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리, <무게를 덜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당도한 고향 집
울안 가득 풀벌레 울음이 반긴다
밥상을 물리고 자리에 눕자
더듬더듬 떠오르는 유년의 기억
꿈을 찾아 들판을 누비던 친구들
동생에게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 먹이던
옆집 순이는 잘 살고 있을까
쫀득한 허벅지 살을 받아먹던
아이 모습이 아른거리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무엇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비틀비틀 일어나 달빛을 좇아간 뒤란
부러진 가지가 함석지붕을 덮쳐
주먹만 한 감들이 나뒹군다
상처를 보듬어 무게를 덜어내는 나무
나도 모처럼 짐을 내려놓은 나무가 되어
팔순을 넘긴 노모 품으로 기어든다
쭈글쭈글한 젖가슴이 콧등을 때린다
울음을 비워내 고요한 뜰
벌판을 휘젓고 돌아온 건들바람
처마 아래서 주섬주섬 고단한 여정을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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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리, <무게를 덜다>
신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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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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