품의 감상을 통해 심미성을 느끼는 공공미술의 형태보다도 최근엔 도시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로 다양한 유휴 공간 내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경향이 짙다. TPO를 결합하고 능동적으로 시공간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변화를 통해 새로운 형식을 이끄는 공공예술은 지역의 문제들을 고민하고 예술을 매개로 해결해보려는 의지를 실천하고, 일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예술 프로젝트를 지향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로 인하여 예전과는 다른 방법의 예술향유 매커니즘이 탄생하고 도시공간은 변화하는 중이다.
지역과 공공예술의 관계
예술은 당연히 창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예술가의 창작 외에도 시민이 향유자임과 동시에 주체가 되어 일상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 최근 공공예술의 화두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가 지역이다. 앞서 언급했듯, 코로나로 인하여 지역의 개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은 우리가 거주하거나 활동하고 있는 곳이고, 최근 그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그것을 예술 활동으로 풀고자 하는 활동들이 두드러진다. 이를 통해 지역 간의 소통과 그 안에서 공동체가 발아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도래할 공공예술의 형태는 지역 내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예술 활동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면 어느 동네에서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갈등이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 소소하게 느껴지는 갈등들이 잘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공공예술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예술 작품이 이러한 갈등을 드러내거나 해결하려는 의지를 담아내면서 주목한 공간은 소위 도시의 ‘틈’이라고 불리는 물리적이면서 의미적인 체제 바깥의 공간이다. 우리가 쉽게 마주하는 도심 내의 옥상, 골목, 고가하부, 지하 공간, 지하철역, 수변 공간 등의 유휴 공간은 공공 공간이면서도 일상 공간이기에 추상화 혹은 도구화되지 않은 공간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런 공간들을 어떻게 다양한 주체들이 예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구체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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