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언영 기자가 추천하는 북촌길-중경삼림-무사
걷고 또 걸어도 언제나 좋은, 북촌길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인 서울의 북촌은 아기자기한 걷기 코스가 많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길이기도 하고, 잘 알려진 길이기도 해서다. 개인적인 습관이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곳이 다르지만 기자가 좋아하는 코스는 현대 계동 사옥에서 출발해 중앙고 골목까지 가는 길이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번잡한 곳이 아니라, 도심과 적당히 믹스된 곳이면서 한가로운 여유도 느낄 수 있어서 매력을 느끼게 됐고, 시간만 나면 즐겨 찾는 곳이 됐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서 현대 계동 사옥 골목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오른쪽에는 현대 사옥이 있고 왼쪽으로는 한옥 형태가 고스란히 남은 낮은 건물에 아기자기한 숍이 쭉 이어진다. 현대식 인테리어들을 하고 있지만 기와지붕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각 상점을 천천히 구경하는 재미를 맛보려면 당연히 좌측통행을 해야 한다.
이 길 초입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보라색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미쓰김라일락’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꽃집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한 꽃이 많아서 인근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이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꽃과 나무를 촬영하는 사람들을 보면 본격적인 북촌길 산책길이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꽃구경을 하고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수제 모찌 집이 나온다. 직장인들이 줄을 서 있기에 호기심이 생겨서 들러봤는데, 한입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의 모찌가 하나씩 포장되어 있어서 산책길의 필수 간식이 됐다. 올리브TV <테이스티로드>에 소개된 적도 있으니 맛은 보장된 집이다. 오리지널 모찌도 맛있고 곶감·천혜향 등 과일 모찌도 별미다.
영화 콘셉트의 고깃집 ‘중경삼림’, 가수 요조의 서점 ‘무사’
모찌를 먹으면서 천천히 걸어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방향은 직진이다. 여기서부터는 골목이 더 좁아져서 더 천천히 걸어도 된다. 볼거리도 본격적으로 많아진다. 주로 카페와 식당이 많지만 점점 오래된 떡 방앗간, 액세서리 가게, 떡볶이집 등 향수를 자극하는 공간들이 이어진다.
이 길의 매력은, 새로 생기는 공간도 북촌의 느낌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생긴 ‘중경삼림’이라는 고깃집은 동명의 영화 콘셉트를 가져와 세련된 이미지로 골목의 풍경을 새롭게 만들었다.
길 끝에 있는 중앙고등학교 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가수 요조가 최근 새롭게 낸 동네 서점 ‘무사’가 있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요조가 본인이 좋아하는 취향의 책만 골라둔 곳인데, 이곳에서 그녀가 추천하는 책을 한 권 구입해서 읽는 것도 색다른 북촌길 산책의 묘미일 것이다.
미쓰김라일락
현대사옥 초입에 있는 감각 있는 꽃집. 색감과 안목, 작품 스타일이 좋기로 잘 알려진 플로리스트 김지연이 운영하는 곳이다. 보라색 전면 인테리어 센스에서 볼 수 있듯, 그녀가 만드는 작품들은 색감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것이 특징. 가격까지 합리적이어서 깐깐한 여성 단골이 많은 편이다. 가볍게 선물할 수 있는 핸드 타이드 꽃다발이 가장 인기가 많고 각종 바구니와 화분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문의 02-747-4883, www.misskimlilac.com
위치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5
물나무 사진관
북촌 산책길에서 만나는 긴 무채색 건물. 아날로그 감성의 한국적 문화를 모색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사진관을 중심으로 옆에는 전시공간인 마당이 있고, 차를 마실 수 있는 다방이 이어진다.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골목과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원래 양은냄비공장이 있던 자리다. 신문과 패션잡지, 광고사진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던 포토그래퍼 김현식이 대표로 흑백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문의 02-798-2231, www.mulnamoo.com
위치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4-3
무사
가수 요조가 직접 운영하는 서점.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인 그녀가 좋아하는 책과 음악을 느껴볼 수 있는 예쁜 공간이다. 북촌 주민이기도 한 그녀는, 스케줄이 없는 날은 거의 매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진미용실’이라는 기존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으니 미용실이라고 지나치면 안 된다.
문의 02-762-4613
위치 서울시 종로구 계동 2-127
박지현 기자가 추천하는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방천시장-봉리단길-대로수길
가을을 떠올리는 그곳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가을’이라는 놈이 목소리가 있다면 아마 김광석 같지 않을까 싶다. 계절은 촉각, 시각, 후각 그리고 미각으로 느낄 수 있다. 아쉽게도 들을 수는 없다. 그래서 가을에 김광석 노래를 들으면? 오감으로 가을을 느끼는 거다.
대구 대봉동에 가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있다. 지난 10월 11일 오후 7시. 가을의 한가운데 저녁시간.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간간이 커플들이 보였고 학생, 주부층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걸었다. 혼자 와서 천천히 걷는 이도 있었다.
이 길은 지난 2010년 가을(11월 20일) 처음 선보였다. 2008년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정돼 새로 조성한 길이다. ‘그리기’는 김광석을 ‘그리워하다’는 의미와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 대중음악인의 이름을 딴 거리는 전국을 통틀어 최초다.
처음엔 90m 길이에 불과했다. 지금도 그리 길진 않다. 300m 남짓 된다. 동성로 도심에서 명덕로 대백프라자 방향으로 난 골목길이다. 골목 곳곳에 실제로 김광석 얼굴이 그려져 있다. 사람들은 그림을 보며 그를 그린다.
어디 그림을 보면서만 그리느냐, 아니다. 들으면서도 그린다. 보통 이런 글엔 ‘김광석의 노래가 들리는 듯했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 진짜로 노래가 흘러나오니까. 가로등 밑에서 새어나오는 그의 목소리가 애잔했다.
미술·음악·공연·전시… 창작자의 거리
이곳은 창작자의 거리이기도 하다. 처음엔 ‘미술’ 위주였다. 길이 생기던 무렵인 2009년 11개 팀의 작가들이 뭉쳤다. 골목의 벽마다 김광석을 그렸고, 그의 동상을 세웠다. 벽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포장마차에서 국수 말아주는 김광석,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김광석, 환하게 웃는 김광석, 노래하는 김광석, 여러 가지 모습이다. 길 어귀에는 그의 조형물이 있다. 2집 타이틀곡 ‘사랑했지만’의 후렴구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손영복 작가의 설치작품이다.
이후엔 ‘음악’이 거리의 빈곳을 메웠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서 그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스피커 사이엔 적당한 간격이 있다. 소리가 겹치지 않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는 때때로 젊은이들의 버스킹 공연도 펼쳐진다. 아쉽게도 그날은 공연이 없었다. 날짜를 잘 맞추면 김광석과 똑 닮은 목소리의 한 무명가수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길 중간에 마련된 소규모의 야외공연장에서는 깜짝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대구시 중구청 관계자는 “창작을 통해 태어난 거리인 만큼 계속해서 다양한 창작자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면서 “이 거리에서 김광석보다 훨씬 더 뛰어난 예술가가 만들어지고, 이 거리를 통해 수많은 예술가가 알려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물론 공연과 전시만이 즐거움은 아니다. 곳곳에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아폴로·쫀드기 등 추억의 음식을 파는 노점도 있다. 자그마한 액세서리를 파는 곳도 있다. 젊은 커플들을 위해 ‘OO 하트 OO’라고 써서 자물쇠를 걸어주는 곳도 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주말 평균 5천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이유다.
잊을 뻔했다. 이 길이 왜 김광석길이냐면, 인근에서 그가 태어나서다. 3남 2녀 중 막내. 대구 중구 대봉동이 그의 생가다. 그의 아버지는 이 길과 맞닿아 있는 방천시장에서 전파사를 했었다. 대구와의 인연이 그리 깊지는 않다. 다섯 살 때까지만 머물렀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현재는 종로구 관할)으로 이사 갔다. 길이 조성된 골목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던 곳으로 전해진다.
방천시장
일본과 만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1945년 해방 직후 포항 죽도시장, 부산 자갈치시장과 함께 생성된 곳이다. 당시 방천시장은 남도 자락에서 온 곡물들을 판매했는데, 그 규모가 매우 컸다고 전해진다. 이후 상인이 많이 떠나면서 찾는 사람도 줄었다. 그러다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즈음 김광석길과 함께 서서히 부흥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활기찬 전통시장’ 느낌은 아니지만 어둡던 벽이 예쁜 색으로 덧칠됐고,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시장에 터를 잡았다.
봉리단길·대로수길 등 골목투어
김광석길은 물론이고,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딴 ‘봉리단길(봉덕동에 있는 길)’, 그리고 압구정동 가로수길에서 이름을 딴 ‘대로수길(대구에 있는 가로수길)’ 등이 요즘 대구에서 뜨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삼덕동문화거리~김광석길(방천시장)~봉산문화거리~대구향교~건들바위로 이어지는 코스다. 총 4.95㎞로 3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추천. 취향에 따라 5코스나 2코스 등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문의 대구시 문화관광과 053-661-2194
김가영 기자가 추천하는 낙산공원-연남동 숲길-단골(DANGOL)-바라티에(BARATIE)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낙산공원’
인사동에 이어 서울의 두 번째 ‘문화지구’로 지정된 지역, 대학로. 흔히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는 매주 주말이면 각종 행사 및 공연으로 북적거린다. 한때 서울대 캠퍼스가 있던 자리에는 아르코미술관과 예술극장이 들어섰고, 주변에는 동숭아트센터와 매주 하우스콘서트가 열리는 예술가의 집 등이 생겨 그야말로 문화를 즐기려는 이들은 망설일 필요 없이 이곳 동숭동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이곳에는 기자가 가끔 즐겨 찾는 조용한 산책로인 낙산공원이 위치해 있다. 대개 대학로에 오면 공연 보고 밥만 먹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주변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낙산공원을 힐링 스폿 중 한 곳으로 손꼽는다.
마로니에공원을 가로질러 뒤쪽으로 들어가면 ‘낙산공원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어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이 등장하는데, 이 길로 약 5~10분 걸어 올라가면 낙산공원 입구에 다다른다. 여기까지만 올라와도 충분이 지대가 높아 서울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주변에는 풍광 좋은 테라스석을 가진 카페가 몇몇 있다. 기자는 이 중에서도 밤이 되면 분위기 있는 재즈를 틀어주는 ‘재즈스토리 2호점’을 즐겨 찾는다. 마로니에공원 근처에 위치한 라이브카페 콘셉트의 ‘재즈스토리 1호점’보다 훨씬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의 추천 메뉴는 낮에는 아이스다방커피, 밤에는 마른안주를 곁들인 맥주 또는 위스키 한 잔이다.
잠시 목을 축인 뒤 낙산공원으로 올랐다. 참고로 낙산은 북악산·남산·인왕산과 함께 수도 서울을 구성하는 내사산(內四山) 중 하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은 광장에는 개를 끌고 산책을 나오거나 배드민턴을 즐기는 동네 주민들이 눈에 띈다. 광장 좌우로 완만한 오르막길이 보이는데, 어떤 길로든 올라가면 금세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성곽길이 이어지고, 성곽 너머로는 성북구 시내가, 반대쪽으로는 종로타워 등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밤에는 공원 여기저기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커플들을 볼 수 있다. 굳이 비싼 돈 내고 루프탑 바에 가지 않아도 공짜로 서울 시내 야경을 즐기며 맥주 한 잔 즐길 수 있는 나만의 핫 플레이스다.
연남동 숲길에서 홀짝홀짝 술 마시기 ‘단골(DANGOL)’ vs ‘바라티에(BARATIE)’
낙산공원에서 한낮의 산책을 즐기고 해가 질 무렵, 서울 연남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홍대입구 3번 출구 인근의 연남동은 홍대 앞 상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특히 몇 달 전, 폐선된 경의선 철길을 개조한 ‘연남동 숲길’이 생겨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여름에는 이 숲길에 돗자리를 깔고 와인이나 맥주를 즐기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자가 자주 들르는 연남동의 맛집은 두 군데다. 하나는 3번 출구로 나와 5분만 걸으면 도착하는 술집, ‘단골(DANGOL)’. 퓨전 태국 요리가 전문인데 낮에는 나시고랭 등 식사 메뉴를, 밤에는 술집으로 운영된다. ‘순한 술국’, ‘양꿍’ 등 소주와 어울리는 국물 메뉴는 물론 ‘닭다리살 캐슈넛 볶음’, ‘돼지고기 숙주볶음’ 같은 생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도 있다. 특히 재료 자체가 신선하고 오픈 키친 형태의 주방에서 그때그때 만들어주는 요리 맛이 좋다. 테라스석이 있어 날씨 좋을 땐 밤공기를 마시며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다.
적당히 배를 채운 뒤 2차를 위해 찾은 곳은 근처의 심야식당 ‘바라티에’. ‘단골’이 밥되는 안주를 파는 술집이라면, 바라티에는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미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럴싸한 간판도 없이 테이블 3개가 겨우 들어가는 작은 규모의 술집이지만 맛은 기가 막히다. ‘이탈리안 비스트로’를 표방하지만 소주·와인·맥주에 어울리는 갖가지 안주를 내놓는다. 특히 제철 음식을 사용해 시시때때로 바뀌는 메뉴는 재료가 다 떨어져 못 먹는 경우가 많다.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만 문을 여는 만큼 술과 어울리는 안주에 주력하겠다는 심산이다. 누구다 다 아는 체인점 같은 식당이 지겨울 땐 한 번쯤 친구 또는 남편과 함께 바라티에에서 와인 한 잔 즐길 것을 추천한다.
고삼이 생선구이
대학로 연극배우들 사이에서 유명한 생선구이 맛집이다. 이집 고등어구이와 순두부찌개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연극배우들이 많이 찾다 보니 벽면 곳곳엔 공연 전단지가 가득하다. 가격 대비 배부르고 근사한 한 끼 식사로 추천한다.
문의 02-743-4342
주소 서울시 종로구 동숭길 74
단골(DANGOL)
몇 달 전 연남동에 경의선 숲길공원이 생기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때마침 문을 연 퓨전 태국 요리 전문점 ‘단골(DANGOL)’은 위치나 맛 모두 만족시키는, 말 그대로 단골이 되고 싶은 맛집이다. 낮에는 식사메뉴, 밤에는 식사 및 안주 요리가 마련된다.
문의 02-322-8893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21길 31
바라티에(BARATIE)
아는 사람만 아는 작고 분위기 있는 술집을 찾는다면 바라티에를 추천한다. 홍대입구 3번 출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만 영업하는 ‘술집’이다. 게다가 ‘이탈리안 비스트로’를 표방하고 있어 와인·소주·맥주 등에 걸맞은 다양한 이탈리안 안주를 즐길 수 있다
문의 02-322-2352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희로 1길 23
<뚜르드몽드> 이소윤 기자가 추천하는 난지캠핑장-경리단길-미서울(味seoul)-단단
추운 만큼 깊어지는 가을 추억 ‘난지캠핑장’
게으른 오전을 뒤로하고 정오의 가을 햇빛을 맞으러 ‘난지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그 안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난지캠핑장’이 위치해 있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이들이 더 많다. 너무 멀리 떠나지 않고도 이색적인 정취에 취해보고 싶다면 서울 속 캠핑 아지트, 난지캠핑장으로 떠나보자.
캠핑 장비조차 챙기기 귀찮다면 그저 요깃거리만 대충 들고 나들이에 나서도 문제는 없다. 꼭 하룻밤을 머물 것이 아니라면 잠시 텐트를 빌려 쉼터 삼아도 좋다. 혹은 ‘피크닉존’에서 기분을 내도 이미 가을의 정취는 우리 주변에 가득하다. 직접 캠핑을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일단 캠핑 아지트로 발길을 옮겨 그 속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또 그들 중 하나가 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특별해진다.
캠핑을 즐기는 이들은 흔히 말한다. 캠핑은 자고로 쌀쌀한 공기와 가장 어울린다고. 겨울은 혹독하지만 공기가 기분 좋게 차가워지는 봄과 가을만큼은 캠핑의 맛을 음미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반갑게도 난지캠핑장 곁에서 예상치 못한 행운을 발견했다. 이날 마침 난지 한강공원 중앙광장에서 캠핑문화를 두루 즐겨볼 수 있는 캠핑축제가 열리고 있던 것. 캠퍼들의 취향을 반영한 귀여운 상점들과 각종 체험활동, 귀를 간질이는 음악공연 등이 한강 풍경 앞에 펼쳐져 있어 심심할 새가 없었다.
더욱 북적이는 캠퍼들의 열기를 만끽하고자 그 속에 자리를 잡았다. 잔디밭 위에 가져온 돗자리를 깔고, 미리 싸온 샌드위치에 금방 사온 따끈한 떡볶이와 드립 커피를 곁들였다. 바깥에서라면 어떤 음식인들 맛이 없을까? 다음번엔 버너와 음식을 제대로 챙겨와 이 공기를 다시 맡으며 뭐든 지글지글 구워 먹어야지, 다짐했다. 어딘가에서 날아온 모닥불 연기가 차분하게 주위를 에워쌌다. 서서히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한강의 노을 위로 캠핑장 속 사람들이 만들어낸 시간의 온기가 묵직이 스며든다.
경리단길의 맛 대 맛, ‘미서울(味seoul)’과 ‘단단'
급격하게 차가워진 강바람을 피해 사람들의 또 다른 열기로 후끈한 동네를 찾았다.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은 이국적인 장소들의 집합소이던 이태원 번화가 곁에서 한적한 조연의 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하지만 개성 강한 상점들이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변두리에도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존재감과 색깔이 충분히 뚜렷하다. 수많은 국적과 목적을 지닌 장소들이 빽빽이 들어찬 이태원에 비해 경리단길은 좀 더 소소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랄까. 이리저리 헤집으며 나 혼자만 알고 싶은 바와 디저트 카페, 다국적 식당들을 발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저 나름의 분위기를 풍기는 상점들을 구경하며 슬슬 걷기만 해도 좋은 구경 ‘거리’다.
찬 밤바람에 놀란 속을 데워줄 사천요리점을 찾기 전, 상큼한 한식으로 입맛을 깨웠다. 녹사평대로 46길에 자리한 작은 식당 ‘미서울(味seoul)’은 단아하지만 편안한 한식을 맛보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재래김과 다채로운 제철 한상의 조화가 즐거운 ‘미서울 한상’이다. 자연의 질서에 맞춰 매 계절 제철 식재료로 정직하게 요리한 반찬들을 김과 밥에 알맞게 싸먹는다. 매번 쌈을 쌀 때마다 달라지는 맛을 기대하게 만드는 음식이다. 한식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은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가장 먼저 미서울에 데려오리라 생각한다.
이제 알딸딸한 밤을 위한 장소로 발길을 옮긴다. 회나무로 13길에 위치한 사천요리 주점 ‘단단’은 경리단길 좀 걸어봤다는 이들이 발견하기 시작한 숨은 보석이다. 진짜 사천요리와 함께 흥이 달아오르는 밤을 만들고 싶다면 추천한다. 한국에서 제대로 맛보기 힘든 정통 사천요리를 세련된 방식으로 선보이는 곳이지만, 캐주얼한 주점의 콘셉트를 띠고 있어 메뉴는 단출하다. 하지만 어떤 음식을 선택하든 짜릿한 칭따오 생맥주와 환상의 ‘케미’를 이룬다. 단단의 대표메뉴인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의 마라탕을 선택했다. 10여 가지의 한약재와 산초, 고추 등으로 심해와도 같은 깊이의 얼큰함이 펄펄 끓는 붉은 국물, 마라탕. 그 안에 각종 채소와 두부, 양고기, 버섯 등을 넣어 익힌 후 잘 식혀가며 맛보면 된다. 오직 찹쌀만을 사용해 튀기는 새콤달콤한 ‘궈바오러우’는 또 어떤가. 매콤한 훠궈에 상큼한 궈바오러우를 곁들이며 칭따오로 흥에 취한 밤을 보냈다.
미서울(味seoul)
일 년에 네 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선한 제철 음식들로 상차림을 바꾸는 건강한 퓨전 한정식집이다. 한식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문의 070-7757-5880
주소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6길 7
단단
전통 사천요리들과 칭따오 생맥주의 조화를 즐길 수 있는 독보적인 장소. 처음 간 이는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는 매력적인 주점이다. 얼얼한 사천요리로 추운 속을 데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문의 070-8973-8966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 49-3
레코드이슈(Record Issue)
가을이 오면 유독 마음을 끄는 음악들이 늘어난다. 깊이 있는 음악을 감상하고 싶다면 1970~1980년대 팝 LP들을 직접 판매하고 있는 ‘레코드이슈’를 찾아보자. LP가게와 카페를 겸하고 있어 여유롭게 음반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문의 010-6300-6139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13가길 57
손지원 프리랜서가 추천하는 대전 뿌리공원-보문산 산책로-소피아갤러리-솔밭묵집
파워블로거도 모르는 대전의 진짜배기 명소 ‘뿌리공원’
“안녕하세요. 네, 원고는 언제까지 보내주세요….” 늘 그렇듯 사무적인 대화로 보낸 일주일. 어느 직업을 막론하고 기획서든 보고서든 기사든, ‘쓰고 보여주고 고치고’라는 고단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그렇다 보면 주말이 너무 간절해진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필자의 직업 특성상 주말엔 컴퓨터를 던져놓고 무조건 조용하고 사람들이 적고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된다.
걷기 좋은 도시 대전에 사는 필자가 좋아하는 장소의 조건이 있다. 이동거리가 짧을 것, 너무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 않을 것. 파워블로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이 소개하는 곳은 무조건 동선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찾게 된 곳이 사시사철 아름다운 대전 중구에 위치한 ‘뿌리공원’과 ‘보문산 산책로’다. 나란히 위치한 이곳은 강도 보고 산도 즐길 수 있어 투우장 황소처럼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자주 향하게 된다.
‘뿌리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각 성씨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홈페이지에는 “전국 유일의 효 테마공원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성씨별 조형물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곳에서 내 성씨의 유래를 확인해봤다가 ‘굶어 죽은 아이가 있다’, ‘유명한 조상은 없다’라는 부분을 보고 크게 실망한 기억이 있다. 딱히 들어맞는 것 같진 않지만 재미삼아 즐기기엔 좋다.
뿌리공원에는 오리배가 있는데 신기하게도 진짜 오리들이 엄마 오리를 따라가듯이 쫄래쫄래 따라다닌다. 처음에는 오리들이 엄마가 그리운 건가 감성에 젖었다가 몇 번 방문하면서 깨달은 것인데, 이 오리들은 오리배가 선착장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자취를 감춘다. 이 오묘한 오리들의 행보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남편과 함께 2천원짜리 커피를 사들고 텅 빈 공원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유등천과 울창한 숲을 보면서 일주일 동안 용량 초과로 과부하된 머리를 식히며 뿌리공원에서 한낮을 보냈다.
보문산 산책로의 숨은 맛집 ‘소피아갤러리카페’, ‘솔밭묵집’
보물이 묻혀 있다고 해서 ‘보물산’으로 불리다가 보문산이 돼버렸다는 보문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을 오르는 것에 관심이 없다 보니 가볍게 산을 오를 수 있는 이곳의 산책코스를 애용한다.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반겨주고, 잘 정돈된 산책로를 1시간 정도 걷다 보면 맑은 공기에 가슴까지 뻥 뚫린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석양도 보고 미술작품도 보고 싶어 금강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소피아갤러리’를 찾았다. 예술에 일가견이 있는 사장님이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유명한 경력이나 이력을 앞세워 관람객을 모집하는 다른 곳과는 달리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아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갤러리 옆 카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과는 또 다른 낭만을 선사한다. 울창한 숲 속에 수십 년 된 고목으로 지어진 고택이 카페와 갤러리로 쓰이고 있는데 이곳 나름의 중후한 분위기가 자주 발길을 닿게 만든다. 이곳은 선곡도 참 탁월한데, 필자가 방문한 날은 아그네스 발차의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분위기 있는 클래식 선곡은 이곳의 또 한 가지 매력이다.
보문산 산책로에서 내려오는 길. 허름한 인테리어의 한 도토리묵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산을 타진 않았지만 보고 왔으니 도토리묵에 막걸리 한 사발은 먹어야 할 것 같아 주문했다. 이윽고 나온 한상차림. 푸짐한 양에 한 번, 가격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주인 할머니가 친절하진 않았지만 “이리 내. 보리밥 더 줄게”라는 의외의 세심함, 반전 매력으로 남편의 마음을 샀다. 보리밥에 된장찌개까지 싹싹 비벼 먹고 3천원어치치고는 너무나 많은 좁쌀 막걸리에 흥건히 취해버렸다. 어디서 샀는지 모르지만 분명 비싸진 않을 것 같은 벽지, 그리고 흙으로 단단하게 지은 가게의 분위기가 술맛을 돋운다. 일주일 동안 묵혀둔 스트레스가 술술 나오고, 남편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평일에 나누지 못했던 많은 에피소드를 듣고 웃고 위로하게 된다. 대전에 들러 거창한 볼거리 대신 소박한 데이트를 계획 중이라면 오늘의 코스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뿌리공원
뿌리공원에는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이 많다. 울창한 숲 속에서 텐트를 치고 쉬어 갈 수 있게 데크가 마련돼 있고, 간단한 취사가 가능해 야유회를 즐기기에도 좋다.
문의 042-589-2215, 589-2259, 606-6945~7
위치 대전시 중구 뿌리공원로 47 (안영동)
소피아갤러리
울창한 숲 속에 있는 갤러리 겸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인근 금강수목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무료로 진행되는 전시를 즐길 수도 있다. 직접 내려주는 커피 향이 굉장히 고소하다.
문의 044-863-8631
위치 세종시 금남면 도남2길 50-9
도시여행자
대전을 첫 방문한 이라면 꼭 들러야 할 도시여행자 카페. 대전의 아름다운 곳곳을 촬영한 사진, 지하철 노선별로 위치한 맛집과 유명 장소에 대한 정보까지 여행자를 위한 모든 정보를 기록해둔 카페다.
문의 010-9430-2715
위치 대전시 중구 보문로 260번길 17
plus page 가을의 낭만, 스마트폰으로 남기는 법
가을의 정취를 즐기러 나섰다면, 낭만의 현장을 담아줄 사진은 필수다.
굳이 무거운 DSLR을 챙길 필요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인생 샷’을 건져보는 건 어떨까?
사진 셔터스톡
손가락을 살짝 올려놓았다 떼라
고급 사양을 갖춘 스마트폰이 많아졌지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발생하는 한계는 여전히 있다. 첫 번째는 손 떨림이다. <스마트폰, 일상이 예술이 되다>, <쉽게 스마트폰 예술사진 잘 찍는 법>의 김민수 사진작가가 손 떨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팁을 전했다.
“스마트폰 사진 찍기의 가장 기본적인 팁은 흔들리지 않아야 돼요. 손 떨림 보정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 해도 스마트폰 자체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완벽하게 없애기는 힘들죠.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하던 습관대로 스마트폰 화면의 촬영버튼을 꾹 누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최대한 지양해야 합니다. 손가락을 최대한 살짝 화면에 올려놓았다가 호흡을 잠깐 정지하고 떼어주어야 손 떨림 없이 선명하게 찍힙니다.”
찍고자 하는 대상에 초점을 설정하라
보통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자동 초점 기능이 지원된다. 그래서 인물을 향해 카메라를 갖다 대면 자동적으로 네모난 초점마크가 표시된다. 그러나 인물이 아닌 풍경이나 사물에 무심코 갖다 대면 지원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길을 걷다 좋은 풍경이나 예쁜 꽃 등 인물이 아닌 대상을 찍을 때는 초점마크가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는 화면 속 찍고자 하는 대상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주어야 합니다. 그럼 네모 표시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터치 포커스’ 기능이죠. 네모 표시를 확인한 다음 촬영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대상이 또렷하게 부각되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각도로 여러 장 찍어라
피사체를 찍을 때는 여러 장을 찍는 게 좋다. “뭐든 한 장보다는 두세 장 여유롭게 찍는 게 좋겠죠. 이왕이면 각도를 달리해서 찍는 게 좋고요. 무릎을 살짝 굽히거나 스마트폰을 위로 하는 등 각도에 미세한 차이만 줘도 의외의 멋진 컷을 건질 수 있습니다.”
빛이 많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사진이 멋스럽게 찍히는 시간대도 따로 있다. 흔히 빛이 부족하면 셔터가 느려지기 때문에 빛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저는 주로 오전 10시 이전, 오후 4시 이후에 사진을 찍습니다. 해가 쨍한 한낮에는 빛이 너무 많아서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때는 빛이 머리 위에서 수직으로 내리쬐는데, 오전이나 해질 무렵에는 (빛이) 사선으로 들어오니까 질감이 부드럽죠.”
후(後)보정 앱을 활용하라
찍은 사진을 세련된 이미지로 바꾸고 싶다면 사진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자. 몇 개의 앱을 동시에 사용해 이미지를 보정하면 더욱 완벽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스냅시드’를 가장 추천합니다. 아이폰·갤럭시 등 기종에 상관없고 갤럽시탭이나 아이패드로 호환도 잘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글 메뉴까지 추가되었으니 더욱 사용하기가 편리해졌어요. 밝기·대비 등 다양한 사진편집 기능이 있어 이 앱 하나로 포토샵에 버금가는 사진 리터치가 가능합니다.”