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사랑으로 보낸 택배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 밀어
밝혀 주리라♪
우리 시대의 포크 듀오 해바라기가 부른 노래 ‘사랑으로’ 그 노랫말 전문이다.
외로움에 지쳤던 젊은 시절의 내 가슴을 따뜻하게 물들여줬던 노래로, 숱하게 듣고 또 불렀었다.
내 그러면서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요 며칠 사이에 내 마음을 급하게 했던 일이 하나 있었다.
농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늘 밀려 있는 것이 농사여서, 농사는 시간 나는 대로 그리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 때문에, 비록 힘들긴 해도 급할 일은 없다.
그런데 그 농사 때문에 다른 일 하나가 급해진 것이다.
큰며느리 지영이 작은며느리 은영이 해서, 두 며느리에게 택배를 보낼 일이 그랬다.
내 초등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인천 그 큰 도시에서 살다가 일찌감치 귀향해서 아내와 같이 ‘만촌’(晩村)이라는 이름으로 농원을 일구어가고 있는 안휘덕 친구가 선물해준 감자가 바로 그 택배 보낼 물건이었다.
“씨알이 크지 않아서 상품으로는 내놓을 수 없지만, 그래도 맛은 있더라고. 손녀 손자 사랑이 각별하니 두 며느리들에게 나눠주시게.”
그렇게 조건을 붙여 선물해준 감자 상자였다.
그러니 두 며느리에게 안 보낼 수도 없었다.
그런데 오랜 가뭄으로 일손이 바빠진 농사에 발목이 잡히다 보니, 선물 받은 그 감자를 창고에 그냥 쌓아놓고 있어야 했다.
게다가 아내가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나들이를 가는 바람에, 사흘 날짜가 헛것으로 그냥 날아가고 말았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태평한 아내를 채근할 수도 없었다.
자칫 이런 책망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정 급하면, 당신이 알아서 보내시구려!’
그런 책망을 받게 되면,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서 택배를 보내거나, 아니면 감자 상자를 차에 싣고 서울로 내달려야 할 판이었다.
택배는 보내본 적이 없어서 서툴러 나설 생각을 안 했고, 두 며느리에게 감자 나눠주려고 당장에 먼 길을 차를 몰아 서울로 달려갈 수도 없었다.
마음만 급해지고 있었다.
날씨는 뜨거운데 혹시나 감자가 싹이 나지 않을까, 내 걱정이 그만 태산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중학교 동기동창인 고재오 친구와 해발 1,017m의 조령산을 오르기로 날을 잡기도 했었다.
그러면 그 하루가 또 그냥 넘어가겠다 싶었다.
생각을 바꿨다.
아내에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내가 나서야겠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내 생전 처음으로 택배를 부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2024년 6월 26일 수요일인 바로 어제 오전 10시쯤에, 읍내 로젠택배를 찾아 큰며느리 지영이와 작은며느리 은영이를 수신으로 해서, 감자 두 상자를 택배로 보냈다.
서툴렀지만, 어찌어찌 해결이 됐다.
받아서 기뻐할 두 며느리의 얼굴이 그려지고 있었다.
사랑으로 보낸 택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